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단장실의 공기는 무겁고 차갑다. 회의 테이블 위에는 당신이 제출한 두 장의 리포트가 붉은색 반려 도장이 찍힌 채 내팽개쳐져 있다. 박태준과 한지혁. 미래의 메이저리그를 뒤흔들 원석들이 비웃음과 불신의 서류 뭉치로 전락한 순간이다.

"강 팀장, 제정신인가?" 성민우 단장이 서류를 손가락으로 거칠게 딱딱 때리며 목소리를 높인다. "박태준의 올해 고교 리그 볼넷 허용률(BB/9)이 8.42야. 9이닝당 볼넷을 여덟 개 넘게 내주는 투수를 1라운드로 지명하겠다고? 게다가 한지혁은 외측 반월상 연골판 파열 이력이 있어. 무릎 굴곡 각도 회복이 불분명한 독립리그 타자에게 우리 구단의 미래를 걸란 말인가?"

뒤이어 수석 스카우터가 모니터에 대학 리그 우완 오창현의 투구 분석 데이터를 띄운다. "여기 대학 에이스 오창현을 보게. 통산 평균자책점 2.14, BB/9 1.82에 분당 회전수(RPM) 2,150대 슬라이더를 고르게 꽂아 넣는 완성형 투수야. 이런 확실한 카드를 놔두고 왜 도박을 하자는 거지?"

그들이 들이미는 데이터는 표면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당신은 팔짱을 낀 채, 머릿속으로 진짜 숫자를 재정렬한다.

오창현은 이미 성장이 멈춘 투수다. 시속 142km의 포심 패스트볼은 종속 무브먼트가 부족해 프로의 배트를 이겨내지 못한다. 반면 박태준의 포심은 평균 회전수 2,580 RPM, 수직 무브먼트 52cm에 달하는 괴물이다. 그의 최고 155km에 육박하는 야생마 같은 강광속구는 디딤발인 왼 무릎의 미세한 흔들림과 코어 근육의 회전 축 불균형에서 기인할 뿐이다. 둔근 강화와 내전근 유연성을 확보하는 12주간의 체계적인 피지컬 루틴만 거치면 릴리스 포인트의 오차는 3cm 이내로 좁혀진다. 한지혁 역시 연골판 절제술 이후의 대퇴사두근 불균형을 재활 치료로 정렬하면, 이미 112마일에 육박하는 임팩트 배트 스피드와 골반 회전 토크 180Nm의 파괴력이 온전히 폭발할 터였다.

그러나 프런트의 기득권층은 눈앞의 참담한 성적표 뒤에 숨겨진 역학적 인과관계를 외면한다. 그들의 시선에는 오직 당장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무난한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단장님 이하 프런트 전체의 의견일세. 이번 드래프트 1라운드 픽은 오창현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어. 강 팀장은 이 결정에 따르게." 성민우 단장이 냉랭한 어조로 회의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회의실을 채운 에어컨의 기계음이 마치 폭풍 전야의 야구장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야유처럼 당신의 귓가를 주먹질한다. 모험 없는 안주가 이 구단을 만년 꼴찌로 만들었다. 당신은 눈앞의 완고한 벽을 묵묵히 쏘아본다. 이대로 프런트의 압박에 굴복해 뻔한 파국을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커리어를 통째로 베팅하며 판을 흔들어 엎을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당신의 턱끝까지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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