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가라앉은 대공저의 접견실은 향료 냄새 대신 팽팽한 이성의 냄새로 가득합니다. 당신은 깊은 에메랄드빛 실크 벨벳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목덜미를 엄격하게 감싸 안은 정교한 은사 자수와 기형적일 정도로 촘촘하게 엮인 담수진주 초커는 사교계가 요구하는 가식적인 품위를 온몸으로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맞은편에 앉은 카일 대공은 제국의 사치스러운 격식을 유쾌하게 비웃기라도 하듯, 화려한 견장을 조롱하듯 떼어낸 다크 네이비 더블 브레스트 코트 차림입니다. 그의 길고 영민한 손가락에서 피처럼 번뜩이는 루비 인장 반지가 찻잔 테두리를 느리게 두드렸습니다.
"제국에서 가장 화려하게 버림받은 악녀가 내게 동맹을 청한다?" 카일이 건조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내려놓습니다. "파혼당한 영애의 감상적인 복수극치고는 기획서가 지나치게 완벽해서 오히려 오싹하군, 레일라."
"복수 같은 값싼 어휘는 통속 소설에나 던져주시지요." 당신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냉소적으로 맞받아칩니다. "이건 파산 직전의 지저분한 사교계 상회에서 제 이익을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한 합리적인 분할 청구서입니다. 황태자는 저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공짜로 가두려 했고, 저는 그 오만함에 지독한 이자를 청구하려는 것뿐이니까요."
카일의 매혹적인 눈동자가 깊은 흥미로 좁혀집니다. 그는 결코 당신의 눈물에 마음을 움직일 순종적인 기사가 아닙니다. 자신의 영토와 세력에 확실한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제국의 황녀가 무릎을 꿇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지독한 정치가이자 포식자였습니다.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지." 카일이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낮게 속삭입니다. "내가 당신의 위장 연인이 되어 황실의 과녁이 되어주는 대가로, 내 손에 쥐여줄 진짜 먹잇감은 무엇인가?"
"황태자가 절 놓친 대가로 잃게 될 국경지대의 통제권, 그리고 제 가문이 보유한 남부 무역로의 독점 배분권입니다." 당신의 목소리에는 단 한 줌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대공께서는 그저 제 손을 잡고 사교계의 영양가 없는 시선만 견뎌내시면 됩니다."
카일은 천천히 상체를 기울였습니다. 사냥감을 품평하는 듯한 그의 시선이 당신의 입술과 목덜미를 스치듯 지나갔고, 루비 반지의 차가운 감촉이 테이블 위에서 붉은 호선을 그렸습니다. "지독하게 달콤한 제안이군. 황실의 오만함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당신의 매혹적인 공범이 되어 주지."
두 사기꾼의 위험한 계약이 체결된 이 순간,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주도권을 쥔 자들의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이제 황태자의 심장을 향해 첫 서늘한 칼날을 들이밀 시간입니다. 은밀하고도 파괴적인 첫 공작을 위해, 당신은 과연 어떤 비정한 수를 가장 먼저 던져 그 오만한 궁정을 뒤흔들어 놓을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