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맹 대광장을 가득 메운 천하 영웅들의 이목이 일제히 당신에게 쏠려 있다. 당신의 손에 든 서찰이 건조한 가을바람에 서늘하게 펄럭인다. 화산파를 피로 물들였던 사파 침공의 배후. 그 은밀한 장막 뒤에 서 있던 자가 바로 정파의 대들보를 자처하던 무림맹 부맹주, 좌갈태(左葛泰)라는 명백한 증거였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 하더니, 천하를 호령하는 무림맹의 부맹주가 실상은 도적 떼보다 추악한 음모가였단 말이냐!”
당신의 추상같은 사자후가 광장 가득 진동하자, 장내가 유례없는 혼란에 휩싸인다. 궁지에 몰린 좌갈태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한다. 그러나 그는 이 가공할 폭로 앞에서도 낯가죽을 뻔뻔히 들이밀며 신형을 날렸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그가 도리어 대도를 뽑아 들며 포효한다.
“네놈이 감히 화산의 잔당을 자처하며 맹을 흔들려 하는구나! 사파의 세작 년놈들에게 현혹된 반역도를 내 친히 처단하겠다!”
대도가 허공을 가르며 무시무시한 도풍을 품고 짓쳐온다.
당신은 화산의 보법을 밟으며 유려하게 신형을 꺾었다. 청강검이 집행자의 검처럼 엄숙하게 뽑혀 나온다.
파앗!
검 끝에서 붉은 매화가 진하게 피어난다. 화산의 절예가 대기를 찢으며 좌갈태의 도막(刀幕)을 부수고 들어간다.
챙! 채챙!
단단한 철과 철이 부딪치는 예리한 파열음이 무림맹의 하늘을 뒤흔든다. 강하고 무겁다. 당신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진각의 파동이 대지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동작은 간결했으나 그 궤적은 거침이 없다.
찰나의 공방 끝에 청강검의 예기가 좌갈태의 목덜미를 스친다. 자신의 패배와 파멸을 직감한 좌갈태의 눈에 비열한 살기가 번뜩였다. 그가 소매를 거칠게 털어냈다.
피식!
파공음조차 없는 미세한 흐름. 좌갈태의 소매 안쪽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자욱한 청흑색의 독무(毒霧)와 일곱 개의 비수였다. 정파의 명숙이라는 자가 천하인이 지켜보는 정당한 비무에서 흑도 최고의 기독(奇毒)인 '구선분골산'과 암수를 아낌없이 뿌린 것이다.
“네놈만 죽으면 모든 진실은 묻힌다!”
독기가 폐부로 파고드는 음습한 감각이 일순 당신의 내력을 조여왔다. 일곱 개의 암기가 시시각각 당신의 미간과 심장을 겨냥해 짓쳐온다.
피하려면 물러서야 한다. 그러나 한 걸음이라도 물러선다면 이 비열한 위선자를 단죄할 기회를 영영 놓칠지도 모른다. 독기가 서서히 당신의 경맥을 막아서기 시작한 일촉즉발의 순간, 당신은 최후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