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공기를 찢는 파열음이 주말리그가 열리는 간이 야구장에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포수의 미트가 뒤로 꺾이며 흙먼지가 뿌옇게 인다.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공이 뒤로 빠지자 주자가 홈을 밟는다. 당신이 쥐고 있던 스피드건 ‘스토커 스포츠 2’의 액정에는 믿기 힘든 숫자가 선명하게 박힌다.
[ 155.3 km/h ]
마운드에 선 동막고의 우완 투수 박태준. 190cm, 95kg의 압도적인 피지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패스트볼은 그야말로 야생마의 폭주와 같다. 백스윙에서 탑 포지션으로 올라가는 레이트 코킹(Late cocking) 동작이 유연하게 꼬였다가 채찍처럼 풀려나온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은 타자의 머리 뒤쪽 백스탑 그물망을 사정없이 강타한다.
“쯧, 저렇게 던지면 구속이 시속 160이 나와도 쓸모가 없지. 세 타자 연속 볼넷에 이번엔 폭투냐?”
옆자리에 앉은 타 구단 스카우터가 혀를 차며 리포트 수첩을 덮는다. 고교 통산 9이닝당 볼넷(BB/9) 10.2개. 야구계가 그를 ‘지옥에서 온 파이어볼러’가 아닌, ‘마운드 위의 시한폭탄’으로 분류하고 포기한 이유다.
하지만 당신의 눈은 다르게 말한다. 초고속 카메라가 포착하듯 동작 하나하나를 쪼개어 분석한다. 발끝이 지면에 닿는 순간, 디딤발인 왼발의 착지 각도가 미세하게 열리는 것이 보인다. 골반 회전과 상체 회전의 분리(Hip-shoulder separation) 타이밍이 단 0.05초 어긋나면서 릴리스 포인트가 사정없이 흔들리는 물리적 인과관계. 즉, 고질적인 제구 불안은 멘탈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하체 밸런스의 정렬 문제일 뿐이다.
동시에 스피드건 옆에 장착한 휴대용 랩소도(Rapsodo) 데이터가 빛난다. 분당 회전수(RPM) 2,590회. 종무브먼트 52cm. 미래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리그 정상급 셋업맨으로 군림하며 홀드 왕을 차지할 괴물의 날것 그대로의 지표다.
9회 말 2사 만루, 풀카운트. “와아아아!” 동막고 동문들과 학부모들의 터질 듯한 함성 속에서 경기장의 공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팽팽한 긴장감이 마운드를 짓누른다. 박태준의 어깨가 눈에 띄게 경직된다. 그가 악을 쓰며 마지막 공을 뿌린다.
*슈우우웅- 쾅!*
타자의 배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공은 스트라이크 존 한참 위를 지나 포수 키를 훌쩍 넘어갔다. 밀어내기 볼넷으로 경기 종료.
모두가 승리 팀의 환호에 집중하는 사이, 마운드 위에서 홀로 고개를 숙인 박태준이 힘없이 내려온다. 다른 스카우터들이 짐을 싸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그때, 당신은 더그아웃 뒤편 그늘진 복도로 향한다. 아이싱 붕대를 어깨에 감은 채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박태준이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자신의 재능에 배신당한 천재의 비참한 얼굴이다.
이 거친 원석을 독점하여 완벽한 다이아몬드로 세공하기 위해, 당신은 지금 이 순간 철저하게 계산된 패를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