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전 서버 초기화 패치까지 남은 시간: 71시간 59분 59초]

하늘을 붉게 물들인 거대한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째깍거리며 심장을 죄어왔다. 전 서버의 완전 리셋. 천도현의 음성이 남긴 파문은 붕괴된 드래곤의 둥지 잔해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모든 자산과 클래스의 초기화라는 전대미문의 파멸 선언 앞에서도 한강진의 입꼬리는 기이하게 올라가 있었다.

"미친놈…… 저 새끼는 진짜 미친놈이야."

강태윤이 흙먼지 묻은 대검을 바닥에 꽂으며 이가 갈리는 소리를 냈다. 수없이 구르고 깨지며 겨우 아틀라스의 목덜미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에 판 자체를 엎어버리겠다는 운영자의 횡포. 일반적인 유저라면 절망하며 클라이언트를 종료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강진의 눈동자는 오히려 굶주린 맹수처럼 형형하게 빛났다.

"태윤 씨, 바둑판이 마음에 안 든다고 판을 뒤엎는 상대에게 가장 확실하게 엿을 먹이는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예? 이 판국에 무슨 바둑 타령입니까?"

"그 판이 깔려 있는 기원 자체를 통째로 인수해 버리는 겁니다. 건물주가 되어 판을 엎은 놈의 뺨을 때리고 쫓아내면 그만이지요."

한강진은 채지안이 건넨 장부 단말기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화면 위로 아틀라스 코퍼레이션의 주주 명부와 자산 보유 현황이 복잡한 그래프와 함께 떠올랐다.

"지안 씨, 전 세계 아스텔리아 공식 포럼과 연동된 차원 중계 채널을 여십시오. 채널 명은 '종말 대비 전원 생존 프로젝트'로 설정합니다."

"대표님, 지금 전 서버 유저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게시판을 폭파시키고 있습니다. 이 타이밍에 방송을 켜시면 화풀이 대상이 될 텐데요."

채지안이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무감각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은 이미 초고속으로 전산망을 해킹하듯 두드리고 있었다.

"화풀이라니요. 저는 그저 길 잃은 어린 양들에게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주려는 선량한 중개인일 뿐입니다. 물론, 약간의 수수료는 청구하겠지만요."

한강진의 비정한 신사 미소가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

[아스텔리아 공식 포럼 - 실시간 베스트] - 제목: [속보] 운영자 천도현 진짜 선 넘네ㅋㅋㅋ 서버 리셋 실화냐? - 내용: 아틀라스 새끼들 지들이 처발리니까 판 엎는 거 보소ㅋㅋㅋ 내 전설 셋 어쩔 건데? 현질한 거 다 날아가게 생김ㅋㅋㅋ 접는다 퉤! - 댓글(4,992개): ㄴ ㅇㅇ: 아틀라스 불매 운동 안 하고 뭐 하냐? ㄴ 갓겜망겜러: 솔직히 독점(한강진)이 아틀라스 참교육할 때만 해도 갓겜인 줄 알았는데 엔딩이 리셋이네ㅋㅋㅋ ㄴ 팩트폭격기: 야, 독점이 방송 켰다! 빨랑 가봐라! 타이틀 실화냐? '서버 소유권 강제 경매 입찰 공고'래ㅋㅋㅋㅋ

전 서버의 눈이 한강진의 차원 채널로 쏠렸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접속자 수는 순식간에 500만 명을 돌파했고, 채팅창은 분노와 절망이 섞인 욕설로 폭주했다.

화면 중앙에 선 한강진은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흐트러짐 없는 정장 차림으로 유저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뒤, 특유의 차분하고도 신뢰감 주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스텔리아의 귀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차원 거래상 '독점'입니다. 지금 하늘에 떠 있는 저 붉은 숫자를 보며 다들 은퇴 설계나 환불 소송을 고민하고 계실 줄로 압니다."

채팅창이 '환불해라 개발사 놈들아!', '독점 너도 끝났어!'라며 울부짖었다. 한강진은 그 반응을 즐기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러분, 천도현이라는 독재자가 서버를 지우겠다고 해서 우리가 순순히 우리의 피와 땀, 그리고 자산을 반납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저 타이머가 0이 되는 순간, 여러분의 인벤토리에 있는 장비는 데이터 쓰레기가 됩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그전에 이 서버의 '소유권' 자체를 강제 경매로 낙찰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저들의 채팅이 순간 멈칫했다. 서버의 소유권을 경매로 낙찰받는다고? 그게 시스템적으로 가능한 소리인가?

"차원 거래소의 권능은 단순한 아이템 거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과율이 허용하는 한, 시스템의 소유권조차 경매의 매물로 올릴 수 있지요. 단, 그에 걸맞은 막대한 '보증금'과 '수수료'가 필요합니다. 아틀라스가 독점하던 부와 여러분이 가진 모든 골드를 한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한강진은 공중에 거대한 시스템 계약서를 띄웠다.

[전 서버 자산 통합 크라우드 펀딩 계약서] +------------------------------------------------------------------+ | 본 계약은 아스텔리아 서버 소유권 강제 경매를 위한 공동 입찰 계약임. | | | | 1. 예치 조건: 참가자는 보유한 모든 골드의 99%를 수수료로 임시 예치함. | | 2. 반환 규정: 경매 성공 시, 예치된 수수료는 신규 서버 지분(주식) 및 | | 영구 면세 권한으로 100% 치환되어 영구 귀속됨. | | 3. 유찰 시 대가: 경매 실패 시 예치금은 소멸하며 역풍은 주최자가 부담함. | +------------------------------------------------------------------+

"미친, 수수료가 또 99%야?!" "독점 이 새끼는 종말 직전에도 수수료를 뜯네ㅋㅋㅋ 사탄도 대출받고 가겠다!"

채팅창이 뒤집어졌지만, 한강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십시오. 어차피 3일 뒤면 휴지조각이 될 골드입니다. 그걸 쥐고 폭사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저에게 투자해 아스텔리아의 진짜 주인이 되시겠습니까? 선택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배신과 독점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오직 '돈'과 '계약'으로만 움직이는 한강진의 철저함은 역설적으로 그 어떤 감성적인 호소보다 더 강한 신뢰를 주었다. 적어도 이 비정한 상인은 계약을 어기지는 않으니까.

"지안 씨, 전산망 개방하세요."

"계약 알고리즘 가동합니다. 전 서버 유저 자산 유입 감지 중……."

채지안이 단말기를 두드리자마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포기하고 방관하던 중소 길드장들, 개인 유저들이 앞다투어 계약서에 디지털 서명을 박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날릴 돈이라면, 아틀라스의 뺨을 후려치는 데 쓰겠다는 심산이었다.

[경고: 대규모 대량 트랜잭션 발생!] [차원 거래소에 유입되는 누적 세수 재화가 임계치를 돌파합니다!]

엄청난 수치가 화면을 메웠다.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강태윤은 침을 꿀꺽 삼켰고, 채지안의 눈동자는 광적인 계산으로 번뜩였다.

"대표님, 전 서버 유저의 80% 이상이 동참했습니다. 누적된 자금의 규모가…… 아틀라스가 보유한 총자산의 세 배를 가볍게 상회합니다."

"훌륭하군요."

한강진은 밀려드는 골드의 파도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대표님…… 그런데 정말로 이걸로 아틀라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건가요?"

채지안이 문득 손가락을 멈추고 한강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기계적인 눈빛 뒤에 숨겨진 깊은 원한을 한강진은 알고 있었다. 아틀라스의 회계 조작으로 인해 파멸했던 그녀의 과거, 그리고 한강진 자신의 가문을 공중분해 시켰던 아틀라스의 더러운 음모까지.

한강진은 채지안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그의 손길은 온기 대신 강철 같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안 씨. 이 수수료는 단순한 게임 머니가 아닙니다. 우리 가문의 파멸을 방관하고, 당신의 인생을 짓밟았던 아틀라스의 심장에 꽂을 마지막 비수입니다. 저는 단 1골드의 오차도 없이, 저들의 숨통을 끊어놓을 겁니다."

비정하기 짝이 없는 속물주의자의 진심 어린 선언. 채지안은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부는 완벽합니다. 이제 남은 건…… 잠겨 있는 돈을 푸는 것뿐이군요."

***

그렇다.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차원 거래소의 악랄한 규칙에 따라, 수취한 수수료의 90%는 '세금'으로 묶여 즉시 사용할 수 없다. 이 막대한 군중 자금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인스턴스 전장을 돌파해야만 했다.

[시스템 메시지: 누적 세수 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최종 단계 세수 독촉 인스턴스 'Level 10: 황금의 연옥'이 강제로 개방됩니다!] [주의: 본 전장은 1인 전용 공간이며, 실패 시 누적 세수의 100%가 소멸하고 플레이어의 영구 스탯이 99% 차감됩니다.]

"Level 10이라니, 이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잖아!"

강태윤이 경악하며 만류하려 했다. 천도현이 시스템 권한으로 난이도를 조작한 것이 분명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빛 소용돌이가 한강진의 몸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대표님,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저 세무 집행관들의 공격력은 전설급 보스 레이드 수준이에요!"

채지안이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한강진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태연하게 넥타이를 고쳐 맸다.

"지안 씨, 잊으셨습니까? 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세무 광인이 동료로 있다는 것을."

"……아."

채지안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는 품 안에서 오래전, 2화에서 획득한 이후 철저히 함구하고 연구해 왔던 낡은 양가죽 문서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고대 제국의 세법이 기록된 '봉인된 세금 감면 증서'였다.

그녀는 단말기를 미친 듯이 두드리며 증서의 고대 룬 문자를 현대식 세무 코드로 해독해 나갔다.

"차원 세무법 제4조 1항, 비과세 대상 자산의 일시적 예치 및 공익 목적의 거래에 대한 면세 칙령을 적용합니다. 시스템 엔진 '오레아'의 과세 알고리즘 우회 개시!"

[복선 회수: 채지안이 '봉인된 세금 감면 증서'의 해독을 완료했습니다!] [효과 적용: '황금의 연옥' 세무 집행관들의 과세 권능이 99% 무력화됩니다!]

스르릉!

황금빛 소용돌이 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세무 집행관들의 몸집이 순식간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바닥을 치며, 흉포한 괴물들이 졸지에 길거리의 하급 몬스터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역시 세무사의 칼날은 검사의 대검보다 날카롭군요."

한강진은 여유롭게 걸어가 약화된 집행관들을 가볍게 베어 넘겼다. 단 5분 만에, 불가해해 보였던 Level 10의 인스턴스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다.

[알림: '황금의 연옥' 돌파 완료!] [동결 자산 12,500,000,000,000 골드가 완전히 해제되었습니다!] [차원 거래소의 즉시 인출 자금이 한계를 초과하여 갱신됩니다.]

지안의 완벽한 세무 회계 덕분에, 전 서버를 뒤흔들 무제한의 재정력이 마침내 한강진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

그들이 인스턴스를 깨고 나오자마자,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우우웅―!

서버의 중심부인 '그랜드 아카이브'의 평원 한가운데서,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고대 유적의 문이 솟아올랐다. 세계의 종말(리셋)을 막고, 천도현의 핵심 시스템 제어 엔진인 '오레아 엔진'으로 직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고대 아카이브 게이트 포인터'가 마침내 그 웅장한 위용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저기만 뚫으면 끝이군."

강태윤이 침을 뱉으며 대검을 고쳐 잡았다. 하지만 게이트 앞으로 향하는 길목은 이미 붉은색 아틀라스의 제복을 입은 길드원들로 꽉 막혀 있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아틀라스 본가 정예 기동대.

그리고 그 선두에는, 한강진을 배신하고 아틀라스의 꼭두각시가 된 서지수가 서 있었다.

"더러운 버그 유저 새끼들, 여기까지 잘도 기어왔네."

서지수의 눈은 이미 광기로 흐려져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보랏빛 광채를 뿜어내는 반지, '영겁의 밤 반지'가 어둠을 집어삼킬 듯이 빛나고 있었다. 착용자의 마력을 무한대로 증폭시켜 주지만, 그 이면에는 극도의 마력 누수가 발생하는 전설급 귀속 아이템.

"독점,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천도현 사장님이 이 서버를 지우는 걸 막을 순 없어. 이 반지의 힘으로 내 손으로 널 찢어 죽여주지!"

서지수가 반지를 치켜들자, 하늘에서 암흑의 메테오가 소환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위압감에 강태윤이 뒤로 주춤했다.

"대표님, 저 반지의 마력 파동이 심상치 않습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지안 씨."

한강진은 차갑게 웃으며 서지수의 반지를 응시했다.

"지수 씨, 당신은 여전히 무식하군요. 아무리 명품 반지를 끼고 있으면 뭐 합니까? 그 반지의 마력 회로가 과부하로 인해 썩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뭐, 뭐라고?!"

"당신의 그 '영겁의 밤 반지'는 착용자가 강력한 마법을 캐스팅할 때마다 미세한 마력 누수 루프가 발생합니다. 내가 이미 지난 전투에서 그 취약점의 좌표를 따두었지요."

[복선 회수: 서지수의 영혼 귀속 아이템 '영겁의 밤 반지'의 약점을 공략합니다!] [기믹 윈도우(Gimmick Window) 개방! 서지수의 캐스팅 대기 시간 3초간 강제 경매가 활성화됩니다!]

"자, 경매를 시작해 볼까요? 매물은 서지수 씨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입니다. 시작가는…… 감히 내 가문을 배신한 대가, 1골드입니다."

"이,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 멈춰! 내 반지가 왜 빼 빠져나가는 거야?!"

서지수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차원 거래소의 강제 권능이 발동하며 반지가 그녀의 손가락에서 뜯겨 나가 공중에 둥둥 떴다.

"낙찰자는 저 자신입니다. 낙찰가 1골드. 수수료는 당연히 제가 99%를 가져가니, 지수 씨에게는 0.01골드가 입금되겠군요."

[경매 완료! '영겁의 밤 반지'가 플레이어 '독점'에게 소유권 이전되었습니다!] [경고: 마력 누수 루프의 역류가 서지수에게 집중됩니다!]

"아아아악!"

반지가 사라지자, 허공에서 갈 길을 잃은 거대한 암흑 마력이 서지수의 몸속으로 사정없이 역류했다. 소시오패스 기회주의자의 최후는 비참했다. 그녀는 자신의 마력에 휩쓸려 비명 횡사하며 빛의 파편이 되어 스러졌다. 그녀가 믿었던 아틀라스의 권력도, 사기 장비도 한강진의 철저한 계산 앞에서는 한낱 장난감에 불과했다.

"자, 걸림돌은 치웠으니 이제 본진을 털러 가볼까요."

한강진은 서지수가 남긴 반지를 가볍게 주머니에 쑤셔 넣고 고대 아카이브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진짜 절망은 게이트 바로 앞에 도사리고 있었다.

고대 아카이브 게이트의 거대한 석문 앞, 그곳에는 아틀라스의 정예 중의 정예, 사장단 직속 친위대가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들의 몸 위로 기이한 반투명 막이 씌워져 있었고, 머리 위에는 시스템이 부여한 기괴한 버프 아이콘이 떠올랐다.

[운영자 천도현의 가호: 절대 수호] - 효과 1: 받는 모든 피해 99% 감소 - 효과 2: 모든 능력치 500% 증가 및 상태 이상 면역 - 효과 3: 시스템 제어 코어 접근 차단 권한 부여

"하하하! 독점! 네놈이 아무리 날뛰어봐야 신의 가호를 받은 우리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친위대장의 광소와 함께, 그들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평원을 짓눌렀다. 천도현이 자신의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직접 시스템을 해킹해 부여한 규격 외의 치트 버프였다.

강태윤이 식은땀을 흘리며 대검을 쥐었고, 채지안 역시 장부 단말기의 수치들을 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대표님…… 저건 시스템의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수치입니다. 정공법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어요."

절체절명의 위기. 째깍거리는 붉은 타이머는 이제 70시간도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강진의 시선은 친위대가 아닌, 그들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스템 제어 코어 '오레아 엔진'의 푸른 스파크에 가 있었다. 그의 뇌리에 지난 분석 데이터가 스쳐 지나갔다.

'천도현의 시스템 제어 코어, 오레아 엔진은 단일 대규모 트랜잭션 수수료 폭증 시 발생시키는 3초의 작동 지연 현상이 존재한다.'

우리가 쥔 무제한의 재정력, 그리고 전 서버 유저들의 수수료 계약.

"지안 씨, 태윤 씨."

한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저들이 신의 가호를 입었다면, 우리는 그 신의 대가리를 깨버리면 됩니다. 준비하십시오. 아스텔리아 역사상 가장 거대한 '랙(Lag)'을 선물해 줄 테니까요."

그의 선언과 함께, 한강진의 손끝에서 황금빛 거래소 계약서 수백만 장이 대지 위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과연 3초의 틈새 속에서 신의 권능을 찬탈할 수 있을 것인가. 아스텔리아의 운명을 건 마지막 거래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