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일주일 뒤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단장 알라드의 선언은 싱글A 클럽하우스의 공기를 완전히 얼려 버렸다.

LA 다저스. 그리고 그들의 마운드를 지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15년 동안 마이너리그의 흙먼지를 마시며 그토록 갈망했던 무대였다. 그 빅리그의 첫발을 디딜 제단이 마련된 것이다.

태윤은 가만히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힌 손가락 끝이 묘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공포가 아니었다. 척추를 타고 흘러내리는 전율, 몸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지배욕이었다.

“정말 미친 일정이군.”

에이전트 아더 워드가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서류 봉투에서 계약 문서를 꺼냈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냉정함 대신 기분 좋은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자이언츠 프런트도 사활을 걸었어. 싱글A에서 단 74구로 완봉승을 거둔 네 데이터가 그들의 계산기를 완전히 고장 낸 거지. 99마일의 강속구와 완벽한 터널링. 빅리그에서도 즉시 전력감이라는 세이버메트릭스 결과가 나왔다더군.”

“밀러 감독은 어떻게 됐습니까?”

태윤의 물음에 아더가 핏긋 실소를 흘렸다.

“그 고집쟁이 늙은이는 이제 끝났네. 자신의 ‘어깨 강화론’을 증명하겠다며 마커스 스톤을 사흘 휴식 후 강제 등판시킨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자네도 알지 않나?”

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커스 스톤의 내측 측부 인대(UCL) 마모도는 이미 94.80%를 가리키고 있었다. 결국 경기 도중 비명과 함께 마운드에 쓰러진 마커스는 토미 존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반면, 태윤은 달랐다. 제임스 밀러 감독이 ‘계집애 같은 짓거리’라며 비웃었던 극저온 냉온욕과 미세 전류 치료. 태윤이 철저하게 고수했던 ‘마모 리페어 프로토콜’의 결과는 지금 그의 눈앞에 숫자로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어깨 관절 와순 마모도: 0.02%] [회전근개 피로도: 0.00%] [세포 내 ATP 활성도: 540% (초고속 복원 완료)]

완벽한 무결점의 신체. 72시간 만에 어깨를 완전히 새것으로 되돌려 놓는 이 과학적 관리법이야말로 구시대적 혹사 이론을 박살 낸 태윤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밀러 감독의 야구 철학은 마커스의 인대 파열과 함께 완전히 사망 선고를 받았다. 구단 프런트는 밀러 감독을 직무 정지 처분하고, 태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자네가 요구한 조건말일세.”

아더가 계약서의 특정 조항을 가리켰다.

“구단에 아주 강력하게 밀어붙였네. 강태윤의 완벽한 피칭 효율을 100%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싱글A에서 전담했던 포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자이언츠 단장도 결국 승인했어.”

“고맙습니다, 아더.”

태윤이 고개를 돌렸다. 락커룸 구석에서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짐을 싸고 있던 루크 에반스가 보였다. 루크는 아직도 자신이 메이저리그로 콜업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싱글A에서 메이저리그로의 다이렉트 승격. 그것도 투수와 포수가 동시에 배터리로 콜업되는 것은 야구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조치였다.

루크가 떨리는 걸음으로 태윤에게 다가왔다.

“태윤…… 나 진짜로 가는 거야? 샌프란시스코로? 그 엄청난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태윤은 루크의 어깨를 묵직하게 거머쥐었다.

“루크. 네가 없으면 내 슬러브는 완성되지 않아. 우리가 연습했던 ‘표적 시각 동화’ 기술, 기억하지?”

“당연하지. 네 손끝에서 공이 떨어지는 투구 터널과 내 미트가 일치하는 그 찰나의 순간…… 눈을 감고도 공이 꽂힐 위치가 그려질 정도야.”

“그거면 돼.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결국 인간이야. 궤적을 속이고 타이밍을 빼앗는 과학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어. 가자, 우리의 무대로.”

루크의 눈빛에 서려 있던 불안감이 순식간에 뜨거운 열망으로 뒤바뀌었다. 두 사람은 주먹을 강하게 맞부딪쳤다.

***

2012년 7월 1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

바다에서 불어오는 짭조름한 소금 바람이 경기장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었다. 우측 외야 너머로 보이는 맥코비 코브(McCovey Cove)의 푸른 물결 위에는 홈런공을 건지기 위해 카약을 탄 팬들이 가득 떠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 내부의 열기는 평화로운 풍경과 정반대였다.

“오늘 자이언츠의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는 고작 스무 살의 아시아인 신인입니다! 싱글A를 초토화하고 올라왔다지만, 상대는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선 LA 다저스입니다!”

“일각에서는 구단 프런트의 무모한 마케팅 쇼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과연 이 어린 선수가 빅리그의 중압감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외야 불펜에서 몸을 풀기 위해 걸어 나오자, 수십 대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세례처럼 쏟아지는 플래시 불빛이 태윤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태윤은 심호흡을 하며 마운드를 바라보았다.

4만 2천 명의 관중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함성이 경기장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 발바닥을 통해 지면의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오렌지색 유니폼의 물결이 거대한 파도처럼 소용돌이쳤다.

‘이것이 메이저리그다.’

마이너리그의 썰렁한 관중석과는 격이 달랐다. 공기 중에 감도는 긴장감의 밀도 자체가 허파를 짓눌렀다.

태윤은 천천히 불펜 마운드에 섰다. 루크가 90피트 저편에서 미트를 펏긋 펴 보였다.

스윽.

태윤이 가볍게 팔을 흔들며 패스트볼을 던졌다.

퍽!

경쾌한 파열음이 불펜 벽에 부딪혀 울렸다.

“구위는 미쳤는데, 태윤?”

루크가 공을 받아 던지며 가볍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 속에서도 태윤을 향한 강한 신뢰가 묻어났다.

태윤은 다시 공을 쥐었다. 손가락 끝의 감각을 아주 미세하게 조정했다. 패스트볼과 정확히 같은 궤적으로 날아가다 마지막 10인치 앞에서 사선으로 날카롭게 꺾이는 슬러브.

피칭 터널링의 극의를 보여줄 차례였다.

휘익!

공이 루크의 가슴팍을 향해 맹렬하게 뻗어 나갔다. 완벽하게 패스트볼의 터널을 타고 흐르던 공이, 홈플레이트 가상의 통과 지점 직전에서 번개처럼 꺾여 내려갔다.

팍!

루크의 미트가 미리 예측한 듯 정확한 위치에서 공을 포획했다. ‘표적 시각 동화’ 기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와 포수의 프레이밍 시각이 완벽하게 동화되어, 타자의 눈에는 스트라이크 존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공을 가장 완벽한 스트라이크로 둔갑시키는 마술.

“좋아, 완전히 손에 감겼어.”

태윤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저려왔다.

‘……뭐지?’

태윤은 자신의 왼쪽 가슴을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귓가를 때리는 수만 관중의 함성이 갑자기 왜곡되어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물속에 가라앉은 것처럼, 웅웅거리는 기괴한 소음이 고막을 가득 채웠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차갑게 흘러내렸다.

[경고: 심박수 정상 범주 초과 (145bpm)] [트라우마 동기화 조짐 감지] [육체 관리 장부의 실시간 분석 시스템이 일시적 과부하 상태에 진입합니다.]

태윤의 안구 전면에 떠오르던 투명한 장부 창이 지직거리며 노이즈를 일으켰다.

15년 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 보지도 못하고 어깨 와순이 처참하게 파열되어 널브러졌던 그 비참한 기억. 은퇴식조차 없이 쓸쓸하게 야구계를 떠나야 했던 무명 마이너리거의 한(恨).

그 어둠의 심연이 거대한 손아귀가 되어 태윤의 목덜미를 움켜쥐는 것 같았다. 숨이 막혀왔다. 산소가 허파로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느낌에 태윤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태윤! 라인업 발표됐다! 마운드로 올라간다!”

더그아웃 쪽에서 코칭스태프의 외침이 들렸다.

태윤은 이빨을 악물었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문 탓에 비릿한 피맛이 혀끝을 자극했다. 그 통증이 간신히 그를 현실로 붙잡아두었다.

‘아니야. 난 돌아왔어. 난 무너지지 않아.’

태윤은 글러브로 얼굴을 가린 채, 천천히 불펜을 벗어나 다이아몬드 한가운데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마운드를 밟는 순간,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에코를 그리며 울려 퍼졌다.

“자이언츠의 새로운 에이스! 등번호 17번, 강태윤!”

와아아아아아아!

귀가 터질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사방을 둘러싼 초록색 펜스와 관중들의 얼굴이 거대한 회전목마처럼 흐릿하게 도는 것 같았다.

태윤은 마운드 흙을 스파이크로 깊게 팠다.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야 했다.

상대 타석에는 다저스의 리드오프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중 한 명인 강타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배트를 가볍게 돌리며 태윤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신인을 얕잡아보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태윤은 모자챙을 매만지며 루크를 바라보았다.

루크는 마스크 너머로 태윤의 이상 상태를 감지한 듯했다.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루크가 가볍게 미트를 두드리며 사인을 보냈다.

초구는 몸쪽 패스트볼. 기선 제압을 위한 선택이었다.

태윤은 심호흡을 시도했다. 하지만 들이마신 공기가 가슴에 걸려 가쁘게 흩어졌다. 어깨 주변의 근육들이 마치 회귀 전 파열되었던 그 순간처럼 딱딱하게 굳어 들어갔다.

‘움직여…… 내 몸아, 제발 움직여라.’

태윤은 셋포지션에 들어갔다.

그의 눈앞에 있는 ‘육체 관리 장부’의 수치들이 붉은색 경고등을 깜빡이며 완전히 멈춰 섰다. 시스템 에러. 과거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극심한 공황 발작이 그의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시야가 터널 증후군에 걸린 것처럼 좁아졌다. 타자의 모습도, 루크의 미트도 흐릿한 잔상으로 보였다. 오직 귓가를 때리는 거대한 함성만이 그의 이성을 사정없이 흔들어 깨웠다.

태윤은 이를 악물고 다리를 들어 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번째 투구.

그의 팔이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손끝에서 공이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어깨 통증의 환각이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윽……!”

태윤의 손끝이 보기 싫게 파르르 떨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는커녕, 루크의 키를 훌씬 넘겨 백스톱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갔다.

깡!

공이 허공을 가르며 포수 뒤편 그물망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폭투였다.

관중석에서 순식간에 탄식과 야유가 뒤섞인 소음이 터져 나왔다.

마운드 위에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태윤의 손끝이, 멈추지 않는 진동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세상에, 저건 스플리터도 슬러브도 아닙니다! 그냥 손에서 완전히 빠져나간 공이에요!”

샌프란시스코의 홈 방송망인 CSN Bay Area의 캐스터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싱글A를 단 74구로 완봉하고 올라온 괴물이라더니, 빅리그의 마운드는 역시 차원이 다른 모양입니다. 마커스 스톤의 UCL 파열 부상과 대비되며, 철저한 극저온 리페어 프로토콜로 어깨 마모도 0%를 유지해 온 과학적 신체 관리의 아이콘이라 극찬받던 강태윤이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아무리 멀쩡한 한들, 정신이 이 지옥 같은 중압감을 버텨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해설위원의 냉혹한 지적이 마운드 위로 차갑게 내리꽂혔다.

VIP 슈트룸의 유리창 너머로 알라드 단장의 굳어버린 얼굴이 보였다. 다저스 더그아웃에서는 비웃음 섞인 야유가 터져 나왔다.

태윤은 귀를 막고 싶었다. 수만 명의 함성이 고막을 찢어발기는 소음으로 치환되어 뇌수를 흔들었다. 심장 박동은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경고: 심박수 158bpm 돌파] [호흡 부전으로 인한 미오글로빈 수치 급증] [근육 경직도: 78% — 정상적인 투구 메커니즘 수행 불가]

시야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15년 전, 어깨가 뜯겨 나가던 그 처참한 통증의 이명이 귓가에서 웅웅거렸다. 다시 그 어둠 속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공포가 발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왔다.

터벅. 터벅.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태윤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루크 에반스였다.

루크는 마스크를 벗어 던진 채 태윤의 바로 앞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그의 넓은 등판으로 백스톱 뒤편에 배치된 수십 대의 중계 카메라를 완벽히 차단했다. 오직 태윤만을 위한 거대한 방벽이 세워진 것이다.

“태윤. 내 눈 봐.”

루크의 묵직한 목소리가 소음의 장벽을 뚫고 태윤의 귀에 꽂혔다. 루크의 손이 태윤의 가슴팍을 강하게 쥐었다.

“주변은 다 가짜야. 이 관중들도, 다저스 놈들도, 저 카메라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엔 오직 너랑 나, 둘뿐이다.”

“루크…… 난…….”

“‘표적 시각 동화’ 기억해? 네가 가르쳐 줬잖아. 네 릴리스 포인트에서 출발한 공이 내 미트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그 완벽한 터널을 믿으라고. 내가 그 끝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루크의 파란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났다. 그 흔들림 없는 신뢰의 눈빛이 태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지직, 지지직.

태윤의 안구 전면을 덮고 있던 붉은색 경고창들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포수 루크 에반스와의 동조율 상승: 65%] [심박수 미세 저하: 148bpm] [일시적 시각 동화 프로토콜 가동]

“후우…… 후우…….”

태윤은 루크의 가슴 보호대를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손가락 끝에 아주 미세하게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래. 가자.”

태윤이 이빨을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는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다시 홈플레이트를 향해 뛰어갔다.

타석에는 여전히 다저스의 1번 타자, 호타준족의 에밀리오가 서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비열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첫 공을 저렇게 터무니없이 날려 보낸 신인 투수 따위, 가볍게 요리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스윽.

태윤이 호흡을 고르며 다시 셋포지션을 취했다. 루크가 안쪽 깊숙한 곳에 미트를 대며 사인을 보냈다. 98마일의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 기를 죽여놓기 위한 정면 승부였다.

‘던질 수 있다. 내 몸은 완벽하다.’

태윤은 디딤발을 강하게 내딛으며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투구 동작의 마지막 순간, 회전근개가 굳어 들어가는 환각이 다시 한번 그의 뇌간을 때렸다. 손가락 끝의 감각이 찰나의 순간 마비되었다. 실밥을 채 주어야 할 검지와 중지가 공 위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아차 하는 순간, 공이 태윤의 손끝을 떠났다.

쉬이이익!

패스트볼의 궤적이 아니었다. 손에서 밀려 나간 공은 홈플레이트로 향하지 않고, 타자의 머리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97마일(시속 156km)의 묵직한 강속구가 타자의 헬멧을 겨냥하고 날아가는 궤적.

“앗!”

타자 에밀리오가 비명을 지르며 타석 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쾅!

공은 타자의 머리 바로 옆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가며 백스톱 벽면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고막을 찢는 듯한 파열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두 번 연속의 폭투. 그것도 타자의 생명을 위협할 뻔한 치명적인 빈볼성 투구였다.

순식간에 경기장 전체가 성난 벌집처럼 들끓었다.

“헤이!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이 동양인 꼬맹이 녀석이!” “당장 마운드에서 내려보내! 살인 청부업자냐!”

다저스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일제히 레일을 넘어 마운드를 향해 삿대질을 해댔다. 당장이라도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날 듯한 일촉즉발의 상황.

심판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다저스 벤치를 제지하는 한편, 태윤을 향해 매서운 눈빛으로 경고의 제스처를 취했다. 한 번만 더 타격 존을 벗어나는 위험한 공을 던진다면 즉각 퇴장시키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위기: 제구력 상실율 92%] [시스템 경고: 다음 투구 시 폭투 확률 87%]

마운드 위,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태윤의 시야가 다시 한번 서서히 암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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