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데우스가 비단을 거칠게 벗겨내자, 기괴하게 맞물린 은빛 톱니바퀴들과 심장처럼 박동하는 푸른 마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단심문소의 극비 성물, '정밀 에테르 감측계'가 내뿜는 푸른 안광이 어두컴컴한 성법 회의 판결소의 대리석 바닥을 차갑게 물들였다.
그 서슬 퍼런 침묵 속에서, 에드리안은 왼손으로 제 왼쪽 눈가를 가볍게 짚었다. 손가락 끝에 미지근하고 축축한 감촉이 묻어났다. 하이페리온의 차원 파동 억제 연산을 무리하게 가동한 대가였다. 망막 뒤편에서 혈관이 터져 안구 전체가 붉게 물드는 각막 혈종, 그리고 귓가를 찢어발길 듯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이명.
‘웅- 웅-’ 하는 기계적 마찰음 같은 이명이 에드리안의 고막을 자극했으나, 그의 안색은 북부의 만년설처럼 차갑고 고요했다. 그는 손끝에 묻은 핏방울을 소매 안쪽으로 은밀히 닦아내며, 연단 위의 성물을 응시했다.
"에드리안 폰 아이젠베르더."
아마데우스의 목소리는 제단 아래로 흐르는 지하수처럼 음습했다.
"네놈이 만든 그 사악한 쇠깡통이 정말로 단순한 농업용 수리 장치라면, 이 거룩한 감측계 앞에서 가동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지. 만약 이 푸른 마석이 단 한 번이라도 붉은 경보의 빛을 발한다면, 그것은 네놈이 악마의 에테르를 부렸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다. 감히 제국의 법률 뒤에 숨어 목숨을 보전하려 들지 마라."
법정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방금 전까지 자식을 잃은 것처럼 울부짖던 발레랑 백작조차 숨을 죽인 채 아마데우스의 서슬 퍼런 기세에 몸을 웅크렸다. 제국의 그 어떤 대귀족도 이단심문소의 성물 검증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드리안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걸음걸이에는 단 1밀리미터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단심문관 아마데우스."
에드리안의 목소리는 감정이 완전히 거세된 기계 장치의 마찰음과 같았다.
"당신은 지금 중대한 법적, 그리고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라?"
"방금 전, 공작 전하께서 판결하셨듯이 본 영지의 지하수 도관 가동은 제국 대관세기 전례집 제47조에 명시된 영주 간 '수도관 공유 면제권'에 의거하여 합법적인 사유지 권리 행사로 인정받았습니다. 즉, 저 기계 장치는 제국의 세속법 테두리 안에서 완벽한 사법적 무결성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에드리안은 품 안에서 가죽 표지의 두꺼운 서책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베아트리스가 도성 도서관의 깊은 수장고에서 밤을 새워가며 찾아낸, 제국 건국 초기의 성전 규범 원본이었다.
"제국 대관세기 성전 규범 제112조를 인용하겠습니다. '세속법에 의해 공인된 영주의 사유 재산 및 영지 내 생산 시설에 대해 종교적 검증을 집행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해당 검증 도구의 신뢰성과 국가적 표준 수치가 연합 법정에서 사전 공인되어 있어야 한다.' 이 조항을 모르진 않으시겠지요?"
아마데우스의 눈썹이 꿈틀했다. 에드리안은 개의치 않고 논리적 압박을 가했다.
"당신이 들고 있는 그 '정밀 에테르 감측계'라는 성물말입니다. 그것이 측정하는 '마력의 파동 수치'가 도대체 어떤 물리적 기준으로 표준화된 것입니까? 제국 도량형국에서 공인한 표준 마나 단위인 '칼리버(Caliber)'에 대응하는 공식 눈금이 저 은색 톱니바퀴 어디에 새겨져 있습니까?"
"이것은 신성한 교단의 교리에 의해 축성된 성물이다! 감히 세속의 도량형 따위를 신의 저울에 들이대려 하느냐!"
아마데우스가 격분하여 소리쳤다. 그의 일갈에 법정 천장의 석조 아치가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에드리안의 표정은 미동조차 없었다. 뇌내의 하이페리온 시스템이 이미 저 성물의 기계적 메커니즘을 0.1초 만에 분해하여 분석을 끝마쳤기 때문이다. 저 장치는 마력의 본질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연금술 마석이 방출하는 에테르 파동의 주파수와, 공기 중의 특정 자외선 영역 대역의 파장을 기계적으로 합성해 내부의 지시침을 움직이는 조잡한 광학적 검출기에 불과했다.
"신의 저울이라 하실지라도,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정량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에드리안이 차갑게 반박했다.
"만약 저 장치가 가마솥의 뜨거운 열기나, 지열로 인해 방출되는 단순한 적외선 파장마저 '악마의 마력'으로 오인하여 경보를 울린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실제로 저 감측계의 내부 연동 톱니는 가죽 벨트의 마찰열이나 대기 중의 습도 변화에 따라 팽창률이 달라지는 주석 합금으로 제작되어 있군요. 이토록 오차 한계가 불분명한 기물을 정식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제국의 사법 체계 자체를 모독하는 행위입니다."
그때, 에드리안의 뒤편에 서 있던 베아트리스 폰 할버슈타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형법전을 펼쳐 들며 엄숙한 목소리로 지원 사격을 개시했다.
"아이젠베르더 영주의 지적이 정확합니다."
베아트리스의 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법정의 모든 이들의 귀청을 때렸다.
"제국 형사소송법 제8조에 명시되기를, '검증되지 않은 사설 기계 장치 혹은 공인된 도량형 규격을 이탈한 도구의 측정 결과는 법정의 정식 증거로 채택할 수 없으며, 이를 근거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단심문소라 할지라도 제국의 정식 연합 법정 안에서는 세속법의 최고 존엄을 준수해야 합니다. 재판관 전하, 이단심문관이 제시한 저 정밀 에테르 감측계는 제국 도량형국의 검인을 받지 않은 비표준 검증 불가 기물이므로, 증거 능력을 박탈해야 마땅합니다!"
베아트리스의 정교한 법률적 역공에 법정 배심원석과 귀족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비표준 기물이라니... 듣고 보니 그렇군." "이단심문소가 제멋대로 고출력 마력을 감지했다고 우기면, 우리 귀족들의 사유 재산도 언제든 몰수당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맞아. 제8조의 규정은 명백하다. 법정의 증거는 공인된 도량형을 따라야지."
귀족들의 여론이 순식간에 에드리안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들은 평소 이단심문소의 초법적인 기술 독점과 자의적인 이단 규정에 깊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에드리안이 법률의 구체적인 조항을 들어 교단의 무기를 '비표준 불량품'으로 낙인찍어 버리자, 귀족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에드리안의 편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데우스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그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변방의 일개 영주 후계자와 가문이 몰락해 가는 법학도 나부랭이가, 제국 대관세기 전례집과 형법전의 빈틈을 이토록 칼날처럼 파고들어 교단의 권위를 난도질할 줄은.
특히 저 감측계의 내부 재질이 주석 합금이며 습도와 열에 취약하다는 극비 정보는, 이단심문소 내부에서도 극소수의 마공학 기술 사제들만이 공유하던 일급기밀이었다.
‘어떻게 안 거지? 저 애송이가 어떻게 성물의 내부 구조와 재질의 물리적 한계를 저토록 상세히 꿰뚫고 있는 거란 말인가!’
아마데우스의 살기 어린 시선이 법정 구석에 서 있던 그의 하수인에게로 향했다. 이단심문소의 기밀 광물 유통과 성물 관리를 담당하던 하수인은, 에드리안의 폭로에 사색이 된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마데우스는 독점 광물 정보와 설계 결함이 사전에 저 영악한 영주에게 누설되었음을 직감하고 하수인을 쏘아보았다. 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쳐버릴 듯 잔혹했다.
완벽한 사이다 세례였다. 교단이 대륙을 지배하기 위해 휘두르던 무소불위의 칼날이, 에드리안의 압도적인 공학적 분석력과 베아트리스의 법률적 정밀함 앞에서 한낱 '비표준 불량 장난감'으로 전락해 버린 순간이었다.
공작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합의를 마쳤다.
"이단심문관 아마데우스. 법률 제8조의 해석에 의거, 귀하가 제시한 성물은 정식 증거로 채택할 수 없소. 아이젠베르더 영주에게 이단 기계 장치 작동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음을 선언하오."
법정의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아마데우스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두 눈에 서린 이성이 마침내 광기로 타올랐다.
"법률... 법률이라 했는가."
아마데우스가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연단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 들린 붉은 비단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너희 세속의 귀족들이 법전의 자구 놀음에 빠져 악마의 씨앗을 방치하겠다면, 나 역시 교단의 이름으로 부여받은 초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그가 품 안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양장본 문서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교황청의 직인이 찍힌 '이단 척결에 관한 사법 개입권(Prerogativa Inquisitionis)' 선언서였다.
"제국 종교 양형법 제3조. 영혼의 구원과 제국의 안녕을 위협하는 명백한 이단 혐의에 대해서는, 심문관의 권한으로 모든 세속법의 절차를 정지시키고 즉각적인 '물리적 검증'을 속행할 수 있다."
아마데우스가 에드리안의 기계 피스톤 장치를 가리키며 광포하게 외쳤다.
"에드리안 폰 아이젠베르더! 아무리 주둥이를 놀려대도 네놈의 그 더러운 철깡통 안에 마력이 흐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법의 방패는 없다. 지금 당장 저 장치를 가동해라! 만약 저 기계의 내부에서 푸른 '정화의 불꽃'이 단 한 줌이라도 치솟는다면, 그것은 네놈이 마력을 사용한 명백한 증거이므로 그 자리에서 즉시 처형할 것이다. 거부한다면 법정 전체를 이단 묵인죄로 다스리겠다!"
법정의 공기가 다시 한번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에드리안의 귓가에서 하이페리온의 경고음이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경고: 기계 장치의 고온 마그네슘 연소 파장이 감측계의 자외선 필터와 반응할 시, 푸른색의 스펙트럼 화염 현상이 발생할 확률 99.8%. 이는 물리학적 연소 반응이나, 현지인들의 시각에는 이단적 마력 불꽃으로 오인될 수 있음.]
물리적 열역학 법칙이 종교적 이단의 증거로 조작될 절체절명의 위기. 에드리안의 차가운 눈동자가 흔들리는 법정의 천칭을 응시했다.
"비표준 기물이라니…… 듣고 보니 그렇군." "이단심문소가 제멋대로 고출력 마력을 감지했다고 우기면, 우리 귀족들의 사유 재산도 언제든 몰수당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맞아. 제8조의 규정은 명백하다. 법정의 증거는 공인된 도량형을 따라야지."
귀족들의 여론이 순식간에 에드리안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들은 평소 이단심문소의 초법적인 기술 독점과 자의적인 이단 규정에 깊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에드리안이 법률의 구체적인 조항을 들어 교단의 무기를 '비표준 불량품'으로 낙인찍어 버리자, 귀족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에드리안의 편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데우스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그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변방의 일개 영주 후계자와 가문이 몰락해 가는 법학도 나부랭이가, 제국 대관세기 전례집과 형법전의 빈틈을 이토록 칼날처럼 파고들어 교단의 권위를 난도질할 줄은.
특히 저 감측계의 내부 재질이 주석 합금이며 습도와 열에 취약하다는 극비 정보는, 이단심문소 내부에서도 극소수의 마공학 기술 사제들만이 공유하던 일급기밀이었다.
‘어떻게 안 거지? 저 애송이가 어떻게 성물의 내부 구조와 재질의 물리적 한계를 저토록 상세히 꿰뚫고 있는 거란 말인가!’
아마데우스의 살기 어린 시선이 법정 구석에 서 있던 그의 하수인에게로 향했다. 이단심문소의 기밀 광물 유통과 성물 관리를 담당하던 하수인은, 에드리안의 폭로에 사색이 된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마데우스는 독점 광물 정보와 설계 결함이 사전에 저 영악한 영주에게 누설되었음을 직감하고 하수인을 쏘아보았다. 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쳐버릴 듯 잔혹했다.
완벽한 사이다 세례였다. 교단이 대륙을 지배하기 위해 휘두르던 무소불위의 칼날이, 에드리안의 압도적인 공학적 분석력과 베아트리스의 법률적 정밀함 앞에서 한낱 '비표준 불량 장난감'으로 전락해 버린 순간이었다.
공작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합의를 마쳤다.
"이단심문관 아마데우스. 법률 제8조의 해석에 의거, 귀하가 제시한 성물은 정식 증거로 채택할 수 없소. 아이젠베르더 영주에게 이단 기계 장치 작동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음을 선언하오."
법정의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아마데우스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두 눈에 서린 이성이 마침내 광기로 타올랐다.
"법률…… 법률이라 했는가."
아마데우스가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연단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 들린 붉은 비단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너희 세속의 귀족들이 법전의 자구 놀음에 빠져 악마의 씨앗을 방치하겠다면, 나 역시 교단의 이름으로 부여받은 초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그가 품 안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양장본 문서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교황청의 직인이 찍힌 '이단 척결에 관한 사법 개입권(Prerogativa Inquisitionis)' 선언서였다.
"제국 종교 양형법 제3조. 영혼의 구원과 제국의 안녕을 위협하는 명백한 이단 혐의에 대해서는, 심문관의 권한으로 모든 세속법의 절차를 정지시키고 즉각적인 '물리적 검증'을 속행할 수 있다."
아마데우스가 에드리안의 기계 피스톤 장치를 가리키며 광포하게 외쳤다.
"에드리안 폰 아이젠베르더! 아무리 주둥이를 놀려대도 네놈의 그 더러운 철깡통 안에 마력이 흐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법의 방패는 없다. 지금 당장 저 장치를 가동해라! 만약 저 기계의 내부에서 푸른 '정화의 불꽃'이 단 한 줌이라도 치솟는다면, 그것은 네놈이 마력을 사용한 명백한 증거이므로 그 자리에서 즉시 처형할 것이다. 거부한다면 법정 전체를 이단 묵인죄로 다스리겠다!"
법정의 공기가 다시 한번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에드리안의 귓가에서 하이페리온의 경고음이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경고: 기계 장치의 고온 마그네슘 연소 파장이 감측계의 자외선 필터와 반응할 시, 푸른색의 스펙트럼 화염 현상이 발생할 확률 99.8%. 이는 물리학적 연소 반응이나, 현지인들의 시각에는 이단적 마력 불꽃으로 오인될 수 있음.]
물리적 열역학 법칙이 종교적 이단의 증거로 조작될 절체절명의 위기. 에드리안의 차가운 눈동자가 흔들리는 법정의 천칭을 응시했다.
왼쪽 눈에서 흘러내린 붉은 핏방울이 턱끝을 지나 대리석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시야 절반이 붉은 안개에 잠긴 듯 흐릿했으나, 에드리안의 뇌세포는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게 연산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단심문소의 종교 권력은 세속의 법률을 힘으로 짓밟으려 하고 있었다. 여기서 거부하는 것은 곧 반역이자 즉각적인 무력 충돌을 의미했다.
베아트리스가 다급히 에드리안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녀의 손끝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제국의 법률을 무기로 싸워왔던 그녀에게도, 교단의 초법적 사법 개입권은 물리적인 죽음의 공포로 다가온 까닭이었다.
그러나 에드리안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며 한 걸음 나아갔다. 그의 구두굽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좋습니다, 아마데우스 심문관. 교단이 자랑하는 그 '신의 저울'이 신뢰할 만한 물건인지, 이 자리에서 직접 증명해 보이지요."
"에드리안!"
베아트리스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그를 불렀으나, 에드리안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연단 위의 감측계와 아마데우스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다만, 기계를 가동하기 전에 한 가지 검증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제국 대학의 학술 전례에서도 통용되는 기본적인 '대조군 검증'입니다."
"대조군 검증이라니? 무슨 궤변을 늘어놓으려는 것이냐!"
"당신의 그 장치가 정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악마의 마력'만을 정밀하게 감지하는 도구인지, 아니면 그저 세속의 흔한 불꽃과 열기에도 미쳐 날뛰는 조잡한 장난감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에드리안이 법정 중앙의 경비병을 향해 손짓했다.
"거기 경비병. 재판소의 화로에서 붉게 달아오른 숯 한 덩이와, 성벽 개보수용으로 쌓아둔 백색 '고토석(苦土石, 마그네슘 광석)' 가루를 한 줌 가져오십시오."
경비병은 공작의 눈치를 살폈다. 공작이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경비병은 신속하게 지시를 수행했다. 철제 쟁반 위에 벌겋게 달아오른 숯과 하얀 광물 가루가 담겨 연단 위에 놓였다.
"아마데우스 심문관. 당신의 주장대로라면, 이 고토석 가루는 마력이 전혀 깃들지 않은 평범한 광산의 돌가루에 불과합니다. 맞습니까?"
"당연하지! 그것은 대지에서 캐낸 미천한 돌덩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돌가루가 타오를 때, 당신의 그 위대한 성물은 침묵해야 마땅하겠군요."
에드리안이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핀셋으로 고토석 가루를 벌건 숯 위에 뿌렸다.
순간, 숯의 열기와 반응한 고토석 가루가 산소와 결합하며 눈이 멀 것 같은 백청색의 강렬한 불꽃을 일으켰다. 열역학적 고온 연소 반응에 의해 엄청난 양의 자외선 파장이 실내로 방출된 것이다.
*태엽 소리— 타타타탁!*
아마데우스의 손에 들려 있던 정밀 에테르 감측계가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내부의 주석 톱니바퀴들이 마찰열과 복사열로 인해 급격히 팽창했고, 자외선을 흡수한 푸른 마석이 순식간에 검붉은 빛으로 변하며 요란한 경보음을 울려댔다.
*댕! 댕! 댕!*
"어, 어찌 고토석 따위에 신성한 감측계가 경보를 울리는 것이냐!"
배심원석에서 경악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평범한 돌가루를 태웠을 뿐인데, 이단심문소의 성물은 그것을 '대지진을 일으킬 수준의 대악마적 마력'이라도 감지한 것처럼 발광하고 있었다.
아마데우스의 얼굴이 수치심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 이것은 야바위다! 네놈이 사악한 마술로 돌가루에 마력을 불어넣은 것이 분명하다!"
"마술이 아니라 물리학입니다, 심문관."
에드리안이 흘러내린 붉은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차갑게 선언했다.
"당신의 그 성물은 마력을 감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일정 온도 이상의 고온과 특정 광학 파장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기계적 결함품일 뿐이지요. 내 기계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마찰열과 연소열 역시, 저 장치는 '이단'이라 부르며 경보를 울릴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신의 심판입니까, 아니면 기계의 오작동입니까?"
법정 안의 모든 귀족과 학자들이 아마데우스를 향해 싸늘한 불신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단심문소의 절대적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아마데우스는 이미 눈이 뒤집혀 있었다. 여기서 물러서면 그의 정치적 생명은 끝이었다. 그는 품 안에서 은색 단검을 뽑아 들고 에드리안의 피스톤 장치로 달려들었다.
"닥쳐라, 이단아! 궤변은 끝났다! 지금 당장 기계를 작동시켜라! 만약 저 철깡통에서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튀는 순간, 내 친히 교황청의 이름으로 네놈의 목을 벨 것이다!"
성기사들이 칼을 빼 들며 법정의 문을 봉쇄했다. 공작조차 이 극단적인 종교적 광기 앞에서는 섣불리 개입하지 못하고 숨을 죽였다.
에드리안은 자신의 피스톤 장치 앞에 섰다.
[경고: 기계 가동 시 실린더 내부 온도 1,400K 도달 예정. 실린더 내벽의 마그네슘 합금 마찰로 인한 자외선 방출 불가피. 감측계의 2차 경보 작동 확률 100%.]
뇌내 시스템의 붉은 경고창이 그의 망막을 가득 채웠다. 에드리안은 장치의 제어 밸브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한계 상황 속에서 최적의 변수를 찾아내려는 공학적인 흥분이었다.
‘공기 흡입 밸브를 조여 불완전 연소를 유도한다. 탄소 그을음으로 실린더 내부를 순식간에 덮어 자외선 방출을 차단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내부 압력이 급상승해 기계 자체가 폭발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선택의 시간은 없었다. 에드리안은 밸브를 극한까지 돌린 뒤, 기계의 시동 레버를 힘껏 잡아당겼다.
*쿠구구궁—!*
무거운 철제 플라이휠이 회전하기 시작했고, 법정 전체가 기계의 진동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계의 틈새로 시커먼 그을음과 함께, 정체불명의 푸른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