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포근한 분홍빛을 띤 별빛 솜사탕이 아기 용 레온의 조그만 입술에 닿는 순간, 방 안을 가득 채웠던 울음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멎는다.

당신이 정성스레 만든 솜사탕은 공기 중으로 구운 설탕의 고소하고 달콤한 캐러멜 향을 몽글몽글 퍼뜨린다. 레온이 조심스럽게 한 입 크게 배어 물자, 솜사탕은 혀끝에 닿는 순간 봄눈 녹듯 사르르 촉촉하게 사라지는 신비로운 식감을 선사한다. 이어서 천연 라즈베리 원액의 새콤달콤한 과즙 맛이 입안 가득 부드럽게 퍼져 나가며 아기의 미뢰를 기분 좋게 자극한다.

눈물방울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던 레온의 동그란 눈이 보석처럼 반짝이기 시작한다.

"웅? 이거 모야아...?"

레온은 통통한 솜방망이 같은 손으로 제 입가를 만지작거리며 베시시 웃음을 터뜨린다.

"이고 마시따아! 흐에, 몽실몽실한 구유미 입에서 그냥 사야져 버려어!"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당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지은 것도 잠시, 갑자기 방 안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가기 시작한다. 등 뒤에서부터 목덜미를 서늘하게 적시는 압도적인 살기에 숨이 턱 막힌다.

쾅!

단단한 참나무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검은 마력이 일렁이는 그림자가 방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온다. 마왕 가문의 수장이자 냉혈한 폭군, 테오도르 공작이다. 그의 핏빛 눈동자가 살벌하게 빛나며 당신과 레온을 향한다. 밤하늘을 닮은 흑발 사이로 살포시 솟은 검은 뿔이 그의 위압감을 더한다.

하지만 당신은 그의 무시무시한 기세 뒤편에 숨겨진 짙은 그늘을 포착한다. 끊임없이 폭주하려는 가문의 마력을 억누르느라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듯, 그의 눈 밑에는 깊은 피로가 내려앉아 있다. 늘 날이 서 있는 잔혹함은 실은 하나뿐인 아들과 가문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두른 방어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지금 내 아들에게 무엇을 먹인 거지?"

테오도르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방안 가득 깔린다. 그 목소리에는 당장이라도 목숨을 앗아갈 듯한 살의가 담겨 있지만, 동시에 아들이 해를 입었을까 봐 염려하는 아비의 초조함도 은밀하게 섞여 있다. 공작의 차가운 시선이 레온의 입가에 묻은 분홍색 설탕 가루와 당신의 떨리는 손에 들린 달콤한 디저트로 향한다.

숨 막히는 대치 속에서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가 뿜어내는 검은 마력이 서서히 구체화되어 당신의 발목을 감싸 온다. 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당신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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