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금빛으로 화려하게 도금된 새장, 그것이 현재 당신이 처한 제국 사교계의 적나라한 자화상입니다. 황태자 줄리안이 던진 오만한 파혼 선언서는 채 마르지 않은 잉크 냄새를 풍기며 테이블 위에 벼락처럼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황실은 파혼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주고서도 당신 가문의 막대한 부와 국경지대의 장악력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왕관에서 떼어낸 보석처럼 다루면서도, 끝내 다른 곳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사방에 보이지 않는 쇠사슬을 채우려 듭니다.

오늘 당신이 걸친 드레스는 그 졸렬한 탐욕에 맞서는 완벽한 전신 갑주입니다. 밤하늘의 심연을 직조해 만든 듯한 짙은 감청색 샤르메즈 실크 드레스 위로, 황실의 숨통을 겨누듯 차갑게 벼려진 백금 자수가 날카로운 기하학적 파형을 그리며 흘러내립니다. 목덜미를 엄격하게 감싼 초커에는 황태자의 파혼 통보를 비웃듯, 피눈물처럼 붉은 루비들이 오만한 광채를 뿜어내며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사교계라는 잔혹한 전장에서 상처받지 않겠다는 듯, 당신은 기품과 사치라는 외피를 두르고 이 기만적인 연극의 막을 올립니다.

"나를 버리되, 내 가문의 금고 열쇠는 두고 가라니. 황실의 산수 계산은 언제 보아도 천박할 정도로 투명하군요."

당신은 깃털 부채를 우아하게 펼치며 차갑게 미소 짓습니다. 제국의 법률과 귀족가의 규율은 이미 당신의 발목을 옥죄고 있습니다. 국경이 봉쇄되기 전에 이 감옥 같은 제국을 탈출할 유일한 열쇠는 단 한 사람뿐입니다. 이웃 나라의 냉혹한 지배자이자, 제국 황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냥개인 카일 대공. 그는 결코 곤경에 처한 영애를 구해줄 다정한 구원자가 아닙니다. 기회를 포착하면 언제든 제국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굶주린 늑대이자, 철저하게 계산적인 정치가일 뿐입니다.

그의 위험한 손을 잡고 황실을 파멸로 이끌기 위해선 백만 학살자의 연회에 참석하는 것만큼이나 정교한 계책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부채 끝으로 파혼서를 툭 치며,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머리를 움직입니다.

자, 제국의 심장부를 도려내고 당신을 가둔 황금 새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어떤 거대한 화마를 가장 먼저 불러들여야 할까요? 그 불길이 설령 당신의 영혼마저 남김없이 태워버릴지라도, 저 오만한 황태자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지는 순간을 볼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 파멸의 춤을 시작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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