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빗물이 뺨을 사정없이 때려 눈 앞이 흐려지지만, 당신은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서하의 손끝은 마치 서리가 내린 한겨울의 서글픈 가랑잎처럼 차디차게 식어 있습니다. 이대로 그녀를 차가운 빗속에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일념 하나로, 당신은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도록 달립니다. 빗물에 젖어 꺾여버린 여린 보라색 라일락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는 서하의 작은 어깨가 당신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듭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빗소리를 거칠게 뚫고 따스한 노란 불빛이 번지는 이십사 시간 카페의 유리문이 보입니다.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들어선 내부는 바깥에 비하면 꿈처럼 아늑합니다. 고소한 커피 원두 향과 함께 카운터 옆 작은 화분에서 번지는 은은한 로즈메리 향이 얼어붙은 피부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줍니다.

당신은 구석진 자리에 서하를 앉히고, 서둘러 카페에서 빌린 마른 담요로 그녀의 젖은 어깨를 감싸줍니다.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달콤한 음료를 주문해 그녀의 손에 쥐여줍니다. 하지만 서하의 가녀린 떨림은 쉽게 멈추지 않습니다. 하얗게 질린 입술, 초점을 잃고 바닥의 테이블 모서리만을 덩그러니 응시하는 눈동자. 그녀의 영혼은 아직도 차가운 비바람이 치는 길가에 홀로 서 있는 듯 가냘프게 흐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떨리는 그 손을 조금이라도 녹여주고 싶어 조심스레 감싸 쥡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토록 멀리 길을 잃고 헤매게 된 걸까? 매일 아침 골목길에서 함께 웃던 그 찬란했던 봄날의 약속들은 다 어디로 흩어져 버린 걸까? 내가 그녀의 마음 벽 뒤에 숨겨진 어스름한 그늘을 조금만 더 일찍 들여다봐 주었더라면, 이 여린 어깨가 이토록 시리게 젖어 들지는 않았을까?'

서하는 여전히 침묵을 지킵니다. 무겁고도 애틋한 침묵 속에서 오직 테이블 낙조처럼 번지는 밝은 조명만이 두 사람의 젖은 실루엣을 비출 뿐입니다. 당신은 서하의 볼을 타고 턱끝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차가운 빗물인지, 아니면 차마 터뜨리지 못한 서러운 눈물인지 가늠하기 힘들어 그저 가만히 그녀의 슬픔을 바라봅니다. 슬픔에 한 조각 잠긴 듯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이 마침내 당신의 간절한 시선과 마주칩니다.

이 긴긴 차가운 밤의 끝에서, 당신은 이 상처받은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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