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붉은색 패치 로그 스트림이 한강진의 이마를 정조준하며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가상현실 인터페이스 전체가 깨진 유리창처럼 삐걱거리며 붉은색 경고등을 점멸했다. 귓가를 찢는 기계음과 함께 시스템 총 관리 기획자 천도현의 사념체가 뿜어내는 푸른 안광이 신전 바닥을 차갑게 얼려 버렸다.
[시스템 패치 강제 적용: ‘차원 거래소’ 소유자 ‘독점’에 대한 긴급 정합성 제어 프로토콜을 가동합니다.] [해당 패치는 대상의 비정상적 자본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임시 특별 소급 조치입니다.]
"어라라? 이거 완전 대놓고 억까(억지 까기) 아닙니까?"
강태윤이 대검을 고쳐 잡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발목까지 차오른 푸른색 데이터의 잔해들이 끈적한 사슬처럼 엉겨 붙고 있었다.
"운영자라는 작자가 지 마음에 안 든다고 게임 내 규칙을 실시간으로 뜯어고치네. 이거 소비자원 고발 각 아닙니까, 채지안 씨?"
"고발장의 효력은 현실 법정에 국한됩니다. 현재 시스템 제어권은 저 사념체에게 100% 종속되어 있습니다."
채지안이 안경테를 차갑게 밀어 올렸다. 그녀의 손가락은 이미 허공에 투명한 가상 키보드를 띄우고 무서운 속도로 시스템 로그를 짚어내는 중이었다.
한강진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붉은 낙인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의 고유 클래스 창에 새로 갱신된 붉은색 디버프 텍스트를 응시했다.
| 구분 | 상세 정보 | | :--- | :--- | | **적용 패치명** | 긴급 정합성 제어 프로토콜 (v1.09) | | **대상자** | 독점 (한강진) | | **패치 영향** | - '차원 거래소' 강제 경매 개시 반응 속도 **12.5초 지연**<br>- 무장 해제 및 스탯 압류 트랜잭션 즉시성 무효화<br>- 기믹 윈도우 진입 시 추가 수수료 징수 제한 (최대 50%로 임시 상한) | | **관리자 코멘트** |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버그성 플레이는 영구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반응 속도 12.5초 지연이라."
한강진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즉시 무장 해제가 안 된다는 소리군. 기믹 윈도우가 열려도 상대방이 대응할 시간을 주겠다는 눈물겨운 배려인가?"
[그렇다, 플레이어 '독점'.]
하늘을 뒤덮은 천도현의 거대한 형상이 조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리 법칙을 뒤흔드는 압도적인 시스템의 목소리였다.
[네놈의 그 되먹지 못한 날강도 짓거리가 아스텔리아의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아이템의 소유권은 시스템이 보장하는 신성한 사유 재산이다. 그것을 강제로 탈취해 경매에 부치는 행위는 원천 차단하는 것이 합당하다.]
"사유 재산?"
한강진이 턱을 어루만졌다.
"아틀라스가 일반 유저들 사냥터를 통제하고,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소작농처럼 뜯어내던 골드는 신성한 사유 재산이고, 내가 계약에 의거해 수수료를 징수하는 건 날강도 짓이다? 참으로 대기업다운 내로남불이군요."
[말장난은 끝이다. 이번 패치로 네놈의 날개는 꺾였다. 더는 그 무적의 기믹 속에서 날로 먹는 경매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천도현의 사념체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임무를 완수하고 로그아웃하는 관리자처럼, 그의 형상은 푸른 입자가 되어 공중으로 분해되었다. 마지막까지 한강진을 비웃는 듯한 잔영이 허공에 길게 남았다.
신전 안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독점 형씨, 진짜 좆 된 거 아니야?"
강태윤이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핵심 기믹이 보스 무적 타임 때 적들 장비 뺏어서 역경매로 팔아치우고 멘탈 터는 거였잖아. 근데 거래 반응에 12초나 지연이 생기면, 상대방이 장비 귀속을 풀거나 인벤토리에 처넣고 도망치기에 차고 넘치는 시간인데?"
"정확히는 12.5초입니다, 강태윤 씨."
채지안이 단호하게 정정했다. 그녀의 눈동자 뒤로 수만 줄의 데이터 코드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 오만한 기획자는 자신의 패치가 완벽하다고 믿고 있겠지만... 시스템의 기본 골조를 건드리는 긴급 패치는 필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동반하니까요."
"부작용?"
한강진이 채지안을 돌아보았다.
"설명해 보시죠, 채지안 씨. 우리 유능한 금고지기께서 무얼 찾아내셨는지."
"두 가지 수확이 있습니다."
채지안이 인벤토리에서 빛바랜 양장본 문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은은한 금빛 마력이 흐르는, 사슬로 단단히 묶인 고대의 문서였다.
"첫 번째는 이겁니다. 지난번 2화에서 우리가 확보했던 정체불명의 봉인 문서,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죠. '봉인된 세금 감면 증서'였던가요."
"예. 방금 천도현의 강제 정합성 패치로 인해 시스템 보안 레이어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그 틈을 타 제가 이 문서의 세무적 봉인을 완벽하게 해독해 냈습니다."
채지안이 손가락을 퉁기자, 사슬이 소리를 내며 풀려나갔다. 황금빛 텍스트가 그녀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아이템 정보] - **명칭**: 황실 비밀 면세 칙령 (전설급 영구 귀속 문서) - **효과**: 1. 소지자가 획득하는 모든 수수료의 '세금 동결' 비율을 영구적으로 **90%에서 10%로 전격 감면**. 2. '세수 독촉 인스턴스 미션'의 진입 주기 및 난이도를 **80% 영구 감소**. 3. 시스템이 부과하는 강제 세금 징수관들의 공격력을 **50% 약화**. - **설명**: 고대 아스텔리아 제국이 국경 무역의 독점 상인에게 하사했던 전설적인 면세 특권. 관리자조차 이 고대 시스템 코드의 우선순위를 임의로 삭제할 수 없습니다.
"대박...!"
강태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수수료 동결이 10%로 줄어든다고? 그럼 형씨가 그동안 벌어들인 골드의 90%가 세금으로 묶여 있던 게 거의 다 풀린다는 소리잖아!"
"그렇습니다. 이제 세수 독촉 인스턴스 전장에 목숨을 걸고 기어 들어갈 필요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가용 자금의 유동성이 기존 대비 약 9배 가까이 폭증한다는 뜻이죠."
채지안이 차갑게 미소 지었다.
"천도현은 우리를 제재하려다, 오히려 고대 코드를 자극해 이 전설급 면세 칙령의 봉인을 풀어주는 악수를 둔 겁니다. 멍청하기 짝이 없군요."
한강진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훌륭하군요, 채지안 씨. 역사를 바꿀 만한 절세(節稅) 혜택입니다. 역시 제 파트너다운 유능함이군요."
"칭찬은 장부 기록으로 대신해 주십시오. 그리고... 진짜 수확은 두 번째입니다."
채지안이 허공에 띄운 시스템 로그 화면을 한강진 앞으로 밀어냈다. 그것은 방금 천도현의 사념체가 강제 패치를 투사할 때 발생한 물리 서버의 트랜잭션 기록이었다.
"보이십니까? 천도현이 강제 패치 로그를 투사하는 순간, 아스텔리아의 메일 제어 엔진인 '오레아 엔진(Orea Engine)'의 반응 속도가 일시적으로 멈췄습니다."
"멈췄다고?"
"예. 단일 대규모 트랜잭션 수수료가 폭증하거나, 시스템 권한을 억지로 비트는 명령이 수행될 때... 오레아 엔진은 그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정확히 3초 동안 작동 지연(Lag)**을 일으킵니다. 이것은 시스템의 물리적 한계이자, 천도현도 고칠 수 없는 하드웨어 레벨의 근본적 결함입니다."
한강진의 두뇌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오레아 엔진의 3초 지연.
천도현이 자신들의 권능을 12.5초 지연시켰다면, 자신들은 엔진 자체를 3초 동안 완전히 멈춰 세울 수 있는 폭탄을 쥐게 된 셈이었다. 하지만 3초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상대방을 완벽히 무력화하고 거래를 성사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3초라... 너무 짧군요."
"개별 아이템 거래 수준으로는 그렇겠지요."
채지안이 안경을 고쳐 쓰며, 한강진의 생각을 꿰뚫어 보듯 말했다.
"하지만 거래의 단위를 극대화한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단일 장비가 아니라... '영지' 전체의 소유권이나, 수백 명의 영구 수수료 권한을 단 한 번의 트랜잭션으로 융합해 던진다면?"
쿵.
한강진의 심장이 묵직하게 뛰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개별 아이템을 쪼개서 거래하니까 12.5초의 지연 패치에 걸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판을 키우면 된다.
"영지를 포함한 대량의 영구 수수료 거래 트랜잭션 수위 집적화..."
한강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개별 거래가 아니라, 수백 명의 유저와 영지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경매 상품'으로 묶어 단 한 번에 트랜잭션을 폭발시킨다. 그렇게 되면 오레아 엔진은 그 무지막지한 수수료 계산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뻗어 버리겠지."
"그렇습니다. 관리자의 제어권마저 3초 동안 먹통이 되는 최고의 순간이 찾아오는 겁니다."
채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3초 동안, 우리는 천도현의 눈을 피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습니다."
"미친... 너희 둘 다 진짜 광기다."
강태윤이 소름이 돋는 듯 팔뚝을 비벼댔다.
"운영자가 패치로 억까하니까, 아예 서버를 터뜨릴 생각을 하고 자빠졌네. 근데 그 대량 트랜잭션을 일으키려면 사람 머릿수가 엄청나게 필요하잖아? 우리 셋이서 영지급 거래를 어떻게 만들어?"
"만들어야죠."
한강진이 냉혹한 눈빛으로 신전 밖을 내다보았다.
"아틀라스의 독점에 신음하는 건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길드가 없다는 이유로, 대기업의 횡포에 밀려 사냥터에서 쫓겨나고 장비를 뜯기던 아웃사이더들. 그들을 우리의 거래선으로 포섭합니다."
"포섭이라고? 걔들이 우리 말을 들을까? 아틀라스가 눈에 불을 켜고 사냥 통제를 하고 있는데."
"그들이 우리를 따르게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강태윤 씨."
한강진이 품에서 황금빛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선의나 정의 같은 값싼 동정심 따위로는 인간을 묶을 수 없습니다. 배신은 언제나 인간의 선의에서 싹트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철저한 이득과 투명한 계약은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또 수수료 99% 깡패 짓을 하겠다는 거군."
강태윤이 혀를 내둘렀다.
"맞습니다. 아틀라스의 노예가 되어 100%를 착취당하느니, 저와 계약하고 99%의 수수료를 내더라도 확실한 생존과 이득을 보장받는 편이 그들에게는 유일한 구원줄이 될 테니까요."
한강진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과거 가문이 몰락할 때,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선의의 얼굴을 하고 배신의 칼날을 들이밀었다. 그 트라우마는 한강진을 완벽한 비정함으로 무장시켰다. 오직 돈과 시스템의 계약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진실이었다.
"강태윤 씨."
"어, 말해라. 몸 쓰는 건 내 담당이니까."
"지금 당장 아틀라스의 사냥터 통제선 밖에서 쫓겨난 방랑 유저들을 긁어모으십시오. 아웃사이더 연합군이든, 몰락한 중소 길드원들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들에게 전하십시오."
한강진의 눈동자가 기괴할 정도로 차가운 황금빛으로 빛났다.
"**'독점'이 아틀라스의 목을 벨 칼을 준비했다. 살고 싶다면, 내 밑으로 들어와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
사흘 뒤. 황혼의 서녘 광산 지대.
"다들 멈추지 마라! 아틀라스 기동대가 뒤쫓아오고 있다!"
"제장, 포션이 다 떨어졌어!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야!"
수백 명의 유저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틀거리며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뒤편 언덕 위에는 붉은색 아틀라스 휘장을 두른 정예 기동대 수십 명이 군마를 타고 여유롭게 추격해 오고 있었다.
"도망쳐 봐라, 벌레 같은 무소속 놈들!"
"아스텔리아에서 아틀라스의 허가 없이 사냥한 죄는 계정 삭제급의 데스 패널티로 다스린다!"
추격자들의 비웃음 소리가 황야에 울려 퍼졌다.
도망치던 아웃사이더 연합군의 선두에 서 있던 전사, '바르토'는 절망감에 이를 악물었다. 사냥터 통제령에 반발했다는 이유만으로, 아틀라스는 그들의 길드를 해체하고 숨통을 조여왔다. 이제 남은 것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장비를 모두 떨구고 부활지로 사출되는 일뿐이었다.
그때였다.
스으으윽.
황야의 자욱한 먼지 사이로, 검은색 신사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뒤편에는 거대한 대검을 어깨에 멘 덩치 큰 사내와, 차가운 눈빛으로 태블릿 형태의 마법 장부를 들고 있는 여성이 서 있었다.
"거기 도망치느라 바쁘신 분들."
한강진이 정중하게 손을 들어 올리며 그들의 길을 막아섰다.
"잠시 거래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뭐? 미쳤어? 지금 뒤에서 아틀라스 기동대가 오고 있다고! 저리 비켜!"
바르토가 소리쳤지만, 한강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품에서 수백 장의 양피지 계약서를 허공에 뿌렸다. 계약서들은 마치 살아있는 나비처럼 날아올라, 도망치던 유저들의 눈앞에 일제히 정렬했다.
[시스템 메시지: 플레이어 '독점'이 '차원 거래소 - 영혼의 노예 계약'을 제안합니다.] [계약 조건: 수취 수수료 **99%**] [혜택: 아틀라스 기동대 무장 강제 경매 및 생존 보장]
"수, 수수료 99%?!"
바르토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미친 계약이야! 99%를 수수료로 떼어가면 우리한테 남는 게 뭐가 있다고!"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요."
한강진이 싱긋 웃었다.
"하지만 목숨과 장비는 남을 겁니다. 아틀라스에게 죽어서 모든 귀속 장비를 떨구고 노예로 전락하겠습니까, 아니면 저에게 99%를 내고 살아남아 다음을 도모하겠습니까? 선택은 자유입니다. 단, 시간은 5초 드리지요."
"이, 이 악마 같은 장사꾼 놈이...!"
"5."
"진짜 제정신이 아니군!"
"4."
저 멀리서 아틀라스 기동대의 마법 화살들이 공중을 뒤덮으며 날아오기 시작했다. 빛의 비가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일촉즉발의 순간.
"에라, 모르겠다! 죽는 것보단 나아! 동의한다! 동의해!"
바르토가 비명을 지르며 계약서에 피 묻은 손장을 찍었다. 그의 서명을 시작으로, 뒤따르던 수백 명의 아웃사이더 유저들이 비명을 지르며 계약 수락 버튼을 연타했다.
[계약 완료!] [플레이어 '독점'의 차원 거래소에 수백 명의 유저가 '수수료 노예'로 등록되었습니다.] [대규모 트랜잭션 연결망이 활성화됩니다!]
"완벽하군요."
한강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강태윤 씨, 손님들이 오십니다. 마중 나가시죠."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다, 이 자식들아!"
강태윤이 대검을 휘두르며 아틀라스 기동대의 선두를 향해 돌진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도발의 기운이 황야를 뒤덮었다.
동시에, 한강진의 머리 위로 천도현이 심어놓은 12.5초의 지연 패치 로그가 붉게 점멸했다.
[시스템 경고: '차원 거래소' 가동 지연 중... 남은 시간 12.5초.]
"12초라."
한강진이 차갑게 읊조렸다.
"천도현, 네가 만든 룰은 꽤 그럴싸했다만... 애석하게도 룰을 깨부수는 건 언제나 자본의 무게란다."
그가 채지안을 바라보았다. 채지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실 비밀 면세 칙령'을 허공에 높이 쳐들었다. 황금빛 면세 마법이 한강진의 몸을 감싸 안는 순간,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세무 감사 개시. 오레아 엔진의 과부하 연산을 강제 유도합니다!"
수백 명의 유저와 묶인 99%의 수수료 트랜잭션이 단 한 번에 한강진의 차원 거래소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무지막지한 재화의 흐름은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콰아아앙—!
하늘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듯, 푸른색 데이터의 스파크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튀었다.
[시스템 오류: 처리할 수 없는 대규모 트랜잭션 수수료 감지!] [시스템 오류: '오레아 엔진'이 연산 부하로 인해 일시적 지연 상태에 진입합니다.] [남은 작동 지연 시간: 3초]
"지금입니다, 독점 씨!"
채지안이 소리쳤다.
천도현이 걸어두었던 12.5초의 지연 디버프가, 시스템 자체가 3초 동안 완전히 멈춰 서며 일시적으로 무력화되었다. 룰의 충돌. 시스템의 허점을 뚫고 들어간 완벽한 틈새였다.
"차원 거래소, 강제 경매 개시."
한강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황야를 갈랐다.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황금빛 사슬들이, 달려오던 아틀라스 기동대원 수십 명의 몸을 칭칭 감아올렸다. 그들이 반응할 시간조차 없는 단 3초의 찰나.
[강제 경매 대상: 아틀라스 정예 기동대 무장 전체] [낙찰 가격: 1골드] [수수료: 99%]
"어, 어라? 내 갑옷이... 내 무기가 왜 벗겨져?!"
"내 영혼 귀속 검이 왜 경매창에 올라가 있는 거야?!"
기동대원들의 비명 소리가 황야를 찢었다. 3초 후, 시스템이 다시 정상화되었을 때, 그들의 몸에 걸쳐져 있던 전설 및 영웅급 장비들은 단 한 점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속옷 바람의 알몸뚱이들만이 군마 위에 덩그러니 얹혀 있을 뿐이었다.
"자, 낙찰된 장비들은 약속대로 계약자분들에게 재분배합니다."
한강진이 빼앗은 무기들을 바르토를 비롯한 아웃사이더 유저들의 발끝에 던져주었다.
"물론, 수수료 99%는 제 금고로 입금되었습니다."
수백 명의 유저들이 자신들의 손에 쥐어진 아틀라스 정예 장비들을 보며 넋을 잃었다. 비록 수수료로 엄청난 골드를 뜯겼지만,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 적들의 최상급 장비까지 손에 넣은 것이다.
"이...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바르토가 전율 어린 눈으로 한강진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저와의 계약입니다."
한강진이 옷깃을 가볍게 털어내며 말했다.
"아틀라스의 노예로 사느니, 저의 확실한 수수료 고객이 되시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는 걸 이제 이해하셨겠지요."
황야에는 아틀라스 기동대의 처참한 패배와, 수백 명의 새로운 '수수료 노예'들의 탄생만이 남았다. 천도현의 저격 패치를 비웃듯, 한강진은 시스템의 밑바닥 코드까지 유린하며 완벽한 반격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승전보가 채 가시기도 전에, 채지안의 마법 장부에서 붉은색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삐비비빅—!
"독점 씨, 긴급 상황입니다."
채지안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아틀라스 회장단이 방금 전 서버에 공지를 띄웠습니다. 우리의 반격에 격분한 서지수가 영지전 권한을 남용해... 대륙의 모든 물류 게이트 포털을 완전히 유료 독점하고 봉쇄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류 게이트 봉쇄라고?"
강태윤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물약을 수급하는 통로가 완전히 끊긴다는 소리잖아!"
"예. 통행세를 기존 대비 1,000% 인상하여 메가 코퍼레이션 소속이 아닌 모든 일반 유저들의 목줄을 죄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무소속 유저들은 사냥터로 이동하지도 못하고 고사할 겁니다."
아틀라스의 마지막 발악이자,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겠다는 원천 봉쇄 대책이었다.
한강진의 눈이 어둠 속에서 가늘어졌다. 이제 단순한 장비 약탈을 넘어, 대륙 전체의 생명선인 '물류'를 두고 벌이는 거대한 전쟁의 막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