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를 가득 메웠던 열강의 함대는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몰했고, 압록강을 넘어오려던 지상 동맹군의 보급선은 당신이 구축한 자율 구동 식 무인 전차들의 정밀한 야간 종심 타격으로 완벽히 차단되었습니다. 화력수화기의 압도적인 연사 속도와 사거리는 개인의 무용이 아닌, 철저히 표준화된 규격부품의 대량생산과 병참선의 과학적 통제로 얻어낸 필연적 승리였습니다. 얼어붙은 한반도의 동계 기후마저 계산에 넣은 당신의 디젤-스팀 하이브리드 군용 궤도차들은 혹한 속에서 윤활유가 얼어붙어 무력화된 적들의 야포들을 유유히 파괴하며 전쟁의 패러다임을 영원히 바꾸어 버렸습니다.
전쟁이 종식된 후, 한림원과 군기시를 통합하여 탄생한 총리부의 수장으로서 당신이 마주한 것은 승전의 영광 이면에 도사린 거대한 경제적 경제 격변이었습니다. 무기 제조 공업에 과도하게 집중된 자원 배분으로 인해 농촌의 노동력이 급격히 유출되었고, 한때 면포와 쌀의 유통망이 붕괴하여 급격한 통화 인플레이션이 도래하는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즉각 국유화된 광산에서 채굴한 무연탄을 기반으로 비료 공장을 건설하고, 고압 질소 고정법을 통해 질소비료를 대량 보급함으로써 토지 생산성을 기존의 세 배로 끌어올렸습니다. 농업의 기계화와 곡물 유통의 국가 독점 체제는 사대부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으나, 당신은 철도망을 통해 유입되는 값싼 만주산 잡곡으로 도시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안정시키며 구질서를 완벽히 해체해 나갔습니다.
오늘, 경복궁 근정전의 어전 회의실에는 서구 열강들의 전권 대사들이 파견한 외교 문서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영국의 런던과 프랑스의 파리, 그리고 신대륙의 워싱턴에서 보내온 국서들의 내용은 단 하나로 귀결됩니다. 조선이 독점한 초임계 열화학 기술과 자율 기동 제어 회로의 특허를 공유해 주는 조건으로, 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배상금 채권을 탕감하고 조선을 세계 유일의 '문명 개격국(文明 開格國)'으로 공인하겠다는 항복 문서에 준하는 조약들입니다.
조선의 군주가 당신을 향해 무거운 어필(御筆)이 눌린 칙령을 내립니다. 그것은 당신을 조선 역사상 최초의 '수석 대제학 겸 내각총리대신'으로 명하는 교지이자, 백성들을 무지와 빈곤에서 구하고 제국으로 나아가는 과학 조선의 헌장입니다.
"경이 세운 기계의 궤도가 이 나라의 천하를 넓혔고, 경이 밝힌 전류의 빛이 억조창생의 앞길을 비추었소. 이제 짐은 이 나라의 조정을 온전히 경의 이성에 맡기고자 하니, 만방의 열강들이 우리를 우러러보게 하라."
당신은 총리 전용 집무실의 창공 너머로 펼쳐진 한성부의 전경을 내려다봅니다. 굴뚝마다 뿜어져 나오는 전력을 동력 삼아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차들, 전선 위로 흐르는 통신 부호들이 제국의 심장소리처럼 고동치고 있습니다. 마침내 당신의 설계도를 통해 탄생한 과학 제국 대조선은 역사의 거친 조류를 넘어, 온 천하를 지배하는 영원한 번영의 길로 당차게 나아가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