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즐 메이드장의 날 선 오해는 테오도르 공작이 직접 카카오 음료를 한 모금 음미하고 나서야 봄눈 녹듯 사분사분 가라앉습니다. 과거 가문을 해치려던 첩자에게 어린 동생을 잃을 뻔했던 헤이즐의 아픈 과보호였음이 밝혀지고, 그녀는 붉어진 눈시울로 당신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악의가 아닌 상처에서 비롯된 행동임을 알기에 당신은 온기 어린 손길로 그녀를 다독여 줍니다. 공작 역시 당신의 특별한 능력을 공식 인정하며, 가문의 정식 수석 파티시에이자 레온 도련님의 전속 보모 자격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평화가 찾아온 기쁨도 잠시, 다음 날 아침부터 당신에게는 너무나 귀여운 시련이 시작됩니다.
"유지인! 나 오뉘도 쪼꼬렛 맛찌는 거 주꼬지요? 매일 매일 아팀마다 마시눈 거 안 주면 나 앙 보낼 거야아!"
아침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는 침실 안, 아직 잠투정이 가시지 않은 레온 도련님이 당신의 앞치마 자락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꼭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가늘게 갈라진 붉은 눈동자에는 넘실거리는 기대감이 가득합니다.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말랑한 볼을 부풀리며 웅얼거리는 도련님의 아기자기한 모습은 무시무시한 마왕 가문의 핏줄이라기엔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당신의 머릿속은 벌써부터 어떤 간식을 선보여야 할지 행복한 고민으로 가득 찹니다. 어제 우려낸 카카오는 달콤하고 시원한 숲에 온 듯 코끝을 스치는 스파이시한 향기, 입안을 부드럽고 묵직하게 감싸 흘러내리는 진한 단질의 미각, 그리고 목을 넘어간 뒤에도 아련하게 맴도는 쌉싸름한 카카오의 풍미가 예술이었습니다. 거기에 이국적이고 따스한 천연 바닐라 빈의 향긋한 구수함까지 더해졌으니, 레온 도련님이 이토록 매료당한 것도 당연합니다.
"도려니임, 매일 똑같은 것만 먹으면 재미없잖아요? 오늘은 오직 도련님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간식을 준비해 드릴게요."
"뎡말? 요고 노프면 맛찌는 거 바로 만두러 주는 고야?"
레온 도련님이 뚱한 표정으로 검고 작은 손톱이 돋아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슬그머니 앞치마 자락을 놓아줍니다. 기대감으로 퐁퐁 솟구치는 감정을 대변하듯, 도련님의 등 뒤로 작은 정령 날개 같은 루비색 용 비늘들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며 파르르 떨립니다. 밤새 마기가 조금 불안정했는지, 아기 용의 주변으로 붉은 불꽃 송이들이 아롱아롱 피어올라 공중에서 스러집니다.
지금 도련님에게 활력과 안정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아침 디저트는 무엇일까요? 당신의 손끝에서 달콤한 마법이 시작되려는 찰나, 두 갈래의 빛나는 레시피가 당신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