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붉디붉은 차원의 균열이 한강진과 동료들의 발밑에서 갈라지며, 셀 수 없이 많은 집행관 가고일들이 강림했다.

협곡의 단단한 대지가 유리창처럼 산산조각 나며 솟구쳐 오른 흑철의 괴수들. 온몸을 칭칭 감은 법전의 낱장들이 피비린내 나는 모래바람에 파닥였고, 굵직한 쇠사슬이 지면을 쓸며 섬뜩한 마찰음을 냈다.

"미친, 저게 다 몇 마리야?! 진짜 국세청 놈들은 자비가 없네!"

강태윤이 대검을 고쳐 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의 거대한 타워 실드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가고일들의 붉은 안광이 일제히 한강진을 향해 고정되는 순간, 협곡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한 위압감이 사방을 지배했다.

"쫄지 마세요, 태윤 씨. 당신의 방패는 아틀라스의 사채업자들을 막을 때보다 지금 더 빛나야 합니다."

강진은 맞춤 정장의 매무새를 가볍게 정리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 대신, 오히려 흥미로운 사냥감을 발견한 상인의 잔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말은 쉽지! 저 새끼들 레벨이 최소 80은 되어 보인다고! 우린 잘 쳐줘야 40레벨 중반인데, 이건 밸런스 붕괴잖아!"

"그러니까 목숨 걸고 막으라는 겁니다. 죽으면 99% 수수료 계약 조항에 의해, 태윤 씨의 영혼과 장비까지 전부 제 소유로 강제 귀속되니까요. 죽어서 제 사유 재산이 되고 싶지 않다면 뼈가 부러져도 버티십시오."

"이 악마 같은 장사꾼 놈이 진짜 끝까지 사람 고혈을 짜내는구나!"

강태윤이 이를 갈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가 발을 구르자 대지가 울리며 푸른 마력의 장벽이 펼쳐졌다.

[스킬: '야수적 포효(Lv.5)'가 발동합니다!] [효과: 주변 모든 적대 대상의 적개심을 강제로 끌어당깁니다.]

쿠오오오오!

짐승의 포효 같은 파동이 퍼져나가자, 한강진을 노리던 가고일들의 고개가 일제히 강태윤에게로 꺾였다. 그것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지면을 박찼다. 검은 쇳가루가 대기에 흩날리며 흑철의 파도가 강태윤을 향해 쏟아졌다.

쾅! 쿠구구궁!

"으아아악! 아파! 진짜 존나게 아프다고! 이 세무공무원 새끼들아! 세금 안 낸 건 저 새끼인데 왜 나만 패는 거야!"

강태윤의 비명소리가 협곡에 울려 퍼졌다. 가고일들의 거대한 석조 발톱이 타워 실드를 긁어내릴 때마다 이빨이 시리는 소름 끼치는 파열음이 일었다. 그의 HP 바가 눈에 보일 정도로 뚝뚝 깎여 나갔다. 그러나 협객을 자처하던 사내의 근성만큼은 진짜였다. 그는 무릎이 꺾이고 방패가 찌그러지는 와중에도 이를 악물고 자리를 지켰다.

그 처절한 사투의 뒤편에서, 채지안은 가방에서 낡은 가죽 장부와 깃털펜을 꺼내 들고 무언가를 미친 듯이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밀려오는 괴수들의 물결 속에서도 오직 숫자의 궤적만을 쫓았다.

"태윤 씨의 방어 한계 시간은 앞으로 1분 42초. 그 이상 지체되면 방패의 내구도가 먼저 소멸해 뼈째로 으스러질 겁니다."

채지안이 감정이 거세된 기계적인 어투로 빠르게 읊조렸다.

"지안 씨, 슬슬 '도움닫기'를 할 때가 된 것 같군요."

강진이 인벤토리에서 빛바랜 종이 뭉치 하나를 꺼냈다. 과거 2화에서 오염된 강철 골렘을 독식했을 때 획득했던, 정체불명의 붉은 봉인이 찍힌 문서였다.

"이게 뭡니까?"

"제 직감이 말해주더군요. 탈세를 징벌하러 온 법 집행관들에게는, 그보다 더 상위의 법을 들이밀어야 제맛이라고 말입니다. 수석 감사관으로서의 실력을 보여주시죠."

채지안이 문서를 받아들자마자, 그녀의 안경 렌즈 위로 정교한 마력 수식들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문서의 봉인 인장을 덧그리자, 봉인된 마력이 파르르 떨리며 해제되기 시작했다.

[스킬: '세무 감사(Lv.7)'가 작동합니다!] [특수 효과: 대상 문서의 숨겨진 행정적 효력을 분석하고 해독합니다.]

사각사각사각!

깃털펜이 허공에 숫자의 궤적을 그리며 춤을 추었다. 채지안의 입꼬리가 신경질적으로 비틀려 올라갔다.

"과연... 그렇군요. 이 문서는 단순한 잡동사니가 아닙니다. 아스텔리아 제국 건국 초기에 황실이 직접 발행한 '임시 특별 면세 칙령'의 정본입니다."

"칙령?"

강태윤이 가고일의 턱가리를 대검 손잡이로 짓이기며 핏대를 세웠다.

"무슨 벼슬아치 같은 소리야! 빨리 해결 안 하면 나 진짜 고기반죽 된다고!"

"쉽게 설명해 드리죠."

채지안이 장부를 쾅 닫으며 외쳤다.

"현재 우리에게 부과된 '세수 독촉'은 시스템의 자동 과세 알고리즘에 따른 과잉 징수입니다. 하지만 이 영구 면세 칙령에 따르면, 차원 간 거래로 발생한 일체의 수수료는 '제국의 특별 안보 기여금'으로 소급 적용되어 전액 면세 대상에 해당합니다. 즉, 이 법적 효력을 시스템 법원에 기소합니다!"

그녀가 면세 칙령을 허공을 향해 치켜들었다. 찬란한 백은색 빛이 뿜어져 나오며 핏빛 하늘을 가르기 시작했다.

[Foreshadow 1 - 세금 감면 증서의 해독 완료] [시스템: 플레이어 '채지안'의 세무 증명이 완벽하게 접수되었습니다!] [시스템: '세수 독촉 인스턴스'의 과세 등급이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에서 '간이 과세자 정기 신고'로 영구 격하됩니다!] [시스템: 출현하는 차원 세무 집행관의 개체 수가 80% 영구 감소합니다!]

쿠구구구둥!

하늘을 가득 메웠던 붉은 균열들이 비명을 지르며 수축하기 시작했다. 강태윤을 포위하고 짓누르던 수백 마리의 가고일 중 무려 80%가 그대로 시커먼 연기로 바스러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어...?"

강태윤이 멍하니 제 앞의 텅 빈 공간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질식시킬 듯이 몰아치던 압도적인 파도가 순식간에 동네 개울물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와, 진짜 미쳤네... 세무사가 딜러보다 사기적인 직업이었냐?"

"계산이 정확하면 법의 목줄도 쥘 수 있는 법입니다. 탈세는 범죄지만, 절세는 지능의 영역이니까요."

채지안이 차갑게 안경을 밀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남은 20%의 가고일 무리 사이로, 대지가 쩍쩍 갈라지며 푸른빛의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온몸이 시퍼런 얼음 쇠사슬로 뒤덮인 거대한 거구의 괴수. 차원 세무 집행관들의 수장, '세무감사관 베르가모트'가 강림했다.

"세법을 유린하는 기만자 한강진... 제국의 이름으로 네놈의 영혼을 강제 차압하겠다!"

베르가모트가 포효하며 허공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협곡 전체에 절대영도의 한기 필드가 펼쳐지며, 강태윤과 채지안의 발밑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시스템: '세무감사관 베르가모트'가 무적 패턴 '강제 압류의 시간'에 진입합니다!] [시스템: 해당 상태의 보스는 모든 피해에 면역이 되며, 30초 후 광역 즉사 피해를 발산합니다!]

"무적?! 야, 저거 못 때리잖아! 30초 뒤에 우리 다 얼어 죽는다고!"

강태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얼음 한기가 다리를 타고 올라와 몸의 감각이 마비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강진은 그 절망적인 광경을 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무적 패턴? 아니요. 제 눈에는 아주 친절하게 열린 '기믹 윈도우'로 보이는군요."

적이 가장 강력한 권능을 발휘하는 순간이야말로, 시스템의 규칙이 가장 불안정해지는 틈새다. 거래는 안전한 광장이 아닌, 목숨이 오가는 절망의 틈새에서 이루어질 때 가장 가치 있는 법.

"차원 거래소, 개장합니다."

한강진의 오른손 끝에서 황금빛 경매 해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동자가 탐욕스럽게 번뜩였다.

[시스템: 히든 클래스 '차원 거래상'의 고유 권능 '강제 경매'가 활성화됩니다!] [시스템: 대상: '세무감사관 베르가모트'] [시스템: 강제 압류 대상: 영혼 귀속 아티팩트 '결빙의 세무 인장']

"내 허락 없이 내 돈을 동결하려 한 대가다. 네놈의 법적 권능을 통째로 압류하겠다."

징---!

베르가모트의 가슴팍에서 파랗게 빛나는 얼음 인장이 강제로 뜯겨 나와 한강진의 허공 경매창에 강제로 등재되었다.

베르가모트의 붉은 안구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내, 내 법적 권능이... 어째서 경매에 부쳐지는 것이냐?! 이건 영혼 귀속이다!"

"제 거래소에 귀속 같은 편의주의적 설정은 통하지 않습니다. 자, 경매 타임어택 시작합니다. 제한 시간 단 10초."

허공에 붉은 카운트다운이 깜빡였다.

[시스템: '결빙의 세무 인장' 경매가 시작됩니다!] [입찰자: 플레이어 '독점' (단독)]

"시작가는 가볍게 10만 골드. 입찰자는 오직 저뿐이니 유찰될 리도 없겠군요."

한강진은 망설임 없이 황금 해머를 허공에 내리쳤다.

탕!

"낙찰. 낙찰가는 10만 골드입니다."

[시스템: 경매가 성공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시스템: 수수료 99%가 강제 적용됩니다!] [시스템: 낙찰 대금 10만 골드 중 9만 9천 골드가 경매 수수료로 경매인 '독점'에게 즉시 환수됩니다!] [시스템: 실질 지불 금액: 1,000 골드] [시스템: 영혼 귀속 아티팩트 '결빙의 세무 인장'이 플레이어 '독점'의 인벤토리로 지급됩니다!]

단돈 1,000골드. 현실 가치로 고작 치킨 반 마리 값에 보스의 핵심 아티팩트를 뜯어내는 창조 경제의 현장이었다.

인장을 완전히 강탈당한 베르가모트의 몸에서 푸른 마력이 와르르 깨져나갔다. 그의 무적 보호막이 연기처럼 사라지며, 방어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크아아악! 내 자산이... 내 영혼의 권능이...!"

"잘 가십시오. 남의 돈 뜯어내려다 자기 장비 털리는 건 만고의 진리입니다."

한강진이 인벤토리에서 방금 낙찰받은 '결빙의 세무 인장'을 꺼내 가볍게 손에 쥐었다. 그 순간, 인장으로부터 폭발적인 한기의 마력이 한강진의 전신으로 흘러들었다.

[아이템 정보] | 항목 | 상세 정보 | | :--- | :--- | | **이름** | 결빙의 세무 인장 (Unique) | | **분류** | 아티팩트 (영혼 귀속 해제됨) | | **효과** | - 장착 시 모든 빙결 계열 마력 제어력 +150%<br>- 주변 적들의 이동 속도 및 방어력 50% 영구 감소 (오라)<br>- 고유 스킬 '절대영도의 세무 동결' 사용 가능 | | **평가** | 차원의 세무서장이 사용하던 공포의 인장. 이제는 악덕 경매인의 손에서 더 사악하게 쓰일 것입니다. |

[시스템: 특수 아티팩트 장착 완료!] [시스템: 플레이어 '독점'의 종합 전투력이 격상됩니다!] [전투력 변화: 300 ──> 1,200 (▲900)]

"이게... 사기의 맛이군요."

한강진이 인장을 쥔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콰아아앙!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절대영도의 한기 폭풍이 역으로 베르가모트를 덮쳤다. 자신의 권능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수장 집행관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거대한 얼음 조각상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찰나의 정적 후.

쩍, 쩌적! 콰당탕!

얼어붙은 베르가모트의 신체가 산산조각 나며 파편으로 흩어졌다.

[시스템: 세무감사관 베르가모트를 처치했습니다!] [시스템: '세수 독촉 인스턴스: 동결 자산 전장' 클리어!] [시스템: 동결되었던 자산 5,000,000 골드의 봉인이 완전히 해제됩니다!]

스스스스...

핏빛으로 물들었던 하늘이 서서히 걷히고, 황량한 협곡의 원래 풍경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봉인이 풀린 황금빛 골드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찰랑! 짤랑! 촤르르르릉!

바닥에 쌓이는 황금빛 산을 보며 강태윤은 대검을 떨어뜨렸고, 채지안은 들고 있던 깃털펜을 가슴에 꽉 쥔 채 숨을 들이켰다.

"오, 오백만... 골드..."

강태윤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일반적인 대형 길드가 몇 달을 꼬박 굴려야 만질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현실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5억 원에 달하는 거금.

"자, 정직한 상인으로서 정산의 시간을 가져야겠지요."

한강진이 두 사람에게 차갑게 미소 지으며 거래창을 띄웠다.

"제 99% 수수료 계약법에 의거하여, 귀하들의 지분은 각각 전체 자산의 1%입니다. 단 1골드의 오차도 없이 정산해 드리지요."

[시스템: 플레이어 '독점'이 플레이어 '강태윤'에게 50,000 골드를 지급합니다.] [시스템: 플레이어 '독점'이 플레이어 '채지안'에게 50,000 골드를 지급합니다.]

강태윤의 눈동자가 대번에 뒤집혔다.

"오, 오만 골드?! 이게 진짜 내 인벤토리로 들어왔다고?! 진짜로?!"

"약 5,000만 원 상당의 가치군요."

채지안 역시 숨을 몰아서 쉬며 자신의 인벤토리 창을 확인했다. 단 한 번의 레이드 방어로 현실의 대기업 과장 연봉에 달하는 거금을 손에 쥔 것이다. 그녀의 평소 차분하던 눈동자가 탐욕과 흥분으로 번뜩였다.

"독점 씨. 아니, 사장님."

채지안이 안경을 고쳐 쓰며 한강진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회계사로서 선언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투명하고 아름다운 장부는 오직 사장님의 수수료 장부뿐입니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 장부의 단 1원도 아틀라스 놈들이 건드리지 못하게 방어하겠습니다."

강태윤 역시 찌그러진 방패를 팽개치고 한강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형님! 아니, 회장님! 제가 아까 세무공무원 어쩌고 한 건 다 헛소리였습니다! 99% 똥꼬쇼가 이렇게 가슴이 웅장해지는 달콤한 맛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앞으로 아틀라스 새끼들이든 뭐든 다 데려오십시오! 제가 대가리를 다 깨버리겠습니다!"

한강진은 그들의 열렬한 충성 서약을 보며 비정하게 미소 지었다.

인간의 선의는 믿지 않는다. 과거의 동료들은 선의와 우정을 속삭이며 자신의 가문을 파멸로 몰고 갔다. 하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이득과 수수료로 묶인 이 투명한 돈 관계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1%의 달콤함을 주는 한, 이들은 자신을 위해 아틀라스라는 거대 공룡 앞에서도 방패를 들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구축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계약 동맹이었다.

"좋은 자세입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지갑을 위해 성실히 일해주시길 바랍니다."

한강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그 순간.

우우우웅---!

하늘 전체가 황금빛 시스템 메시지로 뒤덮이며 서버 전체 공지가 울려 퍼졌다.

[서버 공지: 아틀라스 길드가 '심연의 신전' 최종 구역의 소유권을 선언했습니다.] [서버 공지: 해당 지역은 아틀라스 길드의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는 '통제 제한 구역'으로 지정됩니다. 무단 침입하는 유저 및 길드는 아틀라스 연합의 전면적인 적대 조치 및 영구 척살 대상이 됩니다.]

"이 새끼들이 결국 선을 넘는구나."

강태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심연의 신전은 다음 메인 시나리오가 열리는 핵심 던전이잖아! 거길 통제하겠다는 건 일반 유저들은 아예 게임 진행도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채지안 역시 장부를 꽉 쥐며 차갑게 읊조렸다.

"완벽한 시장 독점 및 횡포입니다. 자신들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사다리를 치워버리겠다는 수작이군요."

한강진은 하늘에 떠 있는 아틀라스의 오만한 공지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독점.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갔던 그 거대 기업이, 이제는 게임 속 세계마저 통째로 집어삼키려 들고 있었다. 그리고 감히, 자신 앞에서 '독점'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한강진의 입꼬리가 해괴할 정도로 비틀려 올라갔다.

"독점이라... 감히 제 앞에서 독점을 논하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군요."

그가 결빙의 세무 인장을 가볍게 허공으로 던졌다 받았다. 파란 한기가 그의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아틀라스가 문을 걸어 잠갔다면, 우리는 그 문을 부수고 들어가 통행세를 받으면 그만입니다. 태윤 씨, 지안 씨. 짐 싸십시오. 아틀라스의 금고를 털러 갈 시간입니다."

한강진의 눈동자가 심연의 핏빛처럼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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