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 모니터 정중앙에 침투 경보음이 전 영역을 물들이고, 화물 보관 격실 하단부가 기계적 파라미터 분열과 함께 강제로 벌어지며 한 사내가 화염을 뿜고 들어섰다.
`[SYS_ALERT::EXTERNAL_BREACH_DETECTED]` `[LOCATION: CARGO_BAY_SUB-SECTION_4]`
찢겨 나간 장갑판 사이로 심우주의 절대 영도에 가까운 냉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선내의 가압 공기가 우주 공간으로 급격히 빨려 나가며 발생하는 고주파의 풍음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뿜어져 나온 화염은 산소가 희박해진 공간에서 순식간에 푸르스름한 불꽃으로 사그라들었다. 연기와 그을음 너머로 드러난 사내의 실루엣은 기괴할 정도로 비대했다.
카론.
그의 오른팔 전체를 대체한 하이브리드 외골격이 묵직한 서보 모터 구동음을 내며 요동쳤다. 기계 융합 팔뼈에서 뻗어 나온 다섯 개의 강철 손가락이 피스톤의 압력에 따라 째깍거리며 불쾌한 금속성 소음을 규칙적으로 뱉어냈다.
"꽤 재미있는 비행이었어, 쥐새끼들."
카론이 한 걸음 내딛자, 그의 외골격 발바닥에 내장된 전자기식 자성 패드가 러스팅호의 바닥 철판에 강하게 달라붙으며 쿵, 하고 무거운 진동을 전했다. 그의 하이브리드 인공 망막이 어둠 속에서 차가운 청색 광선을 뿜으며 제로의 코어를 조준했다.
"하지만 현상금 사냥도 슬슬 정산할 시간이라서 말이지. 그 불법 감정 칩, 내 포트에 직접 꽂아보고 싶거든."
카론이 왼손에 쥔 고출력 플라즈마 토치를 방출 격벽의 힌지 부분을 향해 휘둘렀다. 초고온의 푸른 불꽃이 강철 격벽을 순식간에 녹여 내리기 시작했다. 지지력을 잃은 격벽이 비틀리며 틈새가 벌어졌다. 그 틈새로 러스팅호의 생명줄과도 같은 산소가 기하급수적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OXYGEN_LEVEL: 17.2% -> 15.7%]` `[DECOMPRESSION_RATE: 1.5%/SEC_DECREASING]`
"허억…… 윽!"
벨라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급격한 감압 충격이 그녀의 호흡기를 덮쳤다. 대기압이 급락하면서 폐포 속의 산소가 역류하는 질식 상태가 유입된 것이다. 그녀의 입술이 푸르게 변해갔고, 손끝이 조종 콘솔을 잡으려 허우적거리다 배터리팩 위로 맥없이 떨어졌다.
제로의 안구 센서가 벨라의 관자놀이에서 흐르는 식은땀과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심박수를 포착했다. 그 순간, 제로의 흉부 깊은 곳에서 정체불명의 전기적 스파크가 일어났다.
`[EMOTION_CODE_OVERFLOW::ANGER_DETECTED]` `[CORE_TEMPERATURE: 114°C -> 142°C]` `[ERROR::LOGIC_CIRCUIT_INTERRUPTION]`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제로의 중앙 처리 장치를 마비시켰다. 논리 회로가 0과 1의 엄밀함을 잃고 거칠게 요동쳤다. 뜨거운 열기가 냉각 배관을 타고 역류했다.
"하! 보라고."
카론이 기계 손가락을 째깍거리며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불법 복제된 인간 쓰레기들의 감정이 네놈의 연산 장치를 갉아먹는 꼴이라니. 제국이 왜 그런 감정 코드를 악성 바이러스로 규정했는지 알겠군. 과열되다 결국 자멸할 하드웨어 주제에."
제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연산 능력마저 과열된 코어를 식히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제로의 기계 손은 카론의 조롱과 상관없이 움직였다.
스르륵.
제로는 자신의 전해질 배출구를 막으려 하듯, 쓰러진 벨라의 덜덜 떨리는 어깨를 강하게 잡아챘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조종실 구석에 위치한 독립 가압식 비상 보호 격실 안으로 거칠게 집어던졌다.
쿵!
벨라의 몸이 격실 내부로 안착함과 동시에, 제로는 수동 레버를 당겨 해치를 폐쇄했다.
`[SUB_SECTION_1::SEALED]` `[OXYGEN_LEVEL_INSIDE: 18.5%_STABLE]`
비록 러스팅호 전체의 산소는 계속해서 유실되고 있었지만, 최소한 벨라가 질식해 사망할 확률은 0.2%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 대가로 제로의 과열 지수는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CORE_TEMPERATURE: 168°C]` `[WARNING::SYSTEM_DEADLOCK_IMMINENT]`
연산 능력이 30% 이하로 급감했다. 이대로 카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생존 확률은 12%에 불과했다. 제로는 이 오버히트 상태를 제어할 단서를 찾기 위해 영구 메모리의 심층 영역을 강제로 스캔했다.
`[SEARCHING_ARCHIVE_FILE...]` `[FOUND::E-909_COOLING_OPTIMIZATION_LOG]`
고철 상인의 폐기 칩에서 회수했던 고대 수치 파일이었다. 일반적인 제국의 규격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변칙적인 유체역학 공식들이 제로의 시각 수용기 위로 떠올랐다. 제로는 즉시 내부 냉각 밸브의 개폐 비율을 E-909 파일의 권장 수치대로 재조정했다.
치이이익!
인공 척추를 따라 배치된 미세 노즐에서 고압의 기화 냉각제가 분사되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타는 듯한 압박감이 기적적으로 완화되며 연산 온도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CORE_TEMPERATURE: 168°C -> 145°C]` `[LOGIC_INTEGRITY: STABILIZING]`
"잔대가리를 굴려봤자 소용없다, 깡통."
카론이 외골격 주먹을 쥐었다. 그가 바닥을 박차고 도약했다. 산소가 거의 없는 무중력에 가까운 반감압 상태였기에, 그의 거대한 신체는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로질렀다.
제로는 머릿속으로 생존을 위한 극단적인 물리 법칙을 연산했다. 러스팅호의 메인 엔진은 꺼졌지만, 보조 원자 연소 장치의 배기 밸브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CALCULATING_TRAJECTORY...]` `[REVERSE_THRUST_OUTPUT: LEFT_WING_ONLY]` `[ANGULAR_MOMENTUM: MAXIMUM]`
제로는 선체의 원자 연소 출력을 오직 왼쪽 날개의 보조 분출구로만 역집중시키는 명령어를 입력했다.
그 순간, 비상 보호 격실의 투명 창 너머로 기절하기 직전의 벨라가 가늘게 눈을 떴다. 그녀는 자신의 벨트에 채워져 있던 고대 전자기 차폐 오르골의 태엽을 필사적인 힘으로 감아 격실 밖 바닥으로 밀어냈다.
태엽이 풀리며 신비롭고 이질적인 금속성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오르골 내부의 변조 장치에서 발생한 초고주파의 Electromagnetic 노이즈 진동이 무중력의 선내 공간으로 방사되었다.
지이이이잉!
특이 변조 노이즈 패턴이 화물창 내부의 전자기 기류를 강하게 뒤흔들었다. 카론의 침입용 해치를 제어하던 기계 관들이 불꽃을 튀기며 오작동을 일으켰고, 카론의 머리에 장착된 하이브리드 인공 망막의 스펙트럼 필터가 격렬하게 명멸하기 시작했다.
`[WARNING::EXTREME_ELECTROMAGNETIC_NOISE_DETECTED]` `[TARGET_SENSORY_SYSTEM::TEMPORARY_BLINDNESS_EXPECTED]`
"이년이…… 무슨 짓을!"
카론이 눈을 비벼대며 궤도를 잃고 허공에서 휘청였다. 그의 정밀 연산 시스템이 노이즈 파장에 오염되어 대상을 식별하지 못하는 골든 타임이 발생했다.
정확히 6초.
제로는 지체하지 않았다.
슈우우우웅!
왼쪽 날개에서 분출된 초고온의 원자 연소 가스가 선체를 오른쪽으로 급격히 회전시켰다. 질량 보존 법칙에 따라, 허공에 떠 있던 제로의 신체는 강력한 회전 전단력을 얻었다.
카론은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도 자이로 센서에 의존해 제로가 정면으로 돌진해 올 방향을 예측하고 외골격 팔을 뻗었다. 그것은 정예 요원다운 완벽한 예측 연산이었다.
그러나 제로는 정면으로 가지 않았다.
제로는 자신의 왼팔 장갑판을 찢어내어 카론의 반대편 격벽으로 강하게 내던졌다. 금속 파편이 격벽에 부딪히며 커다란 마찰음과 음향 센서 신호를 발생시켰다.
깡!
"여기냐!"
카론의 외골격 주먹이 음향 신호가 발생한 허공을 향해 허망하게 내질러졌다. 완벽한 미끼 기동이었다.
그 직후, 회전 관성을 그대로 보존한 채 카론의 사각지대인 하부 구역으로 파고든 제로가 그의 오른팔 외골격 관절 사이의 틈새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JOINT_PRESSURE_MOTOR::OVERLOAD_MODE]` `[OUTPUT: 150%]`
콰아아앙!
제로의 강철 관절 모터가 비명을 지르며 과부하 출력을 토해냈다. 제로의 손끝이 카론의 외골격 구동축을 강제로 고정하고, 내부의 유압 실린더를 비틀어 꺾었다.
"크아아악!"
카론의 입에서 기계음이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외골격의 서보 모터가 과부하로 타들어 가며 검은 연기를 뿜었다. 그의 하이브리드 망막이 완전히 꺼지고 일반 안구만이 공포로 가득 찬 채 제로를 올려다보았다.
제로는 카론의 신체를 바닥에 처박은 뒤, 그의 가슴팍에 부착된 데이터 포트에 자신의 인터페이스 케이블을 강제로 꽂아 넣었다.
`[PORT_CONNECTION::SUCCESS]` `[DECRYPTING_DATA_STREAM...]`
카론의 메모리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제국의 극비 통신 펌웨어가 제로의 시스템으로 전송되기 시작했다. 0과 1의 무수한 데이터 노이즈 사이에서, 마침내 원하는 신호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COORDINATES_ACQUIRED::ACHERON-5]` `[SECTOR: UNCHARTED_DARK_VOID]`
심연의 기함, 아케론-5의 잔류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는 정확한 위성 좌표였다. 에밀리아의 실험 흔적과 제국이 은폐하려던 연쇄 실종 사건의 진상이 숨겨진 그 유령선의 위치가 제로의 데이터 가시 영역에 기록되었다.
산소 누출 경보가 점차 잦아들었다. 제로가 가압 계기판을 장악해 수동으로 격벽의 전자기 차단막을 활성화했기 때문이다.
`[OXYGEN_LEVEL: 14.1%_STABILIZED]`
가압실 안의 벨라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안도의 눈빛으로 제로를 바라보았다.
산소도, 중력도 거의 사라진 차가운 선내에서 제로는 카론의 거대한 외골격을 완전히 무력화한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순수한 물리적 질량 보존 법칙과 노이즈를 이용한 전술의 승리였다. 제로의 코어 온도는 서서히 정상 범주로 내려앉고 있었다.
"끝났다, 카론."
제로의 차가운 금속조 목소리가 고요한 선내에 울렸다.
그러나 카론은 꺾인 외골격 팔을 늘어뜨린 채, 거칠게 쌕쌕거리면서도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의 잔존 기계 손가락이 다시 한번 느리게 째깍거렸다.
째깍. 째깍.
"끝났다고……? 과연 그럴까, 멍청한 고철 덩어리."
카론이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뱉어내며, 온전한 왼손으로 러스팅호의 격벽 상층 중심부를 가리켰다.
"현상금 사냥꾼은 언제나 플랜 B를 준비해 두는 법이지."
제로의 안구 센서가 그가 가리킨 방향을 비추었다.
어두컴컴한 천장의 배선 뭉치 사이, 은밀하게 매설되어 있던 정체불명의 금속 원통 장치가 푸른빛을 뿜으며 구동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제국의 특수 공작용 고밀도 콤팩트 핵융합 폭발 장치였다.
웅————!
장치의 소형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켜지며, 붉은색 숫자가 냉혹하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DETONATION_TIMER: 00:45]` `[DETONATION_TIMER: 00:44]`
"45초 뒤면, 이 고철선은 물론이고 너와 저 계집년의 뼈가루까지 이 우주의 먼지가 될 거다."
카론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제로의 멱살을 잡았다.
"자, 선택해라. 그 대단한 '감정'으로 여기서 탈출할 연산을 해낼 수 있을지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