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밑까지 밀려든 아가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살갗을 태울 듯이 뜨거웠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와 썩은 이빨의 악취가 찰나의 순간 뇌를 마비시키려 들었다.
사역견의 톱날 같은 이빨이 내 바지깃을 스치기 직전, 나는 상체를 기괴할 정도로 뒤로 꺾었다.
쿠웅!
바닥의 흙먼지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사역견의 단단한 주둥이가 내가 서 있던 석판 바닥을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크르르르!"
놈이 대가리를 흔들며 입안에 가득 찬 흙을 뱉어내는 찰나, 나는 이미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이 닿은 곳에는 오직 나에게만 보이는 반투명한 푸른색 스크린이 떠올라 있었다.
[정밀 공략 위키 '체펠린 지하 유적탑 1층 - 사역견의 통로']
[몬스터: 아카데미 사역견 (LV.15)] [상태: 광폭화 (인과율 인위적 왜곡 반응)] [약점: 목덜미 하단 제3경추 좌측 2.5cm 지점의 마력 핵. 단, 물리 방어력 80% 상시 적용.] [지형 정보: 현 위치 기준 전방 3미터 아래, 고대 정수 배수로 균열(내구도 8%).]
위키의 친절하고도 상세한 텍스트 설명에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고작 레벨 15짜리 똥개들한테 내 아까운 단검 날을 무디게 만들 순 없지."
물리 방어력 80%라니, 제정신인가?
이런 똥개들에게 깡딜을 박아 넣겠다고 덤비는 건 뇌를 집에 두고 온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게다가 지금 내 상태창 구석에는 아주 불길한 붉은색 수치가 깜빡이고 있었다.
[마력 오염 변이치: 5%]
여기서 화려한 마법이나 무투기를 썼다간 억지력이 더 미쳐 날뛰며 나를 보스 몬스터로 지정하려 들 터였다.
하지만 수천 번 이 게임을 플레이한 고인물에게 깡딜이란 가장 천박한 해결책에 불과하다.
진짜 프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지형을 지배하는 법이다.
"월! 월! 크르르!"
무너진 골방 문틈으로 대가리를 밀어 넣으며 네 마리의 사역견이 추가로 들이닥쳤다.
놈들의 붉은 안광이 어두운 슬럼가의 골목길을 흉흉하게 물들였다.
나는 뒤로 가볍게 세 걸음 물러서며, 바닥에 불규칙하게 그어진 기하학적인 선들을 밟았다.
머릿속에는 이미 '체펠린 유적 1층'의 전체 맵 데이터가 3D 그래픽처럼 선명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낙제생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진 이 슬럼가는 단순한 빈민가가 아니다.
고대 유적의 천장을 대충 덮어씌워 만든 임시 주거지, 즉 부실 공사의 대명사다.
바닥 한 꺼풀만 제대로 걷어내면 그 아래는 수십 미터 아래의 낭떠러지라는 뜻이다.
"오냐, 댕댕이들아. 오늘 특식은 자유낙하다."
나는 구석에 처박혀 있던 낡은 철제 캐비닛을 향해 오른발끝을 강하게 내질렀다.
콰아앙!
묵직한 철 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정확히 위키가 지목했던 '내구도 8%'의 바닥 지점을 때렸다.
쩍! 쩌적!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거대한 것이 끊어지는 기괴한 마찰음이 슬럼가 전체를 흔들었다.
"깽?! 멍?!"
선두에서 기세 좋게 달려들던 사역견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흔들렸다.
놈들이 딛고 있던 석판 바닥이 통째로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중력의 법칙은 아카데미의 사나운 마수에게도 아주 공평하게 적용된다.
나는 단검의 자루 끝으로 갈라진 바닥 틈새의 특정 쐐기돌을 가볍게 툭 건드렸다.
상태창의 정밀 위키가 가리키던 마지막 인과율의 연결 고리였다.
[시스템: 고대 정수 배수로의 물리적 하중 한계치 도달.]
키이이잉—!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듯, 사역견 오형제가 디디고 있던 바닥 전체가 순식간에 밑으로 쑥 꺼졌다.
"크우우우웅—!"
다섯 마리의 사역견이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암흑이 도사리는 지하 낭떠러지로 추락해 갔다.
퍼어억! 콰직!
저 멀리 심연의 바닥에서 살점이 터지고 뼈가 가루가 되는 유쾌한 타격음이 메아리쳤다.
[시스템: '아카데미 사역견' 5개체 처치 성공.]
[획득 경험치: 0 (낙제자 패널티로 인해 경험치 획득이 제한됩니다.)]
"경험치 0이라니, 언제 봐도 참 지독한 시스템이야."
나는 혀를 쯧 차며 갈라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단 한 번의 직접적인 검격도 섞지 않았다.
오직 중력과 지형의 맹점만을 이용해 완벽한 살상을 이끌어냈다.
이것이 바로 자원을 최소한으로 소모하는 고인물의 가성비 사냥법이다.
그때, 무너진 바닥 틈새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보랏빛 광채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장 거대했던 우두머리 사역견이 추락하면서 흘린 전리품이었다.
나는 낭떠러지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결정체를 허리 숙여 집어 들었다.
[아이템: 심연의 마석 (하급)] [설명: 심연의 기운이 응축된 결정. 아카데미 연구동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희귀 소재.] [정밀 위키 분석: 본 아이템은 강제 징집용 사역견의 동력원으로 이식된 것입니다. 시스템 등가교환 가치: 3골드.]
"오호라, 이거 아주 쏠쏠한데."
3골드라니.
평민 세 가족이 석 달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고살 수 있는 거금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 금화의 가치는 단순한 돈 그 이상이었다.
나는 지체 없이 내 상태창의 오염도 게이지를 불러왔다.
[플레이어: 에단 리드] [마력 오염 변이치: 5%] [경고: 변이치가 100%에 도달할 경우, 세계의 억지력 '플레로마'가 작동하여 당신을 즉시 처단해야 할 '최종 보스'로 인식합니다.]
"3골드 전부 시스템 제물로 바친다. 변이치 깎아."
내 선언과 동시에 손바닥에 쥐고 있던 보랏빛 마석이 은은한 빛의 입자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시스템: '심연의 마석'을 제물로 인지합니다. 등가교환 법칙이 성립됩니다.]
[마력 오염 변이치가 감소합니다: 5% -> 1%]
머릿속을 끈적하게 짓누르던 이물감이 순식간에 씻겨 내려갔다.
차가운 청량감이 전신을 감돌며 호흡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 정밀 위키 상태창은 편리하지만, 미래 정보를 개변할 때마다 목숨줄을 갉아먹는 악마의 계약이다.
그 페널티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막대한 자본을 굴려 시스템에 제물로 바쳐야만 한다.
아카데미 교수단 늙은이들이 나를 노역장에 처넣어 말려 죽이려 하든 말든 상관없다.
나는 이 지하 유적을 내 개인 금고이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영지로 재창조할 생각이니까.
"자, 이제 슬슬 뒤처리를 해볼까……."
내가 옷깃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려던 찰나였다.
"거기서 멈춰라!"
귀가 먹먹할 정도로 맑고도 묵직한 목소리가 무너진 골방의 정적을 깨뜨렸다.
골목길의 무너진 잔해 너머로, 자욱한 흙먼지를 뚫고 한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은회색 단발머리.
제국 명문가 드 브로이의 가문원만이 걸칠 수 있는 정교한 푸른색 제복 코트.
그리고 그녀의 허리춤에서 푸른빛 서리를 흘리고 있는 고대 검 '아이스 렌드'.
미카엘라 드 브로이였다.
그녀의 등장은 다소 뜻밖이었지만, 곧바로 머릿속의 위키 타임라인이 오차 없이 맞춰졌다.
낙제생들을 사냥개로 몰아세우는 아카데미 상선단의 방식에 혐오감을 품고 독자적으로 순찰을 돌던 정의 바보.
그녀가 왜 이 시점에 이곳에 나타났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너... 무사한 거냐?"
미카엘라가 무너진 바닥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며 검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 몰골은 꾀죄죄한 낙제생의 그것이었고, 손에 쥔 것은 이가 다 빠진 싸구려 무쇠 단검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반면, 사방에 널린 흔적은 방금 전까지 날뛰던 레벨 15짜리 사역견들의 흉포한 광폭화 마력이었다.
"보시다시피 아주 멀쩡합니다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단검을 가볍게 칼집에 꽂아 넣었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라. 사역견 떼가 이 구역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쫓아왔는데... 놈들은 어디 있지?"
그녀가 다급하게 무너진 배수로 틈새로 시선을 던졌다.
어두컴컴한 지하 낭떠러지 밑바닥, 뼈가 완전히 부러진 채 널브러져 있는 사역견들의 처참한 형상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추락... 사라고?"
미카엘라의 목소리에 깊은 의구심이 서렸다.
"예. 댕댕이들이 머리가 나쁜지, 지들끼리 흥분해서 달리다가 발을 헛디디더군요. 참 눈물겨운 우정입니다."
나는 능청스럽게 대꾸하며 뒷짐을 졌다.
하지만 미카엘라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명문 검사 가문의 천재라 불리는 그녀의 안목은 이미 무너진 석판의 단면을 날카롭게 훑고 있었다.
단면은 무작위로 부서진 것이 아니었다.
구조체의 서까래 역할을 하던 가장 취약한 고리, 즉 하중 지지점을 정확하게 타격해 일시에 붕괴를 유도한 흔적.
그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완벽한 '살상 궤적'의 결과물이었다.
그것도 어설픈 마법 사투나 검기 없이, 오직 최소한의 물리적 충격만으로 완성된 극상의 효율성.
"거짓말."
미카엘라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이 지형의 균열은 고대 정수 배수로의 맹점이다. 아카데미의 최고 토목 마법사들도 설계도를 정독하지 않으면 모르는 위치지. 그걸 네가 우연히 건드렸다고?"
"세상엔 참 신기한 우연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네 손에 든 그 단검."
그녀가 내 허리춤의 싸구려 무기를 가리켰다.
"날끝에 마력의 흔적이 전혀 없다. 쇠붙이의 강도도 형편없지. 그런데 어떻게 그 억센 사역견들의 가죽을 뚫지도 않고 완벽하게 제압한 거지?"
그녀의 눈빛에 경이로움과 서늘한 경계심이 동시에 타올랐다.
낙제생 구역의 쓰레기라 불리던 자가, 자신조차 장담할 수 없는 완벽한 방식으로 사냥을 끝마쳤다.
그녀의 기사도적 상식과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 내면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 자는... 결코 평범한 낙제생이 아니다.
미카엘라가 한 걸음 크게 내디뎠다.
스윽—!
그녀의 하얀 손이 바람을 가르며 내 어깨를 강하게 낚아챘다.
어깨뼈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강한 아귀힘이 전해졌다.
"웃지 마라, 에단 리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내 코앞까지 바짝 다가왔다.
서리 같은 냉기를 품은 은빛 눈동자가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볼 듯이 이글거렸다.
"너 같은 재능을 가진 자가... 왜 이 쓰레기장에 격리되어 있었던 거지? 대체 정체가 뭐냐?"
그녀의 매서운 추궁과 동시에, 내 시야에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경고: 주요 인물 '미카엘라 드 브로이'의 호기심 수치가 임계치를 초과했습니다.]
[새로운 인과율 루트가 요동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