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던 방 안의 흉흉한 마기가 찬바람에 씻겨 가듯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당신의 손끝에서 탄생한 '특제 안심 커스터드 푸딩'이 도련님의 입술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린 덕분입니다.
그릇 위에서 찰랑찰랑 수줍게 흔들리는 노란 푸딩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촉촉하게 가라앉은 수제 카라멜 시럽에서는 달콤 쌉싸름하게 갓 태운 설탕 향과 함께 야생 꿀의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부드럽게 간지럽힙니다. 티스푼으로 조심스레 한 술 떠 올린 푸딩은 입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실크처럼 촉촉한 감촉을 남깁니다. 마다가스카르산 천연 바닐라 빈의 묵직하고 따스한 풍미와 신선한 저지 우유의 고소함이 혀끝을 빈틈없이 감싸 안으며, 가슴속을 괴롭히던 뜨겁고 거친 마기를 시원하게 정화해 줍니다.
"앙..., 마시쪄어... 우웅, 유지니 누냐아……." 새빨갛게 달아올라 씩씩거리던 아기 용, 레온 도련님이 푸딩 한 그릇을 뚝딱 비우더니 통통하고 온기 어린 볼을 당신의 손바닥에 부빕니다. 보랏빛 눈동자에 그득했던 눈물이 쏙 들어가고, 앙증맞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습니다. "이제 꼬리 안 아파아. 됴료님 머리두 안 띵해에. 누냐 진짜 채고야아, 때찌 안 하꾸야아……." 도련님의 이마에서 솟구쳐 올랐던 검붉은 뿔이 쏙 들어가고, 날카롭던 비늘 대신 말랑말랑하고 사랑스러운 아기 용의 모습으로 돌아와 골골송을 부릅니다. 마왕 가문을 뒤흔들던 대폭주가 단 한 접시의 달콤한 푸딩으로 잠재워진 기적의 순간입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공작, 카리온의 눈동자가 세차게 일렁입니다. 언제나 차갑고 무자비하던 북부의 지배자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귓가까지 불그스레하게 물들인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습니다.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당신의 눈앞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찰그랑, 묵직하고도 영롱한 금속음이 정적을 깨뜨립니다. 그의 거친 손바닥 위에 올려진 것은 공작가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창고 열쇠 수십 개가 꿰어진 황금 고리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오직 당신만을 위해 특수 제작된 최고급 벨벳 고용 계약서가 놓여 있습니다.
"내 영혼 끝까지 좀먹던 반려의 저주를, 그리고 내 유일한 후계자를 구원해 준 이는 그대뿐이다." 카리온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당신의 귓가를 스치며 간지러운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이 계약서에 서명해 다오. 이 가문의 모든 재화와 영토, 그리고…… 나 자신마저 그대의 소유로 바치겠으니. 부디 영원히 내 곁에 머물러 다오."
붉어진 얼굴로 지독할 만큼 진지하게 소유권을 주장하는 공작의 눈빛이 당신을 붙잡아 멥니다. 화려한 미래와 막대한 권력이 약속된 계약서 앞에서, 당신은 어떤 눈빛으로 대답을 건넬지 선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