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Tie)."
당신의 건조한 목소리가 수술실의 정적을 깹니다. 마지막 매듭을 짓고 크로스 가위로 실을 잘라내는 손끝에는 아주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습니다.
수술실 벽면에 걸린 바이탈 모니터는 74bpm의 안정적인 리듬을 그리며 `띱, 띱, 띱` 평화로운 신호음을 흘려보냅니다. 일주일 동안 이어진 팩션 내부의 치열한 암투와 법정 공방, 그리고 연이어 터진 세 건의 초응급 하이브리드 수술까지. 당신의 몸을 깎아내며 이어온 사투가 이로써 완벽하게 끝이 났습니다. 마취과 의사와 스크럽 간호사들이 마스크 너머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당신의 흉골 아래쪽은 기괴할 정도로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글러브를 벗어 던지는 순간, 왼쪽 어깨에서부터 턱밑까지 뻗어 나가는 방사통이 느껴집니다. 의학적 지식은 그것이 심근이 산소 부족으로 보내는 마지막 경고, 즉 급성 심근경색의 전조임을 즉각적으로 인지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구급 앰풀을 찾는 대신, 묵묵히 스크럽대로 향합니다.
센서식 수전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물이 손등을 적십니다. 센서의 금속성 마찰음과 물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터널처럼 좁아지고, 관자놀이를 때리는 박동성 두통이 뇌를 조여옵니다. 겨우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고 수술복을 정리하는 매 순간이 마치 거대한 모래 늪을 건너는 것처럼 버겁습니다.
"교수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복도를 지나던 전공의가 깍듯이 고개를 숙이지만, 당신은 대답 대신 희미한 미소만을 남깁니다. 목소리를 내어 공기를 진동시킬 만한 에너지는 이미 몸 안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회색빛 철문이 달린 비상계단으로 들어섭니다. 소독약 냄새와 기계음으로 가득 찬 원내에서 유일하게 고요함이 허락된 공간입니다. 서늘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지만, 심장을 짓누르는 통증은 오히려 예리해집니다. 계단 난간을 잡은 손가락에서 서서히 온기가 빠져나갑니다.
당신은 가만히 차가운 시멘트 계단 위에 주저앉습니다. 흰 가운의 자락이 먼지 쌓인 바닥에 쓸리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벽에 머리를 기대자, 지독한 피로가 해일처럼 밀려옵니다. 이사회가 들이밀던 고발장도, 당신을 쭝쭝 매던 권력의 암투도 이 어둠 속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살려낸 소아 환자가 장난치듯 건네던 알록달록한 종이접기가 주머니 속에서 바스락거립니다.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귓가에 맴돌던 바이탈 모니터의 비프음이 아주 느린 템포로 잦아들다, 이내 완전히 멈추어 섭니다. 차갑고도 평온한 안식이 마침내 당신에게 내려앉습니다.
……
그로부터 며칠 뒤, 당신의 시신이 발견되었던 비상계단 앞 복도에는 기묘한 침묵 대신 은은한 향기가 감돕니다.
당신의 메스 끝에서 살아난 VIP 환자, 가난해 수술을 포기하려다 당신의 고집으로 새 삶을 얻은 아이의 부모, 그리고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당신을 보며 의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후배들이 가져다 둔 하얀 국화와 푸른 델피늄 꽃송이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병원의 권력을 탐하던 이들의 목소리는 꽃향기 뒤로 힘없이 스러지고, 오직 당신이 남긴 생명의 불꽃들만이 어두운 복도를 평화롭게 밝히고 있습니다. 향기로 가득 찬 복도 끝에서, 당신의 길고 고되었던 당직이 비로소 완전히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