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안 님! 안 됩니다! 제발…… 제발 자신을 더 아끼십시오!"
아델린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내 코트 자락을 붙잡은 그녀의 하얗게 질린 손가락에는 땀이 흥건했다. 중앙 도서관의 천장이 무너지며 뿜어져 나온 광포한 붉은 낙뢰가 그녀의 뺨을 붉게 물들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눈동자가 나를 향해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내 성광석 200개.'
그 아까운 성광석들이 저 무너져 내리는 도서관 지하 창고에 잠들어 있다. 게다가 저 폭주하는 고대 성 유물의 제어권이 내 '아덴의 서'와 기이하게 얽혀 있는 이상, 저대로 유물이 자폭하게 둔다면 내 수명 연산 장치마저 과부하로 터져 나갈 것이 뻔했다. 한마디로 저 폭주를 막지 못하면 내 은퇴 계획도, 내 목숨도 여기서 끝이라는 소리다.
"비켜라, 아델린."
나는 목소리 톤을 최대한 낮췄다. 귀찮은 말싸움을 길게 끌고 싶지 않았기에 차갑고 단호한 어조를 취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델린의 귀에는 그것이 마치 '인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러 가는 구도자의 결연한 선언'으로 들린 모양이었다.
"어찌하여…… 어찌하여 항상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지려 하십니까? 방금 전 율리우스와의 결투로 이미 내상이 깊으시지 않습니까! 영혼을 깎아 먹는 그 고대 마법을 또 쓰신다면, 정말로……!"
"말이 많군."
나는 아델린의 손목을 가볍게 쥐고 옆으로 밀어냈다. 힘을 거의 쓰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내 단호한 기세에 눌린 듯 멍하니 뒤로 물러섰다.
콰아아앙!
도서관 입구의 거대한 석조 아치가 무너져 내리며 자욱한 먼지 폭풍을 일으켰다. 대지를 뒤흔드는 진동 속에서, 나는 주저 없이 붉은 불꽃이 소용돌이치는 도서관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아덴의 서, 기동.'
귓가에 차가운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연산 장치 '아덴의 서'가 활성화됩니다.] [주의: 현재 사용자 수명 잔여량 극도로 낮음. 장치 작동 시 초당 수명이 실시간으로 차감됩니다.]
눈앞에 푸른색의 반투명한 연산 기하학식들이 어지럽게 펼쳐졌다. 시야를 가득 채운 붉은색 경고등은 도서관 중앙 홀에 안치된 고대 성물, '레기온의 성배'가 임계점을 넘어 폭주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마력의 줄기들이 도서관의 책장들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며 날뛰었다.
"이거 완전히 개판이구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천천히 도서관 중앙 홀로 걸어 들어갔다. 무너진 천장 틈새로 쏟아지는 밤하늘의 빗줄기가 붉은 이능의 열기에 닿아 닿기도 전에 증발해 버렸다. 지독한 유황 냄새와 타들어 가는 종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이 거대한 폭풍 같은 마력의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증발했으리라. 하지만 내 시야에 비친 아덴의 서의 연산 결과는 전혀 다른 기회를 보여주고 있었다.
[분석 완료: 폭주하는 마력의 주파수가 고대 연성 공식 '공허의 순환'과 99.8% 일치합니다.] [해당 에너지를 정제하여 '성광석 동력'으로 치환할 확률: 100%]
내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위험한 폭주 에너지라고? 아니, 이건 공짜 주유소다.'
수명을 깎아 먹는 골칫덩이 장치를 유지하기 위해 매번 피 같은 돈을 들여 성광석을 사 모아야 했던 내게, 이 폭주하는 고대 성물의 마력은 그야말로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이 에너지를 전부 빨아들여 수명으로 변환할 수만 있다면, 최소 몇 년 치의 생명력을 공짜로 얻는 셈이었다.
나는 양손을 가볍게 뻗었다. 그리고 아덴의 서가 제시하는 최적의 영창 구조를 입술로 조용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공허의 서막을 열고, 흩어진 법을 되돌려 한곳으로 수렴하라."
스으으으—
내 손끝에서 시작된 푸른빛의 마도 기하학 무늬가 순식간에 도서관 바닥 전체로 퍼져 나갔다. 붉은 낙뢰의 에너지가 내 푸른 연성진과 접촉하는 순간, 기괴할 정도로 고요한 공명이 일어났다.
콰르릉! 쾅!
날뛰던 붉은 번개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듯, 내 손바닥을 향해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연성 공식 '공허의 순환'을 가동합니다.] [폭주 에너지를 흡수하여 성광석 동력원으로 변환 중……] [변환율 10%…… 30%…… 50%……]
엄청난 양의 마력이 내 체내로 밀려 들어왔다. 비록 아덴의 서가 이를 완벽하게 정제하고 있었지만, 인간의 육체로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한 에너지가 혈관을 타고 요동쳤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터져 나갈 듯 고동치고, 목구멍 끝까지 뜨거운 혈액이 차올랐다.
"끄윽……!"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내 잔여 수명이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경이로운 수치가 눈앞에 보이고 있었으니까.
[성광석 동력 충전 완료.] [잔여 수명 증가: 120일…… 340일…… 720일……]
무려 2년에 달하는 수명이 단 몇 초 만에 채워지고 있었다. 이보다 더 가성비 좋은 장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폭주하는 에너지가 내 몸을 찢어발기려 할 때마다, 나는 이 악물고 아덴의 서의 연산력을 극대화하여 마력의 흐름을 통제했다.
그때, 저 멀리 무너진 책장 더미 뒤에서 웅크리고 있던 생존 학생들이 보였다. 그들은 아카데미의 엘리트들이었지만, 국가 재난 수준의 폭주 앞에서는 그저 두려움에 떠는 어린아이들에 불과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떨까.
온몸에서 푸른 마력의 기둥을 뿜어내며, 붉은 낙뢰의 폭풍을 홀로 받아내고 있는 사내.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가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림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묵묵히 마법을 제어하는 절대자.
"루, 루안 님……?"
한 학생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허억! 저 엄청난 마력의 반동을…… 오직 자신의 육체만으로 억누르고 계셔……!" "우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수명을 깎아서 저 폭주를 흡수하고 계신 거야!"
그들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아니, 얘들아. 나 지금 내 수명 존나게 늘리고 있는 중인데.'
해명하고 싶었지만, 지금 입을 열면 정제 중인 마력의 균형이 깨져서 진짜로 피가 터질 판이었다. 나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한층 더 엄숙하고 고결한 표정으로 마력 흡수에 집중했다. 오해를 풀기 위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대로 침묵을 지키는 것이 에너지 효율 면에서 훨씬 이득이었다.
컥!
결국 목구멍을 타고 넘어온 뜨거운 피 한 모금을 바닥에 왈칵 쏟아냈다. 붉은 바닥 위에 떨어진 백색 마력의 파편들이 내 피와 섞이며 기묘한 광경을 연출했다.
"루안 님!!!"
외부에서 필사적으로 결계를 치며 들어온 아델린이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또…… 또 그렇게 자신을 버리시나이까! 제발 그만두십시오! 저희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제발……!"
"시끄럽다."
나는 쏟아져 나온 피를 소매로 툭 닦아내며, 마지막 남은 붉은 폭풍의 잔해를 손아귀에 움켜쥐었다.
스우우웅—
마침내 광포하게 날뛰던 성물의 붉은 빛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도서관 내부에 감돌던 파괴적인 압력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오직 무너진 잔해들과 고요한 침묵만이 가득했다.
[폭주 에너지 완벽 흡수 및 정제 완료.] [최종 잔여 수명: 980일 (약 2년 8개월)] [체내 마나 순환율이 15% 향상되었습니다.]
완벽한 대성공이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수명을 거의 3년 가까이 늘렸을 뿐만 아니라, 마력의 질까지 한 단계 상승했다. 이 정도면 오늘 저녁 메뉴로 영지산 최고급 양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해도 될 만한 업적이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려 했으나, 주변의 시선이 너무나도 무거워 얼른 표정을 굳혔다.
"……끝났군."
나는 짐짓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며 몸을 돌렸다. 내 등 뒤로 살아남은 학생들이 털썩 무릎을 꿇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구원자시여……." "제국의 모순에 맞서 싸우시느라 몸도 성치 않으면서, 우리 같은 미천한 이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시다니……."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루안 님! 아르비스 가문을 위해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아니, 가문까지 바칠 필요는 없는데.'
귀찮은 추종자들이 또 늘어난 느낌이었지만, 일단은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너진 성물의 제어 장치 하부, 검게 그을린 석판 데크로 걸어갔다. 아덴의 서의 스캔 기능이 작동하며, 석판 구석에 아주 미세하게 새겨진 문양을 포착해 냈다.
[경고: 외부 마력 간섭 장치 발견.] [특정 가문의 마력 인장 분석 완료: '엘리드 남작 가문의 사냥개 문양'과 100% 일치.]
내 눈이 가늘어졌다.
'엘리드 남작…… 이 늙은 여우 새끼가 감히 내 은퇴 자금(성광석)이 보관된 도서관을 날리려고 해?'
이것은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그가 왜 아카데미의 성물을 폭주시켜 도서관을 파괴하려 했는지는 뻔했다. 이 사태를 빌미로 아카데미 내부에 황실 계엄을 선포하고, 자신들의 반대 세력을 숙청하는 동시에 아카데미가 독점하고 있던 성광석 유통권을 강탈하려는 속셈이리라.
그리고 그 음모의 중심에는 당연히 남작의 꼭두각시이자 내 은퇴 예산안을 사사건건 방해하던 율리우스가 있었다.
"루안 님, 무슨 발견이라도 하신 겁니까?"
어느새 다가온 아델린이 내 시선을 따라 석판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는 품 안에서 며칠 전 암시장 브로커에게 막대한 돈을 주고 입수했던 낡은 가죽 장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아델린."
"예, 루안 님. 말씀하십시오."
"이 장부가 무엇인지 아나?"
아델린은 장부의 겉표지에 새겨진 기묘한 암호문들을 보더니 숨을 들이켰다.
"이것은…… 제국 동부의 무기명 채권 장부 아닙니까? 설마, 율리우스 가문이 관리하는 유령 유통망의……?"
"맞다."
나는 장부를 가볍게 털어내며 차갑게 웃었다.
"율리우스 녀석이 아카데미의 성광석 예산을 독점하기 위해 뒤에서 굴리던 진짜 자금줄이지. 암시장 브로커를 통해 이 통제권을 완전히 확보했다."
사실 이 장부는 내가 아르비스 영지의 세금을 감면받고, 은퇴 후 사용할 가성비 좋은 생필품 유통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우연히 사들인 것에 불과했다. 영지에서 쓸 밀가루와 소금을 싸게 들여오려다 보니, 우연히 그 유통망의 꼭대기에 율리우스의 비자금 통로가 얽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델린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르게 읽혔다.
"아……! 그래서 율리우스와의 결투를 그토록 치밀하게 설계하신 거였군요!" "결투로 그의 시선을 돌려놓고, 그사이 배후에 있는 거대한 유령 유통망을 통째로 장악하여 그의 자금줄을 완전히 끊어버리시려는……!" "법과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제국의 썩은 기득권을 뿌리째 흔드는 천재적인 혁명 공작이었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저 몸을 사리시라고만……!"
그녀는 감격에 겨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닌데. 그냥 영지 생필품 공동구매 하려다가 율리우스 놈 자금줄이 뽀록난 건데.'
하지만 굳이 정정해 줄 필요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율리우스의 자금줄을 완벽하게 장악한 것은 사실이었고, 이제 이 유령 유통망의 통제권을 이용해 그가 모아둔 성광석 비자금을 합법적으로 내 주머니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제 율리우스는 스스로 파멸할 거다. 자금줄이 막힌 귀족은 이 아카데미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내가 나지막이 읊조리자, 아델린은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예! 루안 님의 원대한 계획대로, 율리우스의 경제적 몰락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율리우스의 돈줄을 털어 내 은퇴 자금으로 삼고, 늘어난 수명으로 아르비스 영지에서 안락한 여생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창밖으로 갑작스럽게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소리가 무너진 도서관의 잔해를 두드리며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평화로운 기분도 잠시, 도서관 입구 쪽에서 심상치 않은 마력의 파동과 함께 수많은 철갑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철컥! 철컥!
"차단하라!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라!"
무겁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도서관의 빗소리를 뚫고 울려 퍼졌다. 붉은색 황실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무너진 문을 부수며 들이닥쳤다. 그들의 손에는 마법사들의 마력을 강제로 억제하는 청동 구속구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기사들의 선두에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엘리드 남작의 최측근이자 황실 계엄군의 지휘관이었다.
"황실의 명령이다. 중앙 도서관의 고대 성물을 고의로 폭주시키고 제국의 안보를 위협한 반역 혐의로, 이곳에 있는 전원을 체포한다. 저항하는 자는 즉시 사살하라!"
폭우가 내리는 밤, 아카데미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황실 계엄령이 기습적으로 선포되는 순간이었다. 내 은퇴를 방해하려는 거대한 음모의 이빨이 마침내 나를 향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