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폭우가 들이치는 자정, 철저히 통제된 지하 전용 통로를 통해 들어온 카트 바퀴 소리가 고요한 수술방의 공기를 찢고 들어옵니다. 이사회를 배후에서 움직이는 정계의 최고위 거물, 정진태 의원이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을 거쳐 수술실로 극비리에 이송되었습니다.

그의 가슴 위에 올라탄 전공의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심장 압박을 지속하는 동안, 휴대용 바이탈 모니터는 비정상적인 비프음을 불규칙하게 뱉어냅니다.

*삑, 삑... 삐이이이- 삑-*

"심낭 압전(Cardiac Tamponade)을 동반한 급성 상행 대동맥 박리(Acute Aortic Dissection Type A)입니다. 상행 대동맥외막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심낭 내에 피가 가득 차서 심장을 누르고 있어요."

당신의 냉철한 진단이 내려지자, 수술실 안의 산소 농도가 급격히 희박해지는 듯한 무거운 침묵이 감돕니다. 흉골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가둬져 있던 대동맥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해 분수처럼 피가 솟구칠 것입니다. 테이블 데스(Table Death) 확률이 90%를 상회하는 기만적인 수술.

마스크 위로 눈만 드러낸 병원장의 비서실장이 당신의 귀를 향해 차갑고 건조하게 속삭입니다.

"이 수술이 실패하면, 스승이신 기조실장의 조작된 의료 과실 폭로 건은 묻을 기회조차 사라집니다. 당신 역시 살인자가 되어 매장되겠지. 하지만 살려내기만 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집니다. 알아들으셨습니까?"

권력의 암투 속에서 이 수술방은 메스를 든 당신을 삼키기 위해 턱을 벌린 거대한 함정입니다. 실패하면 모든 의학적, 법적 책임은 오롯이 집도의인 당신에게 전가되는 구조.

당신은 센서식 수전 앞으로 걸어가 차가운 물로 손을 씻어냅니다. 베타딘 소독액의 씁쓸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스크럽 간호사가 내미는 멸균 펠라 장갑을 건네받아 손에 꿴다. *탁*. 라텍스가 손목을 조여오는 마찰음이 유난히 선명하게 고막을 때립니다.

환자의 흉부는 이미 황갈색 소독약으로 물들어 있고, 마취과 의사는 땀방울이 맺힌 얼굴로 마이크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수축기 혈압 60, 맥박수 분당 135회. 신체는 이미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중입니다.

수술실 밖 보호자 대기실에는 이 수술의 극악무도한 성공률도 모른 채, 병원 측의 감언이설에 속아 숨을 죽이고 있는 의원의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칼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오롯이 1%의 바늘구멍 같은 생존율에 모든 것을 걸고 어둠 속으로 뛰어들 것인가.

"메스."

당신의 손끝에 닿은 차가운 금속 자루가 그 어느 때보다 납처럼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제 손끝을 움직여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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