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당신은 오늘 밤, 밤하늘을 통째로 베어낸 듯한 짙은 남색 실크 드레스를 선택해 입었습니다. 은하수를 흩뿌린 듯 미세하게 반짝이는 카스피아 고원의 은사 자수가 스커트 자락을 따라 호화롭게 흘러내렸고, 목덜미를 타이트하게 감싸 쥔 것은 잘게 세공된 백금 위에 피빛 루비가 박힌 아르데코풍 초커였습니다. 황실의 엄숙한 도덕률을 조롱하듯 어깨를 대담하게 드러낸 당신의 모습은, 사교계의 모든 시선을 지배하기에 충분합니다.

"여전히 숨이 막힐 정도로 치밀한 조형물이군."

낮고 나직한 음성이 당신의 귓가를 파고듭니다. 카일 대공은 제국의 유구한 규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가슴팍에 커다란 몰디브산 황금 오팔 핀을 비스듬히 꽂은 매끈한 검은 제복 차림으로 서 있습니다. 옷깃을 타고 흐르는 은색 견장은 그의 넓은 어깨 위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빛을 발합니다. 그의 눈동자는 사냥감을 앞에 둔 포식자의 그것처럼 집요하게 당신을 좇고 있습니다.

"칭찬으로 듣죠, 대공. 세관 통제권을 흔들어서 황태자의 숨통을 조여 놓았으니, 이제 당신이 약속한 북부 군수품 통로를 열 차례 아닌가요?"

당신은 샴페인 잔을 가볍게 흔들며 속삭였습니다. 입술에 닿는 차가운 알코올보다 더 냉정하고 이성적인 계산이 머릿속을 스쳐 갑니다.

"물론. 하지만 계약에 적히지 않은 흥미로운 소문이 내 귀에 흘러들어와서 말이지."

카일이 한 걸음 다가서며 당신의 잔을 가볍게 부딪쳤습니다. 맑은 금속음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대치 상태를 부각합니다. 그의 긴 손가락이 당신의 노출된 쇄골을 스치듯 지나쳐, 루비 초커를 손끝으로 건드렸습니다.

"그대가 국경 인근의 철도 노선과 가문 소유의 사유지들을 급히 현금화하고 있다는 속보가 있더군. 황실을 무너뜨린 후에, 이 레이 가문에서 가장 귀중한 보석이 어디로 사라지려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잖아?"

오싹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내립니다. 그 정보는 철저히 은폐된 사적인 거래망을 통해서만 진행된 것이었습니다. 카일이 당신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까지 감시할 만큼 은밀하고 정교한 정보망을 틔워 두었다는 뜻입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보여주던 그의 얼음 같은 냉정함 밑바닥에, 검고 묵직한 구속의 욕구가 똬리를 틀고 있음이 완연히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그는 결코 당신을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습니다. 자신마저 이용하고 홀연히 흔적을 감출 당신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발목을 묶을 사슬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 사생활까지 대공의 자산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던가요? 탐욕이 과하면 체하는 법입니다."

당신은 실크 장갑을 낀 손으로 그의 손길을 우아하게 쳐내며 위트 있게 쏘아붙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집요한 응시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이 사교계라는 잔혹하고도 화려한 전쟁터에서, 가장 날카로운 검을 쥐었다고 믿었던 당신의 등 뒤로 가느다란 감시의 실이 얽혀들고 있습니다. 심장을 꿰뚫을 듯이 옥죄어오는 이 지독한 소유욕의 덫을 풀어내지 못한다면, 황태자를 파멸시킨 대가로 도달할 곳은 또 다른 아름다운 감옥일 뿐입니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천칭의 추가 어둠 속으로 기울어지는 지금, 당신은 이 지독한 포식자의 이빨을 피해 승리의 달콤한 과실만을 손에 넣고 탈출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의 집착이라는 심연에 영원히 박제된 가장 화려한 전리품으로 남고 말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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