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이 은식기 위에서 하얗게 부서집니다. 보물 창고의 열쇠 꾸러미가 앞치마 주머니 속에서 가벼운 금속음을 내며 짤랑거릴 때마다, 당신은 자신이 제국의 그 어떤 귀족보다도 부유한 파티시에가 되었음을 실감합니다. 폭군 가문의 아기 전용 디저트 카페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호사스러운 평화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유진 이모야아, 레오니 요고 뚀꼬 시럽 쪼꼼만 더 뿌려주면 앙대여? 요기 하얀 꾸름 마시멜로가 너모 너모 마디써서 뽈따구가 아포요오…….”
당신의 치맛자락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꼭 쥐고 흔드는 도련님, 레온이 보랏빛 눈망울을 반짝이며 올려다봅니다. 앙증맞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는 아기 용의 입가에는 이미 달콤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당신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볼을 가볍게 꼬집고는, 갓 구워낸 ‘로즈 시나몬 핫초콜릿’ 한 잔을 건넵니다.
잔을 들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쌉싸름하고 진한 다크 카카오의 농밀한 향기가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그 뒤를 이어 따뜻하게 데운 우유 속에 스며든 은은하고 매혹적인 말린 장미 꽃잎의 향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한 모금 머금는 순간 혀끝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벨벳 같은 마시멜로 크림의 끈적하고 달콤한 감촉이 온몸을 노곤하게 녹여 내립니다. 알싸한 시나몬 헤이즐넛의 끝맛이 입안 가득 감각적인 여운을 남기며, 도련님의 자그마한 정수리 위로 돋아난 앙증맞은 뿔이 기분 좋게 파르르 떨립니다.
계약은 철저하고 완벽했습니다. 당신은 백만장자의 부를 거머쥐었고, 까칠하던 아기 용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독점 계약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밤, 완벽한 계약서라는 차가운 유리 벽 너머에서 불어오는 시린 바람이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노을이 저물고 카페의 문을 닫을 무렵이면, 정원의 그림자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칼룸 공작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전쟁터를 누비며 피에 젖었던 무자비한 폭군이자,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온기를 바라는 법을 배우지 못한 처절한 고독의 소유자. 그는 계약서에 명시된 ‘선과 경계의 존중’이라는 조항을 철저히 지키느라 문지방을 넘지 못한 채, 그저 차갑고도 서글픈 붉은 눈동자로 당신을 응시할 뿐입니다.
그 안타깝고도 집요하게 갈망하는 눈빛이 당신의 시선과 얽힐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두근거리고도 시려옵니다. 이 완벽한 황금빛 새장 속에서, 당신의 달콤한 디저트가 녹여내야 할 마지막 얼어붙은 심장은 바로 저 문밖에 서 있는 거대하고 외로운 흑룡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갓 끓여내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 번째 장미 핫초콜릿 잔을 쟁반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당신이 세워둔 차가운 계약의 경계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