릴로

다음 날 아침, 태강그룹 본사 33층 대회의실 앞은 주주 간담회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복도 끝, 지문 인식기로만 출입이 통제되는 비밀 스위트룸의 거울 벽 너머에는 미세한 무향무취의 가스가 소리 없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중이었다. 차예린이 어젯밤 남겨둔 은밀한 덫은 먹잇감을 기다리는 독사처럼 숨을 죽인 채, 방 안의 온도를 미열로 채우고 있었다.

서윤은 굳게 닫힌 스위트룸 문 앞을 지나치며 손목에 찬 센티넬-K 디바이스의 액정을 내려다보았다. 수치는 62bpm. 지극히 안정적인 수치였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정체 모를 불길함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오늘 주주 간담회는 선일정밀과의 지분 구도를 확정 짓고 그녀의 기획실장 입지를 굳힐 단 한 번의 기회였다.

"한 실장님, 발표 자료 최종본입니다."

비서가 건넨 태블릿을 받아 든 서윤의 눈동자가 빠르게 장표를 훑어 내렸다. 32페이지, 재무 건전성 및 향후 3개년 밸류에이션 추정치 부근에서 서윤의 손가락바닥이 멈췄다. 미세하게 소수점의 위치가 어긋나 있었다. 단순한 오타가 아니었다. 만약 이 수치 그대로 IR 발표를 진행했다면,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이고 주주들로부터 자금 횡령이나 분식회계 의혹까지 살 수 있는 치명적인 구멍이었다.

서윤의 입꼬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차예린이 실무진을 통해 심어둔 얄팍한 올가미가 분명했다.

"수정본 업로드하고, 백업 서버에 있는 오리지널 raw 데이터로 화면 교체하세요. 지금 당장."

"예? 하지만 이미 이사회 보고서 인쇄까지 마친 상황인데……."

"인쇄본은 제가 직접 프레젠테이션 중에 정정하며 짚고 넘어갑니다. 주주들의 시선이 제 입술에 쏠리게 만들 아주 좋은 장치가 되겠네요. 서두르세요."

단호한 목소리에 비서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멀어졌다.

대회의실의 무거운 이중문이 열리자, 수십 명의 대주주들과 원로 이사진, 그리고 날카로운 눈초리의 차예린이 서윤을 가만히 응시했다. 차예린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서윤이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태강그룹 미래전략기획실장 한서윤입니다. 오늘 준비한 선일정밀과의 시너지 벨트 구축안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화면에 띄워진 수치들은 완벽했다. 서윤은 차예린의 수하들이 인쇄물에 심어둔 오타 페이지에 도달하자, 오히려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화면의 정정된 도표를 가리켰다.

"배포해 드린 유인물 32페이지의 수치는 이전 분기 보수적 시뮬레이션 값입니다. 화면에 보이시는 실시간 데이터가 바로 이번 달 최종 검증을 마친 순가치입니다. 수치의 미세한 갭을 통해 우리가 리스크 헤징을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증명해 주는 지표이기도 하죠."

막힘없는 어조와 압도적인 실무 장악력에 이사진 사이에서 나지막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의심 가득했던 대주주들의 고개가 차례로 끄덕여졌다.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차예린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된 차예린의 수하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서로의 눈치만 보았다. 주주들의 박수갈채 속에서 서윤은 단상을 내려왔다.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운은 길지 않았다.

"발표 훌륭했습니다, 한 실장님."

대회의실 뒷문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예린이 비서에게서 건네받은 고급 가죽 서류 케이스를 들고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기괴할 정도의 집착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건 주주 서명 날인이 포함된 최종 합의서예요. 대표님과 실장님의 서명이 들어가야 완성되죠."

서윤이 서류 케이스로 손을 뻗으려던 찰나였다. 언제 나타났는지, 태준이 서윤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 손을 강하게 가로막았다.

"서류는 내가 받지."

태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낮고 무거웠다. 그의 예리한 직감이 차예린이 건네는 물건에서 풍기는 이질적인 위협을 포착한 듯했다. 태준은 주저 없이 가죽 케이스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태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가죽 표면에 코팅되듯 묻어 있던 고농도 감정유도성 약액이 그의 손바닥 피부를 통해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기화된 유독한 공기가 태준의 호흡기를 타고 폐부 깊숙이 침투했다.

"대표님?"

서윤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태준을 올려다보았다. 태준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그의 손목에 채워진 센티넬-K 디바이스에서 소리 없는 진동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액정 화면의 수치가 78, 85, 92bpm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아무것도 아니다. 들어가자."

태준은 턱 끝에 힘을 주어 이를 악물었다. 그의 목덜미를 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차예린은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태준은 서윤의 손목을 잡고 이끄는 대신, 그녀의 옷자락을 가볍게 쥔 채 스위트룸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지문 인식기에 손을 대는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거울 벽이 열리고 두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태준은 문을 걸어 잠그고 벽에 기댔다.

"태준 씨, 상태가 왜 이래요? 어디 아픈 거예요?"

서윤이 다급하게 그의 뺨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오지 마."

태준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윤의 손을 쳐냈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눈빛은 이성을 잃어가는 야수처럼 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약액의 성분이 그의 중추신경을 사정없이 뒤흔들며 심박수를 폭발시키고 있었다. 디바이스의 경고음이 스위트룸의 정적을 깨고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경고: 착용자의 심박수가 제한 범위를 초과했습니다. 현재 118bpm. 페널티 조항 작동 3분 전.]

"강태준!"

"뒤로 물러서, 한서윤. 제발……."

태준이 스스로의 머리를 감싸 쥐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뜨거운 열기가 그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성이 마비되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오직 서윤만을 쫓았다. 그녀를 품에 안고, 제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가공할 독점욕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가문의 억압도, 계약서의 가혹한 페널티도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제동 장치가 되지 못했다.

"너를…… 보면, 통제가 안 돼."

태준이 신음하듯 내뱉으며 서윤의 발치로 쓰러지듯 기댔다. 그의 거친 호흡이 서윤의 발목에 닿았다. 서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충격을 받았다. 그가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발겨지는 듯한 연민과 죄책감이 그녀의 온몸을 지배했다.

그때, 태준의 안주머니에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서윤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은빛 만년필이었다. 3년 전, 비극적인 이별의 순간에 서윤이 그에게 분노를 담아 던져 산산조각 냈던 바로 그 만년필이었다. 금이 가고 찌그러져 쓸모없어졌을 터인 물건이, 장인의 손길을 거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복원된 채 그의 가장 은밀한 품속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단 한 순간도 나를 놓은 적이 없었어.

서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계약 리스크를 독박 쓰는 특약 제9조를 비밀리에 수정했던 그의 피학적인 사랑이, 복원된 만년필의 차가운 금속 표면 위에 겹쳐 보였다.

[경고: 계약 파기 임박. 흥분 수치 70% 초과.]

디바이스의 경고음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서윤은 무릎을 꿇고 태준의 뜨거운 어깨를 감싸 안았다. 페널티로 인해 자신의 모든 커리어와 지분이 날아갈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를 이대로 둘 수 없었다.

"정신 차려요, 강태준. 나 봐요. 나 한서윤이에요."

태준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서윤을 응시했다. 그의 손이 서윤의 뺨을 쓸어내리려다, 계약의 파멸적인 조항이 마지막 이성의 끈을 당겼다.

"가야 해…… 여기서 나가야 해."

태준은 서윤을 밀쳐내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스위트룸의 비상문을 열고 지하 전용 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서윤 역시 그의 뒤를 쫓아 필사적으로 달렸다.

어둡고 서늘한 지하 주차장.

차가운 공기가 폐부에 닿았음에도 태준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그의 손목에서 울리는 디바이스는 당장이라도 파멸을 선언할 것처럼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태준은 자신의 검은색 세단 차 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오지 마! 서윤아, 제발 오지 마……!"

그가 서윤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쌓아 올린 커리어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태준은 거칠게 요동치는 맥박을 억누르기 위해,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을 손바닥 깊숙이 찔러 넣었다.

단단한 살가죽이 찢어지며 붉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울컥 배어 나왔다. 육체적인 극심한 통증으로 신경에 가해지는 약액의 자극을 강제로 덮어씌우려는 피학적인 자제였다.

"태준 씨!"

어둠 속에서 뚝뚝 떨어지는 붉은 혈흔을 목격한 서윤의 비명이 주차장의 적막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바닥에 흩뿌려지는 붉은 액체가 서윤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여 태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상처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뜨거운 손등에 닿는 순간, 손목에 차가운 금속성 진동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경고: 비정상적 신체 접촉 감지. 쌍방 접촉 면적 증가. 흥분 지수 88% 돌파.]

빨간 경고등이 어두운 주차장 벽면에 기괴한 실루엣을 그려냈다. 진동은 멈추지 않고 손목뼈를 때려왔다. 이대로 90%를 넘기면 계약은 즉시 파기되고, 태강그룹 법무팀과 감사실로 두 사람의 '신체 접촉 및 계약 위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될 터였다.

"놓아…… 어서."

태준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손을 밀쳐내려 했다. 하지만 상처투성이가 된 그의 손아귀에는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찢어진 살 틈새로 흘러나온 피가 서윤의 이지적인 화이트 실크 블라우스 소매를 붉게 물들였다.

"이러다 손이 망가져요! 제발 내 말 좀 들어요!"

서윤은 목이 메어 소리쳤다. 그녀는 자신의 목에 매여 있던 실크 스카프를 거칠게 풀어냈다. 그리고 사정없이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손바닥을 감싸 안아 단단히 동여매기 시작했다. 천바닥이 금세 붉은 얼룩으로 젖어 들었지만, 그녀는 매듭을 꽉 조였다.

태준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된 채 흔들렸다. 그의 시선이 서윤의 젖은 눈가와 다급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끝에 머물렀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약액의 기운 속에서도, 서윤의 체온은 그에게 구원이자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독약이었다. 만지면 파멸한다. 안으면 그녀의 커리어가, 그녀가 그토록 갈망하던 가문으로부터의 자립이 통째로 날아간다.

그 무거운 제약이 태준의 목을 죄었다. 그는 스스로의 입술을 짓이기며 신음을 삼겼다.

"한서윤, 내 말 들어. 특약 제9조……."

태준의 갈라진 목소리가 지하 주차장의 콘크리트 벽에 낮게 반사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지분은 지켜져야 해. 그러니까 나한테서 떨어져."

그 순간, 서윤의 머릿속에 벼락이라도 떨어진 듯한 충격이 일었다. 특약 제9조. 계약서 작성 당시 태준이 자신 몰래 독소 조항의 모든 귀책 사유를 본인 일방의 책임으로 돌려놓았던 그 조항. 만약 계약이 파기된다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서윤이 아니라, 오직 강태준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을 방패로 삼은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가 서윤의 방패가 되어 닳아 없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슴이 저릿하다 못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서윤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삼켰다.

"싫어요. 당신 혼자 다 뒤집어쓰게 안 놔둬요."

그녀가 태준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차체에 기대게 하려던 그때였다.

서윤의 시선이 우연히 태준의 어깨 너머, 자신이 타고 온 개인 비서실 소속 차량의 조수석 대시보드 아래쪽으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차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미세한 붉은색 광원이 아주 느린 주기로 깜빡이고 있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서윤은 가쁜 숨을 멈추고 그 빛을 응시했다. 정교한 검은색 단말기 모양의 본체에 마이크 형태의 수음부가 결합된 장치. 한민우가 그녀를 무너뜨리기 위해 은밀히 설치해 둔 위치추적 및 감청 장치였다.

지금 이 주차장에서 나누는 모든 대화가, 심지어 태준의 거친 숨소리와 센티넬-K의 경고음까지 실시간으로 어딘가로 송출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들켰어. 만약 여기서 비즈니스니 계약이니 하는 단어 하나라도 더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진짜 끝이다. 한민우는 그 녹음 파일을 들고 당장 오늘 오후 이사회와 주주들을 소집해 두 사람을 사기 혐의로 몰아세울 것이 분명했다.

서윤은 굳어버린 채 태준을 바라보았다. 태준 역시 그녀의 시선 끝에 닿은 붉은 불빛을 발견했는지, 순간적으로 눈동자의 초점을 좁혔다. 약액으로 흐려지던 그의 눈빛에 극도의 긴장감이 서렸다.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센티넬-K 디바이스의 경고음은 무자비하게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있었다.

[위험: 흥분 지수 95% 도달. 30초 후 최종 페널티 프로세스가 가동되며 본사 감사팀으로 데이터가 즉시 전송됩니다.]

삐- 삐- 하는 날카로운 기계음이 고요한 주차장을 날카롭게 찔렀다. 이 소리마저 감청 장치에 고스란히 담기고 있을 터였다.

바로 그때, 저 멀리 지하 3층 주차장 진입로 쪽에서 둔탁한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명이 아니었다. 최소 서너 명의 발걸음이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 실장님? 대표님? 여기 계십니까?"

익숙하고 가증스러운 목소리. 한민우의 최측근이자 사내 감사팀 소속의 직원이었다. 감청 장치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현장을 덮치러 온 것이 분명했다.

태준은 붉게 젖은 스카프를 쥔 채, 서윤의 손목을 강하게 낚아채며 그녀를 자신의 차 뒷좌석 문 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그 좁은 차내 공간으로 함께 몸을 던졌다.

쿵, 하고 무거운 차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주차장 모퉁이를 돌아선 감사팀 직원들의 그림자가 차체 전면 유리창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밀폐된 차량 내부, 짙은 썬팅 너머로 외부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태준의 뜨거운 숨결이 서윤의 뺨에 닿았다. 손목의 디바이스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붉은 경고등을 가쁘게 깜빡이고 있었다.

[남은 시간 10초…… 9초…….]

바깥에서 차 문손잡이를 잡으려는 듯, 덜컥거리는 금속성 마찰음이 들려왔다. 서윤은 숨을 죽인 채 태준의 가슴에 뺨을 묻었고, 태준은 피 묻은 손으로 그녀의 귀를 막아주며 눈을 감았다. 파멸의 카운트다운이 0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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