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가 귓가를 먹먹하게 채우지만, 당신의 시선은 오직 길가에 쓰러지듯 주저앉은 그녀의 위태로운 뒷모습에만 멎어 있습니다.

당신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걸음 조심스레 다가갑니다. 차가운 빗줄기가 그녀의 여린 어깨를 가차 없이 때리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 들고 있던 우산을 천천히 기울여 씌워줍니다. 머리 위를 두드리던 날카로운 타격음이 한순간 차단되고, 우산이라는 하나의 작은 지붕 아래 오직 당신과 그녀만이 남겨집니다.

툭, 불투명한 천막 위로 떨어지는 둔탁한 빗소리. 그제야 힘없이 젖어 있던 서하가 먼지 쌓인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멍하니 고개를 듭니다. 늘 맑게 가라앉아 있던 그녀의 눈망울에 고인 것이 밤비인지 뜨거운 눈물인지 감히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이 가로등 흔들리는 불빛에 반사되어 유리 파편처럼 아프게 반짝입니다.

창백하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질려버린 입술과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붉은 상처가 당신의 심장을 찌릅니다. 왜 너는 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홀로 감내하려 하는 걸까? 왜 너의 아픔은 매번 내 마음에 먼저 흉터를 남기는 걸까? 어째서 나는 이 길고 시린 계절의 끝자락이 되어서야 너를 비추는 등불이 되려 하는 걸까?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비통함을 누르며, 당신은 천천히 무릎을 굽혀 그녀의 젖은 눈동자와 눈높이를 맞춥니다. 이 지독하게 차가운 우기의 밤, 당신의 코끝을 스치는 것은 축축한 흙내음 사이로 쓸쓸하고도 애틋하게 퍼지는 겨울 국화의 향기입니다. 매서운 서리 속에서도 끈질기게 제 향을 간직하며 버티는 그 작고 단단한 꽃송이가 꼭 눈앞의 서하를 닮았습니다.

어떤 위로의 말도 지금은 그저 허공을 맴도는 먼지에 불과할 터이기에, 당신은 침묵 속에서 가만히 그녀와 시선을 포갭니다. 말없는 눈빛 속에 담긴 수천 가지의 비명을 삼키며, 당신은 조금 떨리는 뜨거운 손을 뻗어 서하의 얼어붙은 뺨을 살포시 감싸 안으려 합니다.

당신의 마디 깊은 온기가 닿으려는 찰나, 서하가 파르르 어깨를 떨며 깊은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빗물보다 차가운 이 어둠 속에서, 서하를 무사히 구해내기 위해 당신은 이제 그녀를 어디로 이끌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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