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 갈라지는 소리는 뼈가 부러지는 파음과 닮아 있었다.
품에 안은 매화나무 인형 소체의 가슴팍에 가느다란 실금이 갔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매화 향기가 차가운 지하실의 악취 속으로 빠르게 흩어졌다.
벽면을 가득 채운 핏빛 진액 위로, 기괴할 정도로 거대한 안구가 번뜩였다. 백일홍의 개안(開眼). 황금빛 눈동자가 방 안의 공기를 얼려 버릴 듯이 회전하며 오직 연우진만을 조준하고 있었다.
"우진 씨, 바닥이……!"
서율의 날카로운 비명이 귀청을 찢었다.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 황천의 진창은 얼음장을 들이부은 것처럼 차가웠다.
검은 물결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많은 망자의 손가락이자, 채워지지 않은 허기에 굶주린 아사귀들의 혓바닥이었다. 질척이는 진흙 속에서 솟구친 손들이 우진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잡고 아래로 끌어당겼다.
왼팔은 이미 어깨까지 완전히 얼어붙어 감각이 없었다. 멎어 버린 심장 대신 온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은 지독한 한기뿐이었다. 우진은 비틀거리면서도 품에 안은 인형 소체를 놓지 않았다. 손끝에 닿는 나무의 감촉이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서 아주 미세하게 요동치는 여동생 우희의 영혼 단편을 느꼈기 때문이다.
[죄인의 십조율 제삼조: 타인의 죄를 대납한 자, 그 대가의 배(倍)를 자신의 육신으로 갚아야 하리라.]
벽면에 피로 쓰인 기괴한 문장이 붉은 빛을 뿜어냈다. 황만식의 수명을 강제로 징수해 이자를 대납한 행위에 대한 고택의 즉각적인 응징이었다.
진창 속에서 검은 원액들이 뭉쳐지며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얼굴이 없는 사역마들이었다. 오직 뻥 뚫린 구멍 같은 입만 가진 괴물들이 진흙을 뚝뚝 흘리며 우진을 향해 기어왔다. 기괴하게 꺾인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뼈가 마찰하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가 지하실을 가득 채웠다.
"저, 저것들이……!"
저만치 뒤로 물러선 마강현이 비틀거리며 벽을 짚었다. 그의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손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젖은 옷깃 뒤를 더듬고 있었다. 우진의 시선이 찰나의 순간 마강현의 손끝을 포착했다.
그의 옷깃 틈새로 살짝 엿보이는 붉은 진흙 부적.
백일홍과의 은밀한 계약을 증명하는 유물이자, 그가 이 끔찍한 고택 안에서도 끝내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비장의 카드였다. 마강현은 그 부적을 움켜쥐며 자신에게는 화가 미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우진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입김이 하얀 서리가 되어 공중에서 부스러졌다.
"아직도 자신만은 안전하다고 믿는군요."
우진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차분했다. 자신의 심장이 멈추고 온몸이 얼어붙어 가는데도, 그의 눈동자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추호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시선은 바닥에서 늙어 죽어가는 황만식의 헐떡임에 머물러 있었다.
수명을 빼앗겨 쪼그라든 황만식의 피부 사이로 진액이 흘러나왔다. 그가 고통에 겨워 내지르는 신음은 우진의 고막을 타고 뇌리 깊숙이 박혔다. 타인의 비명에만 비정상적으로 공감하는 우진의 결함이 발작하듯 꿈틀거렸다. 황만식의 고통이 고스란히 자신의 통증으로 치환되어 가슴을 난도질했다. 우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뺨을 타고 흐르다 이내 얼어붙었다.
눈물은 타인을 향한 동정이었으나, 그의 이성은 차갑게 번뜩이고 있었다.
우진은 오른손으로 들고 있던 낡은 가죽 장부, '명부장부'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의 시야에 고택의 인과율이 숫자의 형태로 나열되기 시작했다.
[사역마(백일홍의 권속) - 현재 가치: 공포 부채 8,000포인트] [연료원: 생존자들의 극심한 공포 및 죄책감]
그들의 정체가 보였다.
백일홍이 부리는 저 검은 괴물들은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다. 그것들은 고택에 갇힌 자들이 뿜어내는 공포와 죄책감을 인과적 신용으로 삼아 발행된 변칙 자산이었다. 생존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서로를 의심하며, 죄책감에 몸부림칠 때마다 저 사역마들의 '가치'는 무한히 상승한다. 즉, 이들의 연료는 참가자들의 마음속에 도사린 어둠이었다.
"결국 신용 거래에 불과하군."
우진이 중얼거렸다.
지독한 한기가 척추를 타고 뇌간까지 올라왔다.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눈앞의 풍경이 왜곡되고, 거대 안구의 황금빛 눈동자가 두 개, 세 개로 겹쳐 보였다. 이대로 몸이 굳어 버린다면 장부를 펼쳐 보기도 전에 황천의 진창 속으로 가라앉을 터였다.
그때, 거칠고 뜨거운 손길이 우진의 오른어깨를 억척스럽게 움켜쥐었다.
"정신 차려! 이대로 죽으려고 작정했어?!"
서율이었다.
언제나 냉정하고 손익분기점을 따지던 그녀의 얼굴이 지금은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우진의 얼어붙은 어깨와 목덜미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미친 듯이 비벼 대기 시작했다. 조금의 온기라도 전하려는 듯, 그녀의 두 손은 이미 빨갛게 마찰열로 부어오르고 있었다.
"당신이 죽으면 난 여기서 못 나가! 그러니까 죽지 마! 내 질문에 답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못 죽어!"
서율의 호흡이 우진의 귀밑샘에 닿았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날것의 갈망과 악에 받친 생존 본능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남을 배신해서라도 살아남을 여자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진이라는 유일한 동아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온기를 기꺼이 나누고 있었다.
그녀의 간절한 마찰 덕분에 우진의 마비되었던 목 근육이 미세하게 풀렸다.
"서 율 씨."
우진이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무 세게 비벼서 아픕니다. 그리고…… 시끄럽군요."
"뭐라고?!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
"농담이 아닙니다."
우진은 장부를 쥐고 있지 않은 오른손가락 끝을 입술로 가져갔다. 이미 감각이 없는 입술을 깨물자,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그는 그 피 묻은 손가락으로 명부장부의 빈 페이지를 거칠게 내리쳤다.
붉은 피가 가죽 장부의 누런 종이 위로 스며들며 순식간에 검은 글씨로 변해 갔다.
"우화각의 신용을 평가한다."
우진의 목소리가 지하실의 습한 공기를 가르며 엄숙하게 울려 퍼졌다.
"이 고택이 발행한 공포의 채권은 실재하는 담보가 없다. 참가자들의 죄책감이라는 불안정한 심리에 기반한 신용 창출일 뿐이다. 발행처의 건전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채권의 가치는 조작되어 있다."
장부에서 차가운 청색 광린이 피어올랐다.
[거래 선언: 고택 신용 부도 (Mansion Credit Default)] [대상: 백일홍의 사역마 및 고택 내 유포된 공포 자산 전체] [인과율 조정: 참가자들의 죄책감과 공포를 '회수 불능의 부실 채권'으로 규정. 해당 자산 가치를 0으로 강제 절하(Haircut 100%)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이 고택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공포는 가치 없는 쓰레기다. 거래 불가능한 부도 자산이다."
선언이 끝남과 동시에 장부의 페이지들이 광풍에 휩쓸린 듯 미친 듯이 펄럭였다.
지하실을 채우고 있던 음산한 기류가 일순간 정지했다.
우진과 서율의 코앞까지 다가왔던 검은 사역마들의 움직임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들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황천의 원액에서 수분이 급격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가뭄을 맞은 흙인형처럼, 그들의 피부가 쩍쩍 갈라지며 하얀 먼지를 풍겼다.
"……아? 아아아아!"
벽면에 박혀 있던 백일홍의 거대한 안구가 충혈되며 사방으로 피눈물을 쏟아냈다. 고택 전체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요동쳤다. 사역마들에게 공급되던 공포라는 연료가 한순간에 차단되자,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인과율의 법칙에 의해 부정당한 것이다.
시장에 유포된 화폐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듯, 그들이 가진 살의의 가치는 제로가 되었다.
"신용이 붕괴된 시장에서 화폐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하지요. 당신들의 원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진이 메마른 미소를 지었다.
사역마들의 몸 위로 푸른 불꽃이 일어났다. 그것은 외부의 타격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못해 안에서부터 타오르는 자멸의 불꽃이었다.
스스스스.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한 줌의 검은 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지하실을 가득 채웠던 황천의 진창 역시 흔적도 없이 증발하며, 축축하게 젖어 있던 돌바닥이 순식간에 하얗게 말라붙었다.
"이, 이게 무슨……."
마강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로 자빠졌다. 그의 손은 여전히 옷깃 뒤의 부적을 쥐고 있었지만, 부적 역시 미세하게 빛을 잃고 빛바랜 종이처럼 변해 가고 있었다.
상황은 완전히 종료된 것처럼 보였다.
서율은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우진의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온통 붉게 쓸려 있었고, 열기가 식자 찾아온 한기에 몸을 떨었다.
"방금…… 뭘 한 거야?"
그녀의 눈동자에는 지독한 경외감과 의구심이 서려 있었다. 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사역마들이 타버린 재가 모여 있는 바닥의 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검은 재 무덤 사이에서, 가느다란 영혼의 파편 하나가 푸른빛을 내며 떠올랐다.
그 파편은 우진이 품에 안은 매화나무 인형 소체를 향해 이끌리듯 다가왔다. 그리고 소체의 가슴팍에 난 실금 사이로 빨려 들어가듯 스며들었다.
팅.
맑은 음색과 함께 인형의 금이 미세하게 메워졌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겨우 겉면만 봉합되었을 뿐, 안쪽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동시에, 우진의 손에 들린 명부장부의 맨 마지막 장이 스르륵 넘어가며 피로 쓴 듯한 붉은 먹선이 스스로 새로운 문장을 그려 나갔다.
우진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경고: 연우희의 영혼 단편(1/3) 결합 완료.] [경고: 남은 영혼의 본질은 우화각 심층부 '황천의 용광로'에 속박되어 있음.] [상태: 원한의 연료로 정제 중. 일주일 뒤 영구 정제(소멸) 예정.]
장부에 찍힌 글자들은 붉게 타오르다 이내 낙인처럼 가죽지에 깊게 새겨졌다.
우진의 심장은 여전히 뛰지 않았고, 왼팔의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차디찬 분노와 갈망이 솟구쳤다.
일주일.
여동생의 영혼이 완전히 소멸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7일뿐이었다. 우희를 구하기 위해서는 이 기괴한 고택의 가장 깊고 어두운 심연, '황천의 용광로'로 제 발로 걸어가야만 했다.
우진은 장부를 덮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시간이 없군요."
그리고 그 순간, 지하실 입구의 거대한 석문이 무거운 굉음을 내며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가 차단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먼지 섞인 돌가루가 천장에서 비처럼 쏟아졌다. 콧구멍을 찌르는 매캐한 유황 냄새와 오래된 무덤의 흙내음이 한데 뒤섞여 숨통을 조여 왔다.
마강현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평소 자비로운 성인인 척 온화하게 고정되어 있던 그의 입꼬리가 경련하듯 파르르 떨렸다. 그의 눈동자는 닫혀 가는 석문의 틈새와 바닥에 쓰러진 황만식, 그리고 우진을 번갈아 쫓으며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위선의 가면이 벗겨진 자리에는 오직 살고 싶다는 비열한 짐승의 악의만이 남았다.
그가 본능적으로 제 옷깃 뒤를 움켜쥐었다. 젖은 천 너머로 붉은 진흙 부적이 기묘한 열기를 뿜어내며 그의 손가락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것은 백일홍과의 은밀한 무효 계약 유물. 고택의 저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주여, 어찌하여 나를 이 사탄의 소굴에 버려두시나이까……."
마강현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중얼거렸다. 그의 기도는 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문 너머에 도사린 고택의 지배자에게 바치는 굴종의 신호였다.
우진은 그 꼴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감각 없는 왼어깨는 이미 서리 상태를 넘어 단단한 얼음판처럼 굳어 있었다. 온몸의 핏줄이 얼어붙는 고통 속에서도, 그의 머릿속은 오직 냉정한 회계 장부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우화각 지하 석문 - 폐쇄 인과율 작동 중] [통행 대가: 생명력 10년의 공여, 혹은 '백일홍의 통행증' 제시]
장부의 누런 종이 위로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석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무시무시한 통행세를 지불해야만 했다. 우진의 시선이 마강현의 목덜미, 그 붉은 진흙 부적으로 향했다.
"훌륭한 담보물이 확보되어 있군요."
우진의 목소리는 한기가 서려 바스락거렸다.
"뼛속까지 썩은 위선자의 주머니 치고는 꽤나 가치 있는 물건입니다."
"이, 이 악마의 자식이……!"
마강현은 우진의 눈빛에서 형언할 수 없는 위협을 읽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닫혀 가는 석문의 틈새를 향해 몸을 던졌다. 어떻게든 우진과 서율을 제물로 남겨두고 혼자만 빠져나가려는 심산이었다.
그가 틈새로 상체를 밀어 넣는 순간, 제 손가락을 깨물어 붉은 진흙 부적에 피를 짓뭉개 발랐다. 부적이 기름진 검은 빛을 발산하며 꿈틀거렸다.
"우화각의 신이시여! 이 불경한 자들을 제물로 바치오니, 저들의 영혼으로 이 문을 닫으소서!"
그의 외침과 함께 석문이 낙하하는 속도가 배로 빨라졌다. 콰콰콰콰! 육중한 돌덩이가 바닥을 짓눌러 영원히 가둘 기세로 떨어져 내렸다.
"우진 씨, 빨리!"
서율이 우진의 성한 오른팔을 붙잡고 앞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우진의 두 다리는 황천의 진창에 닿았던 여파로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무거운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한 걸음조차 떼기 힘들었다.
우진은 피가 배어 나오는 오른손가락으로 명부장부의 빈 지면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강제 청구(Forced Subrogation)를 선언한다."
그의 갈라진 목소리가 지하실의 진동 소리를 뚫고 차갑게 울렸다.
"채무자 마강현이 보유한 '백일홍의 무효 계약 유물'을 이 방의 통행세로 대위변제 청구한다. 해당 자산의 가치를 즉시 징수하여 석문의 인과율을 상쇄하라."
[거래 승인: 담보 강제 집행] [마강현의 붉은 진흙 부적에서 인과력 1,200포인트 강제 차감]
"아아아악!"
석문 너머로 마강현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의 옷깃 뒷덜미에서 푸른 불꽃이 강하게 치솟았다. 붉은 진흙 부적이 스스로의 에너지를 통행세로 빼앗기며 시커먼 재로 바스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부적이 타들어 갈 때마다 마강현의 살점이 구워지는 듯한 지독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와 동시에, 맹렬하게 떨어지던 석문이 굉음을 내며 허공에서 딱 멈춰 섰다. 바닥에서 겨우 두 뼘 정도의 틈새만을 남겨둔 채였다.
그러나 마강현은 이미 그 좁은 틈을 통해 석문 너머의 어둠 속으로 굴러 들어간 뒤였다.
그는 목덜미를 움켜쥔 채 피눈물이 고인 눈으로 석문 틈새를 노려보았다. 그의 비장의 카드였던 부적은 절반 이상이 타버려 흉측한 형상으로 변해 있었다. 우진에 의해 계획이 완전히 망가진 것을 깨달은 그의 얼굴이 악마처럼 구겨졌다.
"기어코 내 앞길을 막아서는구나……."
마강현이 이빨을 갈며 석문 옆 벽면에 설치된 낡은 철제 레버를 움켜잡았다. 그것은 비상시 이 지하 대피소를 외부에서 영구히 폐쇄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동식 잠금장치였다.
"너희는 결코 이 고택을 살아 나가지 못할 것이다. 사탄의 자식들아, 그 안에서 뼈 한 조각 남기지 말고 썩어 가거라!"
철컥! 콰아앙!
마강현이 온 힘을 다해 레버를 내리치자, 석문 바로 뒤편에서 거대한 철창이 2중으로 떨어져 내렸다. 굵은 쇠창살들이 바닥의 홈에 단단히 박히며 틈새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어둠이 지하실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우진과 서율이 갇힌 밀실 안으로, 기이할 정도로 차갑고 습한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오기 시작했다. 장부가 우진의 손안에서 웅장하게 떨렸다. 그 떨림은 경고이자, 새로운 지옥의 시작을 알리는 징표였다.
[알림: 마강현의 배신 조항이 발효되었습니다.] [우화각 지하 깊은 곳, '지하신전 빙한실(氷寒室)'의 봉인된 냉기가 이 방으로 유입됩니다.] [현재 온도: 영하 5도…… 영하 12도…… 급강하 중.]
바닥의 돌판들이 순식간에 하얀 성에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서율이 내쉬는 숨결이 하얀 김이 되어 허공에 서리더니, 이내 얼음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흩뿌려졌다. 우진의 가슴팍에 안긴 인형 소체 역시 다시 한번 푸르스름한 성에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사방을 메우는 잔인한 빙결의 음향 속에서, 우진은 어둠을 응시했다. 그의 얼어붙은 심장은 더 이상 뛰지 않았고,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