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게 쏟아지는 햇살이 상아색 커튼을 타고 넘어와 당신의 발치에 노란 양단처럼 내려앉는다. 웅장하고 무시무시했던 마왕성의 집무실은 이제 고소한 온기와 사랑스러운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낙원이 되었다.
"유지인, 이고 지인짜 마시이써요... 뇽뇽이 마카뇽 또 주세여!"
당신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운 아기 드래곤, 레온이 통통한 꼬리를 살랑거리며 올려다본다. 작고 귀여운 뺨에는 이미 달콤한 가루가 잔뜩 묻어 있다. 당신이 건넨 것은 이번 시즌의 신작인 '장미 라즈베리 마카롱'이다.
오븐에서 갓 구워낸 꼬끄에서는 은은하고 눈부신 장미 향취와 풍성한 발효 버터의 내음이 향긋하게 피어올라 방 안을 온통 분홍빛 공기로 가득 채운다. 레온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하고 섬세하게 부서지는 표면 속에서 쫀득하게 베어 나오는 가나슈가 혀끝에 서늘하고 새콤달콤하게 녹아내린다. 손가락 끝에 닿는 부드러운 슈가 파우더의 가볍고 달콤한 감촉은 마치 봄날의 첫눈 같다. 레온은 보석 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당신의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만진다.
"나, 유지인이 평새앵 만든 마카뇽만 머글 꼬야."
귀여운 선언에 웃음을 터뜨리는 당신의 곁으로, 그림자처럼 묵직하면서도 다정한 기운이 다가온다.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한때 제국 전체를 공포에 떨게 했던 무자비한 마왕, 테오도르 공작이 서 있다. 이제 그의 흑빛 눈동자에는 오직 당신만을 향한 한없이 깊고 녹아내릴 들한 다정함만이 고여 있을 뿐이다.
"레온, 아무리 귀여워도 내 아내의 무릎을 독차지하는 건 반칙이란다."
테오도르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슬며시 레온을 안아 올린다. 그러고는 당신의 부드러운 뺨가에 묻어 있던 하얀 생크림을 조심스럽게 닦아내고는 자신의 입술로 가져간다. 그의 입꼬리가 아름답게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오늘도 제국 전역에서 당신의 디저트 가맹점을 늘려달라는 탄원서가 산처럼 쌓였더군. 심지어 마계의 거친 호족들까지 당신의 초콜릿 분수 없이는 하루도 못 살겠다며 울부짖고 있어. 하지만..."
그가 당신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그의 입술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가 당신의 심장을 간지럽힌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내 곁에서 가장 행복하게 웃는 일뿐이야. 나의 달콤한 파티시에도, 이 무서운 가문의 따뜻한 정식 공작부인 자리도, 전부 오직 당신만의 것이니까."
과거 당신의 비밀 레시피를 뺏으려 음모를 꾸몄던 라이벌 상단주마저 지금은 당신이 자비로 베푼 달콤한 크림 빵의 맛에 감화되어, 전 대륙의 유통망을 닦는 충직한 지배인으로 거듭난 지 오래다. 세상의 모든 날카로움이 당신이 만든 달콤함 앞에서 둥글게 가라앉았다.
당신은 테오도르의 단단한 가슴에 기대어, 레온이 내미는 작은 손을 맞잡는다. 코앞에서 번지는 따스한 홍차의 풍미와 달고 고소한 디저트의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무서운 폭군 가문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꽃밭으로 바꾸어 놓은 당신의 위대한 여정은, 이제 매일매일이 축제 같은 영원한 해피엔딩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