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끄아아아악! 살려줘! 강진아, 제발!"

귀가 먹먹할 정도로 터져 나오는 비명.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중력 왜곡 속에서 김태석 일행이 바닥을 뒹굴었다. 무기를 빼앗겨 전투력이 바닥난 그들은 움직이는 고기방패에 불과했다.

그들의 처참한 몰골 너머로, 한강진은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오염된 강철 골렘의 가슴팍에서 박동하는 푸른색 코어. 그 무적의 기믹 윈도우가 닫히기 직전의 찰나, 강진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형들, 퇴직금은 확실히 정산해 줬잖아? 이제 남은 건 내 장사지."

강진의 오른손이 푸른 핵에 닿았다.

화염 드레이크의 대검이 공기를 가르며 붉은 궤적을 그렸다. 김태석에게서 강탈한 이 무기는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끓어오르는 열기를 품고 있었다. 강진의 손아귀를 타고 전해지는 마력의 진동이 낯설지 않았다. 배신자들의 피눈물로 제련된 무기치고는 손에 아주 착 감겼다.

[시스템 윈도우: 장착 무기 정보] | 항목 | 상세 정보 | | :--- | :--- | | **장비명** | 화염 드레이크의 대검 (희귀) | | **공격력** | +85 ~ +110 | | **특수 효과** | 타격 시 15% 확률로 3초간 '화상' 디버프 부여 | | **소유권** | 독점 (한강진) — *강제 경매 낙찰품 (귀속)* |

"어그로 튀기 전에 끝내야겠지."

골렘의 거대한 안광이 강진을 향해 회전했다. 중력 왜곡의 중심부가 강진의 발밑으로 좁혀지려던 바로 그 순간, 대검의 끝날이 골렘의 심장부를 정확히 꿰뚫었다.

서걱!

기믹 윈도우가 열린 0.5초의 틈새. 방어력이 0으로 고정된 푸른 핵은 강진의 일격에 맥없이 바스라졌다. 대검 끝에서 폭발한 화염 마력이 골렘의 내부 회로를 사정없이 태워 버렸다.

쿠쿠쿠쿵!

대지를 흔들던 진동이 멈췄다. 거대한 바위 더미들이 중심을 잃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먼지 구름이 광산 내부를 가득 메우는 가운데, 골렘의 거대한 신형이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경고! 보스 몬스터 '오염된 강철 골렘'이 처치되었습니다!] [경험치가 지급됩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Lv.1 -> Lv.12)] [최초 솔로 클리어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강진은 쏟아지는 자욱한 먼지 속에서 옷자락을 가볍게 털어냈다. 대검을 바닥에 짚은 채, 눈앞에 떠오른 보상 목록을 훑어보았다. 가문의 파멸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달콤한 성취감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붉은색 경고창이 시야를 거칠게 가로막았다.

[경고: '차원 거래상'의 패시브 권능 '가혹한 세법'이 발동합니다!] [수취한 재화 및 보상의 90%가 즉시 '세금 동결' 상태로 지정됩니다.]

| 구분 | 총 획득량 | 실제 가용량 (10%) | 동결액 (90%) | | :--- | :--- | :--- | :--- | | **골드** | 50,000 Gold | 5,000 Gold | **45,000 Gold** | | **스탯 포인트**| 20 Point | 2 Point | **18 Point** |

[세금 징수 인스턴스 전장 진입 가능 제한 시간: 23시간 59분] [※ 제한 시간 내에 전장을 돌파하지 못할 경우, 동결된 모든 재화는 영구 소멸하며 페널티로 영구 스탯 무작위 5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역시 세상에 날먹은 없다는 건가."

강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99%의 수수료를 뜯어내는 악마 같은 클래스지만, 그 대가로 시스템 역시 그에게 가혹한 세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동결된 자산을 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인스턴스 미션을 돌파해야만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스탯이 깎여 나가는 파멸적인 역풍을 맞이하게 될 터였다.

그때, 바닥에 떨어진 전리품 상자 속에서 이질적인 빛을 내뿜는 아이템 하나가 강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확인 봉인 증서 (등급: ???)] * 시스템의 고대 세무 장부 일부가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양피지. * 현재 상태로는 내용을 해독할 수 없습니다. * 해독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세무학 지식 혹은 특수 클래스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강진은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이것이 자신의 무지막지한 세금 페널티를 완화해 줄 열쇠라는 것을. 하지만 당장 이 정체불명의 문서를 해독할 방법은 없었다. 머릿속에 날카롭고 꼼꼼한 성격의 재무 광인, 채지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라면 이 장부를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생각을 정리한 강진이 증서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강... 강진아..."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온몸이 피떡이 된 채 겨우 목숨만 건진 김태석이 꼴사납게 기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살아남은 부하 두 명이 사시나무 떨듯 떨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제발... 제발 살려줘. 우리가 눈이 멀었었어. 아틀라스 녀석들이 네 가문을 무너뜨렸을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고!"

김태석이 강진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강진은 가볍게 뒤로 물러서며 그 손길을 피했다.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그의 구두가 김태석의 피 묻은 손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형, 구차하게 왜 이래. 비즈니스 관계에서 감정 호소는 가장 단가 안 맞는 짓이야."

"우리가 동맹을 맺자! 그래, 네가 그 대검을 가졌으니 이제 네가 대장이야! 우리가 사냥한 골드, 아이템, 다 너한테 바칠게! 수수료도 얼마든지 내라면 낼게!"

동료들의 생존을 담보로 구걸하는 눈빛. 과거 자신을 배신하고 광산 구석에 몰아넣었을 때의 그 기고만장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강진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어 내려갔다.

"수수료 없는 관계는 언제든지 배신하지. 하지만 형들은 이미 신용등급이 불량이라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

"강진아! 우리가 그래도 3년을 같이 다녔잖아!"

"그래서 99% 수수료로 정산해 줬잖아. 깔끔하게 끝난 거래에 사족 달지 마."

강진은 단호하게 인벤토리에서 전송 주문서를 꺼내 들었다. 김태석 일행의 눈에 절망이 가득 들어찼다.

"아, 참고로 형들이 아틀라스에 바치려던 광산 독점권은 내가 잘 쓸게. 고마워, 형들."

"이, 악마 같은 새끼...!"

김태석의 저주에 찬 비명을 뒤로한 채, 강진은 주문서를 찢었다. 빛무리와 함께 그의 신형이 광산 깊은 곳에서 사라졌다. 남겨진 배신자들에게 남은 것은 곧 리스폰될 몬스터들의 굶주린 이빨뿐이었다.

* * *

우우웅!

광산 입구의 포털이 밝게 빛나며 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스텔리아 전 대륙의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월드 메시지: 유저 '독점'이 '오염된 강철 광산'의 보스 '오염된 강철 골렘'을 최초로 솔로 클리어하였습니다!] [월드 메시지: 유저 '독점'의 위대한 업적이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한순간에 고요해진 광장. 포털 주변에 모여 있던 수많은 유저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진에게 쏠렸다.

"독점? 저 사람이 혼자서 보스를 잡았다고?" "미친, 오염된 강철 광산은 최소 10인 공격대 권장 던전이잖아!" "아틀라스 하위 길드 애들이 독점하려던 곳 아니었어? 어떻게 혼자 깨?"

귓가를 때리는 웅성거림 속에서 유저들의 커뮤니티 창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 [자유게시판] 야 방금 월드 메시지 뜸? '독점' 얘 누구냐? ㄴ [ㅇㅇ] 솔플 실화냐? 핵 쓴 거 아님? ㄴ [전사조아] 강철 골렘 무적 패턴 파훼법도 안 나왔는데 어떻게 깼냐고ㅋㅋㅋ ㄴ [아틀라스감시자] 저거 아틀라스 애들이 통제하던 구역인데, 아틀라스 대가리 깨진 듯 개꿀잼ㅋㅋㅋㅋ

단 한 번의 시스템 메시지로 강진은 이름 없는 패배자에서 전 서버가 주목하는 괴물 유저로 격상했다.

하지만 강진은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명예가 아니었다. 오직 아틀라스를 무너뜨릴 힘과 자본뿐.

"저기... 잠시만요."

광장 구석, 무거운 철갑옷을 입은 거구의 사내가 강진의 앞을 가로막았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대형 방패를 짊어진 사내. 그의 머리 위에는 '강태윤'이라는 닉네임이 떠 있었다. 전 서버에서 손꼽히는 일류 탱커이자, 한때 의기양양하던 길드의 수장이었으나 지금은 아틀라스의 악랄한 사채에 밀려 노예 계약에 묶인 비운의 전사.

그의 투구 틈새로 보이는 눈빛은 절박함과 자존심 사이에서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툭.

강태윤이 흙먼지 가득한 광장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전사의 긍지 따위는 이미 오래 전에 팔아치운 듯한, 비참하고도 간절한 몸짓이었다.

"당신이... '독점'입니까?"

강진은 걸음을 멈추고, 발치에 엎드린 거구의 전사를 내려다보았다.

"제 동생을... 제발 살려주십시오. 아틀라스 녀석들에게 진 빚을 갚지 못하면, 제 동생의 캐릭터는 영구 삭제 처치됩니다. 당신의 거래소 권능이라면... 그 계약을 강제로 파기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태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관조했다. 가치를 계산하는 머릿속의 주판알이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는다고 해서 동결된 계정이 복구되지는 않습니다, 강태윤 씨."

강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광장의 소란을 뚫고 태윤의 귓가를 때렸다.

태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두 주먹이 바닥의 흙먼지를 움켜쥐며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아틀라스의 악랄한 연대보증 계약서. 그것은 단순한 게임 아이템이 아니었다. 시스템에 영혼까지 귀속되어, 불이행 시 캐릭터가 강제로 삭제되고 현실의 채권 추심으로 이어지는 절대적인 지옥의 족쇄였다.

"당신의 권능이라면... 아틀라스 시스템의 틈새를 뚫고 그 계약서를 '강제 경매'로 빼앗아 올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발, 제발 도와주십시오. 당신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절박하게 울려 퍼지는 일류 탱커의 애원.

강진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머릿속의 주판알이 광속으로 굴러갔다. 동정심? 그딴 가성비 안 맞는 감정은 3년 전 가문이 공중분해 될 때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하지만 '강태윤'이라는 전 서버 탑클래스의 탱킹 능력은 탐이 났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살인적인 '세수 독촉 인스턴스 미션'을 돌파하기 위해선, 아틀라스조차 혀를 내두르는 단단한 고기방패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그리고 난 인간의 선의나 충성심 따위는 믿지 않죠."

강진이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스산한 황금빛 마력이 허공을 가르며 한 장의 양피지 계약서를 직조해 냈다. 시스템의 강제력이 깃든, 붉은 낙인이 찍힌 계약서였다.

"내 동맹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계약뿐입니다. 그리고 내 계약 조건은 아주 심플하죠."

[시스템 윈도우: 독점의 99% 수수료 계약서] | 계약 조항 | 상세 내용 | | :--- | :--- | | **제1조 (권능 대행)** | 계약자 '독점'은 강태윤의 동생에게 걸린 아틀라스의 영혼 귀속 계약서를 강제 압류 및 파기한다. | | **제2조 (수수료 적립)** | 강태윤이 향후 획득하는 모든 골드, 아이템, 경험치의 **99%**는 수수료 명목으로 '독점'에게 자동 귀속된다. | | **제3조 (의무 사항)** | 강태윤은 '독점'이 지정하는 모든 전장 및 인스턴스 기믹에서 최우선 방패막이 조항을 이행한다. | | **특별 약관** | *본 계약은 시스템 권능으로 강제 집행되며, 위반 시 영혼 소멸 페널티가 부과됨.* |

태윤이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눈동자를 크게 키웠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구십... 구 프로라니요? 이건 아틀라스의 착취와 다를 게 없잖습니까!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도 이 정도는 안 합니다!"

"틀렸습니다."

강진이 허리를 숙여 태윤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의 차가운 숨결이 태윤의 뺨에 닿았다.

"아틀라스는 당신에게 희망을 보여주며 뒤로 모든 것을 빼앗아가지만, 나는 아주 투명하게 99%를 가져가고 약속한 100%의 결과를 보장합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오직 '돈 관계'만큼 확실한 동맹의 열쇠가 있을 것 같습니까? 싫으면 아틀라스의 노예로 살다 캐삭(캐릭터 삭제) 당하시든가."

선택지는 없었다.

태윤은 어금니가 깨질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시스템 계약서 하단에 서명했다.

파지직!

붉은 마력이 태윤의 전신을 휘감으며 계약이 체결되었다. 강진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럼 즉시 정산해 드리죠."

강진이 오른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검붉은 차원의 균열이 열리더니, 아틀라스가 소유하고 있던 '강태윤 동생의 영혼 귀속 계약서'가 황금 사슬에 묶인 채 허공으로 끌려 나왔다.

[권능: '차원 거래소' 강제 압류가 발동합니다!] [타깃: 아틀라스 길드 소유 '영혼 속박 계약서'] [압류 성공! 해당 아이템을 강제 경매에 부칩니다. 낙찰가: 0 Gold (독점 즉시 낙찰)]

콰아아앙!

공중에서 붉은 계약서가 불타며 재가 되어 흩어졌다. 동시에 태윤의 귓가에 동생의 계정 제한이 전면 해제되었다는 알림이 울렸다.

"아... 아아! 정말로 해결됐어...!"

태윤이 털썩 주저앉으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기적 같은 사이다의 순간도 잠시, 강진의 귓가에 고막을 찢을 듯한 빨간색 시스템 경고음이 사정없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이앙-!

[경고! 거대 세력의 귀속 계약을 강제 파기함에 따라, 세무 리스크가 폭증합니다!] [누적 체납 세액이 임계치를 초과했습니다!]

| 구분 | 변경 전 | 변경 후 (현재) | | :--- | :--- | :--- | | **동결 자산** | 45,000 Gold | **1,045,000 Gold** | | **세수 독촉 난이도**| 하 (Easy) | **심연 (Abyssal)** |

[경고! '세무 집행관'들의 강제 집행이 시작됩니다!] [남은 제한 시간: 10분 00초] [※ 해당 이벤트는 '안전지대(Safe Zone)' 규칙을 무시하고 강제 적용됩니다!]

"어질어질하네. 광장 한복판에서 세무조사를 나오시겠다?"

강진의 미간이 좁아졌다. 동결 자산이 100만 골드를 돌파하자, 시스템의 세무 집행관들이 안전지대 규칙마저 씹어먹고 이곳으로 들이닥치려 하고 있었다. 심연 등급의 난이도라면 갓 12레벨이 된 강진과 빚쟁이 탱커 태윤 둘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거기, 자칭 99% 수수료의 악마 씨."

그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한 여성이 관중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단 1골드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날카로운 안경 너머로,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강진을 꿰뚫어 보았다.

'재무 광인' 채지안이었다.

그녀는 강진의 인벤토리 틈새로 살짝 비치는 '미확인 봉인 증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당신 주머니에 있는 거, 고대 시스템의 세무 감면 증서 맞죠? 그거 해독 못 하면 10분 뒤에 여기 있는 유저들까지 전부 세무 집행관들에게 휩쓸려 몰살당할 텐데요."

지안이 기계적인 어투로 덧붙였다.

"내가 해독해 줄 수 있어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강진이 피식 웃었다.

"수수료입니까?"

"네. 그 증서로 감면받을 세액의 정확히 99%를 제 수수료로 요구합니다. 어때요, 자낳괴 씨? 거래하시겠습니까?"

우르르릉!

광장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안전지대의 결계가 유리창처럼 쩍쩍 갈라지며, 차원의 틈새 너머로 시커먼 철갑을 두른 세무 집행관들의 무지막지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한 시간은 단 9분.

강진은 자신을 압박해 오는 거대한 파멸의 전조를 바라보며, 미치광이 세무사 채지안을 향해 세상에서 가장 가혹하고도 유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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