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하하하! 독점! 네놈이 아무리 날뛰어봐야 신의 가호를 받은 우리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아틀라스 사장단 직속 친위대장 제라드가 대검을 바닥에 내꽂으며 광소를 터뜨렸다. 그가 이끄는 백여 명의 정예 기병들이 뿜어내는 기세는 그야말로 질식할 것 같았다. 그들의 몸을 감싼 반투명한 금빛 막은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었다. 시스템 관리자 천도현이 직접 코드를 조작해 부여한 규격 외의 치트, [운영자 천도현의 가호: 절대 수호]였다.

받는 피해 99% 감소에 모든 능력치 500% 증가. 이것은 게임의 규칙을 통째로 부정하는 신의 장난질이었다.

"대표님…… 저건 시스템의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수치입니다. 정공법으로는 100년을 때려도 이빨도 안 들어갑니다."

채지안이 장부 단말기의 가상 화면을 두드리며 기계적인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녀의 안경 너머로 비치는 계산 공식들이 붉은색 오류 경고로 가득 물들었다.

강태윤 역시 쇄골 부근의 핏대를 부풀리며 거대한 대검의 자루를 고쳐 쥐었다. 손끝이 분노와 긴장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이, 사기꾼. 저 새끼들이 입은 껍데기, 냄새가 아주 고약한데. 밸런스 패치 수준이 아니라 그냥 치트키잖아. 저걸 어떻게 뚫어?"

"어떻게 뚫긴요."

한강진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 아카이브 게이트 너머에서 요동치는 푸른빛, 시스템 제어 코어 '오레아 엔진'의 스파크가 비쳤다.

"법 위에 헌법이 있고, 신 위에 건물주가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이 아스텔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진리는 따로 있죠."

한강진이 주머니에서 먼지 낀 황금빛 계약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아무리 전능한 신이라도, 국세청 앞에서는 세금 내는 납세자일 뿐이라는 겁니다."

"……예?"

강태윤이 멍한 표정을 짓는 사이, 한강진은 채지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안 씨. 우리가 2화에서 광산 깊은 곳을 털어 얻었던 그 해독 불가의 가죽 뭉치, 기억합니까?"

채지안의 눈이 순간 크게 떠졌다. 그녀가 품 안에서 소중하게 보관해 오던 정체불명의 봉인 문서, '봉인된 세금 감면 증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해독률 99%에서 멈춰 있던 그 고대 세무 문서가, 전 서버 유저들의 수수료 계약 트랜잭션이 한강진의 손끝으로 모여들면서 비로소 완벽한 연산을 끝마치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안내: 비서 '채지안'이 '봉인된 세금 감면 증서'의 최종 해독에 성공했습니다!] [특수 효과: '초국가적 면세 특권'이 발동합니다.] - 효과: 소지자가 진입하는 모든 '세수 독촉 인스턴스 전장'의 세금이 100% 면세 처리됩니다. - 연계 효과: 동결된 수수료 재화의 90%가 즉시 동결 해제되며, 해제된 재화의 가치만큼 파티원의 일시적 스텟으로 치환되어 주입됩니다.

"세무조사 끝났습니다."

채지안이 단호하게 단말기 엔터 키를 내리쳤다.

"탈세범 천도현의 세금 징수 인스턴스 미션을 무력화하고, 동결되어 있던 전 서버 유저들의 수수료 4,500억 골드를 즉시 해제합니다. 환급금 전액을 강태윤 플레이어에게 투자 배당하겠습니다."

쿠구구구둥!

하늘에서 황금색 돈다발의 형상을 한 마력 폭풍이 쏟아져 내려 강태윤의 몸을 강타했다. 강태윤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낡은 갑옷이 황금빛 전류를 뿜어내며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둔중한 대검이 파르스름한 뇌전을 머금은 신화적인 실루엣의 창으로 격상되었다.

[장비 변경: 파멸의 뇌신창 (전설 - 초월)] [환급금 투자로 인한 임시 스탯 폭발!]

| 분류 | 변경 전 | 변경 후 (환급금 버프) | | :--- | :--- | :--- | | **전투력** | 450 | **2,500 (MAX)** | | **근력** | 180 | **999** | | **이동 속도** | +15% | **+300% (음속 돌파)** |

"어, 어어어?! 몸이 왜 이렇게 가벼워?! 나 지금 드래곤도 맨손으로 찢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강태윤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경악했다. 전투력 2,500. 아스텔리아 서비스 역사상 단 한 번도 관측된 적 없는 규격 외의 무력이 그의 몸에 깃들었다.

"태윤 씨, 2,500만 원짜리 엔진을 달아드렸으니 값값은 하셔야죠."

한강진이 잔혹하게 웃으며 전방을 가리켰다.

"가서 저 치트 가호쟁이들의 대가리를 깨버리세요."

"좋아, 가자아아아!"

강태윤이 대지를 박차고 도약했다. 그가 딛고 있던 아카이브 대리석 바닥이 수십 미터 반경으로 처참하게 함몰되며 폭음이 일었다. 음속을 돌파한 강태윤의 신형이 황금빛 유성이 되어 아틀라스 친위대를 향해 내리꽂혔다.

"바보 같은 놈들이! 신의 가호는 무적이다! 방패를 올려라!"

친위대장 제라드의 외침에 기사단들이 일제히 거대한 '대관문 방패'를 전방으로 내밀었다. 백 명의 기사가 한 몸처럼 결착시킨 거대한 방패벽 위로 천도현의 무적 가호 장막이 겹겹이 씌워졌다.

하지만 한강진의 눈은 이미 그들의 방벽 너머, 마력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무적 장막의 연산 주기, 보호 장막이 물리 법칙을 재조정하며 발생하는 재생 주기는 단 2초.'

그리고 그 2초의 틈새를 강제로 해킹할 열쇠가 한강진의 손안에 쥐어져 있었다. 11화에서 서지수를 짓밟고 강탈했던 그녀의 전설급 반지, '영겁의 밤 반지'였다.

"지수 씨가 남겨준 아주 훌륭한 유산이 여기 있었지."

한강진이 반지를 가볍게 허공으로 튕겼다. 6화에서 이미 간파했던 사실. 이 사기적인 반지는 마력이 루프를 돌 때마다 미세한 마력 누수 현상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연산 결함이 존재했다.

한강진이 손가락을 튕겨 반지의 마력 누수 루프를 강제로 활성화했다. 반지에서 흘러나온 기괴한 마력 파동이 아틀라스 친위대의 무적 가호 장막의 주파수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찌이이이잉!

시스템의 가호가 순간적으로 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연산 오류가 발생하며 2초의 초단위 기믹 윈도우(Gimmick Window)가 강제로 열린 것이다.

"지금입니다, 대표님!"

채지안의 외침과 동시에 한강진이 푸른 안광을 번뜩였다.

"차원 거래소 개방. 계약 조건은 '강제 무장 해제 및 압류'."

[시스템 안내: 히든 클래스 '차원 거래상'의 권능이 전장에 선포됩니다.] [강제 경매 대상: 아틀라스 친위대 소유 '대관문 방패' (전설) 100개] [경매 시작가: 1골드] [입찰자: 독점 (단독 입찰)]

"미친?! 내 방패가 왜 경매창에 올라가 있어?!" "취소 안 돼! 시스템이 강제로 입찰 버튼을 누르고 있다고?!"

친위대 기사들의 면상에 경악과 공포가 뒤섞였다. 그들이 손에 쥔, 길드 자금을 수십억씩 쏟아부어 강화한 전설급 대관문 방패들이 시스템의 푸른 빛에 휩싸였다.

"수수료는 제 마음대로 99%. 고로 낙찰가는 단돈 1골드입니다. 유찰 따위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샀으니까요."

한강진의 손가락이 가볍게 튕겨졌다.

깡! 깡! 깡!

경매 낙찰을 알리는 시스템의 맑은 종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달려오던 백 명의 기사들의 손에서 무적 버프의 매개체였던 거대한 방패들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렸다. 기사들은 허공을 움켜쥔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어, 어라? 내 방패 어디 갔어?!"

"여기 있습니다만."

한강진이 아카이브 복도 옆으로 걸어가며, 인벤토리에서 실시간으로 낙찰된 대관문 방패들을 하나씩 꺼내 길가에 툭, 툭 던져버렸다. 마치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10원짜리 동전을 버리는 것 같은 무심한 몸짓이었다.

"고철 값도 안 나오는 쓰레기들이군요. 분리수거도 귀찮으니 그냥 여기 버려두겠습니다."

"이, 이 악마 같은 장사꾼 놈이……!"

방패를 잃고 치트 가호마저 깨진 아틀라스 친위대의 전열은 그야말로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비켜라, 이 깡통 새끼들아!"

전투력 2,500의 강태윤이 뇌신창을 휘두르며 그들의 한가운데로 돌진했다. 콰아아아앙! 창끝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뇌전이 대지를 가르며 친위대 원들을 사방으로 날려버렸다. 단 한 번의 휘두름에 수십 명의 정예 기병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가 추락했다. 가호가 무력화된 그들에게 가해지는 대미지는 고스란히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이어졌다.

"으아악! 살려줘!" "이게 무슨 대미지야?! 한 대 맞았는데 체력이 90%가 날아갔어!"

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적들의 절대 방어기라 자부하던 신성 무적 방패를 달리는 도중에 고속 강탈해 길가에 고철처럼 버린 한강진의 전술은, 아틀라스 일당의 투지를 완벽하게 분쇄해 버렸다.

하지만 진짜 절망은 그들의 멘탈이 깨진 직후에 찾아왔다.

채지안이 단말기를 톡톡 두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아틀라스 내부 회계망 해킹 및 동기화 완료했습니다. 지금부터 아틀라스 사장단 및 간부진의 현실 부외 자금 탈취 동기화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뭐라고?"

친위대장 제라드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 순간, 아틀라스 소속 유저들의 가상현실 헬멧 내부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붉은색 경고 메시지가 적색 레이저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위용- 위용- 위용-] [알림: 아틀라스 코퍼레이션 연동 현실 자산에 대한 사법적 가압류 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집행 대상: 사장단 비자금 계좌 및 간부진 특별 성과금 자산] [사유: 불법 회계 조작 및 시스템 독점 규제법 위반] [현재 가압류 진행률: 87%……]

"어, 어이! 내 현실 퇴직금 계좌가 왜 묶여?!" "야! 우리 집 전세자금 대출 연동된 아틀라스 주식 계좌가 동결되었다고 뜨는데?! 이거 실화냐?!" "게임 길드 퀘스트 하다가 현실 집구석이 날아가게 생겼잖아! 야, 이거 안 해! 나 로그아웃할래!"

"죄송하지만 로그아웃은 불가능합니다."

채지안이 안경을 지켜올리며 얼음장 같은 미소를 지었다.

"세법 제42조 체납 처분 유예 금지 조항에 의거, 자산 압류가 완료될 때까지 여러분의 계정 세션은 시스템에 강제 귀속됩니다. 쉽게 말해, 현실 돈 다 털릴 때까지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미친 세무 광인 년이!!!"

친위대는 이제 전투가 아니라 생존의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현실의 목줄을 쥔 채지안의 악랄한 세무 회계 공격에 아틀라스의 간부진들은 무기를 던져두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파멸이자, 처참한 사이다 무쌍이었다.

우르르릉!

그때, 거대한 진동과 함께 하늘이 기괴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한강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르던 아스텔리아의 하늘이 모자이크처럼 깨어지며, 백색의 기괴한 디지털 입자들이 공간을 파먹어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잉크가 번지듯 백색 입자가 사방으로 확산되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시스템 경고: 천도현의 가상화 리셋 프로토콜이 91%를 돌파했습니다.] [경고: 서버 전체 데이터 포맷까지 남은 시간 1시간 12분.]

하늘 전체가 하얗게 지워져 가는 광경은 종말의 전조 그 자체였다. 천도현이 결국 서버 리셋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치부가 담긴 시스템을 통째로 파괴하고, 새로운 가상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대표님, 시간이 없습니다! 리셋 프로토콜이 완료되면 우리의 계정도, 차원 거래소의 권능도 모두 무(無)로 돌아갑니다!"

채지안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알고 있습니다."

한강진은 서지수의 반지를 쥔 손에 힘을 주며 고대 아카이브 게이트의 거대한 문을 향해 걸어갔다. 주저앉아 우는 친위대원들을 쓰레기 보듯 지나쳐, 그는 마침내 신의 심장이라 불리는 '오레아 엔진'이 보관된 챔버의 입구에 도달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웅-!

아카이브 게이트의 철문이 스스로 열리며, 그 안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압도적인 중력 파동이 터져 나왔다. 강태윤의 전투력 2,500 버프마저도 단숨에 짓눌러 버릴 정도의 순수한 물리적 압박감이었다.

그리고 그 광막한 푸른 스파크의 중심부에서, 한 남자의 형상이 서서히 걸어 나왔다.

단정한 수트를 입고 있지만, 눈동자는 완전히 기계적인 푸른 안광으로 대체된 사내. 아스텔리아의 절대자이자 현실 아틀라스의 지배자, 천도현이었다.

"독점. 한강진."

천도현이 감정이 거세된 목소리로 한강진의 본명을 불렀다. 그가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그의 뒤편에 위치한 거대한 회전체 '오레아 엔진'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고주파의 소음을 내뿜었다.

"네놈이 전 서버 유저들의 수수료 트랜잭션을 모아 내 목을 조르려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의 영역을 침범한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위이이이잉-!

오레아 엔진이 방출한 보랏빛 물리 파동이 순식간에 한강진의 발밑을 덮쳤다.

그와 동시에 한강진의 시야에 붉은색 시스템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경고! 시스템 제어 코어 '오레아 엔진'의 물리적 주파수 간섭 발생!] [경고: 무장 거래 통로의 입출력 신호 라인이 강제로 폐쇄되었습니다.] [차원 거래소 권능 사용 불가 (Lock)] [강제 경매 권능 사용 불가 (Lock)]

"……!"

한강진의 눈썹이 마침내 꿈틀했다.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유일한 생존 줄이었던 '차원 거래소'의 신호 라인이, 천도현의 물리 파동에 의해 완전히 차단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까지다, 독점. 거래소가 없는 너는 그저 나약한 버그 캐릭터에 불과하지."

천도현이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챔버 천장에서 수천 개의 백색 레이저 포문이 일제히 한강진의 머리를 조준했다.

차원 거래소 무력화. 리셋 완료까지 단 1시간. 게임과 현실의 운명을 건 마지막 전장에서, 한강진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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