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당신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황금빛 주문서들의 파도 속에 멍하니 서 있습니다. 비열한 라이벌 상단을 완벽히 무찌르고, 마왕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온 대륙에 독보적인 이름을 떨친 '베이비 드래곤 전용 디저트 카페'. 꿈에 그리던 성공은 현실이 되었지만, 당신의 손끝은 더 이상 오색찬란한 생기로 물들지 않습니다. 하루에 수천 개씩 쏟아지는 고급 주문을 맞추느라, 이제 당신은 손목에 하얀 붕대를 칭칭 감은 채 기계처럼 거품기를 저을 뿐입니다.

눈앞의 거대한 놋그릇 안에서 끈적끈적하게 돌아가는 초콜릿 반죽은 흡사 당신의 가라앉는 가슴과도 닮아 있습니다.

지친 몸을 잠시 누이려 일렬로 늘어놓은 '구름 마시멜로 초코 타르트'가 베이킹 스탠드 위에서 수증기를 흘리며 외롭게 식어 갑니다. 코코아 버터의 부드럽고 기름진 막이 입안 가득 맴돌 때 느껴지는 눅진하고 무거운 감촉, 타르트지를 한 입 베물면 혀끝을 아릿하게 찌르며 번지는 쌉싸름하면서도 극도로 달콤한 다크 초콜릿의 진득한 미각, 그리고 버터와 바닐라 빈이 오븐 속에서 뜨겁게 그을려 내뿜는 달콤쌉싸름하고 구수한 향기까지. 그 완벽하고 황홀한 디저트의 심상마저도, 지금의 당신에게는 질식할 것 같은 지옥 같은 노동의 피로로 다가와 숨통을 죄어 둡니다.

"유디이인... 나 빠까상(빨간색) 뎨리(젤리) 머그꼬시포요..."

바지깃을 조심스레 잡아당기는 조그만 온기에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아기 용 리오가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부드러운 볼을 비벼대며 세상에서 가장 상냥하게 젤리를 쥐여 주었을 텐데, 지금 당신의 손가락은 돌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의 말랑말랑한 뺨을 한 번 쓸어 줄 여유조차 조각나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유디인 손, 마니 아포...? 도꼬(초코) 냄대, 이제 시러요... 유디인 맨날 하얗게 질려서 잠만 자구..."

아이는 생기를 잃어버린 당신의 눈빛을 보고는 겁을 먹은 듯 시무룩하게 조그만 꼬리를 늘어뜨리며 뒤돌아섭니다. 아기 용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고 싶어 시작했던 디저트가, 이제는 그 아이들의 천사 같은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가로막는 단단한 감옥의 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달빛 사이로, 또다시 수십 장의 밀린 주문서가 우수수 날아와 조리대 위로 흩어집니다. 머나먼 엘프의 숲에서, 인간 제국의 황실에서 날아온 화려한 실링 왁스가 찍힌 편지봉투들이 무덤처럼 쌓여 갑니다.

당신은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다시 무거운 거품기를 손에 쥡니다. 달콤함에 짓눌려 버린 이 외롭고 거대한 디저트 제국 안에서, 당신의 행복했던 초심은 두 번 다시 피어나지 못할 오븐 속 한 줌의 재로 화해 가고 있습니다. 단내가 가득한 사방을 둘러보며, 당신은 끝없는 마비감 속으로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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