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게 닫힌 강철 성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는 이제 당신의 아침 침실을 깨우는 우아한 풍경소리보다도 가치 없는 백색 소음에 불과하다.
당신, 레일라는 오늘 제국과의 영원한 단절을 선포하기 위한 첫 건국 기념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신거울 앞에 서 있다. 차가운 서리가 감도는 집무실에서, 당신은 메르시아산 최고급 실크로 정교하게 짜인 암청색 드레스를 몸에 맞춘다. 밤하늘을 그대로 베어 물어 만든 듯한 드레스의 깃 위에는, 제국의 국경을 봉쇄한 날을 기념하여 특수 세공된 물방울 다이아몬드 브로치가 차갑게 번뜩이고 있으며, 당신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단단히 구속한 초커는 찬연한 흑진주와 사파이어로 촘촘히 엮여 가차 없는 지배자의 오만함을 대변한다. 이 찬란한 사치품들은 더 이상 제국의 황실이나 대공가의 시혜로 얻은 것이 아니다. 오직 당신만의 철옹성이 흘려보내는 거대한 영지의 부가 만들어 낸 권력의 증거들이다.
"레일라, 제발 한 번만 성문을 열어다오! 네가 없는 제국은 그저 시들어가는 화원에 불과해!" 장벽의 틈새로 기어드는 황태자의 목소리에는 이제 과거의 오만함 따위는 흔적도 없다. 그의 국경 수비대조차 당신이 통제하는 마석 광산의 에너지가 없으면 겨울을 나지 못해 얼어 죽어가고 있으니, 그의 뒤늦은 집착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비참한 구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당신은 테라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황폐한 제국의 국경을 응시하며,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 채 속삭인다. "사랑과 후회라니, 전하. 그것은 영토도, 자원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자들이나 부르는 구슬픈 연가(戀歌)가 아닙니까? 제 영지는 결코 가난하지 않고, 제 성문은 당신의 눈물 따위로 녹슬 만큼 허술하지 않답니다."
그 옆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이 가진 모든 영지의 문서와 피 묻은 가문의 인장을 바치는 대공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냉혈이라 불리며 당신을 제 정치 공작의 장기말로 이용하려 했던 사내는 이제 당신의 구두 굽 아래에서 자신의 영혼을 구걸하는 충성스러운 개로 전락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인장을 발끝으로 가볍게 밀어내며, 그가 바치는 맹세 속에 숨겨진 이악스러운 본능을 비웃는다. 사교계와 영토 정치의 역학이란 이토록 정직하다. 힘의 추가 완벽히 기울면, 어제의 포식자도 오늘의 사냥개가 되는 법. 당신은 결코 그들의 뒤늦은 후회에 흔들려 이 풍요로운 철옹성의 빗장을 풀 어리석은 여자가 아니다.
당신이 손짓 한 번으로 완전한 국경 봉쇄의 기를 올리자, 마석으로 구동되는 거대한 장벽이 대지를 울리며 완전히 맞물려 닫힌다. 차단되는 태양빛 뒤로, 황태자와 대공의 비명 지르는 절망적인 얼굴이 영영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제 성벽 안쪽은 오직 당신만을 위한 완벽한 낙원이다. 제국의 몰락을 발판 삼아 피어난 이 고고한 꽃밭에서, 당신은 영원히 늙지 않을 절대적인 여왕으로 군림하리라. 삼천 세계의 모든 별빛이 당신의 발치에 바쳐지고, 영원의 시간이 오직 당신만을 위해 흐른다 한들, 장벽 너머에서 영원히 미쳐갈 그 어리석은 영혼들의 슬픔이 당신의 완벽한 홍찻잔에 작은 파문 하나라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수만 년의 세월이 흘러 이 장벽이 대륙의 전설이 된 후에도, 역사는 당신이 지켜낸 이 차갑고도 찬란한 자유를 과연 무엇이라 기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