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백…… 소천우…… 너희가 여기서 발버둥 쳐봐야 이미 늦었다……! 가주님께서는…… 이미 청운검파의 본영을 사파의 앞잡이로 규정하고…… 방계들의 불멸 음공 가마솥에 제물로 처넣으셨다……! 지금쯤 너희 문파의 부녀자들과 아이들은 가마솥의 음독에 녹아내려 가문의 영맥을 완성하는 거름이 되고 있을 것이다……! 크하하하핫-!"
으스러진 해골 사이, 핏빛 구체에서 흘러나오는 위헌의 주술적 음성은 낙양의 세찬 폭우를 뚫고 잔인하게 메아리쳤다. 단전 깊은 곳에 심어져 있던 음공(陰功)의 잔재가 육신의 소멸과 함께 마지막 독기를 토해내는 형국이었다.
그 기절초풍할 자백이 귀를 찢는 순간, 소천우의 안색은 핏기를 잃고 백지장처럼 변해갔다. 그가 쥐고 있던 청련의 검끝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며 대지 위에 떨리는 궤적을 그렸다. 명문 정파의 기품을 대변하던 그의 눈동자는 깊은 절망과 광포한 분노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 이 무슨 가혹한 음모란 말인가……! 우리 청운검파가 가문을 위해 흘린 피가 얼마인데…… 정녕 무림맹과 위가는 우리를 한갓 제물로밖에 여기지 않았단 말인가!"
소천우의 입술이 찢어지며 붉은 선혈이 빗물과 함께 흘러내렸다.
위백은 그 모습을 비스듬히 바라보며 기괴한 조소를 흘렸다. 가슴팍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양염(陽焰) 무늬가 셔츠를 뚫고 나와 그의 살결을 사정없이 태우고 있었다. 망향곡에서 맺은 인과의 고리가, 약속된 시한 내에 적들의 심장을 꿰뚫지 못했다며 심장을 끓여 올리는 극양지독(極陽之毒)의 페널티였다. 숨이 가빠오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 속에서도 위백의 냉소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제야 눈을 뜨는가, 소천우. 너희가 숭상하던 그 고결한 대의의 실체가 결국 이토록 비열한 아귀도에 불과했음을 정녕 몰랐단 말이냐?"
"위백…… 너는 이 순간에도 비웃음이 나오는가!"
"비웃지 않고 어찌 견디겠느냐. 제 가솔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줄도 모르고 맹주의 사냥개 노릇을 자처하던 네 꼬락서니가 기가 막혀서 말이다."
위백이 가슴을 움켜쥐며 비틀거릴 때, 빗속의 어둠이 기이하게 일렁였다.
어두운 처마 밑, 굳게 닫힌 가문의 그림자 속에서 붉은 장포를 걸친 한 여인이 유유히 걸어 나왔다. 조여경이었다. 그녀는 발밑에 나뒹구는 위사량의 으스러진 머리통을 가차 없이 구두 굽으로 짓밟아 뭉개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으나 그녀의 고운 얼굴에는 오직 흥미진진한 독점욕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어머나, 낙양의 밤하늘이 이토록 붉게 물들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위백, 당신의 그 사나운 불꽃은 언제 보아도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군요."
조여경의 눈동자가 위백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진기를 탐욕스럽게 훑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위백의 곁으로 다가왔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그녀의 주변에는 기이한 어둠의 장막이 쳐져 있어 빗방울 하나 닿지 않았다.
"사파의 마녀가 이곳에는 무슨 일이지?"
소천우가 검을 비껴 세우며 경계했으나, 조여경은 그를 아예 존재하지 않는 먼지처럼 취급하며 오직 위백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위백의 젖은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정파의 위선자들이 엮어낸 추악한 연극에 장단 맞춰 놀아나는 꼴이 가련해서 왔지요. 위백, 당신이 저 가식적인 늙은이 위헌의 목을 치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거든요. 그 늙은이가 숨겨둔 음공의 온상, 그곳이 어디인지 가르쳐 드릴까요?"
조여경이 품속에서 낡고 축축한 가죽 지도를 꺼내 위백의 손에 쥐여주었다. 지도에는 낙양 위씨 가문의 안개 덮인 지하 밀실과, 그들이 극비리에 구축한 지하 제단의 위치가 선명하게 붉은 먹으로 그려져 있었다.
"낙양 가문의 심장부 뒤편, 백골의 안개가 걷히지 않는 지하 궁전이 있지요. 그곳에 당신이 찾는 모든 원한의 종착지가 있답니다. 부디 곱게 죽지 말고, 그 늙은이의 목을 잔인하게 뜯어발겨 주세요."
그녀는 위백의 귀밑머리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 가느다란 숨결을 불어넣었다. 은밀하면서도 치명적인 격려의 속삭임이었다. 위백은 그녀의 비뚤어진 집착을 거부하지 않았다. 가문의 추악한 비밀을 파헤치고 위헌을 멸하기 위해서라면, 사파의 힘조차 기꺼이 인과의 제물로 삼을 뿐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전율적인 연합의 기류가 빗줄기 속에서 기이한 신뢰의 형태로 고착화되었다.
그러나 위백의 상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으윽……!"
위백의 가슴가죽에 새겨진 검은 양염 무늬가 요동치며, 심장 박동에 맞춰 붉은 열기를 뿜어냈다. 약속된 시한 내에 원한을 갚지 못해 발현된 구양지독의 폭주였다. 온몸의 수분이 증발하듯 가죽이 바짝 마르고, 기경팔맥이 용암이 흐르는 것처럼 타올랐다. 단전 속에서 겁에 질린 소철의 영혼이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숨어드는 환청이 뇌리를 찢었다.
"이대로 가다간 낙양 위가의 대문을 밟기도 전에 네 몸뚱이가 한 줌의 재로 화할 것이다."
소천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경고했다. 위백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주변의 빗물을 닿기도 전에 기화시켜 자욱한 수증기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백은 기괴하게 웃으며 손목을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지난날 조여경이 장난처럼 넘겨주었던 흑월맹의 비보, '한옥 마정고리(寒玉 魔晶環)'가 채워져 있었다. 극음(極陰)의 한기를 품은 이 마정고리는 본래 타인의 열기를 흡수하여 제어하는 특성을 지닌 기물이었다.
"자멸조차 마다하지 않는 파멸의 힘이라…… 그렇다면 이 독기 또한 나의 검이 되리라."
위백은 주저 없이 오른손 손가락으로 가슴팍의 검은 무늬를 찔렀다. 그리고 왼손목에 차고 있던 한옥 마정고리를 억지로 뜯어내어, 자신의 살점을 찢고 심장 바로 옆의 기맥에 직접 박아 넣었다.
푸화학-!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오는 동시에, 마정고리가 품고 있던 극음의 한빙지기가 위백의 심장맥으로 무자비하게 침투했다.
"미친 짓을……!"
소천우가 경악하여 외쳤다. 양강의 극치인 구양진기가 흐르는 기맥에 극음의 마도를 직접 이식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음공과 양공이 기형적으로 충돌하는 폭풍이 위백의 전신을 휩쓸었다. 그의 골격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고, 뇌리가 찢기는 영적 충격이 가해졌다.
그러나 위백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입술을 깨물어 피를 흘리며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기경인과의 구양신공이여, 사자의 한을 대속하는 나의 인과를 기물로 삼아 이 어둠을 정제하라!'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극음의 마정고리가 뿜어내는 차가운 냉기가 구양지독의 광폭한 화독을 흡수하여 빠르게 치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타오르기만 하던 붉은 대열(大熱)의 불꽃이, 점차 극도로 정제된 푸르스름한 철옥(鐵獄)의 빛깔로 변해갔다.
지직, 지지직-!
위백의 손끝에서 솟구친 기운은 더 이상 붉은 불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기 전체를 얼려버릴 듯한 극음의 한기를 품고 있으면서도, 닿는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불태워버리는 모순적인 무형의 칼날이었다.
정양화(正陽化)된 무형기검이 한옥 마정고리의 차가운 족쇄를 만나 '극양지독검(極陽之毒劍)'이라는 독자적인 참수 기술로 승화한 순간이었다.
위백이 검가락을 가볍게 휘두르자, 허공을 가르던 폭우가 순식간에 푸른 서리로 변해 지면에 떨어졌다. 얼어붙으면서도 동시에 타들어 가는 괴이한 광경에 주변의 무인들은 넋을 잃었다. 음양의 조화를 강제로 비틀어 쥐어짜 낸, 세상을 파멸시킬 만한 양강의 아집이 빚어낸 결실이었다.
"소천우, 네놈이 그렇게 울부짖는 청운검파의 운명이 정녕 어디로 흘러갔는지 똑똑히 보아라."
위백은 품속에서 서찰 한 장을 꺼내 소천우의 발밑에 던졌다. 사흘 전 청풍오결의 수장 가죽 주머니에서 회수했던 '피의 부채' 채무 계약서 사본이었다.
"이것은……!"
서찰을 집어 든 소천우의 두 눈이 크게 부릅떴다. 서찰에는 무림맹과 사파 흑월맹의 직인이 동시에 찍혀 있었다. 청운검파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 위해 무림맹 수뇌부가 억지로 체결하게 만든 가짜 채무 계약서의 실체였다. 청운검파가 그토록 빚독촉에 시달리며 문파의 명예를 저당 잡혔던 모든 이유가, 결국 무림맹 장로들과 위가의 가주 위헌이 파놓은 더러운 함정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하하…… 하하하핫! 우리가 맹약이라 믿었던 수많은 헌신이, 결국 이 종이 한 장에 팔려 나가는 개 값에 불과했단 말인가!"
소천우는 가짜 의기를 참칭하는 무림맹의 실체에 환멸을 느끼며 미친 듯이 웃었다. 그의 가슴속에서 솟구치던 청련의 검기가 걷잡을 수 없이 맑고 드높게 솟구쳤다. 가문과 문파라는 족쇄를 스스로 깨부순 무인의 진정한 각성이었다.
"위헌 그 노견은 너희 청운검파뿐만 아니라, 낙양의 모든 영맥을 수탈하여 자신의 오공(五孔)에 얹으려 하고 있다."
위백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가 노리는 것은 불사의 어둠 마공을 우화등선시키려는 대식 가마솥, 일명 '수장지혈(獸臟之血)'의 주술이다. 수많은 약자의 고혈과 영맥을 가마솥에 끓여내어 자신의 육신을 불멸로 만들려는 추악한 도리이지."
위백은 위헌의 음공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상기했다. 위헌이 예전에 훔쳐 간 위백 본연의 청청 영맥은, 본래 위헌의 극음 음공과는 속성이 완전히 맞지 않는 상극의 기운이었다. 그렇기에 위헌은 주기적인 주화입마를 겪고 있을 것이며, 이를 억누르기 위해 청운검파의 무인들을 제물로 삼아 가마솥을 끓이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늙은이의 음공은 불완전하다. 빼앗은 영맥이 제 주인을 거부하며 그의 오장육부를 갉아먹고 있으니, 오늘이야말로 그 위선의 껍데기를 찢어버릴 절호의 기회다."
위백의 눈동자 속에서 푸른 불꽃이 맹렬히 일렁였다.
"소천우. 내 손으로 위가를 멸하고 가짜 천도를 청산할 것이다. 네놈은 그저 네 문파의 시신이라도 거두고 싶다면 내 뒤를 따르라."
"가자, 위백. 내 검은 오늘부로 무림맹의 방패를 꺾고, 오직 내 문파의 원한만을 위해 춤출 것이다."
두 사람은 폭우를 뚫고 낙양 위씨 가문의 본가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대지 위를 달리는 두 줄기 빛은, 하나는 푸른 서리를 머금은 극양의 불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식을 버리고 세차게 솟구치는 청련의 검풍이었다.
쿠르릉, 쾅-!
마침내 낙양 위씨 본가의 거대한 정문 앞에 도달한 두 사람의 신형이 멈춰 섰다.
위백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극양지독검의 기운이 허공을 가르며 대리석으로 조각된 가문의 정문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천지를 진동하는 파쇄음과 함께, 명문 가문의 권세를 자랑하던 거대한 대리석 문짝이 수만 개의 파편으로 부서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자욱한 먼지와 흩날리는 빗줄기 사이로, 위가의 넓은 앞마당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문을 부수고 들어선 위백과 소천우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들이 상상했던 그 어떤 지옥보다 처참하고 기괴했다.
"이…… 이럴 수가……."
소천우의 검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인간의 목소리라 믿기 힘든 절망의 신음이었다.
넓은 마당 한가운데에는 수십 대의 나무 수레가 둥글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수레 위에는, 피눈물을 흘린 채 미동도 없이 굳어버린 수많은 시신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시신들의 살점은 기괴한 음독에 녹아내려 뼈마디가 흉측하게 도출되어 있었고, 그들의 가슴팍에는 청운검파의 푸른 학도복이 갈가리 찢긴 채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직 채 피지도 못한 청운검파의 어린 학도들과 부녀자들의 싸늘한 시신들이, 마치 도살장의 고기덩이처럼 마당 한가운데에 버려져 가시화된 것이다.
시신들의 잘려 나간 목구멍에서는 여전히 위헌의 음산한 음공 기운이 흘러나오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뿜고 있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