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백색의 복도는 기묘할 정도로 정적에 잠겨 있습니다. 전공의들과 간호사들이 당신의 징계를 저지하기 위해 병원 앞마당에서 집단 파업 피켓을 들고 있는 탓입니다. 원내에 남은 것은 몇몇 과장급 스태프들과 그들이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 중환자실의 기계음뿐입니다. 의사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차가운 락스 소독액 냄새와 가래 가라앉는 소리뿐인 적막입니다.

손에 쥔 서류봉투가 묵직합니다. 봉투 겉면에 찍힌 법원의 붉은 직인과 '형사 소장 접수 통지'라는 활자가 시선에 송곳처럼 박힙니다. 이사회가 보낸 사실상의 사형선고입니다. 무단으로 진행했던 지난 수술을 의료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엮어 사법의 칼날을 들이댄 것입니다. 법적인 구속력이 발효되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합법적으로 메스를 잡을 수 없습니다.

복도 저편에서 기획조정실장의 하수인인 윤 과장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옵니다. 그의 구두굽 소리가 대리석 바닥에 규칙적으로 부딪히며 기분 나쁜 소음을 만들어냅니다.

"제 발로 내려가시지 않으니 법의 힘을 빌릴 수밖에요. 후배들의 인생까지 망치며 버틴 결과가 고작 전과자 신세라니, 참 눈물겹습니다."

그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갑니다. 후배들이 당신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병원 밖에서 밤을 지새우는 동안, 이사회는 법이라는 거대한 장벽으로 당신의 손목을 부러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때, 주머니 속의 삐삐가 격렬하게 진동합니다. 응급실로부터 온 긴급 호출입니다. 파업 여파로 대체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급성 대동맥 박리로 추정되는 환자가 실려 왔다는 짧은 메시지. 심박수를 가리키는 원격 모니터의 비프음이 저 멀리서 날카롭게 고막을 찌릅니다. 수술을 시작하면 이사회는 즉시 무면허 및 무단 의료행위로 당신을 현행범 처벌하려 할 것입니다.

법정으로 가 당신의 무죄와 권리를 투쟁해 얻어낼 것인가, 아니면 의사 면허가 박탈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당장 피 흘리는 환자에게 달려갈 것인가.

당신은 형사 소장이 든 봉투를 움켜쥐었습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갑니다. 결정의 시간이 고동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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