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황금빛 샴페인이 크리스탈 잔 안에서 비틀거리며 부서지는 소음 속, 유리 온실 같은 무도회장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앉습니다. 당신이 걸친 딥 에메랄드빛 실크 드레스는 밤의 어둠을 삼킨 듯 고결하게 빛나며, 가시덤불 모티프의 황금색 가시 자수가 섬세하게 수놓아져 침묵 속에서도 정교한 독기를 뿜어냅니다. 가녀린 목덜미를 휘감은 블랙 다이아몬드 네클리스는 북부 카일 대공가에서 공수한 날 선 야심의 증거로, 당신의 매끄러운 쇄골 위에서 차갑게 박동하고 있습니다. 그 맞은편, 황태자 줄리안은 흐트러진 크라바트와 사파이어 단추가 무참히 떨어져 나간 푸른 제복 차림으로 당신을 향해 무릎이라도 꿇을 듯 다가섭니다.

"레일라, 제발 내 말을 들어라. 그 파혼 선언은 무효다. 제국 전체가 너를 욕보였다면 내가 그들의 혀를 자르고 네 앞에 바치마. 그러니 다시 내 곁으로……."

눈물범벅이 된 황태자의 눈동자는 애정이 아닌 권력의 몰락을 방어하려는 추잡한 생존 본능으로 번득입니다. 황실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당신이라는 방패가 없다면 그의 왕좌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니까요. 당신은 그 비참한 연극을 향해 우아하게 조소를 흘립니다.

"제국인들의 혀를 모두 자르시면, 세금은 누가 내고 황실의 빚은 누가 갚나요, 저하? 저는 이미 파산 위기에 직면한 가문과는 거래하지 않는 주의라서요."

당신의 냉소적인 대꾸가 줄리안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히는 순간,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과 함께 강한 완력이 당신의 허리를 휘감아 옵니다. 단단한 손길이 에메랄드 실크 너머 감춰진 허리선을 강하게 옥죄며 당신의 몸을 밀착시킵니다. 카일 대공, 위장 계약 연인인 그가 소유욕으로 이글거리는 시선을 황태자에게 던지며 냉혹하게 웃습니다.

"황태자 전하, 사양길에 접어든 투자처에 미련을 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지요. 가치 없는 애원은 이쯤 해 두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 고귀한 여인의 눈동자는 이제 오직 나의 북부만을 담기로 계약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허리를 지탱한 그의 손가락 끝에 실린 힘은 계약의 범주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습니다. 줄리안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격노로 부르르 떨리는 동안, 카일은 당신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맹수의 으르렁거림처럼 낮고 치명적입니다.

"도망칠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겁니다, 레일라. 당신이 온 제국을 불태우더라도, 그 잿더미 위에서 당신을 안아 들 사람은 나뿐이니까."

두 남자의 숨 막히는 집착이 충돌하는 화려한 감옥 속에서, 당신의 연홍빛 입술이 기묘한 호선을 그립니다. 파멸의 톱니바퀴는 이미 멈출 수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붕괴하는 황실을 뒤로하고 북부의 야수를 길들이는 것이 더 짜릿할까요, 아니면 이 탐욕스러운 두 남자를 서로 물어뜯게 만들어 황실 전체의 파멸을 감상하는 것이 더 찬란할까요? 당신의 가슴속 깊은 심연에서 조용히 불타오르는 그 차디찬 복수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를 향해 손짓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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