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처단된 마태환을 짓밟았다. 그의 몸이 바닥을 뒹굴었다. 검은 철마의 코어가 요동쳤다. 웅웅거리는 진동이 터널을 채웠다. 사방의 통로가 마구 뒤틀렸다. 시멘트 벽에 균열이 갔다. 천장이 무너지며 흙더미가 쏟아졌다. 심연이 통로를 삼키기 시작했다. 철마의 본체가 붉은빛을 뿜었다. 강렬한 흡입력이 발생했다. 주변의 고철이 코어로 빨려 들어갔다. 강태식은 중심을 잡았다. 가슴의 상처가 찢어지듯 아팠다. 장부의 권능을 쓴 대가였다. 통각이 수십 배로 증폭되었다. 스치는 바람도 칼날 같았다. 태식은 이를 악물었다. 입술 사이로 핏물이 흘렀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발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목표는 중앙 제어실이었다. 그곳에 동력의 핵이 있었다. 바닥이 솟구쳤다. 태식은 옆으로 굴렀다. 날카로운 철근이 스쳐 지나갔다. 어깨 가죽이 찢어졌다. 비명이 나올 만큼 아팠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감정은 이미 마모되어 있었다. 오직 목적만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 딸을 구해야 했다. 딸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이름조차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본능이 그를 움직였다. 태식은 다시 달렸다. 녹슨 선로를 딛고 도약했다. 위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를 피했다. 신형이 허공을 갈랐다. 투박한 착지음이 울렸다. 무릎 뼈가 삐걱거렸다. 그는 통증을 무시했다. 심연의 후각이 유황 냄새를 맡았다. 탄내와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길은 좁아지고 있었다. 무너지는 벽들이 통로를 좁혔다. 태식은 쇠파이프를 굳게 쥐었다. 눈앞의 장애물을 후려쳤다. 쇠가 부딪치는 굉음이 터졌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는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살점이 긁혀 나갔다. 바지와 셔츠가 붉게 물들었다. 상관없었다. 그는 오직 전진만 했다. 마침내 문이 보였다. 중앙 제어실의 철문이었다. 철문은 이미 찌그러져 있었다. 철마의 폭주로 변형된 상태였다. 태식은 어깨로 문을 들이받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모니터들이 연달아 폭발했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제어실 한가운데에 코어가 있었다. 검붉은 광막이 회전하고 있었다. 그 아래에 마태환이 누워 있었다. 그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기괴하게 웃었다. 태식을 보며 이빨을 드러냈다. "끝난 줄 알았나." 마태환이 쇳소리를 냈다. "내 생명은 철마와 연결되어 있다." 그의 목소리에 광기가 어려 있었다. "너는 나를 죽일 수 없다." 마태환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상처를 메웠다. 그것은 타인의 생명력이었다. 수많은 원혼의 고혈이었다. 태식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품 안으로 손을 뻗었다. 차가운 감촉의 물건이 잡혔다. 마태환의 채무 거울이었다. 도맹의 제단에서 뜯어낸 유물. 타인의 원혼을 저당 잡는 매개체. 그것이 태식의 손에 들려 있었다. 마태환의 웃음이 멈추었다.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그걸 왜 네가..." 태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왼손으로 거울을 거머쥐었다. 오른손으로 품속의 장부를 꺼냈다. 장부가 피에 젖어 무거웠다. 그가 장부를 펼쳤다. 가슴의 상처가 다시 격렬하게 요동쳤다. 머릿속의 소중한 기억이 바스러졌다. 딸의 맑은 목소리가 지워졌다. 이제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가슴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하지만 눈빛은 더 잔혹해졌다. 태식은 거울을 장부 위에 올렸다. "최종 청산을 시작한다." 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장부의 페이지가 거세게 넘어갔다. 붉은 글씨가 거울로 스며들었다. 거울 표면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파지직 소리가 제어실을 채웠다. 마태환이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내놓아라!" 그가 바닥을 기며 달려들었다. 태식은 피하지 않았다. 왼발로 마태환의 가슴을 밟았다. 묵직한 타격음이 울렸다. 마태환의 갈비뼈가 으스러졌다. 그는 바닥에 짓눌린 채 컥컥거렸다. 태식은 장부의 권능을 기동했다. 거울 속의 원혼들이 요동쳤다. 저당 잡혔던 생명력들이 일어났다. 그들은 마태환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가압류 지분 최종 매입." 태식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거울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튀었다. 파편들이 마태환의 얼굴에 박혔다. 그와 동시에 검은 기운이 뿜어졌다. 마태환의 몸에서 생명력이 빠져나갔다. 그것은 거대한 흐름이었다. 검은 연기가 태식의 장부로 빨려 들었다. 장부의 페이지가 붉게 물들었다. 마태환의 비명이 제어실에 메아리쳤. 그의 피부가 급격히 늘어졌다. 수분이 빠져나가듯 쪼글쪼글해졌다. 검던 머리칼이 순식간에 세어졌다. 하얀 모발이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아악! 내 수명이! 내 힘이!" 마태환이 절규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노인의 것이었다. 갈라지고 힘없는 울부짖음이었다. 그의 육체가 노화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순식간에 흘렀다. 등이 굽고 손가락이 굳어졌다. 그가 자랑하던 어둠의 권능은 없었다. 모두 태식의 장부로 이체되었다. 마태환은 뼈만 남은 손을 뻗었다. "살려줘... 살려다오..." 그가 태식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태식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동정도 분노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쓰레기를 보는 시선이었다. 태식은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태환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콰직. 수박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노쇠한 두개골은 쉽게 부서졌다.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마태환의 몸이 몇 번 떨리더니 멈췄다. 최종 보스의 비참한 최후였다. 그의 모든 생명력은 청산되었다. 태식의 가슴속 장부가 요동쳤다. 강탈한 권능이 몸에 새겨졌다. 지하의 지배권이 이양되는 느낌이었다. 철마의 코어가 빛을 잃었다. 폭주하던 진동이 점차 가라앉았다. 사방을 메우던 비명도 사라졌다. 고요함이 제어실을 덮었다. 태식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의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통증이 뼈를 깎아내는 것 같았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지 않았다. 정신을 잃으면 안 되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딸을 찾아야 했다. 태식은 장부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었다. 모든 채무가 청산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장부는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가 스스로 넘어갔다. 스르륵.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태식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붉은색 낙인도 글씨도 없었다. 그저 깨끗한 백지였다. 그러나 그 백지에서 기괴한 압박감이 풍겼다. 백지 위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글자가 서서히 형태를 갖추었다. 그것은 새로운 청구서였다. 태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장부가 그에게 최후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딸의 완전한 해방을 위한 대가였다.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태식은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글자가 붉게 번졌다. 딸을 구하는 대가였다. 그것은 존재의 소멸이었다. 딸과 관련된 모든 기억. 이름과 목소리와 추억. 그 모든 것을 지워야 했다. 영원히 남남이 되는 조건. 태식은 모니터를 보았다. 화면이 지직거리며 켜졌다. 폐수 처리장의 화면이었다. 서아린이 갇힌 철창. 그리고 그 옆의 작은 방. 철창이 서서히 하강했다. 검은 물 밑으로 빠져든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그곳에 딸이 있었다. 기억은 없어도 본능이 안다. 태식은 장부를 쥐었다. 손끝에서 피가 흘렀다. 붉은 피가 백지를 적셨다. 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백지 위에 서명했다. 강태식. 석 자가 붉게 새겨졌다. 쿠구구궁! 제어실 바닥이 갈라졌다. 머릿속이 바스러졌다. 가장 깊은 곳의 기억. 딸의 탄생이 지워졌다. 아장아장 걷던 발걸음.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가슴이 텅 비었다. 차가운 기운만 맴돌았다. 하지만 몸은 가벼워졌다. 태식은 제어실을 뛰쳐나갔다. 선로를 따라 내달렸다. 바닥을 박차고 도약했다. 무너진 벽을 딛고 날았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느낌이 차단되어 있었다. 그는 기계처럼 움직였다. 폐수 처리장에 도착했다. 거대한 하강 수로가 보였다. 철창은 절반쯤 잠겨 있었다. 서아린이 비명을 질렀다. "강태식씨! 여기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태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수로로 뛰어내렸다. 차가운 폐수가 몸을 덮쳤다. 유황 냄새가 진동했다. 아귀의 후각이 요동쳤다. 물속에서 눈을 떴다. 검은 물속은 어두웠다. 철창의 쇠창살을 잡았다. 장부의 권능을 끌어올렸다. 마태환에게 앗아간 힘. 어둠의 생명력이 뿜어졌다. 태식의 팔근육이 부풀었다. 찌지직! 굵은 쇠창살이 휘어졌다. 그가 철창을 찢어발겼다. 서아린을 밖으로 낚아챘다. 그녀를 수면 위로 던졌다. "커헉! 태식씨!" 아린이 거칠게 숨을 쉬었다. 태식은 다시 물로 들어갔다.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그곳에 또 다른 철창이 있었다. 작고 낡은 철창이었다. 그 안에 아이가 누워 있었다.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태식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무 감정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가슴이 찢어졌다. 그는 철창으로 돌진했다. 쇠사슬이 발목을 감았다. 검은 철마의 잔해였다. 코어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철사슬이 그를 끌어당겼다. 심연의 바닥으로. 태식은 장부를 펼쳤다. 물속에서 장부가 빛났다. "강제 차압." 그가 속으로 외쳤다. 철사슬의 소유권을 뺏었다. 사슬이 그의 무기가 되었다. 사슬을 당겨 철창을 부숬다. 아이를 품에 안았다. 가볍고 차가운 몸이었다. 그는 위를 향해 헤엄쳤다. 수면을 뚫고 솟구쳤다. 바닥에 아이를 눕혔다. 서아린이 기어 왔다. "예린아! 예린아!" 아린이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예린. 태식은 그 이름을 들었다. 머릿속에 아무 반응이 없다. 그저 낯선 단어일 뿐이었다. 진짜로 다 지워진 것이다. 그의 영혼은 껍데기였다. 아이가 기침을 토해냈다. "콜록! 콜록!" 아이가 눈을 떴다. 맑은 눈동자가 태식을 향했다. "아저씨... 누구세요?" 아이가 나직하게 물었다. 태식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 이름조차 지워졌으니까. 그때 수로가 크게 흔들렸다. 쿠구구구둥! 천장에서 거대한 돌이 떨어졌다. 심연의 붕괴가 시작되었다. 철마의 코어가 폭발하려 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 태식은 서아린을 보았다.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 "데리고 나가." 태식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하지만 태식씨는요!" 아린이 소리쳤다. 태식은 대답 대신 일어섰다. 그의 눈동자가 붉게 타올랐다. 코어의 폭주를 막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그는 무너지는 터널로 걸어갔다. 장부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마지막 장이 피로 물들었다. 완벽한 파산을 선언할 때다. 이 지하 세계 전체를 상대로. 태식은 쇠파이프를 고쳐 쥐었다. 그의 등 뒤로 돌들이 쏟아졌다. 탈출구는 완전히 막혔다. 돌아갈 길은 없었다. 그는 폭발하는 코어를 노려봤다. 그의 마지막 사냥이 시작된다. 장부가 무서운 속도로 탔다. 그의 몸도 함께 타들어 갔다.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장부의 백지 뒤편에.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그것은 저주이자 경고였다. 태식의 눈이 크게 떠졌다. 거대한 어둠이 그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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