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해동된 구양진기를 갈무리하는 위백 뒤로, 청백색 검기를 휘감은 검푸른 도포의 무인, 청운검파의 비극적인 천재 소천우가 칼날을 겨누며 마차 앞을 가로막아선다.

밤이슬을 머금은 풀잎들이 청백색 검기에 쓸려 힘없이 꺾여 나갔다. 검붉은 대지 위에 드리운 달빛마저 그의 푸르스름한 기운에 빛을 잃은 듯, 사위는 오직 서늘한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소천우의 손에 들린 백검(白劍)은 한 치의 흔들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청청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으나, 정작 검을 쥔 그의 손끝은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위백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단전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극양의 진기가 전신의 기맥을 타고 흐르며, 방금 전 격전의 피로를 씻어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걸린 조소는 가차 없고 비정했다.

"청운검파의 대제자가 이 깊은 밤, 비열한 습격자의 무리와 다를 바 없는 몰골로 길을 막아서다니. 참으로 강호의 도(道)가 땅에 떨어졌음을 실감하는구나."

소천우는 대답 대신 이를 악물었다. 그의 잘생긴 미간이 고통으로 좁혀졌고, 가슴팍에서 역류하는 검푸른 기운이 도포 자락 위로 어렴풋이 피어올랐다. 무림맹 장로들이 강요한 부정한 계약, 그 사슬이 그의 영맥을 옥죄며 심장을 짓누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위백은 그 모습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의 파동을 고스란히 느꼈다. 기경인과의 구양신공이 가진 기이한 인연 때문일까, 타인의 한 맺힌 고통과 심마의 편린이 위백의 뇌리를 강타하며 가느다란 통증을 유발했다.

"닥쳐라……! 사악한 무공으로 가문의 가솔들을 참살하고, 낙양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를 처단하는 것은 무림맹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의무일 뿐이다!"

소천우의 목소리는 청아했으나, 그 끝에는 숨길 수 없는 비장함과 수치심이 묻어났다. 발밑에 떨어진, 붉은 피로 쓰인 무림맹의 비밀 지령서가 밤바람에 펄럭였다. 가문의 파멸을 막기 위해 원치 않는 살행을 행해야만 하는 천재의 고뇌가 그 검끝에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위백은 바닥의 지령서를 힐끗 내려다보고는, 기가 막힌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폭소했다.

"하하하! 의무라 하였느냐? 저 더러운 핏빛 종이쪽지에 영혼을 저당 잡힌 채, 맹의 개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 네놈이 말하는 정파의 대의란 말이냐! 가문을 구하겠다는 명분 아래 스스로 위선의 구렁텅이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로구나!"

"네놈이…… 나의 고뇌를, 청운검파가 짊어진 이 불합리한 무게를 어찌 안단 말이냐!"

소천우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일생 동안 고결한 무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그의 신념이, 위백의 날카로운 폭로 앞에 한낱 가식으로 격하되는 순간이었다. 극에 달한 수치심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고, 이내 청련검결(靑蓮劍訣)의 진기가 사방으로 폭발하듯 뻗어 나갔다.

소천우가 검을 거꾸로 쥐며 기세를 끌어올리자, 어두운 밤안개 속에서 푸른 연꽃 형상의 검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대기를 얼려버릴 듯한 극한의 서리가 사방을 뒤덮었고, 검끝이 향하는 곳마다 지면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명문가의 천재가 펼치는 일격은 참으로 정교하고도 위엄이 넘쳤다.

그러나 위백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빛은 맹렬한 불꽃처럼 타올랐다.

"어설픈 동정이나 비장함 따위,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네놈의 그 깨끗한 척하는 검으로 나를 뚫을 수 있을 것 같더냐!"

위백이 발을 내딛자, 그의 발자국마다 붉은 대지가 쩍쩍 갈라지며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구양신공의 극양진기가 전신에서 용솟음쳤다. 소천우의 청련검기가 서리를 몰고 오자, 위백은 단전에 잠들어 있던 무한한 태양의 힘을 남김없이 해방했다.

쿠구구구—!

비장한 침묵을 깨고 대지가 진동했다. 위백의 주위로 붉은 화염의 장막이 솟구치며 소천우가 만들어낸 서리를 순식간에 증발시켰다.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찰나, 소천우의 백검이 번개처럼 위백의 목덜미를 겨누어 날아들었다.

팅—!

날카로운 쇠소리가 밤하늘을 찢었다. 소천우의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백검의 궤적을, 위백은 오직 타오르는 양강의 진기를 실은 장법으로 정면에서 맞받아쳤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격돌이었다.

"무엇이……!"

소천우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 펼친 청련검결의 초식이, 위백의 손바닥에 부딪쳐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도리어 밀려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백은 기세를 숨기지 않고 완전하게 개방하여, 소천우의 검면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강렬한 열기가 검신을 타고 소천우의 손목으로 흘러들어 가 그의 도포 소매를 태워 올렸다.

"크윽!"

소천우는 뒤로 세 걸음 물러서며 붉은 피를 한 모금 내뿜었다. 정양의 기세가 그의 내장까지 뒤흔든 결과였다. 위백의 무공은 이미 가문에서 버림받았던 낙고(落孤)의 수준이 아니었다.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태양 그 자체였다.

하지만 통쾌한 반격의 기쁨도 잠시, 위백의 가슴속에서 격렬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듯이 고동치며, 갈비뼈 안쪽에서부터 지독한 열기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변해 번져나갔다. 위백은 신음을 삼키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마차 안에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소철의 누이, 소민이 타고 있었다. 소철과의 인과 계약은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것까지가 조건이었다. 그러나 위백이 소천우와의 대치에 한눈을 팔며 사태를 관망하고 시간을 지체하자, 구양신공의 가혹한 규칙이 발동한 것이었다.

"으윽……!"

도포 아래, 위백의 쇄골과 가슴 골격을 따라 검은 양염(陽炎) 모양의 기괴한 문양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피부를 뚫고 나오는 듯한 검은 선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그의 심장을 향해 뻗어 나갔다. 약속된 시한을 지키지 못할 때 육신을 태워버리는 극양지독(極陽之毒)의 경고였다.

심장이 펄펄 끓는 용암에 담긴 듯한 극통이 뇌리를 찢었다.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비명과 원한이 고통의 매개체가 되어 그의 정신을 흔들었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을 터였다.

그러나 위백은 오히려 입꼬리를 기괴하게 끌어올리며 웃었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지만, 그의 아집은 꺾이지 않았다.

"하하…… 이까짓 독성 따위가 나의 복수를 가로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이 가혹한 쇠사슬마저도 내 복수의 불꽃을 피우는 땔감으로 삼아주마!"

자멸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매서운 기세가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검은 문양이 요동칠수록 위백의 눈빛은 더욱 차갑고 잔혹하게 가라앉았다.

바로 그때, 밤공기를 가르고 음산하고 끈적한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아하하핫! 참으로 눈물겨운 정경이로군요. 명문정파의 고결한 도련님은 제 목숨줄이 날아가는 줄도 모르고 칼춤을 추고 있고, 버림받은 낙양의 공자는 스스로 몸을 태우며 즐거워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스스스스—

사방의 어둠 속에서 검은 안개 같은 흑살(黑煞)의 기운이 흐느적거리며 장막을 형성했다. 대기 중에 감도는 살기가 순식간에 탁하고 음산하게 변했다. 나뭇가지 위에 스치듯 내려앉은 그림자 하나가 달빛을 가렸다.

검은 사문(邪紋)이 수놓아진 붉은 비단 도포를 걸친 여인, 사파 흑월맹의 조여경이었다. 그녀는 발밑에 뒹구는, 방금 전 자신들이 소리 없이 처단한 무림맹 추적대원의 시체를 아무렇지 않게 가죽 구두 굽으로 짓밟아 뭉개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흑발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눈동자는 광기와 잔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여경……! 사파의 마녀가 어찌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냐!"

소천우가 검을 비껴 세우며 경계의 빛을 뚜렷이 했다. 이미 위백과의 합으로 진각이 흐트러진 그에게 사파 최고의 후기지수인 조여경의 등장은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조여경은 소천우의 경계 어린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며, 스루룩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흐느적거렸으나, 그 안에는 예측할 수 없는 살초가 숨겨져 있었다.

"어머, 청운검파의 소 소협 아니신가요? 맹의 장로들에게 개처럼 부려지며 가문의 비리를 덮으려 애쓰는 꼴이 참으로 딱하기도 해라. 그런 썩어빠진 명분 때문에 목숨을 버리기엔 그 고운 얼굴이 아깝지 않나요?"

그녀의 독설은 정확하게 소천우의 역린을 찔렀다. 소천우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고, 그의 검끝이 다시금 흔들렸다. 조여경은 심리전을 펼치며 그의 무공적 기틀을 허물고 있었다.

조여경은 소천우를 비웃은 뒤, 천천히 위백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의 시선이 위백의 가슴팍에 어른거리는 검은 양염 무늬에 머물렀다. 그녀의 입꼬리가 호기심과 흥분으로 비틀려 올라갔다.

"그리고 우리 위 공자님…… 자신을 불사르며 세상의 위선을 부수려는 그 가식 없는 모습, 정말 볼 때마다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니까요?"

그녀는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위백의 등 뒤로 다가왔다. 차가운 얼음 같은 손길이 위백의 넓은 어깨를 스치며 밀착했다. 그녀의 품에서 풍기는 달콤하면서도 피비린내 나는 향취가 위백의 코끝을 찔렀다.

조여경의 손가락 끝이 위백의 가슴팍에 닿으려 하자, 위백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붙였다. 조여경은 개의치 않고 웃으며,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나지막이 소곤거렸다.

"저기 좀 보셔요. 저 청고한 척하는 청련의 검사 역시, 결국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위선자일 뿐이잖아요? 공자님의 그 뜨거운 불꽃으로 저 자의 심장을 단숨에 꿰뚫어 버리는 건 어떨까요? 수렁에 처박혀 울부짖는 저 얼굴을 보면, 공자님의 가슴속 독성도 말끔히 사라질지 모른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한 마법처럼 귓가를 맴돌며 위백의 파멸적 아집을 자극했다.

소천우는 한 줄기 선혈을 입가로 흘러내리면서도, 조여경의 도발과 위백의 살기 어린 시선 속에서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투지를 불태우며 백검을 다시금 굳게 쥐었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맑고 푸른 의기가 서려 있었다.

세 사람을 둘러싼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찢어질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위백의 손끝에서 다시 한번 붉은 구양의 진기가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위백의 입술이 사납게 비틀려 올라갔다. 조여경의 달콤한 속삭임은 귀신마저 홀릴 만큼 치명적이었으나, 그의 가슴속에 깊이 박힌 불신과 냉소는 그 어떤 마공(魔功)보다도 단단하고 차가웠다.

"마녀의 혀놀림이 제법 감미롭구나."

위백이 나직하게 읊조리며 급작스레 전신의 진기를 역류시켰다. 그의 어깨에서 뿜어져 나온 정양(正陽)의 극열한 기운이 한 줄기 무형의 장벽이 되어 등 뒤의 조여경을 세차게 밀쳐냈다. 화르륵, 하는 불꽃 소리와 함께 조여경의 붉은 도포 자락이 그슬리며 들끓는 열기에 뒤로 밀려났다.

"아라라, 무정하기도 하셔라. 누이는 그저 공자님을 돕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에요."

조여경은 공중에서 세 바퀴를 가볍게 회전하며 한 마리 흑접(黑蝶)처럼 사뿐히 착지했다. 그녀의 입가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나, 눈동자 깊은 곳에는 위백의 거절이 자아낸 기묘한 흥분과 살기가 넘실거렸다.

위백은 타들어 가는 가슴을 움켜쥔 채, 백검을 쥔 소천우와 대치했다.

"착각하지 마라, 흑월맹의 마녀여. 내가 저 위선자의 목을 벤다면, 그것은 오직 내 손으로 집행할 인과의 법도에 따른 것일 뿐. 네년의 유희를 위한 광대극이 되기 위함이 아니다!"

그의 호통은 대지를 흔드는 천둥과 같았다. 비록 가슴팍의 검은 선들이 가늘게 떨리며 심장을 조여왔으나, 그의 두 눈에 담긴 안광은 오히려 더욱 서슬 퍼렇게 빛났다.

그때였다. 숲을 뒤흔들던 음산한 피리 소리가 일순간 멎었고, 사방의 어둠 속에서 스산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스스스스—!

수십 개의 그림자가 낙엽을 밟는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소리 없이 삼 자의 포위망을 좁혀왔다. 그들의 도포 가슴팍에는 낙양 위가의 가문 문양과 무림맹의 표식이 교묘하게 얽힌 은색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무림맹의 중추이자 위헌의 수하들인 '묵영대(默影隊)'의 살수들이었다.

그들 중 가장 기세가 웅혼한 중년 무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손에는 음침한 청강검이 들려 있었다.

"청운검파의 소 소협. 맹의 지령을 받고도 이리 지체하다니, 문파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군."

소천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맹의 호법…… 장 수석! 어찌 귀하께서 직접 이곳에……."

"네놈의 우유부단함이 화를 키웠다. 본맹은 더 이상 청운검파의 쓸모없는 의리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장 수석이라 불린 중년 무인은 소천우를 벌레 보듯 내려다보며, 이내 검끝을 위백과 조여경에게 겨누었다.

"위헌 가주님의 명이다. 살아 돌아온 가문의 망령과 사파의 마녀, 그리고 맹의 명령을 온전히 완수하지 못한 자격 미달의 검사까지. 이 자리에서 모두 청산하겠다."

"무엇이라……!"

소천우의 가슴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문파를 지키기 위해 무림맹의 온갖 더러운 청탁과 독이 든 계약을 짊어지며 영혼을 팔았건만, 그 대가가 결국 철저한 버림과 멸문(滅門)의 예고라니. 청운빛 검기를 두르고 있던 그의 백검이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바닥을 향해 꺾였다.

위백은 피를 토하듯 절망하는 소천우의 모습을 보며 기괴한 조소를 흘렸다.

"하하하! 꼴이 참으로 처량하구나, 소천우! 네놈이 그토록 수호하려 했던 정파의 대의가, 결국 네 목을 겨누는 비수가 되어 돌아왔으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네놈이 맹신하던 천도의 실체란 말인가!"

위백의 조소는 비정했으나, 그의 심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두근! 두근!

멀리서 들려오던 불완전한 극음 음공의 잔재가 그의 몸속에 남아 있던 위덕의 진기와 공명하며, 단전 속 구양진기를 미친 듯이 자극했다. 설상가상으로 소민의 구출을 지체한 대가인 극양지독이 심장 고동을 타고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검은 양염의 무늬가 그의 목덜미를 타고 턱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으윽……!"

피부 밑의 혈관들이 붉게 타오르다 못해 검게 변해가는 순간적인 고통에 위백의 무릎이 꺾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억지로 다리에 힘을 주며 버텼다. 자멸의 아집이 고통을 분노로, 분노를 천지를 뒤흔들 극양의 불꽃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모두 죽여라!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장 수석의 냉혹한 명령과 함께, 수십 명의 묵영대 살수들이 일제히 신형을 날렸다. 청강검들의 검풍이 사방을 메우며 위백과 소천우, 조여경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 절체절명의 수렁 속에서, 위백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가슴속 독성이 영혼을 태우는 고통 속에서도, 그의 손바닥에는 세상을 통째로 구워버릴 듯한 정양의 기세가 무섭게 응축되기 시작했다.

과연 위백은 이 가혹한 인과의 독성을 억누르고 위선자들의 검을 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절망의 심연에 빠진 소천우의 백검은 누구를 향해 움직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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