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가평의 외진 곳에 자리한 독립리그 야구장. 낡은 그물망 사이로 마른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흩날린다. 관람석이라고 해봐야 가건물 철제 스탠드가 전부인 이곳에서, 당신은 스피드건과 수첩을 쥔 채 타석의 한 사내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한지혁. 고교 시절 촉망받던 천재 거포였으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수술 실패로 프로 드래프트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비운의 이름이다. 현재 그의 몸값은 제로에 가깝다.

투수가 와인드업을 시작한다. 마운드에서 뿌려진 공은 시속 141km의 투심 패스트볼. 우투수의 손끝을 떠난 공이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예리하게 가라앉으며 우타자의 몸쪽 낮은 코스를 파고든다.

스트라이크 존을 스치듯 떨어지는 까다로운 궤적. 그 순간, 한지혁의 디딤발이 지면을 누른다.

츠으윽.

흙바닥을 비비는 스파이크 소리와 함께 그의 왼쪽 무릎이 중심을 잃고 미세하게 흔들린다. 대퇴사두근이 체중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부상 기왕력자 특유의 약점이다. 일반적인 스카우터라면 여기서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체중 이동 실패, 프로의 변구구에는 대처 불가’라는 낙인과 함께.

하지만 당신의 눈은 그의 상체 메커니즘을 짚어낸다.

무릎이 무너지는 구동력의 손실을, 한지혁은 상체의 폭발적인 코어 회전력으로 상쇄하고 있다. 골반의 회전 각속도는 초당 720도에 육박하며, 배트가 나오는 궤적은 완벽한 인앤아웃(In-to-Out)을 그리며 최단 거리로 면을 형성한다. 배트 스피드 시속 158km. KBO 리그 최정상급 타자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가속도다.

*깡!*

알루미늄 배트가 공을 이겨내는 둔탁하고도 날카로운 타구음이 적막이 감도는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타구는 무시무시한 라인드라이브성 궤적을 그리며 뻗어나간다. 발사각 26도, 타구 속도 172km. 완벽한 배럴 타구(Barrel Rate)다. 공은 좌측 담장 뒤편의 잡목림 속으로 힘차게 빨려 들어간다. 비거리 125미터짜리 대형 홈런이다.

송곳 같은 전율이 당신의 척추를 타고 흘러내린다. 스포츠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그의 데이터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그의 무릎 가동 능력은 고작 60% 수준. 만약 대퇴직근과 둔근의 밸런스를 맞추는 특화된 키네틱 체인(Kinetic Chain) 트레이닝을 소화하고, 관절 내 압력을 줄이는 선진 재활 프로토콜을 적용한다면 어떨까.

‘무릎 기능이 90% 이상 회복된다면, 이 녀석은 잠실구장에서도 매년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괴물이 된다.’

확신이 선다. 사막 모래밭 속에 파묻힌 백금 원석을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문제는 그를 어떻게 우리의 전력으로 끌어들이느냐다. 구단 프런트는 부상 이력이 있는 독립리그 출신 야수에게 단돈 1천만 원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할 것이다.

당신의 머릿속에서 두 가지 전략이 팽팽하게 대립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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