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포스기 모니터 위로 떨어진 신입의 머리통은 기괴할 정도로 고요했다. 단면에서 뿜어져 나온 **진득한** 피가 액정 화면을 타고 흘러내려 하단의 바통 대기 스위치를 **딸깍** 소리 나게 내리눌렀다. 기계음이 매장의 **습한** 공기를 찢으며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붉은색 경고등이 포스기 주변을 물들이며 비정상적인 주기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천장 틈새에서는 무언가 거대한 것이 쓸려 나가는 **스스슥** 소리가 고막을 긁었다. 민우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콧잔등을 찌르는 비린내가 혀끝에 **끈적이는** 맛을 남겼지만, 그의 눈동자는 동요 없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머리통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축축한** 침이 흘러내려 포스기 자판을 적셨다. 민우는 카운터 아래에서 두꺼운 갈색 종이 쇼핑백을 꺼냈다. 망설임 없는 손길로 머리통의 정수리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끝에 닿는 머리카락은 피에 젖어 **질척한** 감각을 고스란히 전해왔다. 그는 머리통을 들어 올려 종이 쇼핑백 깊숙한 곳에 집어넣었다. 사방으로 튀는 **진득한** 선혈을 무감각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는 포스기 화면에 묻은 피를 거친 행주로 쓸어내렸다. 붉은 얼룩이 번지며 화면이 일시적으로 왜곡되었으나 이내 대기 화면으로 돌아왔다.

민우는 쇼핑백의 입구를 단단히 접어 쥐고 매장 뒤편의 워크인 쿨러로 향했다. 차가운 냉기가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와 피부를 **축축하게** 적셨다. 냉동고 가장 하단,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 처리를 기다리는 폐기 박스들의 깊숙한 틈새가 목적지였다. 그는 냉동식품 상자들을 거칠게 밀어내고 그 구석진 음지에 쇼핑백을 밀어 넣었다. 냉각 팬이 돌아가는 기계음이 **스슥**거리며 어둠 속에서 울렸다. 머리통은 이제 꽁꽁 얼어붙어 누구도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얼룩진 은닉물이 될 터였다.

냉동고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머릿속이 **우지끈**하며 쪼개지는 통증이 엄습했다. 잔존 사유 동기화를 연속으로 시전한 대가가 등 뒤에서부터 덮쳐왔다. 고압의 전류가 뇌하수체를 직접 관통하는 듯한 감각에 민우의 무릎이 꺾였다. 바닥을 짚은 손바닥에 **끈적이는** 먼지와 냉기가 동시에 달라붙었다. 입안에서 뜨겁고 **진득한** 액체가 울컥 솟구쳤다. 바닥으로 쏟아진 것은 붉은 피가 아닌, 타르처럼 검고 **축축한** 혈액이었다. 코에서도 같은 빛깔의 액체가 뚝뚝 떨어져 타일 바닥을 더러운 얼룩으로 물들였다.

뇌세포가 실시간으로 사멸해 가는 감각은 지독할 정도로 생생했다. 자신의 잔여 수명 중 정확히 한 시간이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음을, 민우는 본능적으로 체화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기묘한 상실감은 영혼을 **습하게** 깎아내렸다. 게다가 피부 표면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매장 구석의 어둠 속에 도사린 존재들이 자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계의 사냥꾼들이 그의 영혼의 윤곽을 더 뚜렷하게 인지하게 된 것처럼, 공기 자체가 **끈적이는** 실처럼 몸을 조여왔다.

민우는 떨리는 손으로 입가를 훔치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에 비친 매장의 거울 속 자신은 이전보다 어딘지 모르게 기이할 정도로 선명해 보였다. 그것은 생명력이 넘치는 선명함이 아니었다. 괴물들의 세계에 물리적으로 한 발자국 더 깊이 디딘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불길하고 뚜렷한 경계선이었다. 하지만 민우는 이를 악물었다. 동생 민지의 수술비 3억 원을 손에 쥐기 전까지는, 영혼이 한 줌의 재로 변한다 해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민, 민우 씨……."

매장 구석, 진열대 사이의 어둠 속에서 퀭한 눈을 한 한소희가 기어 나왔다. 사채업자들의 살해 협박을 피해 이 기괴한 일터로 기어 들어온 그녀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은 공포로 인해 파랗게 질려 있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축축한** 침조차 고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녀는 민우가 방금 저지른 냉혹한 뒤처리를 전부 목격한 것이 분명했다.

"방금…… 방금 그…… 지훈 씨 머리…… 어디에……."

소희의 목소리는 뚝뚝 끊겼고, 턱은 눈에 띄게 덜덜거렸다. 민우는 그녀를 위로하거나 안심시키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의 나약함을 철저히 해부하듯 응시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검은 피를 마른걸레로 벅벅 문질러 닦아내며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었다.

"살고 싶으면 입 다물어."

"하, 하지만…… 경찰에…… 신고를…… 해야……."

"누가 믿어줄 것 같아? 밖으로 나가는 순간 너는 저 문턱을 넘기도 전에 찢겨 죽어. 실종된 전임자들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민우의 목소리는 얼음송곳처럼 예리하게 그녀의 심장에 박혔다. 소희는 숨을 들이켜며 뒤로 주춤거렸다. 그녀의 눈에 비친 민우는 인간의 탈을 쓴 또 다른 괴물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지옥 같은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냉혹한 남자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녀의 생존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정보를 하나 주지. 살고 싶다면 네가 아는 걸 불어."

민우가 닦아내던 걸레를 쓰레기통에 거칠게 던져 넣으며 소희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습한** 식은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편의점 내부 구조에 대해 아는 게 있을 텐데. 낮 근무 때 박태식이 숨기던 구역이나, 네가 청소하다가 발견한 이상한 틈새 같은 것 말이야."

소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의 눈동자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결심한 듯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주위의 **스슥**거리는 소음에 묻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폐, 폐기 식품 보관함…… 알아? 카운터 옆에 있는 거……."

"거기에 뭐가 있지?"

"그거…… 바닥이 이중으로 되어 있어. 청소하다가 실수로 칸막이를 건드렸는데, 아주 좁은 틈새가 벌어지면서…… 안에 반쯤 부서진 기계 같은 게 보였어.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된…… 녹음기 같았는데…… 박 매니저가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더 보진 못했어."

민우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폐기 식품 보관함 하단의 이중 바닥. 그리고 숨겨진 녹음기라. 점장 공허가 알바생들을 농락하며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 심어둔 가짜 규칙들의 배후가 그 안에 기록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민우는 소희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새로운 연산 회로를 돌렸다. 그녀는 아직 쓸모가 있는 장기말이었다.

"좋은 정보야. 오늘 밤은 내 지시대로만 움직여. 그럼 적어도 사지가 찢겨 나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

민우가 차갑게 대답하는 순간, 매장 입구의 유리문 너머로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오전 8시. 이계의 잠금이 풀리고 다시 현실의 시간축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매장을 감돌던 **끈적이는** 한기가 서서히 걷히며, 일반적인 편의점의 건조하고 밋밋한 풍경이 복구되었다.

딸랑.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편의점 문이 열렸다. 들어선 것은 주간 매니저 박태식이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싹싹하고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왔으나, 그의 눈빛은 뱀처럼 차갑고 예리하게 매장 안을 훑었다. 그의 몸에는 주름진 개량한복이 헐렁하게 걸쳐져 있었다. 박태식은 카운터로 다가오며 민우의 얼굴에 묻은 미세한 핏자국과 바닥의 얼룩을 유심히 관찰했다.

"어이구, 민우 씨. 오늘 밤도 무사히 버턌네? 대단해, 대단해. 다른 신입들은 첫날에 다 도망가거나 사고를 치는데 말이야."

태식의 목소리는 서글서글했으나, 그 이면에는 기괴한 굶주림이 출렁이고 있었다. 민우는 아무런 대꾸 없이 포스기 화면을 정리했다. 태식의 헐렁한 한복 주머니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묵직하게 흔들렸다.

민우의 시선이 태식의 주머니로 향했다. 잔존 사유 동기화의 부작용으로 시야가 극도로 예리해진 덕분일까, 주머니의 얇은 천 너머로 도드라진 물체의 윤곽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독특한 문양이 정교하게 음각된 검은 마개 열쇠였다. 편의점 지하의 영혼 수확 장부창을 여는 무기화 핵심 열쇠이자, 박태식이 점장 공허에게 바칠 제물들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도구였다.

열쇠의 고유한 패턴이 민우의 망막에 낙인처럼 찍혔다. 톱니의 배열과 미세한 홈의 개수까지, 그의 대뇌는 실시간으로 그 설계도를 연산하여 저장했다. 대뇌가 타들어 가는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민우의 가슴속에서는 차가운 야심이 끓어올랐다. 이 늙은 뚜쟁이의 목줄을 쥘 열쇠가 바로 저기에 있었다. 적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빼앗아 역매뉴얼의 무기로 삼는 것. 그것이 민우가 설계한 완벽한 반격의 첫 단계였다.

"왜 그렇게 쳐다보나, 민우 씨?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박태식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민우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 썩은 이끼 같은 **축축한** 냄새가 훅 풍겼다. 민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카운터 밖으로 비켜섰다.

"아닙니다. 교대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아, 참. 가기 전에 경고 하나만 하려고."

태식이 갑자기 민우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늙은이의 손아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억센 힘이었다. 손가락뼈가 민우의 어깨뼈를 파고들며 **우지끈** 소리가 날 것만 같은 압박감이 전해졌다. 태식의 얼굴이 악귀처럼 구겨지며 민우의 귓가로 낮게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황색 안광이 일렁이고 있었다.

"오늘 밤 자정 말이야……."

태식이 히죽거리며 침을 튀겼다. 그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스스슥**거리는 괴이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매뉴얼 자판이 아예 꺼질 거다. 규칙이 사라진 밤에, 과연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아주 기대가 되는구먼."

태식의 손아귀에서 뿜어져 나오는 **습한** 열기가 민우의 얇은 유니폼 셔츠를 축축하게 적셨다. 어깨뼈를 으스러뜨릴 듯 조여오는 고통 속에서도 민우의 시선은 태식의 개량한복 주머니로 향해 있었다. 그 주머니 속에서 달랑거리는 검은 마개 열쇠의 정교한 홈들이 민우의 머릿속에서 입체적인 도면으로 재구성되었다. 민우는 뼈가 삐걱거리는 고통을 삼키며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끌어올렸다. 귓가를 스치는 태식의 거친 숨소리가 뱀이 가랑잎을 밟고 지나가는 것처럼 **스스슥** 기분 나쁜 마찰음을 냈다. 민우는 신음 한 자락 흘리지 않은 채,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매뉴얼이 없다는 건, 내일 아침까지 아무 규칙도 어기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겠군요."

태식의 누런 눈동자가 기괴하게 수축했다. 사냥감의 절망과 공포 어린 비명을 기대했던 그의 얼굴에 찰나의 침묵이 스쳐 지나갔다. 태식은 천천히 가느다란 손가락을 떼어내며, 헐렁한 한복 자락을 **스슥** 소리 나게 털었다. 그의 손바닥이 머물렀던 민우의 어깨에는 **진득하게** 고인 식은땀의 흔적이 축축하게 남아 있었다. 태식은 가래가 들끓는 목소리로 큭큭 웃으며 뒤에 서 있던 소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말귀가 빠른 알바생은 아주 좋은 제물…… 아니, 인재지. 소희 양, 오늘은 창고 정리부터 시작하자고."

소희는 겁에 질려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태식의 뒤를 따라갔다.

"네, 네…… 알겠…… 습니다……."

두 사람이 매장 안쪽의 어두운 창고 구석으로 사라지자, 편의점 내부에는 다시 기괴한 정적이 가득 찼다. 민우는 망설임 없이 카운터 옆, 먼지와 정체불명의 얼룩이 **질척하게** 눌러붙은 폐기 식품 보관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관함의 플라스틱 모서리를 움켜쥐자 손끝에 **끈적이는** 기름때가 묻어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소희가 말했던 이중 바닥의 틈새를 찾아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좁은 틈새 사이로 손톱이 쓸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손끝에 딱딱하고 차가운 기계의 감촉이 걸려왔다. 그것은 반파된 소형 녹음기였다.

꺼내 든 녹음기 표면에는 검붉게 말라붙은 전임자의 피가 **진득하게** 묻어 있었다. 이 기계를 숨겨둔 자 역시 이계의 법칙에 도살당한 알바생 중 한 명일 터였다. 민우는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연속된 동기화의 여파로 대뇌가 통째로 녹아내리는 듯한 이염 통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서 한 번 더 능력을 사용한다면, 수명이 또다시 깎여 나가는 것은 물론 영혼의 윤곽이 괴물들에게 완전히 노출되어 오늘 밤의 사냥감이 될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매뉴얼이 사라진다는 자정의 공포를 무방비로 맞이할 수는 없었다. 그는 손가락을 뻗어 녹음기 표면의 **축축한** 핏자국에 갖다 대었다. 잔존 사유 동기화(Residual Memory)가 시작되었다.

"아아아악!"

머릿속이 수천 개의 달궈진 송곳으로 파헤쳐지는 듯한 격통이 일었다. 눈앞이 시뻘겋게 점멸하며 고막 속에서 썩은 물이 끓는 듯한 **질척한** 소리가 소용돌이쳤다. 뇌세포가 검게 타들어 가는 사멸의 고통 속에서, 1분간의 기억이 그의 대뇌 피질 속으로 거칠게 다운로드되었다. 기억 속의 남자는 어둠이 들이닥친 편의점 구석에서 공포에 질려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검은 액체가 **끈적하게** 흘러내리고 있었고, 천장 너머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스스슥** 울렸다.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녹음기를 쥐고 비명을 지르듯 속삭였다.

'매뉴얼이 꺼지는 날…… 그건 함정이 아니야. 매뉴얼 자체가…….'

남자의 기억 속 마지막 단말마가 민우의 뇌리를 세차게 때렸다.

'점장이 매뉴얼을 끄는 게 아니야! 매뉴얼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어! 그건 처음부터 우리를…….'

거기서 동기화가 칼로 자른 듯 뚝 끊어졌다. 민우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격렬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귀 가장자리에서 **스슥**거리는 이명이 울렸고, 코와 귀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피가 타일 바닥을 **축축하게** 적셨다. 잔여 수명이 또다시 한 시간 단축되었다는 불길한 고동이 가슴을 때렸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에는 지독한 희열과 공포가 동시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매뉴얼의 진짜 본질을 깨달은 찰나, 포스기 모니터 뒤편의 철판에 칼로 긁어 새긴 듯한 역대 알바생들의 비밀 표식들이 붉은 피를 머금고 기괴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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