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수술실의 음압 환기 기구가 쉴 새 없이 돌아가던 소리가 이명처럼 귓가에 맴돈다. 비장동맥 파열로 인한 대량 혈복강. 수혈 팩 열두 개를 쏟아붓고서야 간신히 봉합해 낸 환자의 활력 징후는 이제 안정 기조에 접어들었다. 중환자실 모니터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삑, 삑 소리만이 당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서늘하고 냉정하게 찾아왔다.

전공의 당직실의 낡은 철제 책상 위, 붉은 직인이 찍힌 '징계위원회 회부 통보서'가 무심히 놓여 있다. 병원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무단 수술, 병원 규정 위반. 이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메스를 잡은 것에 대한 행정적 단죄가 시작된 것이다.

"교수님,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당직실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들어온 것은 수석 전공의 강민우였다. 그의 뒤로 외과 레지던트들과 수술실 소속의 젊은 간호사 서너 명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밤샘 수술과 당직으로 인해 충혈된 눈빛들 속에는 피로보다 더 짙은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징계위원회에서 교수님께 면허 정지나 파면 수준의 중징계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병원 이사회와 병원장이 자신들의 권력 암투에 교수님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게 분명합니다."

강민우가 떨리는 손으로 서류 봉투 하나를 밀어놓는다. 봉투 겉면에는 '집단 사직 및 진료 거부 결의서'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레지던트 전원과 수술실 간호사 인력의 80%가 뜻을 모았습니다. 교수님께 가해지는 부당한 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저희는 오늘 자정부터 모든 정규 수술과 외래 전공의 업무를 중단할 겁니다."

파업. 대학병원에서 이 단어가 가지는 무게를 당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공의와 간호사들이 현장을 이탈하는 순간,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방어선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생 의사들과 젊은 간호사들의 커리어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 찍히게 된다.

하지만 이사회의 횡포에 고개 숙여 순응한다면, 앞으로 돈이 되지 않거나 윗선의 눈 밖에 난 환자들은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전원 처리가 될 것이다. 오늘 당신이 살려낸 그 환자처럼 말이다.

"저희도 압니다. 환자를 두고 병원을 나서는 의사가 어떤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지."

강민우의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이내 단호하게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번에 물러서면, 앞으로 이 병원에서 의사로서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양심마저 완전히 죽는 겁니다. 제발 저희 앞을 가로막지 말아 주십시오."

열린 문틈 사이로, 저 멀리 중환자실 방향에서 들려오는 환자들의 바이탈 신호음이 날카롭게 복도를 때린다.

후배들의 결연한 눈빛이 일제히 당신을 향한다. 그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이 독배를 홀로 들이켜고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손을 잡고 이 부조리한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면전에 나설 것인가.

당신의 입술이 천천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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