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수술실 자동문이 열리며 끈적한 피비린내와 소독약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로 밀려옵니다. 7시간에 걸친 심장 판막 치환술(Valve Replacement)이 겨우 끝난 참입니다. 열린 문틈 사이로, 아직 정리되지 않은 수술실 안의 바이탈 모니터 비프음이 나직하게 흘러나옵니다. *삐, 삐, 삐.* 분당 70회의 규칙적인 동방결절 리듬. 환자는 살았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스테인리스 싱크대 앞, 손을 씻는 당신의 등 뒤로 다가오는 발소리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과장님."

축축하게 젖은 손을 털며 뒤를 돌아보자, 빳빳하게 다려진 수트를 입은 외인들이 서 있습니다. 이사회 직속 감사팀입니다. 그들의 정장 깃에 달린 차가운 금속 배지가 수술실의 무영등 불빛을 받아 번뜩입니다. 소독 구역의 푸른 타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두 가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이사장님의 비자금 문건을 언론에 흘리신 대가는 생각보다 무거울 겁니다."

감사팀장이 건넨 태블릿 PC 화면에는 당신의 명의로 개설된 정체불명의 해외 계좌 내역과, 특정 인공판막 수입 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지급받았다는 조작된 회계 장부가 띄워져 있습니다. 정교하게 위조된 사인,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꼼꼼하게 설계된 덫입니다. 보건복지부에 이 자료가 넘어가는 순간, 당신의 의사 면허는 즉각 효력이 정지되며 형사 처벌 단계를 밟게 됩니다.

"의사 면허 박탈. 외외과의로서 생명이 끝나는 겁니다." 감사팀장이 낮게 속삭입니다. "지금이라도 폭로를 철회하고 자진 사직서에 서명하십시오. 조용히 끝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방금 전까지 환자의 박동하는 심장을 만지던 당신의 손끝이 차갑게 식어갑니다. 메스를 쥐고 인간의 생사 경계를 가르던 손이, 이제는 추악한 권력 싸움의 올가미에 묶여 단 한 치 앞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거대한 음모에 맞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기에는 갈 길이 너무나 멀고, 당신이 살려낸 환자들의 목소리가 이 거대한 자본의 장벽을 뚫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위선의 전당에 더는 미련을 두고 싶지도 않습니다.

수술실 내부, 공조기가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만이 사방을 채웁니다. 차가운 이성과 끓어오르는 분노의 기로에서, 당신은 마침내 결단을 내리기 위해 입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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