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우우욱- 쾅!"
미트가 찢어질 듯한 파공음이 불펜을 세차게 울린다.
트랙맨 모니터에 찍힌 숫자는 153km/h. 회전수(RPM)는 2,450회에 달하며, 수직 무브먼트 역시 평소보다 5cm 더 치솟은 52cm를 기록했다.
"좋아, 태준아. 릴리스 포인트 때 상체 무너지는 게 잡혔어. 스트라이드 보폭을 10cm 줄이니까 하체의 지면 반발력이 투구 끝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잖아."
당신은 피치 데이터 시트를 흔들며 미소를 짓는다. 제멋대로 날뛰던 야생마 박태준의 제구가 잡히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당신이 처방한 철저한 과학적 루틴의 결과물이다. 투구 시 골반의 회전 흐름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일 수행한 고관절 가동성(Mobility) 피스톤 훈련과 비대칭 케틀벨 런지가 투구 메커니즘의 불안정성을 완벽히 고친 것이다. 인과관계가 확실한 스탯 성장이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기쁨은 길지 않았다. 야구장 뒤편 그물망 너머, 수입 세단에 비스듬히 기댄 채 전화 통화를 하는 수트 차림의 남자가 보인다. 리그 최대의 자본력을 자랑하는 구단, '세룡 타이거즈'의 수석 스카우터다.
자금력에서 우리 팀의 세 배가 넘는 공룡 구단인 그들이 박태준의 가치를 알아채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첩보가 조금 전 당신의 휴대폰으로 날아들었다. 세룡 측은 이미 태준의 부모님에게 비공식 채널로 접촉해 서울 소재의 아파트 분양권과 규정을 우회하는 거액의 이면 계약금을 흘리며 템퍼링(사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모기업의 자금 지원이 열악한 우리 구단의 상황에서, 정면 머니 게임으로 붙는다면 백전백패가 불 보듯 뻔했다.
"코치님, 마지막 한 구 던지겠습니다! 가상 상황으로 갈게요!"
태준이 마운드 위에서 로진백을 털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9회말 2사 만루, 풀 카운트.
불펜의 고요함 속에서 가상의 환청이 밀려온다. 잠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들의 함성과 북소리가 고막을 때릴 듯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쿵, 쿵, 쿵! 와아아아-!* 심장 박동 소리와 관중의 외침이 뒤섞인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태준의 오른팔이 채찍처럼 휘어진다.
손끝을 떠난 공이 공기를 가르며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간다. 156km/h의 초강력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낮은 보더라인에 정확히 꽂히며 맹렬한 회전력을 과시한다. 삼진. 완벽한 제구였다.
이 눈부신 보석을 돈의 힘에 밀려 허무하게 빼앗길 수는 없다. 세룡 타이거즈의 야비한 야심으로부터 태준을 지키고, 우리 팀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당신은 즉시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