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전광판에 표시된 강건우의 직구 구속은 141km/h에 불과합니다. 회전수(RPM) 역시 그가 기록하던 평소의 2450대에서 1920대까지 수직 하락해 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피칭 터널이 완전히 깨진 상태입니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관중석의 야유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물리적인 피로 누적과 프런트 내부의 파벌 싸움으로 인해 당신이 설계했던 과학적인 리커버리 루틴은 완전히 중단되었습니다. 심박수 변이도(HRV)와 수면 텔레메트리 데이터가 경고한 피로 누적 수치는 잔인하리만큼 정확하게 구속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주자가 만루인 9회 초, 풀카운트 상황. 포수의 사인에 건우가 피치클락의 압박 속에서 간신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웅성거리는 야구장 전체가 터질 듯한 긴장감과 소음으로 가득 찬다.

"우우우우-!" "삼진! 던려라!"

관중들의 적대적인 함성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집니다. 건우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올린 투구 폼은 이미 밸런스가 무너져 있습니다. 익스텐션이 평소보다 20cm나 짧아진 채 손끝을 떠난 공은, 상하 무브먼트가 전혀 없는 실투성 한가운데 122km/h 슬라이더였습니다.

*깡!*

절망적인 금속성 파열음이 경기장에 울려 퍼집니다. 타구 속도 182km/h, 발사각 26도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허공을 가르며 좌측 외야 담장 너머 상단 스탠드에 꽂힙니다. 만루 홈런. 그것으로 완벽한 종말이었습니다. 당신이 세운 모래성은 이 한 방으로 완전히 붕괴합니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자 구단 수뇌부는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가장 잔인하고 빠른 해결책을 선택합니다. 당신이 독자적인 안목으로 발굴했던 괴물 신인들은 구단의 정치적 수습을 위한 헐값 트레이드 조각으로 전락해 사방으로 팔려 나갑니다.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마저 잃어버린 그들은 이제 평범한 조연으로 KBO 리그 뒤편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당신의 손에 쥐어진 것은 단 한 장의 해고 통지서입니다. 언론은 연일 '독단과 독선으로 가득 찬 무자격 스카우터가 초래한 파멸'이라며 당신의 이름을 스포츠 지면 전면에 박아 넣습니다. 야구판 전체에 낙인찍힌 주홍글씨는 더 이상 당신이 숨 쉴 공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불 꺼진 텅 빈 구장,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마운드를 바라보며 당신은 쓸쓸히 발걸음을 돌립니다. 찬란하게 빛나야 했던 신인들의 미래도, 과거를 바꾸려 했던 당신의 원대한 꿈도, 결국 스스로 자초한 불화 속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재가 되어 흩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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