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가슴이 타들어 간다. 목구멍으로 끊임없이 치밀어 오르는 검은 피를 손으로 틀어막았으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열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조급함에 눈이 멀어 적의 퇴로를 너무 깊이 쫓았다. 화산파의 영광을 한시라도 빨리 되찾으려 했던 당신의 그 오만이, 사도련이 파놓은 맹독의 함정으로 동문들을 이끌고 말았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서둘러 길을 가려다 결국 벼랑 끝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옛 현자의 경고가, 지금 단전을 찢는 듯한 극통이 되어 육신을 난도질한다.

“사형! 정신을 차리십시오!”

어둠 속에서 사제들의 비명이 귓전을 때린다. 사도련의 자객들이 사방의 음영 속에서 소리 없이 쇄도했다. 그들의 검 끝에는 푸르스름한 독기가 서려 있다.

검을 쥐려 하지만 손가락 끝마디 하나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일신에 이룩한 압도적인 무공은 가공할 독기 앞에 무력하게 침묵할 뿐이다.

“어리석은 화산의 잔당 놈들. 오늘로 화산의 맥은 완전히 끊기리라!”

사도련의 수장이 비웃음을 흘리며 검을 치켜든다. 적들의 공세는 한 치의 자비도 없다.

챙! 챙강!

단포를 입은 사제들이 당신의 앞을 가로막아 선다. 무기를 맞부딪치는 소리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대각으로 쪼개지는 검날, 가슴을 관통하는 비장한 창끝. 뼈가 바스러지고 살점이 터지는 소리가 비명과 섞여 귓가를 어지럽힌다.

“사형! 이곳은 저희가 막을 터이니, 제발 몸을 피하십시오!” “화산의 불씨만은…… 꺼뜨려서는 안 됩니다!”

사제들은 제 몸을 고기방패 삼아 적들의 칼날을 받아낸다. 검을 휘두르던 손목이 잘려 나가면서도, 적의 다리를 붙잡고 물어뜯는 그들의 눈빛에는 오직 절박함만이 서려 있다. 하지만 그것은 동문들의 처절한 고육지책일 뿐,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하나둘 쓰러지는 동문들의 육신이 숲바닥을 붉게 물들인다.

흩날리는 붉은 혈화(血花). 그것은 화산의 아름다운 매화가 아니라, 당신의 무모함이 불러온 처참한 죽음의 조각들이다.

마침내 당신을 비호하던 마지막 사제의 검마저 부러져 나간다. 고요해진 전장, 빗방울이 차갑게 뺨을 적신다. 당신의 무릎이 힘없이 진흙바닥에 꺾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에는 먹구름만이 가득하다. 스승의 안타까운 얼굴이 환영처럼 스쳐 지나간다.

차가운 쇠붙이의 감각이 목덜미에 닿는다. 화산파를 이끌고 천하를 호령하겠다던 당신의 웅대한 기상은, 그렇게 차디찬 흙바닥에 피를 토하며 어둠 속으로 영원히 침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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