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증기 펌프의 압력 제어 밸브가 비정상적인 열팽창으로 심하게 떨리며 당장이라도 폭파할 듯한 굉음을 지른다.

붉게 달아오른 주철 보일러의 이음새마다 백색의 비명이 뿜어져 나왔다. 증기는 단순한 기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좁은 장막 속에 갇혀 날뛰는 성난 맹수와 같았다. 쇠로 만든 실린더가 팽창하는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미세하게 부풀어 올랐다. 이대로 두면 찰나의 순간에 야철장 전체가 날아가고, 그곳에 모인 백성들과 장인들은 형체도 없이 산산조각이 날 터였다.

이선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머릿속에서 이명이 울렸다. 전생의 고차원 물리 법칙과 열역학 공식들이 조선의 육신 속 뇌세포를 난폭하게 헤집으며 동기화되기 시작했다. 관자놀이의 혈관이 터질 듯 팽창했다.

‘정밀 설계의 혜안.’

주변의 시공간이 극도로 느려졌다. 웅장하게 고동치던 증기 기동조의 내부가 투명한 유리처럼 투시되어 이선의 안구에 맺혔다. 열역학적 에너지가 붉은색과 푸른색의 유체 흐름으로 시각화되어 뇌리로 쏟아졌다.

원인은 명확했다. 슬라이드 밸브 기어의 열팽창 계수를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 탓이었다. 섭씨 수백 도에 이르는 고온의 증기가 유입되자, 황동과 무쇠의 미세한 팽창률 차이로 인해 톱니의 치차가 불과 수십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어긋나 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증기의 배출구가 막혔고, 내압은 이미 안전 한계치인 8기압을 넘어 12기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어이구, 대감마님! 이놈이 터집니다요! 피하셔야 합니다!”

최두칠이 바닥을 기며 절규했다. 장인들은 이미 혼비백산하여 야철장 구석의 돌벽 뒤로 몸을 숨긴 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선은 물러서지 않았다. 피해망상에 가까운 완벽주의는 그에게 도망칠 기회를 허락지 않았다. 여기서 이 장치를 잃는다면, 유배지 영흥에서 도모하려던 모든 대업은 수포로 돌아간다. 역모의 굴레를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미래만이 기다릴 뿐이었다.

‘실린더 자체는 버틴다. 내가 설계한 고탄소강이니까.’

이선은 일찍이 야철장 가마 벽면에서 발견했던 미세 탄소 균열 구조를 분석하여, 고강도 고탄소강 정련의 비결을 터득해 낸 바 있었다. 1화에서 혜안으로 포착했던 그 불순물 제어 기술을 이번 고압 실린더 주조 공정에 고스란히 녹여냈던 것이다. 실린더의 압화 현상을 막기 위해 철저히 통제된 탄소 함량과 정밀한 서냉 과정을 거친 강철은 아직 파괴되지 않았다. 문제는 오직 막혀버린 우회 밸브였다.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겼다. 머릿속 뇌혈관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컥.

목구멍을 타고 기어이 검붉은 피가 울컥 솟구쳤다. 입술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가 턱 끝을 적셨다. 수명을 깎아내는 각혈이었다. 그러나 이선은 소매로 피를 닦아낼 여유조차 없었다. 그는 벌겋게 달아오른 증기 도관 앞으로 손을 뻗었다.

“대군 마마! 안 됩니다!”

서한주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려 했으나, 이선의 형형한 눈빛에 압도되어 발걸음을 멈추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천재의 광기가 그곳에 있었다.

이선은 마침내 수동 우회 밸브의 무쇠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치이이익!

“……!”

가죽 장갑을 뚫고 들어오는 가공할 고열에 손바닥의 살점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진동했다. 살을 에는 듯한 극통이 전신을 지배했으나, 이선은 이가 부러질 정도로 악물며 밸브를 돌렸다. 혜안의 시야 속에서, 수동으로 개방된 바이패스 관을 통해 붉은 증기의 압력류가 분산되는 경로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우두둑, 끼이이이이—!

마침내 밸브가 돌아갔다.

콰아아아아아—!

야철장 천장의 환기구를 향해 엄청난 기세로 고압의 백색 증기가 분출되었다. 마치 성난 용이 승천하는 듯한 굉음이 영흥의 밤하늘을 갈랐다. 맹렬하게 요동치던 실린더의 구동음이 점차 규칙적이고 무거운 고동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피스톤이 부드러운 왕복 운동을 재개했다. 보일러의 압력 지표는 이선이 머릿속으로 계산한 안전 영역인 5기압 선으로 빠르게 내려앉았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오직 증기 기동조가 내뿜는 규칙적인 숨소리와 타오르는 화덕의 불꽃 소리만이 밀실을 채웠다.

툭.

이선은 뜨거운 손을 떼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극심한 신경 과부하로 인해 시야가 흐려졌으나, 그의 눈은 기계의 완벽한 거동을 확인하고 있었다.

“대군 마마!”

서한주가 버선발로 달려와 이선의 몸을 부축했다. 서한주의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정신을 차리소서! 어찌 이리 몸을 돌보지 않으십니까! 대군의 고귀한 체통으로 어찌 이런 천한 쇳덩이를 위해 목숨을 거신단 말입니까!”

서한주의 눈가에 고인 눈물은 단순한 충정의 발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리를 향해 목숨을 던진 한 인간을 향한 경외감이었다.

밀실 구석에 엎드려 있던 최두칠과 대장장이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피를 흘리면서도 기계를 지켜낸 젊은 대군의 모습이었다. 조선의 그 어떤 왕실 종친이, 그 어떤 고귀한 사대부가 천한 야장들의 목숨과 그들이 만든 미천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제 손을 태우고 피를 토한단 말인가.

최두칠의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는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통곡하듯 외쳤다.

“대군 마마……! 소인들이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소인들이 미천하여 마마의 옥체를 상하게 하였나이다!”

그의 뒤를 이어 야철장의 모든 장인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부복했다. 그들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대행(大行)의 길을 걷는 자에게 신분의 귀천은 없다.”

이선이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비록 낮았으나, 밀실 안의 모든 이들의 귓전에 똑똑히 박혔다.

“이 기계는 단순한 쇳덩이가 아니다. 우주의 천리(天理)를 담아 백성의 노고를 덜어줄 도구다. 너희가 밤낮으로 흘린 땀방울이 이 안에 깃들어 있거늘, 내 어찌 이를 방관하겠느냐. 두칠아.”

“예, 예! 마마! 말씀하시옵소서!”

최두칠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

“이 장치를 완성하라. 이것이 우리 공도회(工道會)가 천하에 보일 첫 번째 이치다.”

“소인 최두칠,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대군 마마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마마의 대업을 위해서라면 지옥의 불구덩이라도 들어가겠나이다!”

장인들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이전의 비굴하고 생존에 급급하던 천민들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제 단순한 대장장이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위대한 장인 연대의 일원으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자각하고 있었다. 이선이 심은 변화의 씨앗이 그들의 가슴 속에서 싹을 틔운 것이다.

이선은 서한주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손바닥의 화상이 쓰라렸으나, 머릿속은 오히려 맑아졌다.

“한주야.”

“예, 마마.”

“간작의 움직임은 어찌 되었느냐.”

서한주는 주위를 슬쩍 살핀 뒤, 품속에서 작은 보자기를 꺼내 보였다. 보자기 틈새로 조잡하게 주조된 조선 통보의 주조 틀이 언뜻 비쳤다. 3화에서 간작이 야철장 창고 구석에 몰래 숨겨두었던 바로 그 위조 엽전 주조 틀이었다.

“소인이 마마의 분부대로 밀밀히 감시하여 수습해 두었사옵니다. 조정의 간작 조태구가 대군 마마께 역모와 위조 전폐 주조의 누명을 씌우려 획책한 물증이 분명하옵니다.”

“잘했다. 그것은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품어두어라. 한양의 쥐새끼들이 스스로 덫에 걸려들 때 가차 없이 목줄을 죌 무기가 될 것이다.”

이선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완벽주의적인 비밀주의는 이미 적들의 모든 한 수를 예측하고 있었다.

* * *

사흘 뒤. 함경도 영흥의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영흥 철광산.

이곳은 수개월 전 갑작스러운 지하수 분출로 인해 완전히 침수되어 가동이 중단된 버려진 광산이었다. 수백 명의 부역꾼이 밤낮으로 가죽 양동이를 나르며 물을 퍼냈으나, 솟구치는 지하수의 양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폐광의 운명을 맞이했던 곳이다. 조정에 바쳐야 할 납공(納貢) 철물의 수량을 채우지 못해 영흥의 백성들과 장인들은 가혹한 징벌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 광산 입구에 기괴하게 생긴 거대한 무쇠 괴물이 들어섰다.

최두칠과 장인들이 수레에 실어 운반한 증기 양수 장치였다. 굵직한 구리 도관과 무쇠 실린더, 그리고 거대한 흡입관이 광산의 깊은 수면을 향해 뱀처럼 뻗어 내려갔다.

“저것이 진정 물을 퍼 올릴 수 있단 말인가?”

“대군 마마께서 만드신 신물(神物)이라 하더군. 허나 저 무쇠 기계가 어찌 수백 명의 장정이 하지 못한 일을 한단 말인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광산의 광부들과 인근 백성들이 쑥덕거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의구심과 호기심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선은 뒤편의 너럭바위에 앉아 차분히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곁에는 서한주가 도면을 쥔 채 서 있었고, 최두칠은 땀을 뻘뻘 흘리며 기계의 최종 점검을 마쳤다.

“마마,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최두칠이 고했다.

“시작하라.”

이선의 짤막한 명령과 함께, 최두칠이 보일러 아궁이에 무연탄을 가득 밀어 넣고 불을 지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일러가 달아오르며 압력이 차올랐다. 이선은 혜안을 작동시키지 않고도, 사흘 전 겪은 경험을 통해 기계의 진동만으로도 압력의 추이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보정된 슬라이드 밸브 기어는 더 이상 오차를 일으키지 않고 매끄럽게 물려 있었다.

치익—! 쿵! 치익—! 쿵!

마침내 거대한 무쇠 피스톤이 장중한 포효와 함께 왕복 운동을 개시했다.

그와 동시에 광산 깊숙이 연결된 흡입관을 통해 가공할 흡입력이 발생했다.

쿠구구구구—!

광산 내부에서 거대한 대지의 울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백성들이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

콸콸콸콸!

광산 구멍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서늘하고 시커먼 지하수였다. 직경 두 자가 넘는 거대한 배출관을 통해 폭포수와 같은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계곡 아래로 쏟아졌다. 그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백 명의 장정이 가죽 양동이로 퍼 올리던 양의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하는 수량이 단 한 순간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오오……! 물이 나온다! 물이 쏟아져 나온다!”

“저 무쇠 상자가 물을 토해내고 있어!”

백성들 사이에서 경악과 환호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기계는 지치지 않았다. 인간의 근육은 한 시간만 일을 해도 비명을 지르며 쉬어야 했으나, 증기 펌프는 단 한 줌의 탄과 물만 있으면 멈추지 않고 가공할 힘을 뿜어냈다.

치익— 쿵! 치익— 쿵!

일정한 리듬으로 대지를 흔드는 증기 기동조의 고동 소리는, 마치 잠들어 있던 조선의 대지를 깨우는 거인의 심장 소리와 같았다.

반나절이 경과했다.

수개월 동안 가득 차 있어 그 깊이를 알 수 없던 광산의 수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마침내 갱도의 바닥이 그 축축한 속살을 드러냈다. 수천 석에 달하는 지하수가 단 반나절 만에 완벽하게 배출된 것이다.

“심봤다! 철광이다! 양질의 철광석이 그대로 묻혀 있다!”

갱도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던 광부가 헐떡이며 뛰어나와 외쳤다. 그의 손에는 은은한 푸른빛이 도는 묵직한 자철석 원석이 들려 있었다.

“오오! 살았다! 이제 공납을 바칠 수 있어!”

“대군 마마 만세! 대군 마마 만세!”

광부들과 백성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이선이 있는 너럭바위를 향해 만세를 불렀다. 수백 년 동안 그들을 옭아맸던 가혹한 납공제의 사슬 속에서, 마침내 기술이라는 구원의 빛을 본 순간이었다. 이선이 구축한 영흥의 비밀 장인 연대, 즉 공도회의 힘이 백성들의 삶을 실제로 구원해 낸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바로 그때, 광산 입구의 가도를 따라 화려한 가마와 가마를 호위하는 아전들의 무리가 급히 당도했다.

영흥 부윤과 그의 이속들이었다.

부윤은 가마에서 내리자마자 턱이 빠질 듯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산처럼 쌓여가는 고품질의 철광석과, 지치지 않고 물을 뿜어내는 가공할 무쇠 기계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공포와 외경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수개월 동안 손도 못 대던 광산이 어찌 반나절 만에 물이 빠졌단 말인가?”

부윤이 부들부들 떨며 이선에게 다가와 조아렸다.

“대군 마마…… 정녕 마마께서 이 기괴한 장치로 이리 하신 것이옵니까? 이것은…… 이것은 예법에 어긋나는 기괴한 기예가 아니옵니까?”

이선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부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부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부윤.”

“예, 예! 마마.”

“맹자께서 이르시기를, 백성을 이롭게 하는 도구는 성인의 도리라 하셨소. 이 기계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가혹한 부역을 대신하고, 나라의 근간이 되는 철물을 이토록 풍족하게 생산해 내는데, 어찌 이를 기괴한 기예라 폄하하는 것이오? 이것이 정녕 예법에 어긋나는 참람한 짓이라 생각하오?”

이선의 서늘하고도 정연한 논리에 부윤은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성리학의 교리를 역용하여 기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대군의 권위 앞에, 일개 고을의 수령은 그저 압도당할 뿐이었다. 부윤은 이선이 영흥의 장인들과 백성들을 완벽하게 장악했음을, 그리고 그 바탕에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가공할 기술적 실력이 존재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아, 아니옵니다, 마마! 어찌 소관이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사옵니까! 이는 진정 영흥의 경사이자, 나라의 경사이옵니다!”

부윤이 땀을 닦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선은 속으로 차갑게 미소 지었다. 첫 번째 국면의 완전한 승리였다. 압도적인 실력의 공개를 통해 조정의 통제와 감시자들의 입을 완벽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하늘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저 멀리 광산으로 이어지는 영흥의 관문 가도 너머로, 자욱한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으며 일어났다.

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대지를 흔들었다. 단순한 전령의 말소리가 아니었다. 백 명이 넘는 정예 병력이 대열을 맞추어 진격해 오는 장엄하고도 살기등등한 기세였다.

이선의 눈빛이 급격히 가라앉았다.

흙먼지를 뚫고 나타난 것은, 한양의 삼군부와 의금부에서나 볼 수 있는 시퍼런 창검을 든 포조 병력 100여 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는 국왕의 전권 대리임을 상징하는 붉은 독기(纛旗)와, 세도자 민우식의 가문 문양이 선명히 새겨진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한양의…… 특별 감사단이옵니다!”

서한주가 도면을 쥔 손을 꽉 쥐며 나직하게 경고했다.

말을 탄 고위 관료가 광산 공터 한가운데로 거침없이 들어섰다. 그의 눈빛은 기계를 바라보며 탐욕과 살기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말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품속에서 국왕의 어인이 찍힌 교지를 꺼내 들었다.

“도평대군 이선은 들으라! 조정의 허가 없이 사사로이 대형 무쇠 장치를 제조하고, 백성들을 선동하여 불법 결사를 조직한 참람죄의 혐의로, 주상 전하의 명을 받아 영흥의 모든 야철장과 광산을 압수하고 대군을 한양으로 압송하노라!”

추상같은 호통 소리가 광산을 가득 채웠다. 백성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고, 포조들이 창검을 겨누며 이선과 공도회의 장인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한양의 거대한 어둠이 영흥의 기적을 집어삼키기 위해 이빨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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