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아아아아!"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2만 5천 명 관중의 함성이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집니다. 마운드 위, 첫 등판의 눈물을 닦아낸 박태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광판을 바라봅니다.
[PITCH SPEED: 153.1 km/h]
지난 2주간 당신이 설계한 '메디신 볼을 활용한 고관절 회전력 극대화 루틴'과 '투구 시 디딤발 각도를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12도 좁히는 과학적 피칭 터널 조정법'의 결과물입니다. 회전력 전달 효율이 82%에서 94%로 수직 상승하며 구속은 물론, 분당 회전수(RPM) 역시 2,210에서 2,480으로 치솟았습니다. 우타자 몸쪽 낮게 제구된 153km/h의 포심 패스트볼에 상대 4번 타자의 배트가 허공을 가릅니다. 3구 삼진. 이로써 박태준은 6이닝 1실점 8탈삼진으로 시즌 3승째를 수확합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단주실의 문이 열립니다.
"이 정도 데이터라면, 그 어떤 언론도 템퍼링이니 뭐니 입을 열지 못하겠군."
태산그룹의 후계자이자 정수 다이노스의 구단주인 강영식 선무가 태블릿 PC를 탁자 위로 밀어 놓습니다. 화면에는 당신이 트랙맨 데이터와 랩소도를 기반으로 작성한 '괴물 신인 3인의 누적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및 기대 승률 곡선'이 띄워져 있습니다. 수치는 명확합니다. 당신이 세운 육성 다이어그램을 도입한 이후, 팀의 후반기 승률은 0.380에서 0.615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1위의 페이스입니다.
"기존 프런트의 그 굳어버린 머리통들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성과야."
강영식 구단주의 날카로운 눈빛이 당신의 얼굴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현재 구단의 단장은 구시대적 감과 정통성만을 고집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벼랑 끝에 몰려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구단주는 이미 그를 도려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의 비효율성, 노쇠화된 베테랑들의 안일한 워크에식 방치... 더는 못 봐주겠어. 야구 스카우터 직군에서 벗어나, 팀 전체의 판을 완전히 새로 짤 생각은 없나?"
그가 건넨 서류 봉투 안에는 '차기 단장 계약서'와 '프런트 개혁 전권 위임장'이 들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 단장, 그리고 구단의 전권을 휘두르는 절대 권력자가 될 수 있는 기회공문입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 머물던 당신의 안목이, 이제 구단의 심장부를 직접 이식할 칼날이 되어 움직이려 합니다.
하지만 구단주의 제안 이면에는 숨겨진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당장 가시적인 연승 가도를 달리며 여론을 완벽히 마비시키라는 무언의 압박, 혹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한 비즈니스적 딜이 얽혀 있는 셈입니다.
당신의 이마 위로 마운드의 투수가 느끼는 것과 결을 같이 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관중들의 연호 소리가 VIP실의 두꺼운 방음창을 뚫고 희미하게 진동을 전해오는 지금, 당신은 구단주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합니다. 이제 당신의 대답에 따라 정수 다이노스의, 그리고 당신의 운명 궤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