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그 손 떼고 나오시지."
민태구 기획조정실장의 목소리는 수술실의 우레탄 바닥을 타고 낮게 깔렸다. 그의 뒤로 늘어선 카텔리아 VIP 전담 감사팀원 세 명이 서진을 포위하듯 반원을 그리며 좁혀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검은색 가죽 폴더가 수술실의 무영등 불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서진은 소독 가운을 걸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우측 안구 깊은 곳에서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안통이 찌르르하게 피어올랐다. 기맥 투안(氣脈 透眼)을 과도하게 가동한 대가였다. 오른팔 전체로 번져가는 미세한 마비 증세를 감추기 위해, 그는 떨리는 손가락을 초록색 소독포 아래로 깊숙이 숨겼다.
손끝이 주머니 속 침구 파우치 겉면을 스쳤다. 그 안에는 계승우가 수술 트레이에 섞어두었던, 규격이 맞지 않는 불량 마이크로 바늘이 들어 있었다. 서진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비틀려 올라갔다.
"민태구 실장님."
퍼스트 어시스트로 참여했던 한채원이 서진의 앞을 가로막으며 나섰다. 그녀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마스크 위로 흘러내렸다.
"환자는 뇌저동맥류 파열 직전의 초응급 상태였습니다. 1분만 지체했어도 지주막하 출혈로 현장에서 사망했을 겁니다. 백서진 선생의 즉각적인 클리핑 덕분에 바이탈이 안정된 겁니다. 의료법 제60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거기까지, 한채원 선생."
민태구가 한쪽 손을 들어 한채원의 말을 날카롭게 잘랐다. 그의 눈가에 도는 옅은 황달 기운과 불규칙하게 맥동하는 경동맥의 흐름이 서진의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심장 판막의 미세한 역류 혹은 간문맥의 폐색이 의심되는 비정상적인 맥상(脈象). 서진은 속으로 그 궤적을 그리며 민태구의 숨소리를 읽었다.
"응급의료법의 면책 조항은 '적법한 권한을 가진 의료인'이 정상적인 절차 내에서 행한 행위에만 국한됩니다."
민태구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오직 사내 규정이라는 단단한 쇠창살로 상대를 가두려는 포식자의 논리뿐이었다.
"백서진 선생은 이미 사흘 전, 상급자의 지시 불이행 및 독단적 처치로 인해 집도 권한이 일시 정지된 상태였습니다. 권한이 없는 하급 레지던트의 단독 집도는 의학적 구호가 아니라, 무면허 의료 행위와 다름없는 불법 침습 행위입니다. 세인대학병원 징계 규정 제14조, 그리고 보건의료법 제27조 위반이지요."
감사팀의 수석 감사관이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서진의 가슴팍에 부착된 AD(Access Control) 카드를 가리켰다.
"백서진 선생. 원내 전산망 및 수술실 출입 권한을 즉시 정지합니다. 착용하고 계신 소독복을 탈의하시고 감사실로 동행해 주십시오. 거부하실 경우 원내 보안팀에 의한 강제 퇴거 및 경찰 고발 절차가 진행됩니다."
수술실 내부의 바이탈 모니터가 *삑, 삑, 삑* 하며 유준우 환아의 안정된 심박수를 일정하게 출력하고 있었다. 환자는 완벽하게 살아났음에도, 수술실 안은 흡사 시체실과 같은 침묵이 지배했다.
조선 조정의 사헌부 관리들이 동궁전의 약방을 덮치던 그 기괴한 기시감. 권력자들은 언제나 환자의 생명보다 자신들이 세워둔 법과 격식의 붕괴를 더 두려워했다.
서진이 천천히 마스크를 벗었다. 그의 입술은 건조하게 갈라져 있었으나, 눈빛만큼은 잘 벼려진 은침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규정이라 하셨습니까."
서진의 목소리가 수술실의 금속 벽면에 부딪혀 차갑게 울렸다.
"환자의 두개골을 열고 뇌저동맥을 클립으로 고정하는 행위는, 터지기 직전의 고무풍선 주둥이를 0.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미세 집게로 집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 규정집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어야 합니까? 실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규정이, 환자가 사망한 뒤에 치러지는 장례식의 부조금이라도 보태주는 모양입니다."
"말조심해, 백서진!"
민태구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곳은 법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현대 대학병원이다. 네까짓 하급 전공의 한 명의 영웅주의로 굴러가는 야전병원이 아니란 말이다. 네 면허가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너를 방조한 이 수술실 안의 모든 의료진이 연대 책임을—"
"그 연대 책임, 내가 지면 되겠습니까?"
묵직하고 거친 음성이 수술실의 자동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자동문이 열리며 소독복을 대충 걸쳐 입은 거구의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칼을 거칠게 뒤로 넘긴 사내. 세인대학병원 소아외과의 거물이자, 이사회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학술적 권위자, 장영식 교수였다.
민태구의 눈썹이 꿈틀했다.
"장영식 교수. 여긴 소아외과 전용 수술실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 수술은—"
"이 수술은 내가 지시한 겁니다."
장영식이 민태구와 감사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서진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거대한 체구가 감사팀원들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다.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장 교수님은 이 수술의 집도 신청서에 서명하신 적이 없습니다."
감사관이 서류를 들이밀며 반박하려 하자, 장영식이 코웃음을 쳤다.
"신청서? 원내 규정 제32조 '응급 상황 시 전문의의 구두 지시에 의한 초동 조치 및 수련의 공동 집도 허용' 조항은 까먹었나 보군. 내가 외과 중환자실에서 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백서진 선생에게 집도를 지시했고,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초동 클리핑을 진행하라고 명했네. 실제로 내가 지금 수술실에 들어왔으니, 이건 나와 백서진 선생의 '공동 집도' 수술이 되는 거지."
"장 교수!"
민태구의 목소리에 비로소 서슬 퍼런 분노가 묻어났다.
"지금 이 자를 감싸기 위해 거짓 보고를 하겠다는 겁니까? 원격 지시의 기록이 전산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전산망? 내 스마트폰에 찍힌 통화 기록과 백 선생에게 보낸 메신저 지시 사항이 가장 확실한 기록이네. 법적 효력이 있는 의사의 구두 처방(Verbal Order)이지. 감사팀, 자네들이 법학 전문대학원을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는 내 수술실이네. 환자의 생명이 경각에 달했을 때 집도의의 판단과 지시는 그 어떤 행정 규정보다 우선시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보여줘야 믿겠나?"
장영식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태블릿 PC를 꺼내 감사팀의 코앞에 흔들어 보였다. 태블릿 화면에는 유준우 환아의 수술 전 뇌 CT 영상과 함께, 장영식이 사전에 승인한 것으로 조작된 모바일 협진 의뢰서가 띄워져 있었다. 정교하게 맞춰진 시간대와 결재 라인.
민태구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장영식이 미리 손을 써둔 것이 분명했다. 대학병원 내에서 소아외과 분야의 독보적인 수술 케이스를 보유한 장영식의 증언과 조작된 전산 기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은, 감사팀 입장에서도 법적 소송으로 번질 위험이 있는 악수(惡手)였다.
"장 교수, 이 자를 감싸서 얻는 실익이 없을 텐데요."
민태구가 낮게 읊조렸다.
"실익이라니. 나는 내 환자를 살려준 유능한 후배 의사를 보호하는 것뿐이네. 그리고 민 실장."
장영식이 민태구의 귓가에 대고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이 아이, 유 국회의원의 외손자야. 수술이 실패해서 아이가 죽기를 바랐던 게 아니라면, 당장 그 더러운 감사장 치우고 나가게. 아이 부모가 밖에서 눈을 부릅뜨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민태구의 턱근육이 경련하듯 파르르 떨렸다. 그는 서진을 쏘아보았다. 서진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연극을 관람하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철수해라."
민태구가 이 부득 갈리는 소리를 내며 뒤를 돌았다.
"하지만 백서진 선생. 이번 한 번은 장 교수의 얄팍한 꼼수로 넘어갈지 몰라도, 다음은 없을 거다. 네놈의 그 오만한 손끝이 언제까지 법망을 피해 갈 수 있을지 지켜보지."
감사팀이 민태구의 뒤를 따라 썰물처럼 수술실을 빠져나갔다. 수술실의 무거운 자동문이 *스르륵* 닫히자, 한채원은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쉬며 수술대 옆 어시스트 의자에 주저앉았다.
장영식이 땀 찬 이마를 닦으며 서진을 바라보았다.
"백서진 선생."
"예, 교수님."
"따라오게. 할 말이 있네."
* * *
교수동 7층, 장영식의 개인 연구실은 온통 누렇게 바랜 의학 저널과 정체불명의 수술 도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먼지 냄새와 소독약 냄새가 뒤섞인 방 안에서, 장영식은 인스턴트커피를 종이컵에 타서 서진의 앞에 내려놓았다.
"오른손은 좀 어떤가?"
장영식의 날카로운 질문에 서진의 눈동자가 고요하게 흔들렸다. 서진은 테이블 아래로 오른손을 내리고 마지못해 답했다.
"일시적인 신경 과부하일 뿐입니다. 집도에는 지장 없습니다."
"지장이 없는 게 아니지. 뇌저동맥류 클리핑 마지막 단계에서 네 손목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채원이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클립이 혈관 벽을 찢었을 거야. 자네의 그 눈…… 보통 의사의 눈이 아니더군. MRI로도 보이지 않던 미세 방추상 동맥류의 균열을 정확히 짚어냈어. 마치 인체의 기맥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서진은 대답 대신 찻잔을 바라보았다. 전생의 어의 시절, 침을 놓기 전 환자의 영조(營衛)의 흐름을 읽던 그 감각을 현대의 의사에게 구태여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장 교수님께서 저를 도우신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서진의 차가운 질문에 장영식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의 깊게인 미간 사이로 짙은 피로와 슬픔이 묻어났다.
"자네의 그 오만하고도 거침없는 눈빛에서…… 3년 전에 죽은 내 제자를 보았네."
장영식이 서랍에서 낡은 청진기 하나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아주 똑똑한 녀석이었지. 세인병원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전임의가 될 재목이었어. 하지만 그 녀석은 민태구와 '혜민재학' 카르텔의 비자금 통로였던 불법 신약 임상시험의 부작용을 고발하려다, 의료 과실이라는 누명을 쓰고 병원에서 쫓겨났네. 그리고 일주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장영식의 손가락끝이 청진기의 금속판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착.* 날카로운 금속음이 방 안을 채웠다.
"나는 그 녀석을 지키지 못했네. 비겁하게 침묵했지. 하지만 자네는 달라. 자네는 민태구의 압박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군. 나와 손을 잡세, 백 선생. 내가 자네의 방패가 되어 주겠네. 민태구와 그 배후에 있는 혜민재학을 무너뜨리고, 내 제자의 복수를 하고 싶네."
장영식의 눈에 서린 것은 뜨거운 복수심과 연민이었다.
그러나 서진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종이컵을 테이블 위에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
"거절하겠습니다."
장영식의 눈이 크게 떠졌다.
"뭐라고? 자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건가? 민태구는 자네를 파멸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걸세!"
"교수님."
서진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장영식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단 한 방울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저는 누군가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사냥개가 아닙니다. 과거의 원한이나 죽은 제자에 대한 부채감 같은 사사로운 감정은 저와 무관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서진이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권력의 어떠한 간섭도, 이사회의 어떤 압박도 받지 않고 오직 제 의술만으로 환자의 생사를 지배하는 것. 완벽한 '의권(醫權)'의 실현입니다. 교수님께서 저를 돕고 싶으시다면, 저의 이 손끝에 그 누구도 닿지 못하도록 법적, 정치적 집도 권한을 담보해 주십시오. 그것이 제가 교수님과 맺을 수 있는 유일한 동맹의 조건입니다."
인간적인 온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인 이성주의. 장영식은 서진의 차가운 기백에 압도되어 잠시 숨을 들이켰다. 이 청년은 단순히 살아남으려는 레지던트가 아니었다. 병원의 지배구조 자체를 자신의 발아래 두려는 오만한 책략가였다.
장영식은 허탈한 듯, 그러나 동시에 묘한 전율을 느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괴물이군. 좋아. 자네가 원하는 대로 집도권을 보장해 주지. 대신 자네도 알아야 할 것이 있네. 자네가 싸우려는 적들의 정체를 말이야."
장영식이 서랍 깊숙한 곳에서 암호화된 USB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세인대학병원을 막후에서 조종하는 부패 카르텔 '혜민재학'. 그들의 힘은 단순한 재단 자금에서 나오는 게 아니네. 그들은 정재계 VIP들의 은밀한 의료 사고와 불법 시술을 전담하며, 그들의 약점을 기록한 '비밀 장부'를 가지고 있네. 민태구는 그 장부를 통해 병원의 사유화를 완성하려 하고 있지. 그리고 그 후계자로 자신의 조카인 계승우를 세우려 하네."
"계승우라……."
서진의 머릿속에 계승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술대 위에서 불량 바늘을 섞어두며 비열한 미소를 짓던 사내. 궁중의 권력 싸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실력 없는 외척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걸세. 특히 이번 수술로 자네의 입지가 넓어지는 것을 계승우가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지. 조심하게. 그들은 수술실 밖에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자들이니까."
서진은 USB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그것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장영식에게 다시 밀어 보냈다.
"이 장부는 교수님께서 보관하십시오. 덫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놓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밤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 *
같은 시각, 본관 12층의 기획조정실장실.
*쨍그랑!*
크리스탈 양주잔이 대리석 벽면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붉은색 위스키가 벽을 타고 피처럼 흘러내렸다.
"장영식 그 늙은 여우가 감히 내 앞을 막아서?!"
민태구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소리쳤다. 그의 눈가는 눈에 띄게 노랗게 변해 있었고, 호흡은 비정상적으로 가빴다.
그의 맞은편 소파에는 계승우가 초조한 표정으로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삼촌, 이러다 정말 백서진 그 새끼가 소아외과에서 완전히 입지를 굳히는 거 아닙니까? 오늘 수술도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유 국회의원 측에서도 백서진을 직접 만나겠다고 난리라더군요."
"닥쳐라!"
민태구가 책상을 내리쳤다.
"그까짓 레지던트 놈 하나 처리하지 못해서 이 난리를 만들어? 계승우, 네가 준비했다는 그 불량 바늘은 어떻게 된 거야! 집도 중에 사고가 났어야 정상 아닌가!"
"그, 그게…… 분명히 트레이에 섞어두었는데, 백서진이 귀신같이 알고 그 바늘들을 피해 다른 바늘로 봉합을 끝냈습니다. 마치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계승우의 변명에 민태구의 눈이 가늘어졌다.
"미리 알고 있었다고? 그럴 리가 없다. 내과 전산기록이나 원내 물품 대장을 확인해 봤나?"
"그렇지 않아도 감사팀을 통해 백서진의 원내 행적을 이 잡듯 뒤졌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계승우가 품 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민태구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서류 상단에는 '향정신성 의약품 불법 유출 및 남용 의심 보고서'라는 붉은색 직인이 찍혀 있었다.
"백서진이 과거 신경 마비로 입원했을 당시의 처방 기록입니다. 그때 녀석의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된 정맥 마취제와 마약성 진통제 성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외과 약국에서 유출된 '펜타닐' 앰플의 일련번호와 백서진의 당직 동선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민태구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기획 감사군."
"예, 삼촌. 이번에는 장영식도 방어해 주지 못할 겁니다. 수술실 내에서의 의료 행위가 아니라, 현행법상 즉각 구속 수사가 가능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니까요. 지금 감사팀과 보안팀이 백서진의 개인 사물함을 수색하러 출발했습니다. 이미 손을 써두었으니, 녀석의 사물함에서 유출된 펜타닐 앰플 세 개가 정확히 나올 겁니다."
민태구가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의 손가락이 책상 면을 규칙적으로 톡, 톡, 톡 두드렸다.
"좋아. 이번에는 꼬리를 완전히 자른다. 당장 기안서 승인해. 경찰에도 즉각 고발 조치하고, 언론에 '대학병원 레지던트, 마약 투약 후 VIP 소아 수술 집도'라는 타이틀로 흘려라. 장영식이 제아무리 날고 기어도 마약쟁이 의사를 감싸지는 못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삼촌."
계승우의 얼굴에 잔인한 승리감이 번졌다.
* * *
밤 11시 45분. 외과 전공의 의국은 고요했다.
서진은 자신의 사물함 앞에 서 있었다. 하루 종일 지속된 긴장과 안통 탓에 전신이 무거웠다. 그는 주머니에서 개인 침구 파우치를 꺼내 사물함 선반 안쪽에 넣어두려 했다.
그때였다.
*치이익—*
복도에 설치된 원내 비상 무전기에서 찢어지는 듯한 기계음과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외과 전원 및 보안팀 주목 바랍니다. 현재 외과 3년차 전공의 백서진의 개인 사물함에서 허가되지 않은 정맥 마취제 및 마약성 진통제 앰플 유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보안팀은 즉시 외과 의국으로 출동하여 해당 인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사물함을 봉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의국 문이 거칠게 열리며, 계승우와 감사팀원들, 그리고 세 명의 보안요원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백서진."
계승우가 사물함 앞에 서 있는 서진을 보며 비열하게 웃었다.
"이제 네 약쟁이 짓거리도 끝이다. 당장 사물함 열어."
서진은 무전기 소리를 들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손끝은 여전히 주머니 속 침구 파우치, 그리고 그 안에 든 불량 미세 바늘을 만지고 있었다.
서진이 천천히 돌아서며 계승우의 눈을 응시했다. 밤의 어둠 속에서, 서진의 우측 안구가 기괴할 정도로 붉게 충혈되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