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통행료 1,000% 인상이라니, 대기업 놈들이 아주 대놓고 유저들 피를 빨아먹겠다는 소리군."

강태윤이 대검 자루를 꽉 쥐며 이빨을 갈았다. 그의 손등에 핏대가 굵게 솟아올랐다.

서지수가 이끄는 아틀라스 길드의 횡포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공지의 붉은 글씨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며 일반 유저들의 시야를 강제로 가로막고 있었다. 주요 도시와 사냥터를 잇는 대륙의 모든 '물류 게이트 포털' 주위에는 아틀라스 소속의 중갑 경비병들이 장벽을 세운 채 버티고 섰다. 통행세를 내지 못하는 유저들은 무기를 빼앗기거나 사냥터 구석에 갇혀 굶어 죽을 판이었다.

"거위 배를 가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지기를 해버리는군요."

채지안이 마법 장부의 홀로그램 스크린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며 차갑게 읊조렸다.

"현재 바란 전송 게이트를 비롯한 12개 주요 거점이 완전히 아틀라스의 무력 아래 통제되고 있습니다. 무소속 유저들의 이동률은 전 시간 대비 94.2% 급감. 이대로 하루만 지나도 자유 유저들의 장비와 소모품 시장은 완전히 고사할 겁니다."

"고사하게 놔두지 않습니다."

한강진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의 시선은 아틀라스가 자랑스럽게 공표한 게이트 봉쇄령 홀로그램 너머, 어두컴컴한 바란 전송 게이트 인근의 좁은 뒷골목을 향하고 있었다.

"저들이 문을 닫았다면, 우리는 개구멍을 뚫으면 그만이니까요."

"개구멍이라고요?"

강태윤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한강진은 대답 대신 인벤토리 깊숙한 곳에서 빛바랜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오랜 시간 봉인되어 퀴퀴한 먼지 냄새를 풍기는 가죽 가방 모양의 인장이 찍힌 문서였다.

"지안 씨, 예전에 세수 독촉 인스턴스 전장을 깨면서 얻었던 이 '봉인된 세금 감면 증서'의 해독은 끝났습니까?"

채지안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예리하게 빛났다.

"당연하지요. 이 장부의 주인이 누구인지 잊으셨습니까? 단 1골드의 탈세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제 신조입니다만, 이건 합법적인 '세무적 면책 특권'입니다. 아스텔리아 초기 관리자 포털 코드를 기반으로 작성된 고대 세법 문서더군요. 지금 바로 해독 프로토콜을 적용하겠습니다."

채지안이 가느다란 손가락을 허공에 튕겼다. 그녀의 마법 장부에서 뻗어 나온 푸른 마력의 실타래가 양피지의 붉은 봉인을 감싸 쥐었다.

스르륵.

가혹한 시스템의 제약을 우회하는 고대의 세무 코드가 해제되며, 눈이 멀 것 같은 백색의 빛이 골목길을 가득 채웠다.

[시스템 안내: 비인허가 세무 감면 증서의 봉인이 완벽히 해제되었습니다!] [경고: 해당 증서는 소유자의 인과율 간섭에 따른 '세금 징수 인스턴스 미션'의 발생 확률을 영구적으로 0%로 고정합니다.] [특수 효과: '차원 거래상'의 모든 하위 파생 거래에 대한 시스템 제재 및 세금 동결 패널티가 면제됩니다.]

"완벽하군요."

한강진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스쳤다. 그동안 강제 경매를 실행할 때마다 족쇄처럼 따라붙던 '수수료 90% 동결'과 '세금 징수관의 습격'이라는 제약이 이 한 장의 문서로 완전히 깨져버린 것이다. 이제 그가 벌어들이는 모든 수수료는 단 1초의 동결도 없이 그의 개인 금고로 즉시 꽂히게 된다.

"그럼, 본격적으로 무허가 노점을 열어볼까요."

한강진이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끝에서 칠흑 같은 차원의 균열이 파지직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차원 밀수 통로(Dimensional Smuggling Path) 활성화."

우웅—!

바란 전송 게이트 바로 뒤편, 아틀라스 경비병들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음침한 폐가 벽면에 지름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규정한 정식 게이트의 공간 좌표를 강제로 뜯어내어, 한강진의 개인 차원 거래소를 경유지로 삼는 임시 전송 통로가 구축된 것이다.

"이... 이게 뭐야?!"

"골목 안쪽에 포털이 열렸다!"

게이트 주변에서 아틀라스의 폭리에 허리가 휘어가며 절망하고 있던 무소속 유저들이 비명을 지르며 골목길로 몰려들기 들기 시작했다.

한강진은 정장 깃을 가볍게 매만지며 소용돌이 앞에 서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신사숙녀 여러분. 아틀라스의 가혹한 통행세에 상심이 크실 줄로 압니다. 저희 독점 상회는 언제나 유저 여러분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이 통로는 여러분이 원하는 대륙의 모든 사냥터와 대도시로 즉시 연결되는 특급 밀수 루트입니다."

"정말이요?! 통행료는 얼마요? 설마 저 아틀라스 씨발놈들처럼 1,000%를 받아 처먹는 건 아니겠지?!"

한 마법사 유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한강진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저희는 정직한 상인입니다. 수수료는 단 '99%'입니다. 여러분이 소지한 골드와 장비 가치의 99%를 수수료로 징수합니다."

"뭐, 뭐라고?! 99%?! 미쳤어?!"

골목 안이 순식간에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한강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잘 생각하십시오. 아틀라스에게 1,000%의 통행세를 내면 여러분은 파산할 뿐만 아니라, 영혼 귀속 장비까지 담보로 잡혀 평생 그들의 노예가 됩니다. 하지만 저와 거래하신다면, 비록 99%의 수수료는 뜯기겠지만... 가장 안전하고 신속하게 목적지에 도착해 남은 1%의 자산으로 즉시 재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의 거래는 시스템 계약으로 보장되기에 뒤통수를 맞을 염려가 전혀 없지요."

유저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냉혹하기 짝이 없는 계산법이었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뼈를 때리는 팩트였다. 아틀라스의 노예가 되어 영혼까지 털리느냐, 아니면 지독하지만 확실한 거상에게 99%를 지불하고 생명과 자유를 보존하느냐의 선택이었다.

"젠장, 아틀라스 개새끼들에게 바치느니 차라리 독점 님에게 뜯기겠다! 여기 내 골드 주머니요! 보내주시오!"

한 전사 유저가 침을 뱉으며 한강진의 거래창에 자신의 주머니를 던져넣었다.

[시스템 안내: 거래가 체결되었습니다!] [수수료 99%가 차감되어 '독점(한강진)'의 금고로 즉시 입금됩니다.] [이용자 '크롬'이 바란 전송 게이트를 우회하여 '붉은 화산 지대'로 안전하게 전송되었습니다.]

"어? 진짜네? 진짜 전송됐어! 장비도 안 뺏겼고 목숨도 건졌어!"

"우와아아! 나도! 나도 갈래!"

소용돌이 너머로 무사히 탈출한 유저들의 외침이 귓가를 때리자, 대기하고 있던 백여 명의 유저들이 광분하며 거래창으로 몰려들었다.

"지독한 99% 수수료지만, 저 날강도 대기업 놈들의 목값보다 훨씬 정확하고 공평해!"

"독점 만세! 수수료 깡패 만세! 차라리 널 합법 정부로 임명하겠다!"

유저들은 99%라는 악마적인 착취를 당하면서도 되려 열렬하게 환호하며 포털 속으로 뛰어들었다. 시스템의 맹점과 유저들의 절박함을 완벽하게 파고든 비인허가식 밀수 거래는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한강진의 개인 금고 잔액이 실시간으로 미친 듯한 속도로 상승하는 수치가 시야 오른편에 가득 찼다.

하지만 평화로운 창조경제의 현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거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장사꾼 놈들! 감히 아틀라스의 영지 법을 위반하고 무허가 밀수를 진행해?!"

골목 어귀를 가로막으며 웅장한 갑옷 소리와 함께 아틀라스의 정예 경비병 군단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선두에는 붉은색 아틀라스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방패를 든 레벨 120짜리 네임드 기사들이 서 있었다.

"전원 체포해라! 반항하는 자는 즉시 계정 정지 및 장비 압류 처분을 내린다!"

경비병들의 서슬 퍼런 칼날이 유저들을 위협했다. 밀수를 시도하려던 유저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어이, 독점 상인. 저 녀석들은 내가 처리하지."

강태윤이 씩 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어깨에는 지난 신전 레이드에서 한강진이 서지수의 수하들에게서 강제로 압류해 넘겨주었던 전설급 무기, '빙결의 심장 대검'이 얹혀 있었다.

강태윤이 대검을 가볍게 흔들자, 허공에서 서리가 끼며 바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위로 찬란한 시스템 상태창이 떠올랐다.

| 능력치 항목 | 이전 수치 | 현재 수치 | | :--- | :---: | :---: | | **전투력 (Combat Power)** | 420 | **980 (▲ 560)** | | **물리 공격력** | 1,250 | **3,100** | | **고유 각인 스킬** | 결빙의 인장 (F-급) | **영겁의 빙하 영역 (S급)** |

"전투력 980이라... 몸이 아주 가벼워서 날아갈 것 같군."

강태윤이 대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대검의 결빙 인장이 푸른빛을 뿜어내며 폭발적인 냉기를 사방으로 방출했다.

"아틀라스의 사냥개 놈들아. 그동안 우리한테 뜯어간 이자까지 합쳐서 한 번에 정산해 주마!"

"무모한 놈! 쳐라!"

아틀라스 경비병 군단이 방패 대형을 유지한 채 짓쳐들어왔다. 강태윤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검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찍었다.

"영겁의 빙하 영역, 전개!"

쿠쿠쿠쿵—!

골목길 바닥이 거대한 고드름 송곳이 솟구치는 얼음판으로 변했다. 경비병 군단의 견고하던 방패 대형은 단 일격에 박살이 났고, 기사들의 육중한 갑옷 위로 혹독한 냉기가 서려 움직임을 완전히 결빙시켰다.

"이... 이 무식한 파괴력은 대체 뭐지?!"

"크아악! 몸이 얼어붙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어...!"

강태윤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결빙된 적들의 사이를 번개처럼 파고들며 대검을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푸른 궤적이 골목길을 휩쓸 때마다, 아틀라스의 정예 경비병들이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지며 빛무리로 화해 사라졌다. 순식간에 삼십 명이 넘는 경비병 군단이 단 한 명의 전사에게 난타당해 소멸한 것이다.

"후우, 역시 돈값을 하는 장비군."

강태윤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검을 고쳐 멨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채지안이 자신의 마법 장부를 톡톡 두드리며 냉정한 목소리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상황 보고 드립니다. 방금 전 바란 게이트를 포함한 4개 거점의 밀수 통로가 완전히 활성화됨에 따라, 아틀라스가 독점하던 일일 통행세 기대 수익이 99.8% 감소했습니다. 사실상 실질 수입은 '제로(0)'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허공에 띄운 주식 및 자산 평가 그래프는 아틀라스의 심장부를 직격하고 있었다.

``` [아틀라스 영지 소유 주식 평가액 실시간 변동] ██████████████████ 100% (봉쇄령 발동 직전) ██████ 32% (차원 밀수 통로 개설 10분 경과) █ 1.2% (현재 - 연쇄 폭락 중) ```

"자유 무역이 재개되면서 아틀라스 메가 코퍼레이션의 영지 평가액이 그야말로 수직 낙하하고 있습니다. 서지수가 자랑하던 자금줄이 완전히 끊어졌다는 뜻이지요."

"훌륭하군요, 지안 씨."

한강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통쾌한 반격으로 인해 아틀라스가 구축하려던 가혹한 경제 독점망은 시작과 동시에 걸레짝이 되어 찢겨 나갔다. 무점포 비인허가식 밀수 거래라는 신의 한 수가 대기업의 목줄을 완벽하게 끊어놓은 것이다.

그 시각, 아틀라스 코퍼레이션의 길드 본성 의무실.

"독점... 독점 이 개자식...!"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던 서지수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영지 파산 직전의 경고음이 그녀의 귓가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전설급 귀속 반지, '영겁의 밤 반지'가 검붉은 마력을 불규칙하게 뿜어내며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력 누수 루프 현상. 소유자의 정신적 불안정과 시스템 과부하가 겹치며 장비 자체가 붕괴할 조짐을 보이는 위험한 전조였다.

"서지수 님, 진정하셔야 합니다! 지금 길드 자산의 80%가 강제 동결되었습니다. 본사 천도현 이사님께서도 이 사태에 대해 극도로 분노하고 계십니다!"

비서의 다급한 외침에 서지수의 눈이 핏발로 가득 찼다. 이대로 가다간 아틀라스의 사장단 자리는커녕, 영원히 나락으로 떨어질 터였다.

"방법은 하나뿐이야..."

서지수가 이빨을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눈에 잔혹하고 광기 어린 집착이 서렸다.

"아스텔리아 최심부... '드래곤의 둥지'로 간다. 그곳에 잠들어 있는 가상 자산 코어를 내가 직접 회수하겠어. 그걸 가져오면 이 모든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다."

그녀는 남은 최정예 소수 인원만을 소집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 마지막 도박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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