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콰아아아아앙!

지하 2층의 무너진 석벽 사이로 들이닥친 바람이 피비린내를 풍겼다.

그 피비린내의 중심에, 한때 아카데미의 고결한 수석이었던 세레나 폰 하르트가 서 있었다.

체면과 권세를 모두 잃은 세레나가 눈이 완전히 뒤집힌 채 거대한 광폭화 저주 비약을 붉은 입술 사이로 한 번에 들이켰다.

"쿨럭, 끄으으으……!"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린 보랏빛 액체가 그녀의 흰 피부를 검게 물들였다.

눈동자의 흰자위가 핏빛으로 충혈되고, 사지가 비정상적인 각도로 뒤틀리며 가속하기 시작했다.

[!!경고!!] [적대 대상 '세레나 폰 하르트'가 금기 마약 '아바돈의 숨결'을 복용했습니다!] * 근력 및 민첩성 300% 폭증 * 고통 면역 상태 돌입 * 마력 폭주율 위험 단계 진입

"어우, 저 눈깔 돌아간 것 좀 봐라. 완전 미친년이 따로 없네."

나는 혀를 차며 한 걸음 물러섰다.

내 머릿속은 지금 세레나의 광기보다 더 시급한 숫자로 터져 나가기 일보 직업이었다.

[남은 시간: 172초!] [자폭 인과 개변 수수료: 매초 +10골드 할증 중!] [현재 수수료 총액: 580골드]

미친, 택시 할증도 이따위로는 안 붙는다.

역시 법보다 무서운 게 이놈의 사악한 시스템 금융 치료 비용이었다.

"펠릭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당장 그 장부 내놔!"

나는 비틀거리며 내 뒤로 숨으려는 펠릭스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장, 장부라니? 그, 베르네 교수의 비자금 탈루 장부 말이냐?!"

"그래! 네 가문이 베르네 약점 잡으려고 고이 모셔둔 그 횡령 보고서! 지금 안 쓰면 우린 다 같이 지하 유적의 거름이 되는 거야!"

펠릭스가 사색이 되어 품 안에서 붉은 인장이 찍힌 가죽 양장본을 꺼냈다.

5화에서 펠릭스가 내게 동맹의 증표랍시고 슬쩍 흘렸던, 베르네의 은밀한 금융 누락 보고서였다.

내가 장부를 낚아채자마자 눈앞의 정밀 공략 위키 상태창이 미친 듯이 갱신되었다.

[고대 인과율 체인 분석 중…….] [베르네 교수의 세금 탈루 및 아카데미 예금 누락 정합성 오류 확인!] [해당 자산의 법적 소유권 맹점을 이용해 '300골드' 상당의 유적 내 비상 마력 자금을 즉시 압류할 수 있습니다!]

"나이스. 이게 바로 창조 경제지."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할증까지 붙은 인과율 개변 비용을 감당하려면 최소한의 할인 꼼수가 더 필요했다.

나는 곧바로 머릿속의 위키 검색창을 두드렸다.

'1층의 리셋 오류 불러와.'

[시스템 호출: 체펠린 지하 유적탑 1층 '오블리비언 블록'의 고대 문자 리셋 오류!] [인과율 연산 오버랩 적용 중…….]

1화에서 내가 발견해 둔 붕괴된 제단의 그 리셋 오류 기믹.

아카데미 징벌관 가웨인을 털어먹을 때 요긴하게 썼던 바로 그 시스템 버그였다.

그 먹통 블록의 리셋 코드를 지하 2층의 제어 장치와 억지로 동기화시켰다.

[링킹 완료!] [오블리비언 블록의 리셋 오류로 인해 시스템의 등가교환 연산 장치가 일시적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할인율 적용: 등가교환 수수료 50% 감면!] [현재 필요 비용: 290골드!]

"크으, 할인율 미쳤다. 상시 세일 개꿀이네."

내 영리한 악용 덕분에 500골드가 넘던 수수료가 순식간에 반토막 났다.

펠릭스의 장부로 뜯어낸 300골드면 자폭 장치를 지우고도 남는 장사였다.

"미치광이 낙제생 놈이…… 감히 우리 교수님의 대업을 방해해?!"

세레나가 캬악 소리를 지르며 허공을 도약했다.

그녀의 몸이 기괴한 가속을 받아 사방으로 흩어지며 잔상을 남겼다.

일반적인 마법사의 눈으로는 도저히 쫓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가속 암살 궤적이었다.

"에단! 위험해!"

미카엘라가 검을 치켜들며 내 앞을 막아서려 했다.

"미카엘라, 멈춰. 그 방향이 아니야."

나는 차분하게 위키의 고유 능력을 발동시켰다.

[심연 등급 기능: '궤적 분석 점사' 가동!]

지이이잉!

내 시야가 순식간에 8비트 픽셀아트로 정렬된 게임 화면처럼 변했다.

날아드는 세레나의 이동 경로 위로 붉은 점들이 선명한 선을 그리며 예측 궤적을 뿜어냈다.

"셋, 둘, 하나. 거기다."

나는 미카엘라가 아닌, 슬럼가 낙제생들로 구성된 평민 방어 군단에게 손짓했다.

"방패병들, 11시 방향으로 밀집 방어! 창병들은 바닥에 기름 뿌려!"

"예, 예!"

에단의 지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평민들이 거대한 철제 방패를 겹쳤다.

콰아아앙!

세레나의 신형이 정면이 아닌, 11시 방향의 방패벽 위로 정확히 격돌했다.

"끄아악?!"

오히려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간 것은 세레나 쪽이었다.

그녀의 가공할 속도가 평민들의 방패와 미끄러운 기름 바닥에 허무하게 상쇄되어 버렸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천상의 엘리트라 여겨졌던 세레나가 밑바닥 평민들의 방패에 막혀 바닥을 뒹굴었다.

"이, 이 벌레 같은 것들이……!"

세레나가 머리를 산발한 채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푸른색 불꽃이 되어 이글거렸다.

그녀의 가슴팍에 매달린 아티팩트 '치천사의 눈물'이 눈 부시게 빛났다.

하지만 내 눈에는 위키가 짚어낸 그 보석의 치명적인 약점이 보였다.

[정보 상기: '치천사의 눈물' 내부의 은밀한 각도 균열과 공명 주파수 불일치 확인.] [출력 120% 도달 시, 보석 내부의 마력 순환이 역류하여 자폭할 위험 존재.]

"미카엘라, 지금이다! 녀석의 가슴팍, 보석 우측 3밀리미터를 저격해!"

나는 미카엘라의 어깨를 툭 치며 도약 사인 신호를 보냈다.

"하압!"

미카엘라가 내 신호를 받자마자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녀의 묵직한 대검이 허공에서 크게 회전하며 세레나의 단말마적인 추론 가속 검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해 냈다.

캉! 카아아앙!

강철과 강철이 부딪치며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었다.

미카엘라의 검날이 세레나의 검을 찍어 누른 순간, 검끝이 세레나의 아티팩트를 스치듯 강타했다.

쩌적!

치천사의 눈물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가며 기괴한 소음이 울렸다.

"아, 아아아……! 내 아티팩트가?!"

세레나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밀려났다.

마력의 균형이 깨진 그녀의 신체가 광폭화의 부작용으로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호위하던 아카데미 최고 엘리트 살수 부대원들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소, 소녀를 확보해라! 일단 퇴각한다!"

살수 대장이 세레나의 빌미를 잡고 급히 연막탄을 터뜨렸다.

"어딜 도망가려고? 펠릭스, 그물망!"

내가 외치자마자 펠릭스가 미리 준비해 둔 연금술 그물을 살수 부대의 발밑에 던졌다.

쉬이익!

그물에 걸린 살수 대장의 다리가 꺾이며 그가 품고 있던 은빛 단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어두운 보라색 안개를 뿜어내는 예사롭지 않은 무기였다.

[신화 등급 유물: '심연의 단검' 감지!] [가치 평가: 제국 금화 100골드 상당]

"오호라, 횡재했네."

나는 잽싸게 몸을 날려 바닥의 단검을 낚아챘다.

이것으로 부족했던 300골드 예산에 완전한 여유가 생겼다.

"이, 이 도둑놈이……!"

살수 대장이 피를 흘리며 나를 노려보았지만, 이미 미카엘라의 검 끝이 그의 목구멍 바로 앞에 닿아 있었다.

아카데미 교수단의 직속 정예 살수 부대가, 한낱 낙제생들과 평민 방어 군단 앞에 개잡듯 잡혀 무릎을 꿇은 꼴이었다.

슬럼가 낙제생들의 함성이 지하 유적의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우리가 이겼다! 저 고결한 척하던 살수 놈들을 잡았어!"

"에단 리드! 미카엘라!"

그들의 환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차갑게 미소 지었다.

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살수 부대를 내려다보는 내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제 우리가 지하 3층 전력 핵으로 직접 쳐들어가 판을 수거할 차례다."

"움직여! 1초 늦을 때마다 내 피 같은 돈이 복리로 까여 나가고 있다고!"

내 외침에 펠릭스와 미카엘라가 허겁지겁 내 뒤를 따랐다.

우선 바닥에서 주워 올린 '심연의 단검'을 시스템 인벤토리에 처넣었다.

[시스템: 신화 등급 유물 '심연의 단검' 등록 완료!] [등가교환 가치 환산: 제국 금화 100골드 즉시 충전!]

머릿속에서 금화가 짤랑이며 쏟아지는 경쾌한 효과음이 울렸다.

여기에 펠릭스의 장부로 뜯어낸 300골드까지 합산되자, 내 잔고는 순식간에 512골드로 불어났다. 자금에 여유가 생기니 쪼그라들었던 심장이 다시금 웅장해지기 시작했다.

"시스템, 미결제 대금 290골드 일시불 선납한다. 자폭 장치 일시 제동 걸어!"

[결제 완료: 290골드가 차감되었습니다.] [오블리비언 블록의 리셋 오류를 적용하여 자폭 인과율 개변을 시작합니다!] [자폭 카운트다운 일시 정지: 110초에서 대기 중!]

"후우, 살았네."

턱밑까지 차올랐던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쳐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뇌리를 찌르는 붉은색 경고 창이 연달아 눈앞을 가득 메웠다.

[!!경고!!] [억지력 우회 및 대규모 인과 개변의 여파로 '마력 오염 변이치'가 폭증합니다!] [현재 마력 오염 변이치: 72% -> 88%!] [주의: 변이치가 100%에 도달하면 세계의 억지력 '플레로마'가 당신을 보스 몬스터로 인식하여 즉시 처단 프로세스를 가동합니다!]

"아니, 이 악덕 플랫폼 같은 놈들이 수수료는 반값으로 깎아놓고 세금은 원천징수로 다 때려 박네?!"

내 거친 불평줄기 사이로 지하 3층에서부터 올라오는 기괴한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지하 3층, 아카데미의 모든 전력을 통제하는 배전 탑이자 유적의 심장부가 있는 곳.

"에단, 아래쪽 마력 농도가 비정상적이야. 공기 자체가 살을 에는 것처럼 따가워!"

미카엘라가 검을 고쳐 잡으며 경고했다. 그녀의 말대로 계단 아래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이미 일반적인 푸른빛이 아닌, 심연의 검붉은 마력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베르네 그 영감탱이가 완전히 눈이 뒤집혀서 전력 핵이랑 자폭 장치를 한 몸으로 묶어버린 거야. 가자, 시간 더 끌면 정지된 카운트다운이 다시 돌기 시작할 테니까."

우리는 단숨에 나선형 계단을 뛰어내려 가 지하 3층 전력 핵 내부로 진입했다.

쿠구구구구!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기괴함의 극치였다.

지하 3층 중심부, 거대하게 박동하는 파란색 전력 핵의 표면에 수십 개의 촉수 같은 마력 도관들이 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 도관들의 중심에, 아드리안 베르네 교수가 반쯤 매달려 있었다.

그의 하반신은 이미 전력 핵의 기계 장치들과 융합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상반신 역시 기계 부품과 붉은 혈관이 뒤엉켜 괴물처럼 변해 가고 있었다.

"어우, 비주얼 진짜 혐오스럽네. 영감님, 노후 준비를 이런 식으로 하시면 곤란하죠."

내 비아냥에 베르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초점을 잃은 그의 두 눈에서 검붉은 마력이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에단, 리드…… 오만한 벌레 놈."

그의 목소리는 기계 음과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져 기괴한 이중창으로 울려 퍼졌다.

"아카데미의 질서는 무너지지 않는다. 낙제생이라는 불순물을 걸러내고, 제국의 미래를 지탱하기 위한 이 위대한 시스템은…… 결코 네놈 같은 야바위꾼에게 찬탈당하지 않아!"

"야바위꾼이라니, 섭섭하게. 난 철저하게 합법적인 금융 거래를 지향하는 경제인인데 말이지."

나는 픽 웃으며 위키 상태창을 켰다.

[히든 퀘스트: '절대자의 영지 찬탈' 진행 중] * 승인 조건: 아드리안 베르네의 물리적 무력화 및 전력 핵 통제권 확보. * 현재 전력 핵의 시스템 동기화율: 92%

"미카엘라, 펠릭스! 저 영감탱이가 전력 핵이랑 완전히 동화되기 전에 사지를 묶어! 내가 통제권을 뺏을 테니까!"

"맡겨둬!"

미카엘라가 대검을 바닥에 쓸며 번개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녀의 검날이 허공을 가르며 베르네의 몸에서 뻗어 나온 강철 촉수들을 무자비하게 잘라내기 시작했다.

캉! 콰아아앙!

펠릭스 역시 품 안에서 마력 봉인용 폭탄들을 연달아 던지며 베르네의 마력 순환을 방해했다.

"크으윽! 감히…… 감히 밑바닥 천민 놈들이 내 몸에 손을 대느냐!"

베르네가 비명을 지르며 전력 핵의 에너지를 강제로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붉게 멈춰 있던 내 눈앞의 타이머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비상 상황 발생!!] [아드리안 베르네가 자신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시스템의 일시 정지 명령을 강제로 돌파합니다!] [자폭 카운트다운 재개!] [남은 시간: 45초…… 44초……]

"이 영감탱이가 진짜 끝까지 억까를 시전하네!"

나는 이빨을 까드득 갈며 전력 핵의 제어 콘솔 앞으로 도약했다.

콘솔의 제어 장치에 손을 얹자, 위키의 푸른빛 상태창이 내 뇌리로 직접 인과율 루트를 쏘아 보냈다.

[경고: 현재 베르네의 자폭 장치를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전력 핵의 소유권 강제 이전'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소유권 강제 이전에 필요한 추가 비용: 200골드] [또한, 즉각적인 강제 이전 실행 시 마력 오염 변이치가 '12%' 상승합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주판알을 튕겼다.

현재 내 잔고는 222골드. 200골드를 쓰면 딱 22골드가 남는다. 자금은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마력 오염 변이치였다.

현재 변이치는 88%. 여기에 12%가 더해지면 정확히 100%에 도달한다.

100%가 되는 순간, 세계의 시스템이 나를 이 세계를 파멸시키려는 '최종 보스'로 인식하고 즉시 말살하려 들 것이다.

"미친, 외통수인가?"

내 이마를 타고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자폭을 막으려면 변이치 100%가 되어 세계의 억지력에게 죽고, 자폭을 안 막으면 그냥 여기서 다 같이 폭사한다.

어느 쪽을 골라도 완벽한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단! 시간이 없어! 베르네의 마력이 전력 핵이랑 완전히 하나가 되려고 해!"

미카엘라의 절박한 외침이 귓전을 때렸다.

그녀는 이미 베르네가 뿜어내는 검은 마력 폭풍에 밀려 온몸에 자잘한 상처를 입은 채 버티고 있었다.

펠릭스 역시 마력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지독한 불신증과 강박증이 요동쳤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내 계산과 상태창뿐이다.'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수천 번을 플레이했던 고인물이다. 이 정도 변수 통제도 못 하고 무너질 거였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다.

"시스템. 200골드를 지불하고 전력 핵의 소유권을 내 명의로 강제 이전한다."

[결제 승인 완료. 200골드가 차감됩니다.] [소유권 강제 이전 프로세스 가동!] [마력 오염 변이치가 100%에 도달합니다!]

지이이이이잉!

내 몸을 감싸는 마력이 순식간에 칠흑 같은 흑색으로 변하며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극도의 통증과 함께, 귓가에 고막을 찢을 듯한 시스템의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세계의 억지력 '플레로마' 작동!!] [감지 대상 '에단 리드'를 세계의 멸망을 초래할 '최종 보스 몬스터'로 규정합니다.] [즉시 제거를 위한 처단용 하늘의 심판(천벌)이 아카데미 상공에 소환됩니다!]

쿠릉! 쾅! 콰콰쾅!

지하 3층 유적의 천장이 무너져 내릴 듯한 거대한 천둥소리가 아카데미 전체를 흔들었다.

베르네는 피를 토하면서도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결국 네놈이 괴물이었구나! 세계가 너를 거부한다! 너희는 모두 나와 함께 지옥으로 갈 것이다!"

"영감님. 제가 말했죠?"

나는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뱉어내며, 품 안에서 마지막 남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펠릭스의 장부 뒤쪽에 숨겨져 있던, 베르네가 평생을 바쳐 구축해 둔 '아카데미 결계 제어용 고대 마도 인장'이었다.

"처단 대상이 내가 아니라, '이 영역 전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나는 인장을 전력 핵의 중앙 홈에 사정없이 박아 넣었다.

그리고 내 영지 찬탈 퀘스트의 마지막 키워드를 소리 높여 외쳤다.

"시스템! 지금 이 순간부로 체펠린 지하 유적탑 전체를 내 '개인 사유 영지'로 선포한다! 외부의 모든 간섭과 스캔을 차단하는 '절대 보안 프로토콜' 가동해!"

[퀘스트 조건 달성!] [히든 퀘스트 '절대자의 영지 찬탈' 완료!] [체펠린 지하 유적탑 및 로얄 판테온 아카데미 하부 영역의 완전한 소유권이 '에단 리드'에게 귀속됩니다!] [영지 고유 권능 '절대적 차단 장벽'이 활성화됩니다!]

우우우웅!

전력 핵에서 뿜어져 나온 순백의 마력 장벽이 지하 유적 전체를 감싸 안았다.

그와 동시에 무섭게 나를 조여 오던 세계의 억지력 스캔이 갈 길을 잃고 허공에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내 영지 안에서는 세계의 법칙조차 내 허락 없이는 나를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베르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지르며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전력 핵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진 그의 신체가 재가 되어 부서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소멸해 가는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이제 이 판의 주인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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