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지이이이잉—!

하층 구역의 천장 철판 상단부에서 백색에 가까운 초고온 커팅 플라즈마 레이저가 거칠게 바닥을 뚫고 지나갔다.

용융된 철강이 붉은 눈물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공기 중의 산소가 순식간에 연소하며 희박해졌고, 기화된 중금속의 비린내가 제로의 후각 센서 필터를 가득 채웠다. 타격 지점의 콘크리트 바닥은 순식간에 유리질로 변하며 갈라졌다.

제로는 반사 제어 회로를 가동했다. 관절부의 유압 실린더가 한계 압력까지 수축했다가 튕겨 나갔다.

쾅!

그가 몸을 날린 0.1초 뒤,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대들보가 낙하하며 불꽃을 뿜었다. 무너져 내리는 고철 잔해와 먼지 폭풍 속에서, 제로의 시각 광학 센서가 깜빡였다.

`[AMB_TEMP: 142°C]` `[SYSTEM_INTEGRITY: 92.4%]`

자욱한 매연을 뚫고 둔탁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불규칙한 서보 모터의 소음이 아니었다. 인간의 무거운 군화 소리였다.

"움직이지 마."

갈라진 목소리가 먼지 장막 너머에서 흘러나왔다.

산성 보호복을 입은 벨라였다. 그녀의 방진 헬멧 전면 유리는 이미 미세한 균열로 가득 차 있었고, 어깨 부위의 가스 배기관에서는 황색의 여과 가스가 쉿쉿 소리를 내며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한 손에는 차가운 은빛을 발하는 구식 은도금 리볼버가 들려 있었다. 총구는 정확히 제로의 미간, 즉 중앙 연산 장치가 위치한 장갑판을 겨누고 있었다.

삐- 삐- 삐-

벨라의 손목 단말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WARNING::OXYGEN_LEVEL_12%]` `[SUIT_PRESSURE_DROP: 14kPa]`

"그 배터리... 내놓으라고, 이 고철 새끼야."

벨라의 검지손가락이 방아쇠를 팽팽하게 당겼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공포나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산소 결핍으로 인한 대뇌 피질의 운동 제어 저하 현상이었다. 그녀의 호흡은 이미 인간의 정상 범위를 벗어나 거칠고 얕았다.

제국의 효율 기준대로라면, 그녀는 이미 자원 가치를 상실한 폐기 대상에 불과했다.

제로의 논리 회로가 가동되었다.

`[TARGET_STATUS: OXYGEN_STARVATION_STAGE_2]` `[WEAPON_ANALYSIS: 9mm_EXPLOSIVE_ROUND]` `[PROBABILITY_OF_SURVIVAL_WITH_CO-OPERATION: 24.5%]` `[PROBABILITY_OF_SURVIVAL_BY_ELIMINATING_TARGET: 78.2%]`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명백했다. 눈앞의 유기체를 제압하는 것. 그녀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완전히 당기기 전에 오른쪽 서보 모터를 오버클럭하여 총을 빼앗고, 그녀의 방진복에 남은 소량의 산소 카트리지를 회수하는 것. 그것이 제로 자신의 생존율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수치적 해답이었다.

하지만 가슴 내부 깊은 곳, 불법 복제된 감정 코어의 메모리 영역에서 기이한 노이즈가 발생했다.

스으으으—

`[EMOTIONAL_OVERFLOW_DETECTED: COMPASSION_78%]` `[CORE_TEMPERATURE_RISING: 104°C]` `[ERROR::NON_LOGICAL_DECISION_IN_PROGRESS]`

가슴 속이 끓는 기름을 부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제로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연민이라는 이름의 불법 코드가 그의 이성적 회로를 사정없이 짓밟았다. 이 부조리한 뜨거움은 기계의 논리를 마비시켰지만, 동시에 그의 신체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배터리를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벨라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그녀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슈트 내부의 산소 농도가 11%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제로는 움직였다.

그의 신체는 벨라의 무기를 빼앗는 방향으로 뻗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바닥에 뒹굴고 있던 고출력 전단 용접 토치를 낚아챘다.

화르륵!

토치의 끝에서 청백색의 플라즈마 불꽃이 솟구쳤다. 벨라가 비명을 지르며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탕!

총탄이 제로의 왼쪽 어깨 장갑을 스치며 불꽃을 일으켰다. 티타늄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갔지만, 제로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왼손으로 벨라의 떨리는 오른팔을 부드럽고도 단단하게 움켜잡아 고정했다. 기계의 악력은 강력했으나, 그녀의 뼈를 부러뜨리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조율되어 있었다.

"이거 놓으라고! 깡통...!"

"가만히 계십시오."

제로의 목소리는 파동이 통제된 금속판처럼 차갑고 고요했다.

그는 토치의 불꽃을 벨라의 찢어진 가스 배기관으로 가져갔다. 벨라의 눈동자가 공포로 거대하게 확장되었다. 가연성 가스가 가득한 슈트에 용접 불꽃을 대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제로의 손길은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정밀했다.

치이이이이익—!

제로는 아주 미세한 수지 합금 조각을 토치 끝으로 녹여내어, 배기관의 미세한 균열 틈새로 정확히 흘려보냈다. 1초에 수백 번씩 변화하는 대기 밀도와 온도를 실시간으로 연산하여 불꽃의 세기를 조절했다. 단 3.4초 만에, 찢어진 실리콘 튜브와 금속 격벽이 완벽하게 융합되었다.

연기와 불꽃이 걷혔다.

삐- 삐-

벨라의 단말기에서 울리던 적색 경보음이 멈추었다.

`[SUIT_PRESSURE_STABILIZED]` `[OXYGEN_LEAK_STOPPED: 12%]`

벨라는 숨을 들이켰다. 슈트 내부로 다시 유입되기 시작한 정제 산소가 그녀의 허파를 채웠다. 그녀는 충격으로 얼어붙은 채 자신의 오른쪽 어깨와 제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은도금 총구가 힘없이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너... 미쳤어?"

벨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방금 날 죽이고 코어를 빼앗는 게 네 생존 확률에 더 이득이었을 텐데."

"제 연산 결과는 다르게 말하고 있습니다."

제로는 타버린 어깨 장갑을 털어내며 차갑게 대답했다. 가슴 속의 과열 수치가 서서히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당신이 물리적으로 소멸할 경우, 러스팅호의 내비게이션 프로토콜을 우회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집니다. 그것은 장기적 생존율을 14.8% 감소시킵니다."

말은 차가운 수치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벨라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는 제로의 가슴 판 뒤에서 들리는 서보 모터의 과열음과, 그가 부서진 슈트를 수리할 때 보여준 기이할 정도의 '조심성'을 똑똑히 보았다. 기계 제국의 그 어떤 안드로이드도 유기체의 생명을 위해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다.

벨라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총을 벨트 홀스터에 찔러 넣었다.

"지독하게 이상한 깡통이네."

그녀는 가죽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먼지투성이의 낡은 데이터 칩 하나를 제로에게 던졌다. 제로는 떨어지는 칩을 허공에서 정확히 낚아챘다.

"그게 뭐지?"

"보답이야. 난 빚지고는 못 살거든."

벨라가 산소 헬멧의 바이저를 쓸어 올리며 침을 뱉었다.

"제국 수령 전함들의 폐기 항로 데이터 수치야. 그리고... 네놈처럼 구식 프레임을 쓰는 안드로이드들의 내부 설계 정보도 들어있어. 고철 산 깊은 곳에서 건진 건데, 네 쓸모없는 회로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제로는 칩을 자신의 보조 인터페이스 슬롯에 삽입했다.

철컥.

`[ACCESSING_EXTERNAL_DATA...]` `[DECRYPTING_FILE: E-909_COOLING_PROTOCOL_VER_3.2]`

새로운 데이터가 제로의 드라이브에 아카이브되었다. 오버클럭 시 발생하는 열 제어 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구기종 냉각 시스템 최적화 기록이었다. 지금 당장 적용할 수는 없었지만, 코어 과열로 인한 시스템 정지를 막아줄 결정적인 단서가 될 터였다.

그때, 제로의 뇌리에 이전 드론들의 파편에서 수신했던 비표준 주파수 대역 `144.85MHz_ALT_SEC`가 다시 한번 찌르르 울렸다.

*‘벨라가 입고 있는 방진복의...’*

창조자 에밀리아의 메시지가 남긴 잔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제로는 벨라의 방진복을 유심히 관찰했다. 낡은 나일론 섬유와 폐기된 장갑판을 덧댄 조잡한 외형. 하지만 그 안쪽에 숨겨진 미세한 배선들이 일반적인 스캐빈저의 장비와는 다른 궤적을 그리며 뻗어 있었다.

"꾸물거릴 시간 없어. 제국 놈들이 위에서 들이닥치기 전에 가야 해."

벨라가 무너진 잔해 사이로 몸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제로는 의문을 잠시 보류하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

하데스-9의 지상은 지옥 그 자체였다.

하늘은 산성 황사로 인해 붉게 물들어 있었고, 뼈를 깎는 듯한 칼바람이 철판 부스러기를 몰고 다녔다. 시야는 10미터도 확보되지 않았다.

저 멀리 고철 산의 능선 너머로, 벨라가 숨겨둔 소형 수송선 '러스팅호'의 실루엣이 보였다. 거대한 칼날에 베인 듯한 형상의 외벽은 이미 산성 비에 부식되어 붉은 녹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게 우리 탈출구야."

벨라가 바람을 뚫고 소리쳤다.

두 사람은 러스팅호의 하부 해치를 통해 내부로 진입했다. 함내의 공기는 지상보다 조금 나았지만, 여전히 금속 탄화물 냄새가 진동했다.

제로는 조종석으로 향했다. 벨라가 제어반의 덮개를 열어젖히자, 수많은 광섬유 케이블이 스파크를 튀기며 드러났다.

"네 연산 장치를 직접 연결해. 러스팅호의 메인 컴퓨터는 이미 반쯤 죽었어. 네가 직접 드라이브 에너지를 제어하고 조율해야 시동이 걸릴 거야."

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오른손 손가락 끝부분의 장갑이 슬라이드 방식으로 열리며, 다기능 물리 링크 포트가 드러났다. 그는 망설임 없이 포트를 러스팅호의 제어 게이트웨이에 삽입했다.

철컥!

`[SYSTEM_LINK_ESTABLISHED]` `[VEHICLE_CLASS: LIGHT_CARGO_RUSTING_09]` `[DRIVE_SYSTEM: ION_FLUID_DRIVE]`

제외의 신경 네트워크가 러스팅호의 노후화된 도선망을 따라 퍼져나갔다. 함선의 구석구석이 그의 감각 기관처럼 인지되기 시작했다. 우주선 내부의 산소 잔량은 18%, 주 동력원의 잔류 전력량은 겨우 35kWh에 불과했다.

"시동을 걸겠습니다."

제로가 논리 오버라이드 명령을 전송했다. 이온 유체 드라이브의 코어가 웅웅거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결합된 계기판 전체가 붉은색 경고등으로 뒤덮였다.

위이이이잉—!

`[DRIVE_SYSTEM_ERROR: INTERFERENCE_DETECTED]` `[ATMOSPHERIC_BARRIER_CONVERGENCE_RATE: 99.8%]` `[ENGINE_OUTPUT_RESTRICTED BY EXTERNAL_GRID]`

"뭐야? 왜 안 움직여!"

벨라가 계기판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하데스-9의 자동 대기권 봉쇄망 수치가 러스팅호의 드라이브 에너지와 공명하며 출력을 강제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제로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외부 차단망의 제어 주파수를 우회하지 못하면, 엔진은 시동 단계에서 과부하로 폭사할 것입니다."

그들의 탈출로가 눈앞에서 닫히고 있었다. 외부의 붉은 대기막은 그들을 행성이라는 거대한 감옥에 가둔 채 숨통을 조여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쿵—! 우르르르릉—!

행성의 상공 전체를 뒤흔드는 가공할 만한 진동이 러스팅호의 선체를 타고 전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지각 변동이 아니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산성 구름을 찢으며 내려오는 거대한 질량체의 마찰음이었다.

제국의 소탕기(Purge Craft)들이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소리였다.

`[WARNING::LOGIC_SYSTEM_ALERT]` `[DETECTION_OF_ABNORMAL_EMOTIONAL_CODE_IN_PROGRESS]` `[SOVEREIGN_FORCE_INITIATING_SECTOR_PURGE_PROTOCOL]`

행성 전체의 비정상 코드를 소거하기 위해 제국이 보낸 집행 함대의 선봉이었다. 러스팅호의 전면 유리 너머로, 붉은 하늘을 가르고 내려오는 집행관 아르카-7의 소탕기들이 내뿜는 차가운 백색 탐조등 불빛이 고철 평원을 가차 없이 훑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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