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방 안을 가득 채운 무시무시한 살기에 숨이 턱 막힙니다. 문가에 우뚝 선 사내, 마왕 가문의 수장이자 냉혈한 폭군으로 악명 높은 테오도르 공작의 핏빛 눈동자가 당신을 꿰뚫을 듯 노려봅니다. 그의 굳게 다문 입술과 잔뜩 날이 선 어깨에는 대륙을 호령하는 강대함 뒤에 숨겨진, 지독한 불면증과 마력 폭주의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가문을 홀로 지탱하느라 얼어붙어 버린 고독한 영혼이 그의 차가운 그림자 속에 일렁입니다.

그 살벌한 대치 상황을 깨뜨린 것은 당신의 치맛자락을 꼭 쥔 작은 손길입니다. 레온 도련님이 눈가에 눈물을 방울방울 매단 채 공작을 올려다봅니다.

"아빠아, 유지니 미워하묜 앙대... 쪼꼬 징짜루 마시단 마리야아. 아빠두 얼른 냠냐미 해바요."

풋사랑스러운 아기의 웅얼거림에 공작의 눈썹이 꿈틀합니다. 당신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은쟁반을 정중히 받쳐 듭니다. 그 위에 올려진 것은 당신이 온 정성을 다해 구워낸 '달빛 살구 쇼콜라 타르트'입니다.

테오도르 공작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타르트를 내려다봅니다. 공기 중으로 퐁퐁 피어오르는 달콤하고 고소한 구운 버터의 향기가 그의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합니다. 망설임 끝에 그가 길쭉한 손가락으로 타르트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사방이 고요해집니다.

바작, 하고 얇은 화이트 초콜릿 레이어가 기분 좋게 깨지며 입안 가득 화사한 살구 가루가 흩날립니다. 혀 위에 닿자마자 은하수처럼 실키하게 부드러운 초콜릿 필링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뒤이어 이슬을 머금은 야생 살구 즙의 새콤달콤한 풍미가 묵직한 카카오 향과 어우러지며 미각을 황홀하게 흔들어 놓습니다. 날카롭게 곤두서 있던 공작의 신경이 봄눈 녹듯 스르르 풀려갑니다. 평생 맛보지 못한 경이로운 달콤함에, 늘 마력 폭주로 괴로워하던 그의 머릿속이 맑게 개어갑니다.

매서웠던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립니다. 얼어붙어 있던 폭군의 얼굴에 미미한 충격과 감탄이 떠오릅니다. 테오도르는 믿기 힘든 표정으로 손끝에 남은 온기를 바라보더니, 이내 낮고 매혹적으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이 디저트는 대체 뭐지? 늘 나를 괴롭히던 두통마저 가라앉는군. ...그대에게 상을 주겠다. 이 별채를 그대의 뜻대로 마음껏 개조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예산은 원하는 만큼 가문의 금고에서 가져다 써도 좋다."

가장 혹독한 폭군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은 순간,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이 당신의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이 거대한 자금줄과 권한을 무기 삼아, 당신은 이제 더 원대한 꿈을 펼칠 준비를 시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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