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야철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매캐한 유황 연기 사이로, 차가운 밤바람이 거칠게 몰아쳤다. 붉은 횃불을 치켜든 포졸들의 그림자가 흙바닥 위로 어지럽게 출렁였다. 그 선두에 선 서리 조태구는 한양의 세도가 민우식의 직인이 찍힌 밀지를 흔들며, 마치 사냥감을 몰아세우는 사냥개처럼 기고만장한 안광을 번뜩였다.

"대군 대감! 야철장에서 사사로이 병장기를 주조하여 반역을 도모한다는 명백한 고변이 접수되었사옵니다! 조정의 명에 따라 이 야철장과 대감의 처소를 샅샅이 수색하겠사옵니다!"

조태구의 앙칼진 목소리가 가마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사방의 벽을 때리고 되돌아왔다. 겁에 질린 최두칠은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고, 포졸들은 당장에라도 쇠사슬을 들이밀 기세로 이선의 주위를 좁혀왔다.

이선은 가만히 손을 들어 제 가슴께를 짚었다.

뇌 신경계에 전생의 고차원 역학 지식을 무리하게 동기화한 탓에, 비강 깊은 곳에서부터 비릿한 피비린내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관자놀이가 터질 듯이 박동했으나, 이선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조태구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차갑게 식어 있는 강철의 표면과도 같았다.

"병장기라."

이선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는 몸을 돌려, 방금 전까지 최두칠과 함께 만지던 거대한 원통형 철제 구조물을 가리켰다. 그것은 증기기관의 핵심이 될 고압 보일러 부품이었으나, 겉보기에는 그저 기묘한 뚜껑이 달린 거대한 무쇠 가마솥에 불과했다.

"네 놈의 눈에는 이 물건이 조총이나 대포로 보이느냐?"

"대감, 궤변으로 조정을 기만하려 하지 마십시오! 이토록 기괴하고 거대한 무쇠 통을 사사로이 주조하는 것이 참람죄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조태구가 횃불을 보일러 동체 가까이 들이대며 소리쳤다. 이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꾸했다.

"참람이라니. 무식한 아전 놈이 조정의 법도와 왕실의 예법을 참칭하는구나. 이것은 함경도 관내의 고찰, 묘련사(妙蓮寺)의 주지 스님과 약조하여 주조 중인 극락왕생 기원용 '제례 보일가마(普溢釜)'다."

"제, 제례 가마라고요?"

조태구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렇다. 넓을 보(普)에 넘칠 일(溢). 부처의 자비가 온 천하에 널리 넘쳐흐르기를 기원하며, 공양수를 끓여 만민에게 베풀기 위한 성스러운 제례용 기물이다. 왕실의 안녕과 승하하신 선대왕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대군인 내가 직접 발원하여 비장(秘藏)된 법도에 따라 제작하는 법구(法具)이거늘, 감히 일개 아전 나부랭이가 불가의 신성한 의기를 두고 병장기라 모함하는 것이냐?"

조선 전기는 유학을 숭상하였으나, 여전히 왕실 내명부와 종친들 사이에서는 사찰을 통한 기복과 제례가 묵인되고 있었다. 특히 선대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불사(佛事)라는 명분은 사림들조차 함부로 훼절하기 힘든 도덕적 방어막이었다.

조태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보일러 표면의 기묘한 리벳 자국과 배관 구멍들을 살펴보았다.

"하오나 이 구멍들과 무쇠 가로대들은 어찌 이리 기괴하단 말입니까? 일반적인 가마솥과는 그 형상이 판이합니다!"

"어리석도다. 법화경의 가르침에 따라 우주의 기운이 순환하는 통로를 기하학적 문양으로 새겨 넣은 것이다. 이 구멍들을 통해 부처의 법력이 서린 증기가 뿜어져 나와 사방을 정화하는 이치거늘, 주자학의 말단 자구조차 제대로 깨치지 못한 아전 놈이 어찌 불가의 깊은 묘리(妙理)를 알겠느냐."

이선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머릿속의 '정밀 설계의 혜안'이 작동하며 보일러의 외벽 구조를 사찰의 대형 향로나 제례용 가마의 법식에 맞추어 즉석에서 법리적으로 재해석해 낸 덕분이었다.

조태구는 침을 삼키며 이선의 서슬 퍼런 기세에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이내 품속의 밀지를 꽉 쥐며 다시 이빨을 드러냈다.

"대감께서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하셔도, 제게는 한양의 참판 대감께서 내리신 명백한 수색 권한이 있습니다! 이 야철장 바닥을 모두 파헤쳐서라도 증거를 찾을 것입니다!"

그 선언에 이선의 눈빛이 살얼음판처럼 차가워졌다. 이선은 천천히 조태구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대군의 고귀한 신분이 풍기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좁은 야철장 내부를 무겁게 짓눌렀다.

"참판 대감의 권한이라 했느냐?"

이선이 조태구의 손에 들린 밀지를 차갑게 응시했다.

"조선 천하에 왕명(王命)이 아닌 사사로운 가문의 서신을 들고 대군의 사저와 영지를 침탈할 수 있는 법도가 어느 경국대전에 적혀 있더란 말이냐?"

"이, 이것은 국경의 안위를 위한……."

"닥쳐라!"

이선의 함성이 야철장의 가마솥을 울렸다.

"대군은 왕실의 종친이며, 이곳 영興은 주상 전하께서 내게 하사하신 유배지이자 안치 처소다. 나를 감시하고 수색하려거든 의금부의 정식 금부도사가 왕의 교지와 사약(賜藥)이라도 들고 와야 마땅한 법! 일개 이조 참판의 사사로운 사주를 받은 고을의 서리가 포졸들을 거느리고 대군의 처소를 범하는 것은, 명백한 하령위상(下令犯上)이자 국법을 뒤흔드는 반역 행위다!"

이선의 손가락이 조태구의 이마를 가리켰다.

"경국대전 형전(刑典) 제십조, 왕실 종친의 사저를 무단으로 침범하고 모해하려 한 자는 가차 없이 장형 일백 대에 처하고 변방의 노비로 삼는다 하였거늘, 네 놈이 지금 그 목숨을 담보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냐?"

조태구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가셨다.

그는 민우식의 권세만 믿고 유배당한 대군을 만만히 보았으나, 이선이 들이대는 철저한 국법의 자구 앞에서는 일개 아전에 불과했다. 왕실의 권위와 국법의 엄격한 절차를 들이대자, 그가 가진 사적인 밀지는 한순간에 자신을 역모로 몰고 갈 수 있는 올가미로 변해버렸다.

"어찌할 테냐? 지금 당장 이 야철장을 수색하여 참판 민우식과 함께 종묘사직을 능멸한 대역죄인으로 거열형에 처해지겠느냐, 아니면 무릎을 꿇고 네 죄를 청하겠느냐?"

이선의 매서운 추궁에 포졸들이 먼저 겁을 먹고 횃불을 아래로 내렸다. 조태구의 무릎이 사정없이 떨렸다. 그는 이선의 눈빛에서 타협 없는 완벽주의와, 아주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자신을 철저히 파멸시키겠다는 잔혹한 의지를 읽었다.

쿵.

결국 조태구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에서 횃불이 바닥으로 떨어져 허무하게 꺼졌다.

"대, 대감…… 소인의 안목이 좁아 불가의 거룩한 기물을 오해하였사옵니다. 부디 혜량하여 주시옵소서!"

"당장 네 놈들의 더러운 발자국을 거두고 사라져라. 다시 한번 내 허락 없이 이 야철장의 울타리를 넘는다면, 그날은 참판 민우식이 아니라 그 할아비가 와도 네 목숨을 보존치 못할 것이다."

이선의 냉혹한 축객령에 조태구와 포졸들은 쥐새끼처럼 허둥지둥 야철장 밖으로 달아났다.

어둠 속으로 그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이선은 억눌렀던 숨을 크게 토해냈다. 입안 가득 고여 있던 소량의 검붉은 피가 바닥의 흙 위로 툭툭 떨어졌다.

"대감! 몸은 괜찮으십니까!"

최두칠이 급히 다가와 이선을 부축하려 했다. 이선은 손을 저어 그를 제지하고 소매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나는 괜찮다. 가마의 불을 꺼뜨리지 마라. 놈들이 물러갔으나 감시의 눈길은 더욱 교묘해질 터. 주조한 부품들을 지하 밀실로 옮겨야 한다."

이선은 바닥에 고인 자신의 피를 보며 주먹을 쥐었다.

역모의 덫은 언제나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완벽한 기계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단 한 순간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

그 소동이 있은 지 사흘 뒤, 영흥의 골짜기에는 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야철장 안쪽의 은밀한 사랑방에는 기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선의 맞은편에는 백색 도포를 단정히 차려입은 젊은 유생이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의 이름은 서한주. 함경도 일대에서 영민함으로 이름을 떨쳤으나, 공리공론에 치우친 주자학에 회의를 느끼고 실용적인 학문을 탐구하던 낙향 유생이었다.

서한주는 방 한구석에 놓인 기묘한 무쇠 실린더와, 이선이 책상 위에 펼쳐놓은 복잡한 도면들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탐구욕과 경외감이 뒤섞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대군 대감."

서한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으나 단호했다.

"소생, 야철장에서 일어난 소동을 들었사옵니다. 대감께서 관아의 서리를 물리치기 위해 그것을 불가의 '제례 가마'라 칭하셨다지요."

"그것이 어쨌단 말이냐?"

이선이 찻잔을 들며 무심하게 물었다. 서한주는 고개를 저으며 도면의 한 구석을 가리켰다.

"속일 수 있으나, 학문과 진리의 눈은 속이지 못하십니다. 이 도면에 그려진 선과 수치들, 그리고 이 쇠통의 두께와 기하학적 정밀함은 불가의 기복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이것은 만물의 힘을 한곳으로 모아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려는…… 일종의 기동기(起動機)가 아닙니까?"

조선 전기의 유생으로서는 놀라운 통찰이었다. 이선은 찻잔을 내려놓고 서한주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유생인 네가 기예의 말단에 관심이 많구나. 사대부의 도리는 공자 왈 맹자 왈 하며 마음을 닦는 데 있거늘, 어찌 이런 천한 쇳덩이의 이치에 집착하느냐?"

이선의 시험하는 듯한 질문에 서한주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는 억눌린 목소리로 궤변을 토해내듯 말했다.

"천하다 하셨습니까? 대감, 지금 조선의 사대부들이 외치는 '이치(理)'는 책장 속의 썩은 먼지에 불과합니다! 매년 백성들은 굶주림과 노역으로 죽어가고, 북방의 여진족은 국경을 위협하는데, 도성 안의 현자들은 이(理)와 기(氣)의 선후를 따지며 말장난만 일삼고 있습니다. 소생은 그것이 참담하였사옵니다!"

서한주가 도면 위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이 정밀하게 그려진 실린더의 곡선을 따라 떨렸다.

"하지만 대감께서 그리신 이 도면을 보십시오. 여기에는 백마디의 경전 구절보다 더 명확하고 정교한 우주의 법칙이 담겨 있습니다. 이 치밀한 수치와 오차 없는 설계야말로, 세상을 실제로 이롭게 하는 참된 '도(道)'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선은 서한주의 격앙된 감정 이면에 서린 참된 학문에 대한 갈망을 읽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한주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묵직한 목소리로 성리학의 이기론을 뒤흔드는 일성을 던졌다.

"네가 이(理)와 기(氣)를 논하는구나. 그렇다면 묻겠다. 주자(朱子)는 이(理)가 주(主)가 되고 기(氣)가 객(客)이 된다 하였다. 그러나 기(氣)가 없는 이(理)가 세상에 스스로 존재할 수 있더냐?"

서한주는 숨을 죽였다.

"보아라. 가마솥 안의 물이 끓어오를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증기의 힘(氣)이 무거운 솥뚜껑을 들어 올린다. 이것은 단순한 기예가 아니다. 열역학적 팽창이라는 우주의 절대적인 법칙(理)이, 강철이라는 도구(氣)를 통해 물리적인 힘으로 형현(形現)된 것이다. 기계란, 우주의 천리를 인간의 손으로 통제하고 부려 백성의 삶을 구휼하는 '이기도설(理氣圖說)'의 결정체다."

"이기도설…… 기계가 우주의 이치를 담은 도구라니요……."

서한주의 머릿속에 거대한 번개가 내리쳤다.

평생 그를 괴롭히던 사상적 의문이, 이선이 제시한 '물리적 기계론'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완벽하게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기계는 천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성리학이 지향해야 할 최종적인 실천이자, 우주의 법칙을 현실에 조형해 내는 가장 고귀한 학문이었다.

이선은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동방의 작은 나라인 우리 조선이 언제까지 중국의 경전만을 외우며 살 수 있겠느냐. 서양의 열강들은 이미 보이지 않는 증기의 힘을 빌려 거대한 철선을 띄우고 산을 뚫는 기계를 만들어 온 천하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우리가 이 철기를 쥐지 못한다면, 우리의 종묘사직과 백성들은 머지않아 그들의 군홧발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말 것이다."

이선의 목소리에는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고독과, 미래의 파멸을 막고자 하는 처절한 갈망이 서려 있었다.

서한주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대군 이선이 보고 있는 세계는 단순한 역모나 왕권 찬탈의 야욕이 아니었다. 그것은 조선이라는 나라 전체를 구원하고 개혁하려는, 장대하고도 냉혹한 문명사적 구상이었다.

"대감……!"

서한주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이마가 차가운 방바닥에 닿았다.

"소생, 평생을 책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였으나 오늘에야 비로소 참된 도(道)와 주군(主君)을 뵈었나이다! 대감의 그 장대한 구상에 소생의 미천한 목숨과 학문을 바치겠나이다!"

이선은 꿇어앉은 서한주를 내려다보았다.

"내 곁에 서는 것은 가시밭길이다. 조정의 훈구 대신들과 사림들이 나를 참람죄로 엮어 죽이려 혈안이 되어 있다. 나와 뜻을 함께한다는 것은, 언제든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수 있는 나락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이다."

"배움이 없는 삶은 죽음보다 황량하옵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계의 도를 구현할 수만 있다면, 백 번을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서한주의 목소리에는 타협 없는 결기가 서려 있었다. 이선은 그의 눈빛에서 거짓 없는 진실을 확인하고, 천천히 그를 일으켜 세웠다.

" 좋다. 그렇다면 너를 나의 첫 번째 동지로 받아들이마. 우리는 음지에서 힘을 길러야 한다. 조정의 감시를 피해 기술을 지키고, 장인들을 모으며, 장차 조선의 뼈대를 바꿀 비밀 결사를 조직할 것이다."

이선이 책상 위의 빈 종이에 붓을 들어 힘차게 세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공도회(工道會).**

"기계의 도(道)를 닦고, 장인(工)들의 시대를 여는 모임이다. 네가 이 공도회의 서기가 되어, 함경도 일대의 뜻있는 유생들과 장인들을 은밀히 포섭하라. 이것이 나와 너의 계약이다."

서한주는 먹이 채 마르지 않은 글자를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목숨을 다해 대감의 대업을 보필하겠나이다!"

마침내 천재 기계공학자 이선과, 그의 사상적 동반자가 될 서한주가 손을 잡았다. 조선의 역사를 뒤흔들 기계 혁명의 전위대, '공도회'가 역사의 장막 뒤에서 조용히 그 첫걸음을 떼는 성스러운 순간이었다.

***

그 시각, 영흥 관아의 서리 처소.

조태구는 초조한 표정으로 방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사흘 전 야철장에서 대군 이선에게 당한 수치와 공포가 여전히 그의 뼈마디를 시리게 만들고 있었다.

"제례 가마라고? 하, 지나가는 개가 웃을 노릇이지."

조태구는 이선이 들이댄 법리적 압박에 밀려 물러섰으나, 결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대군이 유배지에서 그토록 정교한 철제 구조물을 만들고, 천민 대장장이들을 사적으로 포섭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정상적인 종친의 행보가 아니었다.

게다가 최근 야철장 주변을 감시하던 밀정들로부터 기묘한 첩보가 들어오고 있었다. 한밤중에 야철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의 기묘한 연기와, 귓가를 찢는 듯한 괴이한 쇠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분명 흉계가 있다. 대군 이선이 역모의 병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조태구는 침을 침묵 속에 삼키며, 품속에서 한양의 권력자 민우식에게 보낼 서찰을 꺼냈다. 그는 붓을 들어 이선의 수상한 동태와 야철장의 비밀 공정, 그리고 최근 서한주를 비롯한 유생들이 대군의 사저를 드나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상세히 적어 내려갔다.

"이 서찰이 한양에 닿는 날, 대군 대감, 당신의 그 오만한 목도 부러질 것입니다."

조태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서찰을 밀봉했다. 그리고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으로 신임하는 극비 전령을 불러들였다.

"이 서찰을 목숨을 걸고 한양의 민 판서 대감 사저로 전달하라. 하루라도 늦어지면 네 놈의 목도 달아날 것이다."

"예, 나리! 염려 마십시오!"

전령이 서찰을 품에 안고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영흥의 차가운 밤하늘 아래, 대군 이선을 파멸시키기 위한 거대한 음모의 전령이 한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선이 준비하는 기계 혁명의 불꽃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조정의 살벌한 칼날이 다시 한번 그의 목덜미를 겨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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